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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담

닷페이스 대표

닷페이스 대표. 맘 따뜻한 한량. 미디어 스타트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미디어와 사회, 일상에 관해 씁니다.
서울서 원룸 찾으려다 온갖 해괴한 집들을 알게

서울서 원룸 찾으려다 온갖 해괴한 집들을 알게 됐다

집을 구하고 있다. 고통의 연말이다. 서울에 깔끔하고 안전한 원룸 하나 구하는 것이 목표였다. 한달이 지난 지금 나는 서울의 온갖 해괴한 집들을 꿰고 있다. 부동산의 마케팅은 정말로 창의적이다. ‘반지하’라는 말을 수십가지
2018년 11월 19일 10시 34분 KST
임신중단을 위한 권리는 the

임신중단을 위한 권리는 기본권이다

다음 네 문장에 ‘매우 동의’하는지 ‘전혀 동의하지 않는지’ 스스로 답해보시길 바란다. 현재 우리나라는 강간, 친인척 간 임신, 모체 건강상의 이유, 유전되는 장애 등의 사유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인공임신중단을 허용하고
2018년 10월 22일 14시 09분 KST
전환치료 피해자에 모자이크를 입히면서 든

전환치료 피해자에 모자이크를 입히면서 든 생각

‘얼마나 가려야 할까?’ 영상을 완성하기 전 마지막으로 거치는 단계.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얼마나 할 것인지 결정한다. 나는 이 단계에서 의사결정을 하면서 종종 마음이 착잡하다. 또렷했던 피해자의 얼굴이 흐릿해지고, 분명했던
2018년 04월 30일 12시 08분 KST
네가 흔들고 있는 건 네 몸이지, 내 몸이

네가 흔들고 있는 건 네 몸이지, 내 몸이 아니었어

A는 인생에서 거쳐온 고비라곤 수능밖에 없는 지루한 서사의 인간이었다. 세상에 대해 평론하고 싶은 것이라곤 맛집밖에 없는 인간이었다. '이 가게 점원 태도가 어쩌네 저쩌네' 하며 아르바이트생의 인성을 운운하는 A를 볼 때면 나는 그를 멸시했다. 사랑이 도취나 찬양이 아닐 수 있고, 어떤 욕구의 교환일 수 있다는 걸 A는 내게 가르쳐줬다. 내가 그를 멸시했던 것은 그를 잘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나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2016년 10월 06일 10시 28분 KST
조제, 호랑이 그리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나는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내 몸을 원한다는 것에 금세 도취되었다. 그 애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누군가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것에 도취해 있었다. "오늘은 싫어"라고 말하면 그 애는 "너무나 너를 원한다"고 말하는 떼쟁이가 되었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기쁨.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소유'하려 들기 시작하면 이런 기쁨을 갈망하게 된다.
2016년 09월 27일 12시 27분 KST
아무도 내게 섹스를 가르친 적

아무도 내게 섹스를 가르친 적 없다

우리는 바비인형의 옷을 벗기며 노는 유아기를 거쳐, 마침내 섹스라는 단어라곤 없는 것 같은 우중충한 사춘기에 도달한다. 섹스라는 단어를 말하면 불에 데기라도 하는 양, '그것', '그 짓', 나아가면 '야한 짓' 정도로 쉬쉬하며 마음속에 각기 다른 환상을 품는 시기가 있었다. 내게 섹스에 대해 처음으로 힌트를 준 사람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장 친했던 친구. 친구는 한 손으로 엄지와 검지를 모아 동그란 원을 만들고 다른 손으로 그 허공의 원을 쿡쿡 찔러대 관통하는 시늉을 했다. "우리 엄마가 아가는 이렇게 생긴대." 그 허공에서의 손짓이 첫 힌트였다.
2016년 04월 19일 14시 21분 KST
남의 동네 건물 세워주는 투표

남의 동네 건물 세워주는 투표 봉사

내 한 표는 테마파크와 운동장이 필요한 '정착민'을 위해 쓰인다. 나의 억울함은 여기에 있다. 정착민이 못 된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다. 계약이 끝나서다. 전월세로 살면서 이 집 저 집 떠돌아야 하는 부평초 신세엔 테마파크는 남 일이다. 이렇게 버린 표가 모여 열 표가 되고 백 표가 된다. 남의 동네 건물 세워주는 투표 봉사를 나 말고 또 몇 사람이나 함께 하고 있을까. 동네에 자본 없는 사람이 생각하는 지역구 투표라는 게 이렇다. 허무한 마음으로 비례대표 공보물을 뒤적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맞나. 꽃도 뿌리 내릴 곳이 있어야 핀다.
2016년 04월 11일 06시 33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