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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영란법 시대의 네 가지

김영란법 시대의 네 가지 화법

오해하지 말자. 김영란법의 원칙은 "3만원 이하로 얻어먹으라"는 게 아니다. 더치페이를 하라는 거다. 2만9000원, 2만9900원짜리 음식 메뉴나 4만9000원짜리 선물 출시를 부각시키는 건 옳지 않다. 소비 위축론도 마찬가지다. 고급 한정식 집은 문 닫을지 모르지만 설렁탕 집, 김치찌개 집을 찾는 발길은 늘어날 것이다.
2016년 08월 03일 07시 48분 KST
우병우·진경준, 비밀은

우병우·진경준, 비밀은 없다

우 수석 가족이 운영했다는 부동산 관리용 법인은 딱 떨어지는 의혹이지만 처제 국적까지 문제 삼는 건 과도하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우 수석이 자녀를 해외로 피신시켰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상당히 신뢰할 만한 제보를 받았다"(장정숙 국민의당 의원)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보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의혹 제기에도 근거와 논리,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가 물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최소한의 인격권까지 침해해선 안 된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동원됐던 '여론재판' 방식을 우병우에게도 적용하는 건 결국 그에게 지는 것이다.
2016년 07월 27일 06시 50분 KST
화성에서 온

화성에서 온 정부

'화성 정부'식 접근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에도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사드 배치 발표 직전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 주 내에 발표하겠다"던 배치 지역도 닷새 만에 경북 성주로 전격 발표했다. 정부가 여론 수렴 과정도, 주민 설명 절차도, 환경 영향 평가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2016년 07월 20일 06시 31분 KST
달리는 개가 더

달리는 개가 더 부드럽다

"회사에서 잘나가는 분들 보면 극우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요. 야당은 종북 좌빨이고 노조 같은 건 없애버려야 한다고... 그래야 인정받고, 출세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돕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직장인의 증언이다.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일상에서 나온다. 교육부 간부가 '1% 대 99%'로 나눈 건 신분제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2016년 07월 13일 07시 36분 KST
단무지의 눈물, 공화국의

단무지의 눈물, 공화국의 비명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라며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기사를 빼라는 것이 홍보수석이 할 일인가. 대통령이, 홍보수석이 '해경 부실 대응' 보도를 봤다면 응당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해경 아닌가. 더욱 놀라운 건 문제의 통화가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라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이다. 만약 판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판결 내용을 바꿔 달라" 고 주문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면 세상은 뒤집어졌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도 재판의 독립만큼 소중한 가치 아닌가.
2016년 07월 06일 07시 14분 KST
민법에 갇힌

민법에 갇힌 대법원

대법관은 판사들의 승진 코스에 그쳐선 안 된다. 대법원엔 소수자와 약자, 인권, 노동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비주류'들이 필요하다. 오는 9월 퇴임하는 이인복 대법관의 후임을 정해야 할 때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이제 출신의 다양성을 넘어 생각의 다양성이어야 한다. 중요한 건 누구와 부딪치며 살았느냐, 어떤 가치를 붙들고 싸웠느냐다. 대법원이 달라져야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아들 잃은 어머니, 아버지 잃은 아들딸의 눈물을 닦아줄 저스티스(대법관)를 고대한다.
2016년 06월 29일 08시 30분 KST
돈이 말하는

돈이 말하는 한국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세상 한 구석에서 민간 잠수사 한 명이 숨졌다. 43세 김관홍. 2014년 세월호 선체 수색에 참여했던 그는 당시 무리한 잠수 후유증으로 생업인 잠수 일을 접었다. 꽃가게를 하는 아내를 돕고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시신을 수습하고 '세월호 의인'으로 불렸지만 의사상자 지정을 받지 못했다. 연 386조원의 정부 예산 가운데 그를 위한 돈은 없었다. 세금은 대체 어디에 쓰이는 것인가. 매달 나가는 세금에 꼬리표를 달아서라도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다.
2016년 06월 22일 06시 43분 KST

"날 강간한 범인은 술이 아니다"

이제 교사 성폭행 사건은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남성 세 명에겐 중형이 선고될 것이다. 만약 '교사, 학부모, 섬마을'이란 키워드를 뺀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달 대전고법은 또래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중학생 10명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을 깼다. "나이가 매우 어리다"며 3명의 형량을 깎고 나머지 7명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낸 것이다. 지난 1월 인천에선 술에 취해 잠든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20대 4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지난해에는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해 후배를 성폭행한 대학생 3명이 항소심에서 징역 4~6년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2016년 06월 15일 07시 30분 KST
뭣이 중헌디? 뭣이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사태를 방관하다 '특단의 대책'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게 이 정부의 습관이다. 그 특단의 대책이란 것도 문제를 단순화하고, 우리와 '그들'을 분리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잘못 매긴 것이다. 그 결과 반발이 적을 소수자와 약자, 고등어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차별과 편견에 기대 쉽고 편한 해결책을 탐한다. 불편을 감수하고 고통을 분담하자고 설득할 자신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 이대로가 좋은 것인가. 영화 '곡성'에서 초등학생 딸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나는 이 질문을 해외에서 "링거 고군분투"(청와대 브리핑)를 하고 오신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에게 드리고 싶다.
2016년 06월 08일 06시 25분 KST
사법 정의, 그 지독한

사법 정의, 그 지독한 농담

그가 2~3년을 죽을 고생 해야 손에 쥘 수 있는 '꿈의 돈' 5000만원은 홍만표·최유정 변호사가 전화 한 통으로 받는 액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홍·최 변호사의 죄질이 나쁜 이유는 오피스텔·상가를 100채 넘게 갖고 있다거나 수임료 100억원을 벌어들인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국민 세금으로 검사·판사 월급 받으며 배우고 익힌 노하우를 유감없이 재활용했다.
2016년 06월 01일 06시 25분 KST
'곡성' 아무도 미끼를 물지

'곡성' 아무도 미끼를 물지 않았다

미끼를 던졌기 때문이 아니라 미끼를 물었기 때문에 불행이 시작됐다는 건 성폭행의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밤늦게 다니지 마라." "짧은 치마 입고 다니지 마라." "인적이 드문 곳에는 가지 마라." 이런 말들도 미끼를 던진 자의 책임이 아니라 미끼를 무는 자의 책임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이 논리는 세상의 모든 피해자에게 무한 반복된다. "왜 세월호에 올랐느냐. 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느냐. 왜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 갔느냐."
2016년 05월 27일 13시 34분 KST
묻지마? 뭘 묻지 말라는

묻지마? 뭘 묻지 말라는 건가

'묻지마 범죄'란 말에서도 나태함이 느껴진다.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특정한 동기나 계획 없이 저지르는 범죄를 뜻할 터. 하지만 '묻지마'가 붙는 순간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별적 삶은 증발되고 사회적 맥락은 생략되기 일쑤다.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일어난 여성 살인사건은 과연 경찰 발표처럼 '묻지마 범죄'인 걸까. 정부 발표대로 화장실 개선한다고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까.
2016년 05월 25일 07시 54분 KST
나는 왜 '가습기 살인'을

나는 왜 '가습기 살인'을 놓쳤나

지난 5년간 피해자들을 투명인간으로 만든 건 언론이었다. 아무리 절규하고 발버둥쳐도 언론의 눈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보인 건 수사가 본격화되고 시민들의 분노가 불붙은 뒤였다. "언론에서 처음부터 추적보도를 해줬으면 (상황이) 이렇게까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지 않았다." (최승운 유가족연대 대표)
2016년 05월 18일 07시 52분 KST
한국은 전관들의

한국은 전관들의 리퍼블릭인가

이젠 '유전무죄(有錢無罪)'를 넘어 '유전유죄(有錢有罪)'라는 개탄까지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사건을 조사해 '공소장에 그대로 쓸 수 있을 만큼' 고소장을 작성해주는 고소 대리 사건이 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돈 없고 빽 없는 피해자들은 5년씩 기다려야 하지만 돈 있고 빽 있는 피해자는 언제든 유죄를 받아낼 수 있는 시대다.
2016년 05월 11일 06시 17분 KST
국회선진화법은 죄가

국회선진화법은 죄가 없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헌법 1조 2항)고 할 때 국민은 과반의 국민이 아니다. 100%의 국민이다. 모든 국민이 함께,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민주주의다. 51%가 국회를, 나라를 마음대로 쥐고 흔든다면 그것은 51%의 독재, 다수의 독재일 뿐이다. 4·13 총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었다. 51%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취임 후 49%의 목소리를 외면해왔다. 이상한 건 '선진화법 개정'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새누리당이 참패했는데도 선거가 끝나자 다들 개정 쪽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05월 04일 06시 40분 KST
피해자들의 절규와

피해자들의 절규와 어버이연합

청와대와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개입 의혹이 악성인 이유는 여론이 왜곡됐기 때문만이 아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피해자들의 절규를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막으려 한 것이다. 피해자들의 눈물에 가래침을 뱉은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청부살인, 위안부, 세월호.... 이름은 다르지만 본질은 하나다. 피해자들이 조용히 기다리지 않는다고, 떼쓴다고, 나라 생각할 줄 모른다고, 무시하고 타박하고 눈 흘기는 것. 피해자들이 비난받고 외면당하는, 그런 사회에서 재앙은 무한 반복될 뿐이다.
2016년 04월 27일 05시 58분 KST
'세월호 진실'은 대통령의

'세월호 진실'은 대통령의 의무다

'합리적 의심'들을 집요하게 추적한 『세월호, 그날의 기록』엔 침몰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와 해경 본청 상황실 사이에 오간 핫라인 녹취록이 나온다. VIP(대통령) 보고에, 영상 확보에 무섭도록 집착하는 청와대와 그 집착에 춤을 추는 해경 상황실 모습에서 우리의 목숨 값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그 모습들에서 오직 VIP만이 의혹을 해소할 권능을 가졌음을 직감할 수밖에 없다.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는 것, 거기서부터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하지 않겠느냐"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6년 04월 20일 07시 25분 KST

"바지 걷어보라" 판사의 한마디

판사들은 "조작 간첩 사건 피해자들이 그토록 고문에 대해 호소했건만, 끝내 바짓가랑이 한번 걷어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판사들은 고문당한 이들이 찍은 손도장을 근거로 신문조서와 자술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수사관들의 고문을 방조한 것은, 87년 박종철을 죽인 것은 결국 판사들의 판결이었다.
2016년 04월 13일 06시 58분 KST
성매매 여성과 국가의

성매매 여성과 국가의 염치

성매매 단속은 아귀다툼에 가깝다. 단속반이 들이닥칠 때 증거가 될 콘돔을 삼켜버리는 건 약과다. 2014년 11월 경남 통영에선 아이와 병든 아버지를 부양하던 25세 여성이 경찰의 함정 단속에 걸리자 모텔 6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무리한 단속을 자제하면 된다고 하지만 법에 범죄로 규정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붙잡아 처벌해야 할 피의자일 뿐이다. 이 전쟁 같은 과정을 계속하는 것이 여성들의 몸을 경제성장에 동원했던 국가의 염치 있는 행동인가.
2016년 04월 06일 10시 51분 KST
'부채비율 6905%' 낳은 대통령의

'부채비율 6905%' 낳은 대통령의 시간

207쪽 분량의 감사보고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자원외교'라는 신기루를 향해 100m 달리기를 하는 민낯들이 보인다. 공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뒤에는 관료들의 영혼 없는 목표 관리가, '임기 중 한 건 해야 한다'는 대통령·측근들의 과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결과 1376명 일자리가 날아가고 수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게 생겼는데도 책임지는 자는 보이지 않는다.
2016년 03월 30일 07시 43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