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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

부산 사는 주부. 두 손자 손녀의 할머니

부산 사는 주부. 두 손자 손녀의 할머니
어디에나 악당들이

어디에나 악당들이 있다

예전의 만화영화에는 분명한 악당 역이 있었다. <개구쟁이 스머프>의 악당은 가가멜인데 항상 스머프들을 잡아다가 어떤 방법으로 먹을까 연구를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스머프들이 탈출하는 방식이고, <개구리 왕눈이>에서 악당은 투투라고 울툴불퉁하게 생긴 두꺼비였다. 왕눈이가 예쁜 개구리인 여자친구 아로미와 사이 좋게 지내면 나타나서 훼방을 놓는 구조였다. 요즘 만화에서는 정해진 악당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골탕 먹이다가도 위기에 처하면 협력해서 서로를 구조하기도 하는 등 만화의 흐름이 옛날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 세대와 손자들 세대의 의식구조도 당연히 다를 것 같다.
2015년 03월 12일 07시 02분 KST
나는 편안히 잘 살고

나는 편안히 잘 살고 있다

좀 높은 자리에 있었다 하면 무슨 무슨 비리에 연루(이것은 한국의 여러 시스템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인가?)되어있고 자산을 형성한 과정이 불투명하고 자녀들에게 특혜를 준 의혹도 드러난다. 그래서 나라의 중요한 직책에 낙점을 받으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어찌 그리 사연도 많고 불법도 많이 저지른 건지, 그래서야 저 사람이 그동안 어찌 맘 편히 살았겠는가 싶어 심히 동정이 가는 것인데(응?)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면 나는 어찌나 편안히 잘 살고 있는지. 평생 술만 마시고 다녔지 어디서 눈먼 돈이라도 가지고 올 줄 몰랐던 남편 덕분에 내 노후가 이렇게 편안하구나 싶다.
2015년 02월 10일 08시 33분 KST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요즘 리얼 다큐라나 뭐라나 하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괜히 어르신들을 붙들고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고는 마지막으로 부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라고 종용을 한다. 당사자는 좀 우물쭈물하다가 터무니없이 큰소리로 "마누라 사랑혀!" 이런 식이다. 보고 있는 내가 진땀이 다 난다. 왜 저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걸까. 언제부터 우리나라의 가족 간에 사랑한다는 말이 난무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한집에서 일상적으로 부대끼고 살 동안에 사랑한다는 말을 할 시츄에이션이 얼마나 될까?
2015년 01월 14일 10시 34분 KST
노인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노인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젊었을 때는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무엇을 바라며 갈등이 많았다. 나이 들수록 안정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환갑을 지나면서부터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했는데 요새가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 올 날보다 지금이 제일 젊은 시기이고 젊었을 때보다는 시간상으로나 경제적(젊었을 때만큼 구매 욕구가 안 생겨요~)으로나 그리고 마음 자체도 여유가 생겼으니, 또 행복해야 하는 책임까지 있다고 하니 지금 마음 놓고 행복해하기로 한다.
2014년 12월 29일 05시 25분 KST
다

다 지나간다

98세에 타계한 중국의 석학 지셴린 선생이 95세에 펴낸 에세이 <다 지나간다 >라는 것이 있는데 책 제목을 도연명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요즘 가수가 노래 제목에도 썼고 그 외에도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다.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2014년 12월 08일 08시 54분 KST
달빛

달빛 교교한

보름달이 뜬 밤에 데이트 해 보셨나? 아마도 요즘 같은 계절이었던 모양이다. 날씨는 삽상하고 억새들이 지천으로 피어서 은빛으로 하늘거리고 구릉은 멀리 뻗어 있는데 지금 막 거리가 가까워지려고 하는 남(요즘 용어로 썸남)과 인공의 불빛은 보이지 않고 다만 달빛 교교한(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음) 그곳을 한없이 걷고만 싶었던 밤이 있었다. 달빛은 이상한 마법의 가루를 흩뿌린 듯이 사람의 감정을 현실이 아닌 아득한 곳으로 끌고 가는 것 같았다.
2014년 11월 14일 06시 15분 KST
나는 드라마의 마지막회를

나는 드라마의 마지막회를 좋아한다

이래서야 드라마가 제대로 진행되지를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드라마를 쓰는 작가는 누구냐? 그야 당연히 매스컴들이지. 매스컴들이 진보나 보수나 줄거리는 냅두고 자신들의 논조나 취향에 맞는 곁가지를 물고 늘어지니까 드라마가 말도 안 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관심조차도 두기 싫어진다. 결론이 무어냔 말이다. 결론이!
2014년 11월 07일 09시 27분 KST
운이

운이 좋았다

부정부패에 연루되고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일 것이다. 끝까지 운이 좋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막판에 가서 운이 안 좋아서 지금까지 쌓아 올린 업적이 와르르 무너지면 그동안 좋았던 운이 정말 좋았던 건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예를 든다면, 얼마 전에 수첩(?)에 이름이 올랐다가 거명되는 순간 그의 모든 업적이 한순간에 추락하는 사람들도 몇몇 보았고 잠깐의 요직에서 경거망동하다가 영원히 추락한 사람도 보았다. 이런 사람들은 잠깐 운이 좋았다가 한없이 운이 나쁜 세월을 맞은 것 아닌가?
2014년 10월 28일 10시 50분 KST
나의 17년 된

나의 17년 된 고물차

이 차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광고 카피가 <소리 없이 강하다>였는데 요새 이 차를 운전하면 완전히 탱크 가는 소리를 낸다(사실은 탱크 가는 소리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직 씩씩하게 잘 달린다. 세차를 자주 하지 않아도 별 티가 나지 않는 우중충한 색깔이라 우리 식구들은 이 차 색깔을 두고 보때색(때를 보호하는 색)이라고 한다.
2014년 10월 21일 10시 18분 KST
모텔 체험 한옥

모텔 체험 한옥 체험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좀 경치가 좋거나 앞에 도랑물이라도 흘러가면 영락없이 모텔이라 써 붙인 건물들이 나타나곤 한다. 외형이 화려하기가 어느 먼 옛 성의 실루엣처럼 보이는데 색깔은 여자아이 소꿉장과 닮아있곤 한다. 나는 어쩐지 모텔보다 그게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 모텔들은 그런 이상한 외관을 하고 있을까?
2014년 10월 10일 11시 20분 KST
공익광고협의회에 드리는 부탁

공익광고협의회에 드리는 부탁 말씀

예전에는 산에 올라가야 이런 현상을 접할 수 있었는데 요새는 동네 산책로에서도 그런다. 뭐냐 하면, 휴대용 음향기기를 크게 틀어놓고 걸어가며 음악감상을 하는 사람들 얘기다. 요즘 그런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거다. 그러니 공익광고협의회에 부탁 말씀을 드리고 싶다. 도박을 하지 말자거나 담배를 그만 피우자거나 전기나 수돗물을 아껴 쓰자는 광고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런 행동을 말리는 광고도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2014년 10월 02일 12시 21분 KST
커피 커피

커피 커피 커피!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도 커피만 먹고 사는 모양이다. 우리 동네 인근에 요 2, 3년 사이에 커피집이 줄잡아 30여 곳이 새로 생겨난 것 같다. 그 많은 커피집들이 안 망하고 영업을 계속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겠다. 밥값보다 더 비싼 커피값이라고 표현을 하지만 어느 시대나 커피값은 좀 싼 밥값 보다는 비쌌다. 그것은 안락한 의자와 쉴 수 있는 장소를 사용하는 값까지 포함된 거란 것을 누구나 인정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테이크아웃 하는 커피에는 당연히 할인된 가격을 받아야 하는 것일 텐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2014년 09월 23일 07시 01분 KST
어릴 때부터 독서 지도가 꼭

어릴 때부터 독서 지도가 꼭 필요한가?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딸)와 싫어하는 아이(아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은 아이는 책이라면 다 읽어 치우는 반면 큰 아이는 도무지 책 읽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가끔 TV에 교육학자가 나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려면 부모들이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전문가다운 말을 하는데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책 읽기라면 나와 남편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모범이 될 만했다. 우리집에는 잠 자는 머리맡은 물론이고 화장실 거실 부엌 구석구석 책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부모들이 책을 안 읽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말짱 헛말이라는 생각이 들 밖에...
2014년 09월 03일 12시 26분 KST
여자들은 이제 더 힘들게

여자들은 이제 더 힘들게 생겼다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다'는 명제를 인정해야만 그 토대 위에서 관계설정이 이루어 질 것이다. 드라마에서처럼 무한히 여자에게 잘해주기만 하는 남자 따위는 없다. 그런 게 있다면, 그냥 짝짓기 기간이 도래했기 때문에 살짝 정신줄을 놓은 남자가 있을 뿐이다. 이 기간은 비정상적인 기간이다. 그들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그냥 남자일 뿐이라고 보면 된다. 문명 이전의 인간이 가혹한 자연환경에 맞서 살아내기 위해서는 사람의 본질이 공격적이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2014년 08월 25일 08시 20분 KST
품격 있는 광고를 보고

품격 있는 광고를 보고 싶다

특히 케이블 쪽의 광고는 완성도면에서 볼 때 너무 질이 떨어지는 거라. 게다가 똑같은 광고를 얼마나 자주 틀어대는지 이제 어떤 사람의 목소리는 듣기 싫어서 두드러기가 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나오는 광고는 주로 인간의 정서를 좀먹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의 불안을 파는 보험회사 광고에다, 한술 더 뜨는 상조회사 광고, 게다가 돈 빌려 가라는 대부업체의 광고, 이렇게 3종 세트 되겠다. 보험회사라면 종류도 많고 내용도 다양하지만 유독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광고는 왜 그렇게 단세포적인지, 나도 노인이지만 노인을 우습게 보는 시각이 딱 드러난다.
2014년 08월 18일 12시 56분 KST
나는 왜 이렇게 궁금한 것이

나는 왜 이렇게 궁금한 것이 많으냐?

새로 산 옷을 입고 예식장 같은 점잖은 자리에 갔는데 목덜미가 가렵거나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어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예정보다 빨리 집에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우이쒸~ 목덜미에 붙어 있는 상표 때문에 이런 수선을 피우다니 오랜만에 제대로 차려 입고 나갔다가 외출을 망쳐버렸잖아. 왜 꼭 요기다 상표를 붙여야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것도 꼭 껄끄러운 느낌이 나게 만들어져 있단 말이지. 그래서 가위로 잘라내다가 에궁! 멀쩡한 옷에다 가위질을 해버렸네.
2014년 08월 06일 06시 53분 KST
부지런

부지런 금지

무슨 축제니 하는 명분만 있으면 당연히 사람들이 도처에서 모여든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뭔가 <보람찬 인생>을 살았다는 뿌듯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다 해 봐야 직성이 풀리겠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웃도어 시장이 엄청 발전한 것처럼 이제 캠핑에 관련된 제품이 날개를 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행락철의 주말 9시 뉴스는 첫 번째가 어느 고속도로가 체증을 일으켜 몇 시간씩 정체가 되었다는 소식부터 나온다. 한마디로 너무 부지런을 떨어가며 살고 있지나 않은지. 좀 느긋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매스컴들이 부추겨서 사람들에게 어딘가 가서 무엇인가를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도 볼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 같고.
2014년 08월 01일 13시 26분 KST
내가 품위 유지를 할 수가

내가 품위 유지를 할 수가 없어

머리를 60년 넘게 왼쪽으로 가르마를 타서 오른쪽으로만(이대팔인가?) 넘겨가지고 살아왔더니(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참고하시길..) 가르마 쪽 머리숱이 성겨져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오른쪽으로 가르마를 탔는데 머리가 말을 안 듣는다. 결국 앞머리를 내린 것처럼 해가지고 다녀야 되게 생겼다. 남이 보면 다 늙은 주제에 애교머리를 내린 주책 바가지 할망구처럼 보일 것 같다. 친구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친구가 하는 말, "아무도 늙은 우리에게 관심 없어. 네가 머리를 넘겼는지 내렸는지 아무도 몰라. 그러니 신경 쓰지 마." 그래, 신경을 안 써도 괜찮은 것은 좋은데 젊은 사람들 눈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정말 안 보이는 모양이다. 얏호! 나는 드디어 어릴 때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투명인간이 된 것이다.
2014년 07월 25일 07시 19분 KST
그래서 뭐

그래서 뭐 어쩌라고?

며칠 전에 느지막한 시간에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젊은 부부 두 쌍과 서너 살씩 되어 보이는 아이 세 명과 온 팀이 양반다리를 하는 식탁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 아이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두 아이는 서로 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부모 중의 어느 누구도 말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 일행이 먼저 나갔는데 식탁을 치우는 아주머니가 어처구니없어 하면서 "아이구 참!" 이런 소리를 연달아 한다. 식탁 위는 밥풀들이 어지럽게 묻어 있고 휴지는 식탁 밑에 수북하고 하여간 좀 엉망인 거라. 아주머니가 "아이구 요새 젊은 사람들은 어째 이리 염치들이 없는지 어떤 사람들은 기저귀 간 것을 식탁 위에 얹어 두고 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2014년 07월 14일 13시 13분 KST
내가 교과서에서 배운

내가 교과서에서 배운 것

정확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우리는 국민학교라고 해야 실감이 난다) 3, 4학년 시기에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던 <비비새> 라는 동시다. 내가 60세도 훨씬 넘은 나이에 초등학교 때의 교과서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기억력이 좋다고 하지만 나 말고도 더러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과목의 내용도 생각나기도 하지만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학창시절에 어떤 것보다 강렬하게 남아 우리의 정서를 형성한 것은 국어 교육과 음악 교육(여고 동창들과 여행 갔을 때 학교 때 배웠던 노래를 다같이 불러 봤는데 친구들도 거의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4년 07월 04일 13시 01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