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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게이

게이, 유부남, 회사원

게이, 유부남, 회사원. 소띠. 스무 살이 되면서부터 주변에 제한적으로 커밍아웃을 해왔다. 동성 연인과 5년의 연애 끝에 2013년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대학 때 문학을 공부했지만 현재 그와는 관련 없는 회사에서 밥벌이를 위해 일하고 있다. 시문학동인에서 시를 쓰고 있으며 단편 영화를 감독하기도 했다.
두 번째 30년 상환부터는

두 번째 30년 상환부터는 공동명의로

이제 서울 사는 게이나 레즈비언들은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절대 청약 당첨이 될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이전엔 일정 비율에 대해서는 가점 상관없이 무조건 추첨이었기에 그거 하나 바라고 청약을 넣었던 건데, 8월부턴 무조건 가점제가 되었다. 법적인 결혼을 할 수 없는 우리 동성애자들 같은 경우에는 결혼을 한 이성애자 부부들과의 가점 경쟁에서 상대가 될 수가 없다.
2017년 09월 28일 12시 01분 KST
드라이버는 영원히

드라이버는 영원히 베이비

'베이비 드라이버'는 결코 자동차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십 수년은 회자될 만한 오프닝 자동차 도주 시퀀스의 자동차는 흔하디 흔한 스바루다. 수억 원짜리 슈파카를 장난감 자동차마냥 찌그러트려 버리는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다르다. 그런 영화들에서는 자동차 그 자체가 주인공이고 속도 그 자체가 주제이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엄마에 대한 영화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드라이빙은 다른 어떤 영화들에 못지 않는 볼거리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 안에서는 와이퍼 소리로, 경적 소리로, 급회전하는 타이어 소리로, 차체를 두들기는 소리로, 오로지 음악의 부분들로 작용할 뿐이다.
2017년 09월 22일 09시 29분 KST
게이 부부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이 부부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

한 번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형이 워낙 좋아하는 밴드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콘서트를 열었었는데, 형 몰래 티켓을 예매해 깜짝 선물한 적이 있다. 1부 무대가 끝나고 밴드가 옷을 갈아 입는 동안 빈 무대를 대신 채워줄 초대 가수가 나왔는데, 시간을 더 때워야 했는지 관객들을 대상으로 말을 걸다 우리를 발견하고선, 아, 여기 또 불쌍한 분들이 계시네요, 이런 날 남자 둘이 콘서트장까지 오시고, 이 불쌍한 두 남성분께 위로의 박수 부탁 드립니다, 라고 말하며 친히 우리를 손가락으로 콕 콕 찍어 주었다. 당연히 그 조롱의 대상은 게이 커플이 아니라 솔로인 두 이성애자 남자였겠지만, 그래서 더 슬프고도 분한 2부 공연이었다.
2016년 12월 23일 12시 03분 KST

"김게이야, 결혼 축하해!"

기억할지 모르겠다. 술을 못하는 내가 너랑 단둘이 처음 술 마셨던 밤. 그날도 술 마시면서 난 너에게 '왜 연애 안 하느냐'고 어리석게 질문했고, 넌 웃어넘겼지. 술집을 나와서 택시를 잡기 위해 걸어가던 구청 근처에서 너는 그제야 정말 차분하게 네가 게이라고 내게 말해줬어. "헉!" 정말 크게 내뱉은 내 첫마디였지. 내 목소리가 너의 차분함과 대조적으로 밤공기를 갈라버려서, 내 첫 반응이 혹시 너한테 상처가 됐을까 봐 그날 너랑 헤어지고 집에 와서 두고두고 미안했어.
2016년 06월 22일 10시 12분 KST
남편이 나의 위로인 만큼, 나도 형의 위로가

남편이 나의 위로인 만큼, 나도 형의 위로가 되길

사실 난 하는 꼴만 봐선 꼴등 남편이다. 결혼 3주년 기념일이 다가오지만, 결혼한 후 뿐만 아니라 같이 산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일 저녁 쓰레기 분리수거도 거의 매주 형이 혼자 하게 되고, 술에 정신을 잃고 새벽에 들어온 날이면 내 옷을 갈아 입히고 침대에 눕히는 것도 형이다. 그런 형에 비하면 난 정말 빵점짜리 남편이다. 내가 형에게 남편 노릇을 잘 못해줘서 미안한 건 단순히 집안일을 형이 더 많이 감당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게 부부 생활에 얼마나 큰 부분인지는 누군가와 동거를 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그것보다도 더 형에게 미안한 부분이 있다.
2016년 05월 30일 10시 36분 KST
이번 설도 우리 엄마는 아들의

이번 설도 우리 엄마는 아들의 남편과

모두들처럼, 게이들도 참 전형적인 제 몫의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 특히 내 나이 또래나 나보다 조금 더 형님인 게이들이라면 넌 여자친구 안 사귀냐? 형은 여자친구 안 사귀어? 오빠는 여자친구 안 사귀어요? 라는 식으로 거의 모든 친척들에게 집중포화를 맞기 십상이다. 실제로 주변에 보면 이런 오지랖을 피해 일부러 고향에 안 내려가는 게이들도 참 많다. 한국에서 태어난 게이 주제에 양가의 축복을 받고 결혼식을 올린 우리는 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 일이 없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쳐도, 일가 친척이 모인 남편의 큰집에 함께 찾아가 차례상에 절을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2016년 02월 06일 09시 01분 KST
형이랑 처음 만난

형이랑 처음 만난 날

잠깐 보는 사이에 형이 내가 참 좋아하는 인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보통 사진만 본 후의 첫만남에서 진짜 괜찮은 사람이 나오는 건 (일반들의 소개팅에서도 비슷하겠지만) 열에 하나 정도 되려나. 그런데 그 사람이 날 마음에 들어 할 확률도 열에 하나일 테니, 둘의 쿵짝이 잘 맞으려면 100번은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내 생각이다. 아마 형을 만난 그때가 내 100번째 차례였나 보다.
2016년 01월 19일 11시 12분 KST
형 같은 소파를

형 같은 소파를 사야지

한 달 전부터 이사 갈 집을 찾아 다녔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형도 같은 생각이어서, 틈이 날 때마다 밖에 나가 이 동네 저 동네 부동산을 부부구경단처럼 들쑤시고 다녔다. 물론 다닐 때마다 저희는 일심동체이다 못해 일심동성까지 된 부부입니다, 라고 하지는 못하고, 방을 나눠 쓸 선후배 사이라고 설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 되도 않는 거짓말을 누가 믿었을까 싶기도 하다. 형은 날 쳐다만 봐도 눈에서 파블로프의 하트가 뿅뿅 나오는데.
2016년 01월 06일 13시 10분 KST
전셋값이 무슨 샤이니도

전셋값이 무슨 샤이니도 아니고

아무리 우리가 소비에 죄책감이 조금 모자란 부부라 해도, 애 없이 차도 없이 둘이 버는 우리 집조차 이렇게 전세금 걱정에 부들부들 해야 하는 꼴이라면, 외벌이에 차 몰면서 아이들까지 키우는 집들은 참 말이 아닐 것 같다. 오, 리스펙트가 절로 나오네. 양 집안의 도움 없이 결혼해 살림을 하고 있는 거긴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부부가 우리뿐만은 아닐 테고, 그나마 반월세 살다가 이번 집부터 빚을 얻어 전세 들어온 처지인데 원금을 갚기는커녕 전셋값 올려줄 생각만으로도 살림이 벅차니, 이것 참 집 없는 설움에 눈물이 벅차네.
2015년 09월 15일 07시 24분 KST
사소한 삶에 죄책감 가지지

사소한 삶에 죄책감 가지지 말자

회사 일이 삶의 전부인 부장님들 팀장님들, 임원이 된 선배들이 보기에 이런 내 삶의 관(觀)은 남자답지 못한 걸로 보일 수도, 비전이 없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나를 참 사소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하겠지. 하지만 나는 사소하게 살고 싶다. 내 몫이 아닌 욕망을 가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가지기 싫다. 청운의 꿈도 없고 부귀영화도 필요 없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큼 회사에 기여를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사소한 소비와 사소한 여가의 행복을 즐기며 살고 싶다. 출근은 하지만 출근하기를 계속 싫어하면서, 회사에 없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계속 고민하면서, 오순도순 내 깜냥대로 과장이나 거짓 없이.
2015년 07월 23일 09시 56분 KST
어메이징 퀴어, 어메이징

어메이징 퀴어, 어메이징 그레이스

이것은 단순히 서울의 한복판 밝은 거리에 남자끼리 손 잡고 걸을 수 있는 자유의 만끽 수준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버스에서, 주변 건물에서, 길거리에서 우리의 행진을 보며 손을 흔들어주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더 반갑게 손을 흔들고 큰 소리로 환호했다. 우리 스스로를 인정하고 거리로 나서자 우리를 인정하고 반겨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시청부터 명동까지 거대한 무지개 띠를 만들며 걷는 건 한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한 시간을 위해 짧게는 몇 달 동안 혐오 세력에 맞서 싸울 힘이 필요했고, 길게는 지난 열다섯 번의 축제가 필요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한 시간은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역사에서 가장 힘차고 아름다운 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2015년 07월 01일 06시 38분 KST
복면

복면 게이

어쩌다 나오게 된 방송 "SBS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블러 처리된 나와 남편의 얼굴을 보니, 글을 쓸 때 느꼈던 이 김게이라는 이름의 가면성이 너무 직접적으로, 시각적으로 느껴져 뭔가 유난스러운 오늘이다. 언젠가 나도 가면 위의 가면을 벗고, 비로소 내 모든 가면을 벗어 자유로워질 날이 오길 바란다. 대부분의 회사원 게이가 그렇듯, 어쩌다 술자리 이야기로 게이 연예인 이야기라도 나오면 더럽네 죽여버리고 싶네 하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조직에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신세 탓에 아직 가면을 벗을 자신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맺을 관계를 내가 선택할 수 있게 되는 날, 그 냄새 나는 편협함을 굳이 견디지 않아도 되는 날, 그날 족쇄를 끊듯 가면을 벗고 노래를 해야지. 덩실덩실 춤을 춰야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주지 않겠는가.
2015년 06월 08일 13시 11분 KST
사랑만 하기에도 우리 게이들의 젊은

사랑만 하기에도 우리 게이들의 젊은 오늘은

입소하기 전 굳이 우리 집 주소를 물어 가더니, 누가 게이 아니랄까봐 전투화 뒤꿈치에 주름이 잡히기도 전에 편지를 써 보냈다. 4주 훈련 받으면서 애인도 아니고 부모님도 아니고, 나한테까지 이렇게 손편지를 써서 보내다니... 이렇게 게이게이한 동생에게 또 이름부터 게이인 내가 어찌 답장을 써주지 않을 수가 있나. 회사 근처 문구점에 가서 편지지 사와 가지고, 바로 쓰면 수정을 못하니 아웃룩에 업무 메일 쓰는 척 초안까지 써가지고, 피씨로 쓴 걸 또 손으로 옮겨 써 장장 세 장에 걸친 위문 편지를 보내줬다. 뭐, 게이끼리 주고 받는 위문편지라 해서 별다른 건 없다. 뭐 대충 이런 편지랄까...
2015년 05월 20일 07시 20분 KST
한국에 태어난 게이

한국에 태어난 게이 주제에

여자 남자가 결혼해도 시댁 처갓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파혼 이혼도 한다는데, 난 한국에 태어난 게이 주제에 무슨 복을 타고 나서 이렇게 좋은 가족들을 만났는지 모르겠다. 지난주 시골에 내려가기 전, 커밍아웃을 한 대학생이 가족에게 끝내 이해 받지 못하고 한강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었는데,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이 온전히 내 운이 좋아서라는 생각에 한없이 감사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괜스레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내가 천의 하나로 복 받은 게이라면, 이 복 많은 게이가 차츰 백의 하나, 열의 하나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2015년 04월 09일 13시 33분 KST
파란색

파란색 게이

20대 초반 한창 연애에 목말라 있을 때에는 뜬금 없이 램프의 요정에게라도 빌고 싶은 소원이 한 가지 있었다. 팔 다리 굵고 등이 운동장처럼 넓은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김게이야 김게이야, 그 동안 게이로 살기 난이도 나이트메어 급인 한국 사회에서 음으로 양으로 호모 포비아들의 핍박을 받으면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왔으니 내가 업적 보상으로 네 소원 하나 들어줄게, 원하는 게 뭐니? 라고 묻는다면 이 초능력을 달라고 꼭 말하고 싶었다.
2015년 03월 20일 07시 45분 KST
게이 삼촌, 그저 조금 더

게이 삼촌, 그저 조금 더 모던한

형과 함께 병원에 찾아가 첫 조카를 처음 봤을 때부터 했던 생각이 있다. 내 조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우리 삼촌은 게이야" 라고 별 일 아닌 듯 말하고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생님이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해서 부부가 되는 게 결혼이라고 가르쳐 줄 때, 남자와 남자도, 여자와 여자도 결혼할 수 있다고 손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불어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음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풍부히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5년 전에는 그저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던 건데, 이제 막상 3년만 더 있으면 첫 조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거라고 생각하니 참 삼촌으로서 내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다.
2015년 03월 05일 11시 03분 KST
티파니에서

티파니에서 반지를

이제 드디어 남자친구 반지 사이즈를 찾아야 할 때가 왔구나. "신부님 사이즈는 알고 계신가요?" "아뇨, 몇 호인지 그런 건 모르는데, 제가 껴보면 알 것 같아요." "아 네, 새끼손가락에 맞으시나요?" "아뇨, 엄지에 껴봐야 알 수 있어요." "아 네.... 네? (흠칫) 네. 그럼 일단 6호부터 드려볼게요." "아뇨, 아뇨, 저보다 사이즈 크니까요, 아주 아주 크니까 큰 거 좀 껴볼게요." 내가 이번에는 굳이 남자에게 줄 반지라고 말을 안 했으니, 직원 분께서 조금 당황했을 것 같기도 하다.
2015년 01월 30일 09시 59분 KST
티파니에서

티파니에서 반지를

고도로 훈련된 백화점 매장 직원이라면, 그것도 다른 데도 아니고 S 본점 티파니 매장 직원이라면, 남자가 남자에게 줄 프러포즈 반지를 사러 오는 경우 정도는 대비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직원의 반응은 분명 즉흥적인 것이었다. 뭐야, 티파니가 뭐 이렇게 촌스러워? 맨하튼에 있는 티파니 매장에서는 이런 거 상상도 못할 일이야! 물론 가본 적 없긴 하지만...
2015년 01월 27일 04시 41분 KST
신혼여행, 언젠가 한 번

신혼여행, 언젠가 한 번 더

노트북 앞에 앉아 한창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메일 쓰고 있는데 형에게서 카톡이 왔다. 우리 회사 임직원들 대상으로 하와이 항공권 엄청 할인해서 나온대! 우리 갈까? 알아볼까? 우와, 대박이네 올 여름 휴가 하와이 가면 되겠다. 빨리 예매 알아봐! 하와이는 우리가 신혼여행지로도 고민했던 곳인데, 비행기표까지 싸게 살 수 있다면 웬 떡이냐 하면서 질러야지. 그런데 잠시 후에 형에게서 다시 카톡이 왔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가족만 동반 가능하네... 가족관계 증명 서류가 필요하대...
2015년 01월 20일 11시 38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