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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차별경험과 고용불안 등의 사회적 요인이 비정규 노동자, 이민자,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 지에 대해 연구한다. 2013년부터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에 대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에 대한 오해

임신부들이 신문기사를 근거로 고열이 나는 상황에서도 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연구들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사들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착각하기 쉬운 2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했을 경우 아이의 천식이 13% 증가한다고 했을 때, 13%라고 하는 숫자가 매우 크게 느껴지는 것에 대한 경계입니다.
2016년 08월 23일 07시 45분 KST
누가 폭염으로 인해 숨지는가 | 시카고 폭염재난의

누가 폭염으로 인해 숨지는가 | 시카고 폭염재난의 교훈

수치로 볼 때 이처럼 비슷한 두 지역이지만, 1995년 7월 폭염으로 인한 사망 발생률은 론데일 북부는 10만 명당 40명, 론데일 남부는 10만 명당 4명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비슷한 두 지역에서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일까요?
2016년 08월 06일 10시 17분 KST
한 연구자가 20대 국회에 드리는

한 연구자가 20대 국회에 드리는 글

세월호 참사를 우회하고는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할 안전한 대한민국은 불가능합니다. 이 문제는 진보와 보수가 대립할 영역이 아닙니다. 어떤 사회를 꿈꾸든, 그 사회 구성원이 살아남아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한국 사회는 비극으로만 기억되는 기존 재난들과는 다른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만들어진 특조위가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밤낮으로 조사한 결과물을 제대로 검토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만들어진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조직으로는 그 중요한 임무를 다할 수 없습니다. 제20대 국회에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을 부탁드립니다.
2016년 06월 29일 06시 52분 KST
미국 동성결혼 합헌 결정과 성소수자의

미국 동성결혼 합헌 결정과 성소수자의 건강

2015년 6월 26일은 누군가에게는 '노예해방'만큼 중요하고 역사적인 날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법관 9명 중 5명의 찬성으로 동성결혼(Same-Sex Marriage)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그 결과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었습니다. 미국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정 이후에도 일상 곳곳에 스며든 차별적 제도가 시정되고,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가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상처를 입고 또 견디며 살아가겠지요. 하지만 동성애를 질병으로 취급하던 시대를 지나 동성결혼 합헌 판정에 이르기까지 40여 년간의 싸움 덕분에, 다음 세대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한국의 성소수자들도요.
2016년 06월 26일 04시 44분 KST
모두 총기를 소지하면, 안전해질 수

모두 총기를 소지하면, 안전해질 수 있을까

모든 국민이 총기를 소유하면 모든 개인이 자신을 지킬 수 있으니까 총기에 의한 사망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이 당황스러운 이야기가 미국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가 총기사건이 터질 때마다 하는 이야기이자, 실제로 많은 사람이 총기 소유를 옹호하게 만드는 중요한 믿음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굳이 미국총기협회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위기의 순간에 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총기사고로 죽는다'는 가설은 사실상 연구자가 엄밀하게 검토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연구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2016년 06월 14일 06시 09분 KST
말하지 못한 내 상처는 어디에 있을까 | 차별경험 '같은 응답, 다른 의미'를

말하지 못한 내 상처는 어디에 있을까 | 차별경험 '같은 응답, 다른 의미'를 아십니까

결과는 성별에 따라 명확하게 나뉘었다. 남성 노동자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했을 때 그 대답은 '아니요 (구직 과정에서 차별받은 적이 없다)'를 뜻했고, 여성 노동자가 같은 답을 했을 때 그것은 '예 (구직과정에서 차별 받은 적이 있다)'라는 뜻에 가까웠다. 같은 대답이지만 남성과 여성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구직 과정에서의 차별만이 아니었다. 월급을 받는 과정의 차별 경험을 측정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해당사항 없음'은 차별을 받았다는 뜻이었고, 남성에서는 반대였다.
2016년 05월 22일 11시 31분 KST
로제토 이야기, 당신의 공동체는

로제토 이야기, 당신의 공동체는 안녕하신지요

때는 1960년대, 미국 펜실베니아의 로제토(Roseto) 마을입니다. 로제토 마을은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인 공동체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을 진료하던 의사들은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름이 아니라, 로제토에서는 유달리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다는 점이지요. 이것이 놀라웠던 이유는 로제토 사람들이 술과 담배를 즐기고, 지역 주민 중에는 비만인 사람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심장병 위험인자가 가득한 지역에서, 실제 심장병 사망은 오히려 적게 발생했으니까요.
2016년 05월 15일 11시 49분 KST
태아기 경험이 평생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태아기 경험이 평생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

임산부인 어머니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없는 환경에서, 부족한 영양분만이 공급될 때 태아는 생명체로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 한정된 영양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살아남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 답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태아는 뇌와 같이 살아남는 데 필수적인 기관에 먼저 영양분을 사용하고, 당장 내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췌장과 같은 기관을 발달시키는 데에는 영양분을 적게 사용합니다. 설사 그 선택이 먼 훗날 당뇨병을 유발해 수명을 단축시킨다 할지라도, 지금의 생존을 위해 먼 훗날 발생할 수 있는 성인병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2016년 05월 08일 08시 59분 KST
사회적 고통과 개인적 치유 |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원인과

사회적 고통과 개인적 치유 |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원인과 치료

트라우마에 대한 많은 연구는 인간의 몸에 상처를 남기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초래한 사건 자체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 사건의 의미가 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사회적 환경이 외상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고통을 초래한 사회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자신이 겪는 고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때 트라우마는 더욱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지요.
2016년 05월 03일 10시 33분 KST
수감자의 아픔도

수감자의 아픔도 아픔이다

누군가 반문하기도 했다. 가벼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야 그렇다고 쳐도 성폭행이나 살인으로 들어온 이들에게도 그런 치료를 해주는 게 맞느냐고, 그들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냐고. 그런 질문을 들을 때면, 어찌 답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답하곤 했다. 인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2016년 04월 26일 08시 05분 KST
위험사회에서 생존할 수

위험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이미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50명이 넘었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이것은 공개적으로 드러난 최소한의 숫자일 뿐이다.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자는 8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학조사로 그 유해성이 밝혀지기 전 '원인 미상 폐질환'이라는 이름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얼마였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망가진 폐로 인해 아파하고 고생했을 것이다.
2016년 04월 19일 08시 14분 KST
그들의 안전이 보이지

그들의 안전이 보이지 않는다

긴장 속에서 부족한 인력으로 일하는 소방공무원들은 많이 아팠다. 설문에 참여했던 8500명 소방공무원 중 39.5%는 추간판 탈출증을 앓은 적이 있었고, 20.8%는 지난 일주일 동안 우울증상을 경험했다. 교대근무가 일상인 이들의 43.2%가 불면증 또는 수면장애를 겪은 적이 있었고, 절반이 넘는 소방공무원들이 전신 피로를 호소하고 있었다. 소방공무원들을 아프게 하는 것은 위험한 현장과 고된 업무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양한 폭력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2016년 04월 17일 09시 00분 KST
한국을 떠나면 나도

한국을 떠나면 나도 소수자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의 인터뷰 기사에는 언제나 악플이 달린다. 정치인 기사에 달리는 악플이 새로울 것 없지만, 그 악플에는 항상 많은 '좋아요'가 함께한다. 인터뷰 내용은 상식적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그마저도 대부분 그녀 삶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사람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경쟁하듯 악플을 단다. 그 악플은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종교가 단일민족 신화에 기초한 민족주의고, 그 종교의 교인이 될 수 없는 이들은 내내 한국 사람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람이 아닌 경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귀화한 지 20년이 넘는 한국 사람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그 말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하는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지닌 의미를 알고 있을까?
2016년 04월 13일 10시 30분 KST
고용불안은 건강을

고용불안은 건강을 잠식한다

나는 지난 20년간 왜 한국의 자살율이 이토록 급격히 증가했는지에 대해 자주 질문한다. 1997년에 한국의 10만 명당 13.1명이던 자살율은 2014년 27.3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한국은 가장 생산적인 20∼30대 젊은이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나라이다. 무엇이 5천만 인구가 살아가는 이 공동체를 그토록 잔인한 사회로 바꾸어놓았을까. 한국에서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는 1997년 IMF 경제위기 직후부터 시작됐다. 그 시기는 비정규직 고용이 전 사회적으로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한 때이다. 나는 2000년대 한국 사회를 아프게 한 주요 원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삶보다 죽음을 선택하게 만들었던 원인으로 비정규직 고용을 주목한다.
2016년 04월 10일 11시 12분 KST
더 위험할수록, 더 약한

더 위험할수록, 더 약한 네가

원진레이온은 직업병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 마침내 도산한다. 정부는 민간기업 중에 인수업체를 찾지 못하자 1993년 공장 폐쇄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기계들은 1994년 중국 단둥시 화학섬유공사에 팔려간다. 1966년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넘어온 기계가 한국에서 9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그 기계들이 중국에 넘어가 다시 얼굴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을 막고자 노동자들이 모였지만, 기계는 끝내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었다.
2016년 04월 06일 13시 02분 KST
동성애 전환치료, 위험한

동성애 전환치료, 위험한 착각

2016년에 이런 내용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건 비극이다. 동성애가 정신질환 진단 매뉴얼에서 삭제된 것은 1973년이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동성애가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직업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즉, 학교에서 교육받고 직장에서 일하는 데 동성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어떤 의학 교과서도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기에 그것을 치료할 이유는 없다.
2016년 04월 01일 13시 37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