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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현 공중보건의

응급의학과 의사. 최근 에세이집 <만약은 없다>를 출간했다. <br> <br> <a rel="nofollow">https://www.facebook.com/ihn.namkoong</a>
한일관 대표 사망 사건을 팩트로만

한일관 대표 사망 사건을 팩트로만 톺았다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으로 대표되는, 이 사회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 대한 공론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태동하고 있었던 시기다. 마침 유명인과 관련된 불행하고도 애석한 사건이 터지자, 때마침 각자는 자신의 입장에서 격렬한 언사를 행하고 있다.
2017년 10월 25일 08시 35분 KST
'리얼' 리얼

'리얼' 리얼 후기

배우들의 열연이 눈부시다. 김수현이 1인 2역에 노출신에 액션신까지, 촬영장에서 생고생한 것이 눈에 선하다. 또한 설리는 예상을 깨고 배역에 맞는 마스크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연기력이 검증된 이성민이나 이경영의 연기가 묻힐 판이다. 물론 영화 내에서 이성민이나 이경영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그들의 연기도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여간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는데 관객이 괜히 안타까움에 혀를 차는, 이런 영화도 쉽지 않다.
2017년 07월 04일 12시 27분 KST
고통을 돕는 이들의 외면받는 고통 |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필요한

고통을 돕는 이들의 외면받는 고통 |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필요한 이유

현장에서 겪는 소방관의 노고는 서술하기도 미안하고 벅찹니다. 대원들은 신고를 받자마자 달려가 어떤 상황이건 환자를 살리기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하고, 심지어 죽은 사람도 수습해야 합니다. 강에서 시체를 건지거나, 기계나 차에 분쇄되거나 불탄 시체를 수습하고,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부패된 시체를 처리하기도 합니다. 그 환경이 매번 위험천만하고 위태로울 것은 당연합니다. 5년간 33명의 소방관이 순직했고, 1595명이 다칠 정도입니다. 이렇게 동료와 환자들이 위험에 빠지고, 때론 죽어나가거나 이미 죽어버린 끔찍하고 잔인한 상황에서, 정신적인 무게가 막중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5년간 35명의 소방관이 자살했고, 전체 소방관의 40% 정도는 외상 후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17년 03월 07일 05시 13분 KST
'조폭'들이 응급실로

'조폭'들이 응급실로 들어왔다

방금까지 간호사를 붙들고 소리 지르던 덩치 큰 남자가 나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외쳤다. "이 새끼가, 이 새끼 너 뭐 하는 거야." 그 태도가 너무 위협적이라 무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말했다. "제발, 제발 당신 친구분을 살리려고 합니다. 저는 여기 유일한 주치의고, 당신 친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이건 꼭 필요한 시술인데다가 위험한 시술이기도 합니다. 여기 전부 멸균되어 있으니 제게 손대지 말고 제발 나가주세요." "미친새끼. 어린 새끼가 나한테 나가라고? 나가라고?" 두 손과 환부가 소독된 상태였으므로 마음이 급해져 더 이상 응대할 수 없었다.
2017년 02월 03일 11시 06분 KST
'비정상회담'에서 못다 한 이야기 | 비아그라보다 '비보험 주사'가

'비정상회담'에서 못다 한 이야기 | 비아그라보다 '비보험 주사'가 문제다

정부는 태반주사나 백옥주사나 감초주사 따위를 의학적 근거가 떨어지기 때문에 비보험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주사를 국민들이 못 맞을 이유는 없습니다. 이 법을 만든 사람이건, 일반 국민이건, 이 주사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험 적용 없이 자유롭게 자기 돈을 내고 맞으면 됩니다. 하지만 비보험을 지정한 장본인인 청와대가, 혈세까지 잔뜩 써서 그 주사들을 사다가 맞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효과가 좋은 주사라면 전 국민에게 보험 적용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냥 너무 맞고 싶었다면 법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조용히 병원에 가서 다른 국민들처럼 자기 돈을 내고 맞든지요.
2016년 11월 24일 06시 27분 KST
사과 같지 않은

사과 같지 않은 사과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불법이었고, 자기가 총 책임자인 문서의 유출이 어떤 경로로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자기가 얼마나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고, 그래서 관련된 사람들이 정확히 누구이며, 국정의 총책임자로서 어디까지가 자기 죄이고, 자신을 포함한 그 죄를 어떻게 엄단할 것인지 말해야 한다. 그게 옆집 순이가 아닌 대통령의 사과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일언반구 들을 수가 없다. 자리에 안 맞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최악의 악덕이다. 대통령 같은 높은 자리일수록 그렇다.
2016년 10월 26일 07시 45분 KST
故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가 의미하는

故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가 의미하는 것

이 사람이 왜 병원까지 와서 누워 결국은 목숨을 잃게 되었는지도 사회가 밝힐 일이지 의사가 밝힐 일이 아니다. 의사는 이 사람을 받아 치료해서 317일을 살렸고, 자신의 소견을 밝혔을 뿐이다. 여기서 과학적인 이분법을 정치적 논란에 끌어들이는 것은, 결국 과학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고, 다른 논쟁이나 쟁점을 부러 만들거나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는 그가 죽은 2016년 9월 25일보다는 그가 쓰러져 영영 의식을 잃은 2015년 11월 14일을 쟁점으로 삼아야 한다. 모든 일은 그날 벌어졌으며, 그 여파로 그가 이제 사망했던 것이다. 우리는 서류보다는 우리에게 벌어진 객관적인 사실만을 보고 믿으며, 그에 대해 증명해야 한다.
2016년 09월 27일 14시 53분 KST
'독서왕 김혜수'와 나의

'독서왕 김혜수'와 나의 기억

내가 그냥 유명한 배우라고만 생각했던 그녀는, 분명 내 책을 봐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사인해 보낸 책을 꼼꼼하게 봐주었고, 또, 분명히 진지하게 독서하는 사람의 자세로 책에서 나름대로의 감동을 발견하고 책을 보내준 출판사와 쓴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녀의 서재에는 분명 여기저기서 보내온 책들이 잔뜩 쌓여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중의 한 권인 내 책을 그냥 안 읽을 수도 있었고, 읽었더라도 아무 말 안 할 수도 있었고, 읽고 친구들에게 이야기나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꼼꼼히 읽고 책을 보내준 출판사에 연락해 이름도 낯선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달하는, 책과 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2016년 09월 26일 08시 23분 KST
할아버지와 설희의

할아버지와 설희의 10년

나는 하루 종일 누워 있는 설희와 할아버지가 사는 집을 상상했다. 곤히 잠들거나 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 설희를 보고 그나마 삶의 위안을 찾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 몇 장면 말고는 할아버지는 내내 이 세상에 둘만 남겨진 듯한 기분일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아 전혀 의지할 수 없고,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만 하는 아픈 아이. 자신이 무거운 짐을 끌고 있으나 앞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는 느낌. 그 생활이 십 년이었다면 익숙하지 않은 타인에게는 무조건 까칠해질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아이를 지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으되, 자신의 생활조차 녹록지 않은 투쟁이었다고 생각하면, 할아버지에게는 당연한 완고함이었다.
2016년 08월 03일 14시 49분 KST
'김영란법 소동'이 이상한

'김영란법 소동'이 이상한 이유

제약회사 직원과 밥을 먹고 제약회사 직원이 돈을 내면 불법인, 평범한 논리를 가지고 살아온 의사로서 '김영란 법'과 관련된 소동은 참으로 이상해 보인다. 공직자가 직무상 이해 관계에 있는 사람과 밥을 먹고 그 사람이 돈을 내는 것이 불법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법 제정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니. 이 법을 마주했을 때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단호한 취지보다 오히려 더 먼저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여태껏 우리 사회에서 당연히 불법이어야 할 것들이 합법이었고, 그 규모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이며, 심지어 이를 서로 묵인하고 비호해왔다는 점이다.
2016년 08월 01일 06시 55분 KST
불행의 시작은

불행의 시작은 평범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참혹한 범죄였다. 살인이었다. 살인마가 나와 이야기도 하고, 통곡도 했다. 그의 계획에서 염두에 두지 않았던 상황에 대한 일말의 불안과, 깨어나서 살 수 있느냐고 묻던 질문이 떠올랐다. 그것은 죽음이 아니라, 살아남에 대한 불안이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옆자리에 탔던 사람이 멀쩡한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분명 살해 방법이 있을 터였다. 그것을 입증하는 방법은 바로 부검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최선을 다해서 3일이나 목숨을 붙들었다. 각종 약물을 쓰고 삽관을 했으며 혈관을 뚫었다. 그렇다면, 증거는 전부 날아가버렸다.
2016년 07월 18일 09시 04분 KST
의학적 조현병, 사회적

의학적 조현병, 사회적 여성살인

나는 칼로 사람을 죽이려면 어떤 상해를 저질러야 하는지 눈에 보이듯 훤히 알 수 있다. 또 그 끔찍한 사체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서도 이입할 수 있다. 그 가녀린 피해자에 대해서, 같이 숨 쉬는 인간으로서 추모해야 한다. 여기서 나아가, 이 여성 피해자에게 그간 사회에서 잠재적 피해자로 느껴왔던 여성들이 감정이입하는 것도 매우 당연하다. 벌어진 사실은 끔찍하고, 그것이 자신이 될 수도 있었으며, 사회는 실제로 여성들에게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위협을 가해 왔던 것이다. 엄연히 우리는 여성이 실제 적대감을 느낄 수 있던 사회에 살고 있었고, 이 추모는 피해자와 같은 여성으로서 느낄 수 있는 존중할 만한 시선인 것이다.
2016년 05월 25일 06시 08분 KST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안방의 세월호'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안방의 세월호'인 이유

어엿하게 이 제품이 팔리기까지 관여된 모든 정부 부처의 관계자와, 인간의 안위와 존엄을 담보로 잡고 매출을 올리던 기업체들. 이 사고는 우리가 겪었던 많은 참사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가까이는 관과 기업이 인간의 목숨을 걸고 위험한 판을 벌이다가 결국 바다에 침몰한 세월호가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안방의 세월호'라고 부르는 것도 부족함이 없다. 이 끔찍한 일련의 사태에서 제 3자가 과학으로 원인을 밝혀낼 때까지, 그 안에 관계한 사람 중 합리적인 의문을 품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참사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깡그리 무시되고 있는 점이, 참으로 소름끼치는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2016년 05월 04일 07시 28분 KST
추락한 두 아이, 무너진

추락한 두 아이, 무너진 엄마

살아있는 아이는 응급실로 무사히 귀환했다. 생체징후는 안정적이었고, 받아본 결과 상 머리와 몸통도 온전했다. 머리가 딱딱한 바닥으로 직격해 충격을 다 받아버린 오빠와는 다르게, 사지를 전부 내주고 목숨을 얻어낸 것이다. 그리고, 화단. 푹신한 흙이 아니었으면... 천만다행으로 충격은 손목 두 개를 꺾고 멈추어 버렸다. 과연 그 간극은 얼마나 멀었던 것일까. 그것과 허우적거리는 자세 때문에, 이 아이들이 절명의 경계를 넘나들었어야 했을까. 과연 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016년 04월 28일 14시 08분 KST
현직 의사가 본 '태양의

현직 의사가 본 '태양의 후예'

바야흐로 이 드라마는 현직 의사의 눈으로 볼 때 아주 끔찍한 의학적 고증으로 가득 차 있다. 배에 총탄이 박힌 사람을 살리겠다고 그 자리에서 후벼파는 거야 너무 뻔한 클리쉐이니 넘어간다. (총탄이 들어간 배는 수술실에서 개복해야 한다. 드라마처럼 마취를 안 하고 배를 후비면 진짜 즉사할 수도.) 그리고, 수액 달고 있는 환자에게 근육 주사로 굳이 엉덩이도 아닌 팔에다 놓으려고 하는 것도 일단 넘어간다. (이미 수액 확보한 자리에 놓으면 된다. 얼마나 편한가.) 근데, 난민 애들이 홍역에 걸렸다고 기지로 데려와 막 피 뽑아 검사하는 건 좀 심했다고 생각했다.
2016년 04월 06일 12시 03분 KST
영화 '동주'와 그가 남긴

영화 '동주'와 그가 남긴 글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시인 윤동주의 현실인식이다. 그는 당대의 지식인이다. 자신이 세상을 바꾼다고도 믿을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의 평생의 벗 송몽규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고작 자기 안에서 타오르는 시를 적었다.
2016년 03월 14일 07시 56분 KST
병원 A의

병원 A의 영웅

그들은 방금 라이브로 펼쳐지는 의학드라마를 한 편 본 겁니다. 절규하는 보호자와 아비규환 속에서 냉철하게 상황을 지시해 목숨을 살리는 의사가 나오는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마른침을 삼켜가며 지켜보고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방금까지 자신의 배를 어루만져 주던 B였고요. 동네 병원에 무료하게 앉아서 볶음밥을 먹었다면 볶음밥이 잘못했다던 촌부 서생은, 실은 지구를 지킬 수 있었던 영웅이었던 겁니다. 그런 사람이 신분을 숨기고 자기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던 거지요.
2016년 03월 03일 07시 16분 KST
피웅덩이 위의

피웅덩이 위의 중국인

그들의 방랑은 직접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낯선 나라에서 돈을 벌고 살아내야 하는 삶의 투쟁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외롭게 생존해야 했다. 그것은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는 세계가 아니었다. 그, 생면 부지의 나라에서 갑자기 몸에 가위가 날아와 꽂힐 때, 자신의 몸에서 핏덩이가 쏟아질 때, 낯선 병원에서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의사의 전후 사정없는 굵은 바늘과 극심한 통증을 견딜 때, 어지럽고 자신의 세계가 흩어져 가며 정신이 흐려질 때, 주위는 온통 피투성이이고 자신은 피웅덩이를 베고 누워서 흉관으로 흐르는 자신의 피를 바라볼 때, 알고 싶었던 것은 오직 그것 하나였을 것이다.
2016년 01월 21일 09시 19분 KST
한 노숙자의

한 노숙자의 새해

무엇인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특히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숙자에게는 상상을 넘어서는 질병이나 염증이 있을 수 있다. 검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항상 비용 문제가 걸리게 된다. 이런 내 맘을 갑자기 읽었는지 그는 하얀 은행 봉투 하나를 꺼낸다. "여기 돈이 있어요. 돈이라면 여기 있으니 제발 부족함 없이 치료해주세요. 아니 이 돈을 원무과에 미리 맡기도록 하죠. 원무과 선생을 불러주쇼." 봉투에는 가지런히 담긴 만 원짜리 다발이 들어 있었다. 백만 원은 족히 되어 보였다.
2016년 01월 03일 08시 42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