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image

김미경

<브루클린 오후 2시> 작가

1960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강대 국문과와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했다. 여성신문 편집장,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2005년 뉴욕으로 이주 7년간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일했다. 2010년 뉴욕 생활을 담은 수필집 <브루클린 오후 2시>를 펴냈다. 2012년 서울로 부메랑,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2014년 3월부터 화가로서 인생의 새 챕터를 시작한다.
섹시한

섹시한 인왕산

센트럴파크는 속치마까지 얌전하게 챙겨 입고 레이스 달린 양말까지 신고 앉아 자연이라고 뻐기는 모습이라면, 인왕산은 팬티 하나 걸치지 않고 자유롭게 누워 있는 모습 같았다. 왁자지껄 부산스러운 세상사에 시달리고, 키재기를 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인왕산이 벌거벗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모든 일이 부질없어 보이기도 하고, 창피해지기도 했다.
2014년 11월 04일 09시 02분 KST

"100을 취재해서 1을 써라!"

"100을 취재해서 1을 써라!" 기자생활 할 때 선배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이야기다. 100을 취재했다면 쓸데없는 99를 버리고 진짜 알짜배기 1만 쓰라는 뜻일 수도 있고, 99를 녹이고 담금질해 보석 같은
2014년 10월 18일 07시 30분 KST
내 방이 있던

내 방이 있던 자리

인왕산에 오를 때마다 늘 사직공원쪽으로 내려왔었다. 지난해 어느 날. 사직공원쪽을 버리고 청운공원 방향을 택했다. 고불고불 한참 내려오다 보니 청운공원 팻말이 보인다. 이상하게 아주 낯익다. 청운공원? 처음 듣는 이름인데
2014년 10월 18일 06시 46분 KST
휴지통에 들어갈 뻔했던 '왕비의

휴지통에 들어갈 뻔했던 '왕비의 뒤뜰'

지난해 봄 경복궁으로 드로잉 갔을 때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왕비의 뒤뜰을 그리기로 했다. 뒤뜰에 자리한 굴뚝의 섬세한 문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였다. 굴뚝 문양에 빠져 실컷 그리고 보니 굴뚝을 둘러싼 나무들을 그릴
2014년 10월 15일 11시 07분 KST
옷을

옷을 벗자

7년 미국에서 살다 2012년 한국 돌아왔을 때였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위에도 원피스 위에 가디건을 꼭꼭 걸치고 다니는 한국 여자들의 모습이 첫눈에 히잡을 꼭꼭 쓰고 다니는 아랍여성들처럼 보였었다. 미국 살면서 처음으로 여름철에 어깨와 팔이 다 드러나는 원피스, 민소매를 입어봤었다. 겨드랑이로 바람이 솔솔~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힘껏 가디건을 내팽개쳤다.
2014년 09월 30일 08시 53분 KST
딱 좋은

딱 좋은 나이

그 스님은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이를 캐묻는단다. 그리고는 몇 살인지에 전혀 상관없이 "햐~ 출가하기 딱 좋은 나이네~ 딱 좋은 나이야~"하면서 출가를 부추긴단다. 생각해 보면 누구든, 언제든 딱 출가하기 좋은 나이고, 딱 연애하기 좋은 나이고, 딱 신진작가되기 좋은 나이다. 딱 누구든, 언제든. 딱 마음 먹으면 말이다.
2014년 09월 12일 11시 52분 KST
'유나의 거리'와 보육원

'유나의 거리'와 보육원 식판

<유나의 거리>에는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드라마 속 소매치기, 깡패, 도둑 등 뒷골목 인생들이 거쳐 온 보육원, 생각하기도 싫은 곳.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던 겨울 2012년 보육원 아이들의 한 끼 식비가 1,500원밖에 안 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식비 현실화를 위한 모금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었다.
2014년 09월 06일 06시 03분 KST
'세월호 단식'을 지켜보는 이순신

'세월호 단식'을 지켜보는 이순신 장군

오늘 아침 유민아빠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뉴스를 보고서야 '하루는 굶자!'하고 광화문으로 달려왔다. 이순신 장군이 단식장을 딱 내려다보고 있다. 바다에 능통했던 이순신 장군이 세월호 참사를 더 안타까워하면서 유민 아빠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인 걸로 멋대로 해석하고 싶다.
2014년 08월 22일 11시 30분 KST
입춘대길의

입춘대길의 인연

지난 2월 말. 한겨울 추위가 여전할 때였다. 화가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기로 최종 결정을 한 무렵.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추위 속에 나 자신에게 시위라도 하듯 스케치북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다. 동네
2014년 08월 22일 10시 45분 KST
나는

나는 옥상화가

친구들이 하나둘 나를 옥상화가라 불러주니 정말 옥상화가가 다 된 듯한 기분이다. 얼마 전 동네 아파트 옥상에서 허락도 없이 그리다 수위 아저씨에게 쫓겨난 후 우리 집 옥상에서 계속 그렸다. 우리 집 옥상도 좋긴 좋다
2014년 08월 20일 10시 32분 KST
뛰어야

뛰어야 달라지나?

철들고 내가 시청 앞 광장에 나가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마다 우리 사회는 엄청나게 변했다. 좋은 방향으로. 2014년 8월 15일. 시청 앞 광장에 또 나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국민대회'. 내 발로 찾아갔다. 나까지 찾아갔으니 분명 달라질게다. 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른 점이 있다. 나는 시청 앞 광장을 뛰어다니지 않았다. 조용히 앉아 있거나 걷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했다. 그래서 안 달라지나? 뛰어야 달라지나? 뛸까?
2014년 08월 16일 06시 24분 KST
왼손으로 그린

왼손으로 그린 그림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른팔이 욱신하니 아프다. "하하하. 그동안 나 쫌 열심히 그렸나?" 하고 으쓱대다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진짜 팔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오른손을 못 쓰게 되면 그림을 어떻게 그리지?' 온갖
2014년 08월 08일 14시 14분 KST

"그림만 그리지 마"

며칠 전 미국 사는 딸이 너무 좋은 글이라면서 읽어보라고 링크를 잡아 보내줬다. 눌러보니 영어로 11장짜리. 에구구. 읽으려다 포기했다. 컴퓨터 화면으로 긴 영어로 쓰인 글을 읽긴 너무 짜증 난다. '다음에 프린트해서
2014년 08월 08일 05시 46분 KST
오늘도

오늘도 걷는다

찬찬히 전경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조마조마했다. 전경이 들어가 그림이 엉뚱해지는 게 아닐까? 분위기 다 망쳐버리면 어쩌지? 하하 근데 이게 웬일? 터벅터벅 걷고 있는 전경이 그림 속에 들어가니까 갑자기 화면이 꽉 차는 느낌이다. 활기도 느껴진다. 2014년 서촌을 기록할 때 서촌 곳곳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전경은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한 풍경일 듯 싶다. 그들의 존재가 싫든 좋든 말이다. 그들도 매일매일 서촌을 걸으며 2014년 서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2014년 06월 11일 06시 18분 KST
그림 그려도

그림 그려도 된대요~

지난 4월 2일 쓴 '그림 그리길 허하라!!!' 기사를 기억하시는지요?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그림 그리다 청와대 경비에 의해 쫓겨난 이야기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화가나 지난 4월 3일 국민신문고(epeople.go.kr)를 찾아 들어가 민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4월 11일 경찰청으로부터 장문의 사과편지를 받았다.
2014년 04월 14일 13시 34분 KST
울어라

울어라 기타야~

이젠 흔적도 없이 철거돼 버린 아현4주택재개발지역이 그날의 스케치 장소였다. 일주일 후면 철거될 동네엔 담벼락마다 빈집이라는 표시인 '공가'와 'X'가 빨간 페인트로 크게 쓰여 있었다. '저기선 다 같이 모여 저녁밥을 먹었겠지?', '여기선 잠을 잤을까?' 골목은 꼬불꼬불 이어졌다. 한 골목을 돌아섰을 때였다. 다 쓰러져가는 집 앞에 노란 기타가 얌전히 서 있다. 숨이 멎는 듯했다.
2014년 04월 09일 06시 11분 KST
그림 그리길

그림 그리길 허하라!!!

"여기서 그림 그리시면 안 된다구요." "보안 지역이요? 저는 청와대를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닌데요...이 그림 보세요! 이 골목이랑 인왕산을 그리고 있어요!" 영추문 앞 모퉁이 화단에서 인왕산과 통의동을 향해 간이의자에 앉아 스케치북을 들고, 펜으로 몇 시간 그림을 그리는 일이 대한민국 국가 보안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2014년 04월 02일 06시 16분 KST

"머 먹고 살 건데?"

갤러리에서 폼잡고 전시회하면서, 내 그림의 진가를 와이래 몰라주노!! 하며 낑낑대는 그런 화가가 되겠다는 게 아니다. 내 그림이 좋다는 사람에게는 단돈 1,000원에라도 그림을 파는 화가. 길거리에서 그림 열심히 그리는 화가, 작은 구멍가게에서 그림 그려 파는 화가, 그림이 안 팔리면 파출부로 일해서 먹고 사는 화가, 그런 생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화가...
2014년 03월 25일 12시 43분 KST
뉴욕아

뉴욕아 책임져라~!

돌아온 서울은 정겨웠다. 생계도, 인간관계도, 직장도, 언어도, 철학도 다 뉴욕보다는 좀 더 내겐 살만했다. 그래도 역시 뉴욕의 문화는 아쉽고 또 아쉬웠다. 그런데 서울로 돌아온 지 한 달쯤 될 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림이 너무너무 그리고 싶어졌다.
2014년 03월 17일 16시 20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