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image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헬리콥터 머니' 논쟁이 주는

'헬리콥터 머니' 논쟁이 주는 교훈

물론 경제침체가 지속된다면 금리인하와 선진국과 같은 양적완화를 생각해볼 수 있으며, 돈이 잘 돌지 않는 현실에서는 특정 부문에 집중하는 선별적 양적완화가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헬리콥터 머니 논쟁이 시사하듯, 이 경우 발권력을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가에 관한 공개적 논의와 민주적 합의, 그리고 정부에 대한 규율과 정부와 중앙은행의 협조가 필수적일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누구를 위한 양적완화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2016년 05월 17일 06시 10분 KST
세금도둑을

세금도둑을 잡아라

한국은 어떨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국이 조세회피처에 숨긴 자금이 세계 3위라고 이미 보도된 바 있다. 또한 한국 대기업이 케이맨 군도 등 조세회피처에 송금한 금액이 2007년 이후 8년 동안 4324억달러에 이르는데, 국내로 들여온 금액은 2740억달러에 불과하여 탈세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에도 195명의 한국인이 포함되었다고 보도된다. 그럼에도 탈세를 막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모자라는 현실이다. 국세청은 최근 역외탈세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지만, 국회에서는 해외계좌의 신고의무 금액을 낮추는 등 여러 법안이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2016년 04월 19일 06시 09분 KST
알파고, 로봇과 노동의

알파고, 로봇과 노동의 미래

경제학자들도 대량실업은 아니지만 로봇이 가져오는 또 다른 충격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40여년 동안 실질임금이 정체되고 불평등이 심화되었으며 최근 국민소득에서 자본의 몫이 크게 증가한 현실이 기술과 관련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기술진보가 고등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에게만 도움이 되고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의 처지는 악화시킨다고 보고해왔다. 또한 90년대 이후 주로 중간층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대체되어 일자리와 임금의 양극화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2016년 03월 22일 10시 57분 KST
와타나베 씨의

와타나베 씨의 불안

"맨날 소비가 부진해서 문제라지만 쓸 돈이 있나요." "네, 임금이 늘어야 소비가 늘 테니, 노동자들도 임금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냈으면 좋겠네요." 가장 큰 문제는 아베노믹스가 기대하는 선순환의 핵심고리인 임금인상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은 늘었지만 일본의 실질임금은 4년 연속 하락하여 작년에도 0.9% 줄어들었다.
2016년 02월 23일 12시 21분 KST
장기정체론이 던지는

장기정체론이 던지는 질문

2016년 예산증가율은 경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도 낮은 3%인데, 연금 등을 제외하면 복지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제기구들이 발표하는, 경기변동효과를 제거한 재정수지를 보아도 작년을 빼면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재정은 긴축적이었다. 이는 역시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증가를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생산적인 정부지출은 줄여야 할 것이고 국가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대에 재정건전성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정말로 나라살림이 걱정된다면 복지지출을 억제할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증세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2016년 01월 12일 05시 21분 KST
저커버그와 다이아몬드

저커버그와 다이아몬드 수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미국은 정부의 공적인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낮지만 기부를 포함한 사적 복지 지출은 훨씬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정책과 시스템의 변화를 위한 수많은 이들의 정치적 참여 없이 부자들의 선의에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자명하다. 저커버그의 기부와 관련해서도 우려 중 하나는 민주주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세금을 덜 내고 기부한 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과 정부가 누구에게 세금을 걷어 어떻게 쓸지 시민들이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15일 05시 24분 KST
이상한 나라의 마이너스

이상한 나라의 마이너스 금리

토끼를 쫓아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 앨리스. 그곳은 모든 게 거꾸로라서 은행에 돈을 맡기고 나중에 찾으러 갔더니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이자를 내라고 했다. 이른바 마이너스 금리다. 화가 난 앨리스는 하트 여왕에게 따졌지만 금융위기니 불황이니 경제에 관한 머리 아픈 설교만 듣고 지쳐서 깊은 잠이 들었다. 동화같이 들리지만 현실의 이야기다.
2015년 11월 17일 09시 05분 KST
왜곡된 디턴과 힘겨운

왜곡된 디턴과 힘겨운 탈출

그가 노벨상을 수상하자 한국에서는 다시금 피케티와 디턴을 대립시키며 노벨상이 불평등보다 성장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식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듯, 이는 디턴의 주장에 대한 무지 아니면 왜곡의 결과였다. <위대한 탈출>의 주된 관심은 인류가 빈곤과 질병에서 탈출해온 역사였다. 그는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성장을 자극할 수 있으며 성장과 함께 불평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나 그의 책은 여러 곳에서 과도한 불평등은 경제에 해롭다고 강조하며, 특히 미국에 관한 장에서는 심각한 불평등이 부자들의 정치적 지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의 말마따나 "이미 탈출한 이들이 탈출로를 막아버리고 그들의 지위를 보호하는 경우 불평등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5년 10월 20일 08시 22분 KST
약자들에게

약자들에게 노동조합을

한국에서 절대다수의 노동자들은 힘이 너무 약해서 그리고 노조가 없어서 문제다.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약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며, 국제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우리 노동자의 권리는 방글라데시와 같은 세계 최하등급이다. 열악한 노동조건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우려에 노조를 만들기가 너무나 힘겨운 현실이다. 실제로 2014년 정규직의 노조가입률은 13.9%였지만 비정규직은 1.4%에 불과했다.
2015년 09월 15일 06시 03분 KST
김수행 교수와 마르크스

김수행 교수와 마르크스 경제학

마르크스의 경제사상을 선구적으로 한국에 알린 김수행 교수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상의 자유가 억압되었던 1980년대의 한국에서 자본론을 완역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치며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이론뿐 아니라 실천에도 앞장섰던 그는 진보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스승이었다.
2015년 08월 18일 10시 17분 KST
현대판 그리스 비극

현대판 그리스 비극 읽기

문제는 부채탕감 없이 긴축만을 강제하는 현재의 구제금융으로는 그리스의 부채문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의 국가부채비율이 2022년에도 GDP의 170퍼센트에 달할 것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당한 부채탕감이나 30년의 상환연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몇 년 후 그리스가 부채를 갚지 못해 다시 그렉시트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고, 현재의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다른 남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지경에 처해 유로존의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부채탕감이나 긴축의 완화 없이는 그리스의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다음 막의 비극의 주인공은 유럽이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리석은 인간이 자초한 이 현대의 비극에서 카타르시스의 순간은 결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2015년 07월 23일 11시 28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