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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패션지 에디터로 우왕좌왕 살다가 2003년 봄 <한겨레21>에 기고를 시작하며 책도 내고 칼럼리스트도 됐다. 그리고 얼마 전 바라던 대로 ‘당파의 죄수복’을 벗고 시간이 아주 많은 프리랜서가 되어 생애 첫 소설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출간을 앞두고 있다. 저서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등. Twitter/@kimkyung19
차은택 대신

차은택 대신 정영두

당시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내가 좀 더 저속해지더라도 장사가 잘되는 광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요. (...) 지금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나를 개조하기 위한 과제들을 만들어 나 자신을 더 무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생각해 보면 질투심만큼 사람을 불명예스럽게 만드는 건 없다. 그건 그 대상이 '일'이 됐건 '돈'이 됐건 혹은 '사랑'이 됐건 '탐욕'이 됐건. 그렇지 않은가? 더 많은 일과 명예, 영향력을 좇던 남자는 자기 자신의 바람대로 끝없이 '저속'해졌다. 이런저런 저속한 욕망들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다 소화기관이 시한폭탄처럼 터진 괴물. 추악하다 못해 이제는 돌연 불쌍해 보이는 괴물.
2016년 11월 20일 07시 03분 KST
낭만적 밥벌이와 진짜

낭만적 밥벌이와 진짜 '예술'

누군들 '밥벌이'가 지겹지 않을까? 그래도 '대책이 없다'고 하니 목이 멘다. 때로는 눈물도 난다. 상사든 클라이언트든 남의 눈치 안 보고 느긋하게 자기만의 사업장에서 우아하게 음악이나 틀고 커피나 내리면서 '밥'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청년 구직자와 퇴직자의 창업 로망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홍대나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청년 상인들이 '낭만적인 밥벌이'를 꿈꾸며 주로 모여드는 동네일수록 임대료가 거의 '악마'적인 수준이다. '낭만'은커녕 본전도 못 찾고 임대한 가게에서 쫓겨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게 현실.
2016년 06월 13일 08시 29분 KST
조영남과 진중권에게 '예술 모독죄'를

조영남과 진중권에게 '예술 모독죄'를 묻다

조영남의 화투 그림은 예술이 아니다. 관행에 따른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구매자 앞에서 물감이 잔뜩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캔버스 앞에 앉아서 작업 중인 척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코웃음이 나온다. 조영남은 화가인 척 연기하고 쇼맨십으로 그림을 파는 사업가였던 셈인데, 그조차도 잘 못했다. 무엇보다 상도덕이 없었고 양심이 없었다. 작품당 겨우 10만원을 주며 화가의 노동력을 착취했으니 말이다. 조영남의 변명과 그를 두둔하는 진중권의 글을 읽고 있으면 누군가의 지적처럼 '미술계는 사기가 관행'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2016년 05월 31일 08시 16분 KST
'놈코어' 스티브 잡스가 윌리엄 깁슨을

'놈코어' 스티브 잡스가 윌리엄 깁슨을 읽었을까?

놈코어 트렌드가 반가운 건 패션이나 유행, 혹은 의전 매너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투로 평소 자기 신념대로 편안하게 입는 이들에 대한 존중감이 바로 이 놈코어 트렌드에 담겨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전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자사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스티브 잡스가 평소대로 검정색 터틀넥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저나 스티브 잡스도 윌리엄 깁슨의 책을 읽었을까? 표준을 뜻하는 'norm'과 핵심을 뜻하는 'core'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놈코어(normcore)라는 단어를 처음 쓴 SF 소설의 대가 윌리엄 깁슨의 소설 말이다.
2014년 10월 24일 11시 41분 KST
죽음에서 삶을 배우는

죽음에서 삶을 배우는 법

난 내 아버지와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들을 통해 '죽은 사람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보다 삶에 대한 더 많은 중요한 얘기를 들려준다'는 걸 알았다. 따라서 우리는 제대로 살기 위해 죽은 자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행히 죽은 자들은 책 속에 살아 있다. 귀 기울이면 그들이 응답한다. "새로운 세대는 마치 난파된 배를 버리듯이 지나간 세대가 벌여놓은 사업을 버리는 법이라오" 했던 소로처럼 말이다.
2014년 08월 30일 11시 36분 KST
책 읽는 여자가 멀리 간다, 그것도 매우

책 읽는 여자가 멀리 간다, 그것도 매우 섹시하게

8월 5일은 마릴린 먼로의 기일이다. 마릴린 먼로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모르겠지만 난 먼로가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나무둥치에 앉아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를 읽고 있는 사진이 떠오른다. 와, <율리시스>라니... 그토록 지독하게 어려운 책을... "근데 진짜 읽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물었고 그 사진을 찍은 미국의 매그넘 사진작가 이브 아널드의 대답은 "그렇다"였다고 한다.
2014년 08월 05일 07시 22분 KST
'시인과 촌장'을 다시

'시인과 촌장'을 다시 들으며

문득 전화벨이 울렸다. 그 전화벨 소리를 듣고 마치 지키지 못한 약속이 생각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 저편에서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는 나의 깊은 어둠을 흔들어 깨워/ 밝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그대는 나의 짙은 슬픔을 흔들어 깨워/ 환한 빛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부탁해 부탁해...." 한때 굉장히 좋아했던, 그러나 어느새 까맣게 잊고 살았던 '시인과 촌장'의 노래였다.
2014년 08월 01일 07시 19분 KST
보고 읽는 '나의 달콤한 여름

보고 읽는 '나의 달콤한 여름 휴가'

진저리 칠 정도로 평범하고 재미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마틴 파는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에서 기가 막히게 재미난 사진을 뽑아낸다. 휴양지 풍경 또한 그렇다. 넘쳐나는 쓰레기통과 수영복 차림으로 매점 앞에 줄을 선 짜증난 얼굴들, 그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키득거리는 가운데 이상한 위로를 받는다.
2014년 07월 25일 10시 42분 KST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해야 한단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해야 한단 말인가

유가족 대책회의의 기자회견장 건너편에서 보수 성향의 여성 단체들이 "세월호 희생은 안타깝지만 유공자도 아닌데 의사자 지정이나 대학 특례는 안된다"며 "특별법은 원인 제공자인 유병언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맞불 시위을 벌이고 있다니. 유가족대책위원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미 밝히지 않았던가? '전원 의사자 지정' '대학특례입학' 같은 보상 조항은 유가족의 요구가 아니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놓은 특별 법안 내용일 뿐이라고.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해야 한단 말인가? 유가족들은 되려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외치는 자신들의 호소가 정치인들로 인해 '돈'과 '보상' 문제로 치환되는 데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2014년 07월 18일 14시 58분 KST
나의 리스본행

나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여행과 독서의 공통점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옮겨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파스칼 메르시어가 쓴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소설엔 이렇게 씌여 있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아주 작은 것만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가 여름 휴가를 기다리는 이유는 성수기 바가지 요금에 분개하고 수영복 입은 불편한 차림으로 몇십 분씩 화장실 앞에서 줄을 서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를 사로잡은 채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만드는 일상에게서 잠시 도망쳐 어떤 '빈틈'을 만들기 위해서다.
2014년 07월 11일 10시 45분 KST
영화 두 편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 | 여자의 욕망은

영화 두 편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 | 여자의 욕망은 진화한다

살아 있는 패션의 제왕 칼 라거펠트(그도 동성애자다)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엄마, 호모 섹슈얼이 뭐예요?" 그러자 아티스트였던 그의 어머니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응, 그건 말이다. 머리카락 색깔 같은 거란다. 누구는 금발이고, 누구는 갈색인 것처럼." 얼마나 명쾌하고 또 우아한 표현인지... 이제 성 모랄을 앞세워 동성애를 비정상 취급하거나 옹호하거나 동정하는 그 모든 것이 죄다 촌스러운 시대가 됐다. 그래서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지난주 개봉한 또 한 편의 레즈비언 영화 <커피 한 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 말이다.
2014년 07월 01일 14시 01분 KST
SM

SM 해보셨나요?

흥미로운 건 저명한 여성 사회학자인 저자가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현대의 애정관계와 한없이 권태로운 성생활에 대한 대안, 혹은 처방전으로서 '놀이 혹은 유희로서의 사도마조히즘'을 권한다는 사실이다. '정상적 섹스관계가 언제나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얼룩지는 반면' 고도로 형식화된 BDSM은 '파트너의 역할과 위상'을 확실히 설정해 줌으로써 오히려 두려움에서 자유롭게 한다고. 오늘날 미국 인구의 5~10퍼센트 사람들이 사도마조히즘 섹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사도마조히즘이 일종의 문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진부해도 정상적인 섹스에서 되려 안정감을 느끼는 '미개한 국민'일 뿐이다.
2014년 06월 11일 13시 15분 KST
그의 운동화 | 고'발' 뉴스 이상호

그의 운동화 | 고'발' 뉴스 이상호 인터뷰

"고발기자는 앞으로 10년만 더 하고 싶어요. 더 취재할 힘이 있다면, 이제는 감동을 찾아다니는 미국 CBS의 스티브 하트맨 선배처럼, 미담 전문기자가 되고 싶어요. 눈물이 함께 하는 뉴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감동이라고 생각하기에..."
2014년 06월 02일 07시 07분 KST
정치적 이용?

정치적 이용? 맞다!

5월11일 '뉴욕타임스' 일요판에는 세월호 비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과 부패를 고발하는 전면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 광고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이 재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에 의하면 미국에 사는 한국인 어머니들이 '세월호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단다. '정치' 혹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는 결코 나쁜 말이 아니다. 이 잘못된 세상을 개선하고 싶은 열망을 지닌, '빽' 없고 '줄' 없고 '힘' 없는 일개 개인들이 그 뜻을 모아 연대하고 세력화하여 국가적 이상을 실현하는 도구가 바로 진정한 의미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2014년 05월 14일 07시 23분 KST
우리가 진정

우리가 진정 애도한다면

내 목숨 하나 보존하기도 힘든 무시무시한 세상이죠. 추하기도 합니다. 크고 작게 추잡스러운 자들만이 이 사회의 부와 안전을 누리고 산다고 생각하면 치가 떨리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제 목숨, 제 밥그릇만 챙기는 어른들이 '괜찮을 거다. 그러니 동요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무고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천천히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됩니다.
2014년 04월 21일 18시 50분 KST
'밀회'와 드메 커플 - 여자는 사랑을 먹고

'밀회'와 드메 커플 -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산다

유아인이 연기하는 스무 살의 천재 피아니스트 '선재'는 김희애가 연기하는 마흔 살의 유부녀 '혜원'에게 푹 빠져 있다. 특히나 8회에서 선보인 첫 베드신이 압권이었다. 일명 '망봐주고 싶은 베드신'이라고 불리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지혜와 충만한 정신, 에고를 어루만져 주는 어머니 같은 너그러움까지 지닌 중년 여성에게 끌리는 젊은 남자와 부과 권력이 있다 해도 사랑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중년 여성의 결합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2014년 04월 16일 06시 30분 KST
모닝 섹스

모닝 섹스 해보셨나요?

많은 사람들이 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 10시~12시 사이에 사랑을 나눈다는 통계 조사를 본 일이 있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하루 중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가장 적은 시간이다. 그 말은 남성에게 밤 시간은 섹스 타임으로 사실상 그다지 적절치 못하다는 얘기. 그런데 심지어 5일, 6일 곤죽이 되도록 일하고 마침 술까지 먹은 상태에서 일종의 보상 심리에 억지로 섹스하려다 보니 본인은 물론 여성도 힘들어지는 것.
2014년 04월 09일 12시 55분 KST
쳇, 줄리언 오피가 그렇게

쳇, 줄리언 오피가 그렇게 좋아?

줄리언 오피 작품으로 거의 도배되다시피 한 광화문 풍경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한국을 방문한 미술사학자 로버트 로젠블럼의 말이 떠오른다. "현대 미술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유행을 타는 패션이다." 그뿐인 거다. 내가 아는 한 진짜 위대한 예술은 그렇게 달달하지 않다.
2014년 03월 19일 12시 29분 KST
'프라다를 입은 악마' 등에 비수 꽂는

'프라다를 입은 악마' 등에 비수 꽂는 법

회사는 내 편이 아니다. 당신의 상급자 편이다. 그리고 당신의 상급자는 당신 때문에 눈곱만큼이라도 심기가 불편해지거나 이용 가치가 떨어지면 언제든지 당신을 제거하려고 온갖 음모를 꾸밀 수 있다. 그럴 때 아마 당신은 조용히 제거 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보다 먼저 적의 등에 비수를 꽂고 제 발로 걸어나오고 싶을 거다.
2014년 02월 27일 10시 16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