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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

MBC 라디오PD, 두 딸의 엄마
'노키즈존' 식당

'노키즈존' 식당 앞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지저분하다고? 아니, 세상 떠나가라 큰 소리로 얘기하는 매너 없는 중년들은 어떻고? 예의 없는 부모들의 숫자가 예의 없는 '다른 어떤 부류'의 숫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고 장담할 수 있나? 〈ㅇㅇㅇ 출입 금지〉라는 말에 장애인, 흑인, 여성, 이런 단어를 넣는다고 생각해 보자. 말도 안 되지 않나? 그런데 왜 '아이'라는 말을 넣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글들을 뒤져 보니 노키즈존이 확산되게 된 배경에 대한 '무개념 부모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식당 주인이 음식을 파는 건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라는 게 노키즈존 찬성론자들의 논리였다.
2017년 05월 05일 07시 22분 KST
비혼, 당신들을

비혼, 당신들을 응원한다

나는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한 당신을 응원한다. 지지한다. 그 선택에 따르는 행복을 충만하게 누리길 기원한다. 육아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 아니듯 아이는 행복의 증명이 아니고, 당신이 선택에 따르는 무게를 감당하는 딱 그만큼 나 역시 내 선택의 대가를 치르며 살고 있다. 아마 결혼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도 나처럼 가끔 행복하고, 가끔 후회하며, 그래도 각자의 삶을 앞으로 밀고 나가게 될 것이다. 당신이 삶이 버거운 어떤 순간을 만날 때, '내가 결혼을 안 해서 이런가?', '내가 아이를 안 낳아서 그런가?'하는 생각은 안 했으면 한다. 나도 '내가 아이 때문에 이렇게 힘든가'하는 생각은 하지 않을 테니.
2017년 03월 03일 10시 51분 KST
아이와 이별한 어떤 부모들의

아이와 이별한 어떤 부모들의 이야기

집이 없어서 친구네 얹혀 사는 엄마가 어떻게 아이와 함께 살 수 있을까. 하루에 18시간씩 일하는 아빠가 무슨 수로 아이를 돌볼 수 있을까. 정부가 이들을 위해서 한 일은 집이나 생활비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키워줄 보육원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었다. 내레이션을 쓰던 중, 원고에 넣었다가 뺀 문장이 있다. "이 정부의 정책이 유도하는 건 뭘까요? '아이 많이 낳으세요'라고 말하는 건지, '능력이 없으면 낳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건지 헷갈립니다."
2016년 12월 14일 09시 02분 KST
의사들에게

의사들에게

의사는 늘 피곤해 보였다. 눈동자는 붉었고, 얼굴은 까칠했으며, 말투는 외모보다 더 까칠했다. 그의 앞에서 나와 엄마는 위축되었다. 수술을 하고 2-3일 쯤 지났을 때, 어깨를 움츠리고 초조한 눈빛으로 의사의 말을 경청하는 엄마를 보는데, 참 속상하고 화가 났다. 나는 엄마에게 중환자실 밖에서 기다리시라고, 내가 의사와 이야기해 보겠다고 말하고 엄마를 내보냈다. 의사는 설명을 이어갔고, 그가 구사한 문장 중 이런 말이 있었다. "이 정도면... 돌아가신다고 봐야 해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나는 상처를 주고 싶다는 강한 염원을 담아, 그의 눈을 쏘아보며 말했다. "좋은 의사는 아니시네요."
2016년 11월 23일 09시 10분 KST
아이와 대화할 때 생각하는 몇

아이와 대화할 때 생각하는 몇 가지

어른에게 말 할 때와 큰 차이 없이 아이를 대한다. 아이가 내 이야기를 전부 이해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내 진지한 태도 자체를 좋아한다는 느낌은 든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처럼 귀여운 말투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자신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메시지는 주고 싶다. 그래서 아이가 알아듣기 힘든 이런저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때, 때론 '이게 하율이한테 하는 말일까 나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말일까' 헷갈리기도 하다. 근데 이거, 한번 해보시라. 은근히 재미있다.
2016년 11월 15일 11시 47분 KST
아빠에게 육아를

아빠에게 육아를 허하라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고 보니, 전엔 없던 제도가 생겨 있다.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근로자의 연장/휴일/야간근로를 제한하는, 이른바 '모성 보호 제도'. 없던 제도가 생긴 건 물론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게 여성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읽힌다. 나와 같은 해에 아이를 얻은 한 남자 PD가 그런다. "이거, 사실 배우자한테도 적용해야 해. 남편이 야간이나 휴일에 근무 하면 엄마가 고생하잖아. 그리고 여성들한테만 이런 제도를 적용하면, 회사에서 여사원 기피할 것 아냐."
2016년 10월 12일 06시 55분 KST
고부갈등,

고부갈등, 세대차이

'동료 며느리'들과 나눈 이야기는 이런 내용이었다. 처음 남자친구 집에 인사드리러 간 날 '설거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스스로를 보며 '결혼을 꼭 해야할까' 생각했다는 것, 아침은 먹고 출근하느냐는 질문에서 남편 밥 잘 차려주라는 질책이 느껴진다는 것, 벨을 누르지 않고 비밀번호로 들어오시는 게 침입처럼 느껴진다는 것, '남편이 바쁘면 너라도 시댁에 오너라'라는 말이 느닷없는 사장님 호출만큼이나 어리둥절하다는 것, 예비 시어머니가 '네가 그렇게 늦게까지 일하는데 결혼하면 내 아들 밥은 차려 주겠냐?'고 말해서 애인과 헤어진 친구도 있다는 것. 요즘 세대 여성들의 생각이 이렇다는 것을 어머니 세대들은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2016년 09월 29일 11시 54분 KST
남편들에게

남편들에게

남편이 빨래를 개면서 아내에게 그러더란다. "나 좀 봐. 진짜 가정적이지 않냐?" 아내가 대꾸했다. "빨래 개는 것 가지고 가정적이라고 하면.... 나는 집안일에 미친 여자겠네..?" 많은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느끼는 답답함이 그 부분인 것 같다. 집안일을 하면서 '으쓱으쓱, 나는 참 가정적이야'라고 생각하는 것. 손 하나 까딱 안 하던 우리의 아버지들에 비하면 물론 고무적이지만, 사실 집안일은 한 집에 같이 사는 파트너로서 분담해야 할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2016년 09월 22일 06시 09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