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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

KMDb 필자, 영화팬, 아저씨

정발산영화거구,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 필자. 영화 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 삼십대 백수.
〈토니 에드만〉 뜨거운

〈토니 에드만〉 뜨거운 안녕

기타노 다케시는 언젠가 가족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가 보지만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것" 〈토니 에드만〉은 마케팅 카피로 이 말을 가져다 썼다.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는 것 같기도 한데, 하여간 이 영화는 누가 누구를 가져다 버리거나, 뜨거운 가족애로 다함께 차차차하는 영화도 아니다. 가족을 사랑하자는 영화도 아니며, 혈연의 고리를 지우고 사회적 관계로 재정립하자는 영화도 아니다.
2017년 03월 22일 11시 34분 KST
〈로건〉 울버린은 최악의 빌런으로부터

〈로건〉 울버린은 최악의 빌런으로부터 벗어났다

〈로건〉은 그동안 제작된 다른 엑스맨 영화와는 다르다. 엑스맨은 기본적으로 특수한 능력을 가진 영웅들이 악당들과 싸워 위기에서 세계를 구해내는 이야기였다. '울버린' 스핀오프 두 편은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어쨌건 악을 제거하고 영웅의 풍모를 뽐내는 호쾌한 액션영화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히어로의 운명이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무게와 어떤 초능력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절대적인 빌런 '세월'이 주인공들을 압박한다. 거기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으킨 끔찍한 사건들을 더해 이들을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생지옥의 시간 안에 던져놓고 출발하는 이야기다.
2017년 03월 03일 12시 10분 KST
컨택트(Arrival) | 우리 인생의

컨택트(Arrival) | 우리 인생의 이야기

〈컨택트〉는 SF작가 테드 창의 단편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영화화가 발표되었을 무렵 많은 사람들은 먼저 걱정을 했다. 어떻게 이 이야기를 실체화할 것인가? 소설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자세할 뿐 아니라 개념적인 면에서 더 빛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감독이 발표되자 많은 사람들이 걱정보다는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2017년 02월 03일 13시 08분 KST
아수라 | 아저씨들의

아수라 | 아저씨들의 '아사리판'

이 영화는 정말 아저씨 같다. 아저씨들은 맥락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에이 뭐 다 알면서 그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가 안 먹혀드는 거 같으면 니가 아직 뭘 몰라서 그래! 라면서 혼을 낸다. 영화의 결말은 마치 아저씨에게 혼나는 거 같다. (이 결말 때문에 영화의 호불호는 좀 갈릴 것이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그냥 불호에 그쳤을 것이다.) 이거 봐! 이렇대두?!라는 소리가 들린다.
2016년 09월 29일 14시 29분 KST
차라리 다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 연상호의

차라리 다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 연상호의 '서울역'

연상호는 전작들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지옥과 그곳에 살고 있는 악귀들을 묘사했다. 그의 작품에서 좋은 일이나 착한 사람은 없으며, 있더라 해도 그들은 곧 나빠지거나 결국 죽고 만다. '부산행'이 첫 번째 실사 영화 연출로서 많은 부분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라면 '서울역'은 우리가 알고 또 기대했던 연상호의 면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차이가 있다면, 그가 다루는 필드가 조금 더 커졌다는 점이다.
2016년 08월 23일 10시 38분 KST
사랑.. 기억하십니까? -

사랑.. 기억하십니까? - '스프링'

'스프링'은 흔하디 흔한 사랑이야기에 조금은 엄한 소재와 어쩌면 너무 큰 주제를 섞는다. 하지만 그것들의 무게 배분이 영화의 톤앤매너에 적절하게 조율되어 있다. 영원을 사는 사람은 사랑을 믿지 않고, 사랑을 믿는 이는 영원을 우습게 본다. 어쩌면 각자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이 교차는, 비록 현실적으로 비극적일지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2016년 08월 19일 10시 53분 KST
박찬욱의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

박찬욱의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 '아가씨'

박찬욱은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여러 시도를 해 왔지만,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고민이 없을 수가 없다. 그 고민의 결정체가 '아가씨'라고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라는 배경, 그리고 변태적인 성적 취향과 레즈비언이라는 설정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지만 결과적으로 이 이야기는 아직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 남자들에게서 탈출하는 두 여인의 로맨틱 코미디다. 과거부터 장르 영화, 특히 B급 영화에 대한 취향을 공공연히 밝혀온 박찬욱은 '아가씨'에서 자신이 영화적 자양분을 어디서 얻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능수능란하게 구현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2016년 06월 03일 07시 26분 KST
'곡성'이라는 퍼즐

'곡성'이라는 퍼즐 맞추기

이상한 일이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한참 동안 이루어진 일이 영화의 이야기에 난 구멍을 메꾸는 일이다.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가 아니라 '영화의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으로 만족했다는 것. 그다음이 없다. 그다음이 꼭 있어야 하는가? 이렇게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곡성의 관객들이 지금까지 한 일은 다른 영화의 경우라면 극장에 불이 켜지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종료되는 일이다.
2016년 05월 25일 11시 32분 KST
힙합의 민족 | 방송이 노인을 사로잡는

힙합의 민족 | 방송이 노인을 사로잡는 방법

'언프리티 랩스타'와 비교해도 구성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가사를 쓰고,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고, 투표를 받는다. 놀랐던 것은, 이 과정의 진지함이었다. 오히려 가볍게 생각하고 '웃기겠지'(물론 웃기긴 하지만 그건 다른 얘기다)라고만 생각한 스스로를 반성할 정도다. "가는 세월 장사 없어도, 무대 위의 시간은 멈춰있어."라는 한 최병주 할머니의 직접 쓴 가사가 뭉클하다.
2016년 04월 15일 13시 59분 KST
'트럼보' 포기하지 않는 일의

'트럼보' 포기하지 않는 일의 피곤함

보고 나면 왜 이 영화가 2016년에 도착했는지, 그리고 지금의 한국이 얼마나 끔찍하게 촌스러운 나라인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더 나쁠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는 누구든 트럼보처럼 한 방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누구도 그처럼 버틸 생각을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예술계고 기업계고 어디고 놀랍도록 닫혀있는 패거리 문화의 끝판!
2016년 04월 11일 10시 05분 KST
중식이 밴드x정의당 여혐 논란과 '이상한

중식이 밴드x정의당 여혐 논란과 '이상한 그림'

이 문제의 핵심은 여혐을 한 중식이를 진보정당 정의당이 끌어들였단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런 논란이 일어난 후에 취한 당의 대응이다. 내가 짜증 나는 건 왜 이 사과를 정의당 '여성위원회'가 했냐는 것이다. 이거 좀 이상한 그림 아닌가? 차라리 여성위원회가 당원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서 중앙당에 사과를 요구하거나 하는 그림이 되었어야 맞는 거 아닌가? 오히려 이런 그림이 문제를 더 좋지 않은 그림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2016년 04월 05일 11시 41분 KST
'저스티스 리그'의 예고편은 아니다 | < 배트맨 v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의 예고편은 아니다 | < 배트맨 v 슈퍼맨 >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어떻게 배트맨과 슈퍼맨을 봉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둠스데이의 등장으로 가능해지지만, 이전에 그들이 우선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생긴다. 증오가 함께하는 팀이 팀워크를 발휘할 리는 없으니까. 그래서 영화는 장치를 마련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은 않겠다. 각자 판단하시길 바란다. 나로선 그냥... 아 이럴 수도 있구나 싶어 되레 참신한 느낌 정도였다고 말씀드리겠다.
2016년 03월 25일 10시 53분 KST
헤이트풀8 - 타란티노의 8번째

헤이트풀8 -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

나는 이 영화에 수작이니 걸작이니 하는 말 필요 없이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이라는 수식어만 붙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만한 브랜드가 또 있을까? 타란티노의 영화는 타란티노만 만들 수 있다. 10편 만들고 은퇴하겠다는 소리는 제발 그만 했으면 한다.
2016년 01월 08일 06시 02분 KST
내부자들 | 원작엔 없지만 영화엔 있는

내부자들 | 원작엔 없지만 영화엔 있는 것

원작에 없으나 영화에는 있는 것이 있다. 분노다. 영화는 등장하는 나쁜 놈들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위해 원작이 가지고 있던 많은 미덕들을 제거한다. 이야기는 단순해지고 세계는 얕아졌다. 하지만 나쁜 놈들이 왜 나쁜 놈이고, 그들이 큰 틀에서 어떻게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해악을 입히는지에 대해서만은 결을 유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말 열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오직 이 부분만이 영화가 현실을 담보로 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5년 11월 13일 12시 20분 KST
소수의견 | 이러나 저러나 세상은

소수의견 | 이러나 저러나 세상은 굴러가는데...

<소수의견>이 개봉했다. 원작자 손아람 작가는 손수 각본도 쓰고, 단역으로 출연도 했다. 원작자의 기대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무색하게도, 밀려 밀려 2015년에 개봉하게 되었다. 영화가 뭔가 잘못되었나? 흥행할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을까? 내가 본 <소수의견>은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다. 오히려 단점을 꼽자면, 재미를 지나치게 의식한 건 아닌가 하는 점일 정도로 말이다.
2015년 07월 01일 07시 27분 KST
다 외로워서

다 외로워서 그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딴지일보의 편집장 너부리가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세상의 모든 문제는 "다 외로워서 그래"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심히 공감했지만, <폭스 캐처>를 보고나서 또 한 번 'ㅇㅇ 진리임'을 또 한 번 공감했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이 '외로움'이라는 것과 싸우거나, 부정하려 몸부림치거나 하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것 아닐까? 슬프지도, 씁쓸하지도 않았다. 뭐. 어쩔 수 있나. 하는 생각만 들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2015년 04월 08일 12시 12분 KST
야구와 인생이 아니라, 그냥

야구와 인생이 아니라, 그냥 인생

누군가는 이것을 가리켜 '희망 고문'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미 실패했던 사람들이 다시 비상하는 것은 처음보다 몇 배, 몇 십 배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틀린 말도 아니다. 허나 '미련'이란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시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원더스는 그냥 '희망 고문'만을 주는 곳이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 죽기 살기로 뛰었으며 23명이 프로 구단에 입단했다. 모든 사람이 가지는 못했다. 프로 구단에 입단한 선수들은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그들의 구호를 증명했다. 그러나 입단을 하지 못한 선수라고 해서 원더스 생활이 의미 없는 것이었을까?
2015년 04월 06일 07시 28분 KST
개가 개를

개가 개를 먹는도다

오늘도 누군가가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이런 일은 늘상 있는 일이다. 누군가는 거의 매일, 매시간 SNS를 통해 실수(도 있지만 정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다가 대차게 돌려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유명인들이 그렇다.)를 하고 있다. <소셜포비아>가 다루는 사건의 핵심인물인 '베카'와 '도더리'가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문제가 된 매개는 좀 다르지만 심한 조리돌림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같다. 보통 이런 지경에 이르면, 사람이 상당히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게, 안 겪어본 사람은 잘 모른다. 무시할 수 있을 것 같고, '뭐야 꺼져' 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도 않다.
2015년 03월 27일 13시 11분 KST
위플래쉬 - 다시는 연주자를 무시하지

위플래쉬 - 다시는 연주자를 무시하지 마라

형. 저 재능이 없는 것 같지 않아요? 대답은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다. "재능이란 건, 끝까지 해보고 말하는 거다. 하다하다 안되면, 그때서야 재능이 없다고 할 수 있겠지. 반대로 재능이 있다는 건, 스스로 그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비교적은 적다는 걸 말해. 알겠냐? 건방떨지 말고 연습이나 해라. 재능 같은 건 아직 니가 입에 올릴 말이 아니다."
2015년 03월 19일 10시 05분 KST
버드맨 - 뛰어도, 돌아도, 더 큰 원을 그릴

버드맨 - 뛰어도, 돌아도, 더 큰 원을 그릴 뿐.

우리 모두는 어떤 원에 갇혀 산다. 그것을 습관이라 부르든, 관성이라 부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그렇게 다양하지도 않다. 결국 자신의 밑바닥까지 스스로 돌이켜보고, 그것을 깨드릴 무진장한 대담함만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버드맨>은 마이클 키튼이나 연출자의 자전적인 영화이면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도 치환 가능한, 그렇게 보편적인 이야기다.
2015년 03월 17일 10시 13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