김태은

문화인류학도

미국에서 문화인류학 석사와 박사를 마치고 동아프리카로 돌아가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케냐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이메일: euna1012@gmail.com
삼성의 나라에서 온 친구 | 한국에도 빈곤이

삼성의 나라에서 온 친구 | 한국에도 빈곤이 있니?

나를 삼성의 나라에서 왔다고 소개할 때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난처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부정을 하자니, 국내에서도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을 쓸 정도이니 '삼성의 나라'라는 말도 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또 한국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과 교회가 자주 등장할 때도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이게 설명하기에 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정을 하지 않으려니 그 기업의 '유명세'에 의존해서 내가 나고 자란 나라가 설명되는 것 같아서 찜찜하고 불편했다. 이 회사에서 노동하다가 죽어간 사람들이 있고,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부패 및 경제문제들이 이 회사와 같은 재벌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어려웠다.
2016년 12월 14일 11시 50분 KST
우갈리와

우갈리와 수쿠마위키

케냐에서 처음 먹었던 식사도 우갈리였다. 식감이 약간 거칠고 단맛이 없다는 차이가 있지만 뭔가 백설기 같다는 느낌이 나서 자주 사서 먹고 또 얻어먹었다. 우갈리에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는 케일과 비슷한 모양새의 수쿠마 위키가 가장 대표적이다. 수쿠마(sukuma)는 스와힐리로 "밀다"라는 뜻이고 위키(wiki)는 한 주를 의미한다. 계절에 상관없이 구할 수 있고 또 돈이 많이 없어도 한 주를 버티게 한다는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채소다.
2016년 07월 06일 16시 58분 KST
건물이 무너지는

건물이 무너지는 무게

건물을 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에도 건물을 지었고 건설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자재의 사용을 줄이기도 했다. 물론 케냐에도 안전한 건물관리를 위한 규제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은 제도적인 안전장치들을 위반하면서 뇌물을 통해 단속을 피하는 방법으로 지어졌다. 그렇다면 이런 불법건물에 입주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대다수의 저소득층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지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2016년 05월 31일 15시 18분 KST
케냐에서 만난 중국 | Chinese Babies를

케냐에서 만난 중국 | Chinese Babies를 아시나요?

약간은 인종주의적인 경향으로 "모두 똑같이 생긴 중국인들" 때문에 아기의 아빠를 찾지 못했다고 이 사건을 비하하고 비웃기도 했다. 이 일과 관련하여 나는 "너희들은 왜 다들 똑같이 생겼니?"나 "야 칭총, 왜 너희의 이름은 접시가 깨지는 소리처럼 들리니?" 등의 불편한 질문을 받아야 할 때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사실상 중국인이었고 중국에 대해서 궁금한 점들을 나에게 묻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고 할 수 있겠다 (중국인은 아니지만 똑같이 생겼다는 점에서 중국인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2015년 12월 14일 11시 18분 KST
파리와 베이루트, 그 불편한

파리와 베이루트, 그 불편한 차이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테러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멀리 떨어진 곳의 일이지만 마음이 심란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심란한 마음은 파리가 겪는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겪는 공포와 충격에 충분히 공감한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를 위해 공분하고 해시태그를 공유하는 것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뭔가 불편한 부분이 있다. 엊그제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는 폭탄테러로 43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에 대한 세계인들의 분노라든가 해시태그 같은 것을 보지는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2015년 11월 15일 13시 35분 KST
하얀 분유의

하얀 분유의 추억

케냐에 다녀와서 내가 행복했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피부가 하얀 이가 피부가 검은 이들이 사는 가난한 곳에 잠시 머물다가 가지고 오는 흔한 감상 따위로 취급할 때가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나의 그 긍정적인 '감상'을 현실을 왜곡하는 순진함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꼭 틀린 것은 아니다. 사실 내가 만난 아이들의 환경은 정말 빈곤하고 빈곤하고 또 빈곤하다. 빈곤을 미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2015년 11월 11일 15시 45분 KST
언어를 배우는 마음에

언어를 배우는 마음에 대하여

케냐에서 사람들은 내가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만 쓴다고, 또 학교에서도 한국어만 쓴다고 설명하면 깜짝 놀랐다. 케냐의 아이들은 집에서는 부모가 속한 공동체에서 쓰는 언어를 배우고, 또 동아프리카 지역의 공용어(Lingua Franca)이자 케냐의 국어인 키스와힐리를 배우고, 영국 식민지 시대의 영향이 남아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영어로 수업을 받는다. 덕분에 어디를 가도 3-4개의 언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야 했던 나 역시 유창하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인사나 감사 정도는 키쿠유어나 마사이어 등의 언어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다.
2015년 11월 04일 11시 27분 KST
우기 이야기 | 우리는 어둠을 배경 삼아서 다 같이

우기 이야기 | 우리는 어둠을 배경 삼아서 다 같이 웃었다

나이로비의 보랏빛 자카란다 꽃잎들이 떨어지는 때는 소우기라고 불리는 1-2개월 정도의 짧은 우기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때에는 작은 마을은 물론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서도 전기는 종종 나간다. 하물며 전기를 몰래 끌어다가 쓰는 지도에도 없는, 소위 슬럼(빈민가)으로 불리는 마을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전기가 나간 마을은 고요해서 아기들의 울음소리만 들린다.
2015년 10월 27일 10시 24분 KST
책 한 권으로 역사를 바꿀 수 없는

책 한 권으로 역사를 바꿀 수 없는 이유

학자들이 케냐의 역사에 대해 쓴 유명한 책들이 많지만,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만큼 진심을 담은 역사를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비록 많은 것을 빼앗겼지만 수많은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은 괴롭고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손주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책에서도 찾기 힘든 식민지 시대와 독립 후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아직도 케냐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갈 것이고, 또 이어나가야만 한다. 그러니까 역사는 책 한 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15년 10월 22일 14시 36분 KST
나이로비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도둑에 대한

나이로비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도둑에 대한 이야기

헤어져야 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돌아가던 길이어서 그랬는지 약간은 정신줄을 놓고 있었고, 창문이 살짝 열려 있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마타투는 정차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누군가 다가와 창문을 거칠게 열더니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아이폰을 낚아챘다.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흔한 수법이었다. 모든 것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졌는데, 그런데 또 모든 것이 마치 느린 화면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나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가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으로 밖을 내다보는데, 아이폰을 낚아챈 친구가 너무 급했던 나머지 그걸 내 옆 창밖에 떨어뜨린 것이 보였다.
2015년 09월 18일 14시 49분 KST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이는 쓰레기를 뒤지고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이는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다

너무나 가난하면서도, 그 와중에 나와 많은 것을 나누려고 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가 케냐에서 보낸 시간은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나누는 것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습관적인 사고방식을 재고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진 자만이 나누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기 바쁘고, 내가 가진 것이 없어서 나눌 수 없다는 말은 사실 이미 이기심을 내재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무엇인가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쉽고 또 가까이 있는 일이다.
2015년 09월 08일 10시 46분 KST
병보다 먼저 도착하는 공포에 대해 | 나의 에볼라

병보다 먼저 도착하는 공포에 대해 | 나의 에볼라 체험기

에볼라가 내게 왔을 때, 나는 합리적이라고 자신했던 내가 순식간에 붕괴하는 것을 보았다. 이후로는 병에 대해 동요하는 사람들이나 사회를 쉽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병에 대한 공포 앞에서 망상과 불안에 면역되지 않는 인간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감히 누군가에게 동요하지 말라, 침착해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라는 등의 말을 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병과 병에 대한 공포는 어찌 보면 '다른' 문제이다. 병에 걸렸다면 최선의 치료와 약을 쓰는 방법을 찾겠지만 병에 대한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공포를 추상적인 단계에서 현실적인 단계로 끌어내려 생각할 수 있는 정보와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 정보나 근거가 불확실하고 부재한 상황에서 사회와 개인에게 남은 선택지는 너무나 제한적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낙타를 접촉하지 말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5년 06월 04일 15시 44분 KST
나이로비에서 만난 기꼼바(Gikomba)의

나이로비에서 만난 기꼼바(Gikomba)의 주마(Juma)

벽돌로 지은 집이 거의 없는 마다레의 남쪽을 사람들은 종종 슬럼(slum)이라고 부르면서 불평하는데, 주마에게 마다레는 그저 집이 있고, 또 태어나서 떠난 적이 없는 정든 땅이기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마다레가 아닌 곳에서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마다레의 골목 사이사이에는 쓰레기와 폐수가 뒤섞여서 흐르는 크고 작은 시커먼 물줄기들이 가로지르는데 주마와 친구들은 맨발로도 물을 피해 뛰어다니면서 노는 데 도가 텄습니다.
2015년 04월 02일 14시 37분 KST
'Deep Sea'로 가는

'Deep Sea'로 가는 길

사람들은 "어쩌면 내일 당장 불도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게 내일일지도, 다음 주일지도, 언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공포는 묘하게도, 그리고 안타깝게도 '불안한 기다림'이라는 모습으로 일상에 스며든다. 나는 이곳에서 차라리 난민이었으면 이보다 낫지 않겠냐고도 말하고, 우리는 쓰레기 취급을 받는 존재(rubbish)인지도 모른다며 한탄하는 이들을 만난다. 사람보다 개발이 먼저인 것은 이미 너무나 많은 곳에서 비판받았던 일인데, 어째서인지 장소를 불문하고 반복된다.
2014년 10월 07일 16시 37분 KST
'무거운 인생' 코끼리를

'무거운 인생' 코끼리를 만나다

숲에서 아주 약간 더 자란 아기코끼리들이 통통거리면서 튀어 나왔습니다. 앞의 어린 코끼리들보다 덩치는 약간 컸지만 비슷하게 분유를 먹고 또 장난을 치고, 엄마를 잃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저의 눈길을 끈 것은 그 아이들의 코 옆으로 점점 또렷해지고 있는 하얀 상아였습니다. 언젠가 미래에 어떤 밀렵꾼들이 노릴지도 모르는 상아였지요. 엄마를 잃고, 고향을 떠나 그렇게 고아원에 올 수밖에 없었던 사연의 가장 근본에 있는 그 상아, 그 '무거운' 인생이 이 아이들에게도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에 뭔가 제 마음도 무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안타깝게도 기억력이 좋은 코끼리들은 어쩌면 엄마가 생명을 잃고 상아를 잃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겠지요? 자신에게도 다가오고 있는 그 무거운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2014년 07월 15일 14시 51분 KST
쓰레기는 쓰레기로 끝나지 않는다 | 버려진 물건들, 그 이후의

쓰레기는 쓰레기로 끝나지 않는다 | 버려진 물건들, 그 이후의 이야기

내가 어렸을 때 들고 다니던 학원 가방들은 어디로 갔을까? 유치원 책가방은 또 어디로 갔을까? 케냐에 오지 않았더라면 생각할 필요가 없었을 질문들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케냐에 왔을 때, 친하게 지낸 아이는 내 카메라를 보고 자신의 사진을 하나 찍어줬으면 했다. 그래서 포즈를 잡아보라고 했더니, 대뜸 자기가 들고 다니는 책가방을 가지고 와서 뿌듯하게 함께 찍어줬으면 했다. 대체 무슨 가방이길래 그러나 하고 가방을 쳐다보니 가방에는 선명한 까만색으로 "OO 어린이집"이라는 글씨가 찍혀 있었다. 나이로비에서 중고물건들이 많이 거래되는 시장에 가면 영어는 물론 한국어가 쓰여 있는 옷, 신발 등의 물건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2014년 07월 07일 14시 27분 KST
나이로비에서 아이들이 버스를 타는

나이로비에서 아이들이 버스를 타는 법

어떤 때에는 빈자리가 있어서 차비를 다 내지 않은 아이들이 차장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슬쩍 앉기도 하는데, 엄한 차장들은 그럴 때마다 "시마마! 시마마! (일어서! 일어서!)" 하면서 눈치를 주고, 마음 씀씀이에 여유가 있는 차장들은 "케티, 케티. (앉아, 앉아.)" 그런다. 가끔은 차비가 있는 아이들이 한참 걸어가야 하는 친구들의 책가방을 두 개, 세 개 들고 타기도 하는데, 지퍼가 고장 나거나 끈이 떨어진 가방이 많아서 하마처럼 일을 크게 벌린 가방에서 가끔 책이나 공책이 쏟아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순간도 많다.
2014년 06월 11일 14시 26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