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image

권인숙

명지대 교수·여성학
주저 없어 더욱 슬픈, 엄마의

주저 없어 더욱 슬픈, 엄마의 선택

나를 더욱 슬프게 한 것은 무릎을 꿇는 사람들이 모두 어머니들뿐이었다는 사실이다. 보도에서는 '학부모'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화면 속에서 '부'는 찾기 힘들었다. 낮에 열린 것도 아니고 저녁 7시30분부터 열렸는데 왜 아버지들은 없었을까? 어딘가에 있었는데 무릎을 안 꿇은 것일까? 개개인이나 장애인 어머니 조직의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장애 아이를 낳거나 아이가 장애를 가지는 순간 거의 100%의 양육 책임을 혼자 짊어지게 된다는 장애인 엄마들의 현실의 한 단면을 보는 듯했다.
2017년 09월 20일 05시 50분 KST
군개혁, '경험의 벽'은 통곡의

군개혁, '경험의 벽'은 통곡의 벽인가

12년 전 지피(GP)에서 김 일병의 총기사건이 났을 때도 요즘 외동으로 유약하게 자란 왕자님들이 집단생활을 견디지 못해서라는 해석과 게임문화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군필 기자들에 의해 유력하게 설파되었다. 2014년 윤 일병 사건이 났을 때도 한 진보적인 군사평론가는 요즘의 왕따문화 때문에 자신이 군대생활 할 때는 없었던 집단왕따 현상이 일어났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군 인권 문제 발생의 원인을 군 생활에 부적합하게 길러진 요즘 청년들의 특성에서 찾으려는 선배 경험자들의 시도는 늘 활발하다.
2017년 08월 23일 11시 05분 KST
영초 언니에게 들려주는 나의

영초 언니에게 들려주는 나의 사랑노래

박사논문을 위해 8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20여명의 여성 활동가를 인터뷰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공통점 하나는 여자선배에 대한 부정적 기억이었다. 특히 남녀공학의 경우가 심했다. 인터뷰 여성 거의 모두가 남자선배를 운동가의 모범 또는 존경의 대상으로 꼽았다. 그들이 학생운동의 진짜 주역이고 헌신적이었으며 이론적 무장 등을 더 갖추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학생운동조직도 군대나 비슷하게 남자를 위해서 디자인된 공간이고, 여성 특히 여대생이 표상하는 기질이나 행동방식은 격하게 부정되었던 문화가 주류였다.
2017년 07월 26일 12시 37분 KST
환상이 1도 없는 저출산

환상이 1도 없는 저출산 시대

"결혼은 몰라도 아이는 낳지 않을 겁니다." "왜?" "잘못 키우면 큰일 나는데 잘 키울 능력도 자신도 의지도 없어요!" 두 주 전 세미나 수업을 같이 하던 학생들과 마지막 수업에 나눈 결혼, 아이에 관한 대화이다. 특이점은 6명(남1, 여5)의 학생 중 여학생 1명을 제외하고 다섯 명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막연한 걱정이나 자신 없음, '이러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선호를 표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확고하게 정립된 결심을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2017년 06월 28일 07시 42분 KST
동성애 인정하면 동성애가

동성애 인정하면 동성애가 퍼진다?

특정 소수자 혐오는 그 소수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너무 퍼지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전염과 확산에 대한 경계 혹은 공포가 깔린 의심에서 출발한다. 미혼모의 존재를 인정하면 너도나도 미혼모가 되려 하지 않을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면 너도나도 군대 안 간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바탕에선 이들이 적게 존재하면, 심지어는 없으면 더 좋다는 생각을 당연시하고 있다. 소수자 인권을 부정하지 않더라도 결국 차별이 예방이라는 믿음도 깨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수자 인권은 허술한 토대 위에 집을 짓고 있는 셈이다.
2017년 05월 31일 07시 51분 KST
1325를

1325를 아시나요?

여성의 목소리가 가장 들리지 않는 영역이 남북관계나 분쟁 관련 소관 부처인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이다. 2000년이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각종 회의 단위에 여성은 거의 없었다. 현재도 그렇다. 관련 부처 장차관에 여성은 없고 고위급의 여성 비율도 3~4%선이다. 관련 연구기관의 여성 비율도 아주 낮다. 2017년 기준 국회의 국방위원회(17명)와 외교통일위원회(22명)에 여성 위원은 각 한 명씩이다.
2017년 04월 05일 08시 16분 KST
여성이 '하향선택결혼'하는 세상에서 살고

여성이 '하향선택결혼'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여성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선택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관습 또는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어 역풍을 맞은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포럼에서 제출된 저출산 대책의 한 대목이다. 이 대목 전에 언급한 비혼 여성의 고스펙이 저출산의 원인이니 스펙 쌓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저급해서 관심도 가지 않았다. 그러나 '하향선택결혼'이라는 대안에는 웃음이 터지긴 했지만 눈길은 갔다. 약간 반갑기까지 했다.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 바로 많은 여성들이 쉽게 '하향선택결혼'을 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2017년 03월 08일 05시 35분 KST
여자(결코 성차별

여자(결코 성차별 아님)가?

아마도 80, 90년대, 아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그림을 표현의 자유와 풍자의 프레임으로만 보았을 여성들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여성들에게 젠더질서의 변화가 정권교체만큼 중요한 현실이 된 것을 작가는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스스로 여성비하를 자청하고 있는 시국에서 이런 그림이 가지는 풍자적 의미는 무엇일까? 오히려 대통령이 여성임을 부각시키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해온 여성들의 활동과 문제의식을 공격하는 혹은 무시하는 수준의 작품이 아닐까? 남성 작가나 국회의원이 여성들의 문제제기를 의식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살 수 있었던 세상은 끝나가고 있다.
2017년 02월 08일 07시 12분 KST
젊은 여성들이 확

젊은 여성들이 확 바뀌었다!

강남역 사건 이후의 집단적 변화가 없었다면 대통령과 최순실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이용한 여성비하와 혐오문화가 엄청나게 유통되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여성문제로, 페미니즘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여성이 많아졌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아마도 여성 다수에게 해당되는 비정규직, 저임금 문제와 함께 성 욕망, 낙태, 성폭력, 미혼모 등 섹슈얼리티 문제를 둘러싼 문화적 법적 도전이 한국 사회에서 더 전면화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촛불집회의 시민혁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문화적 변화를 낳을 힘의 태동은 시작되었다.
2017년 01월 11일 05시 20분 KST
촛불집회가 막은

촛불집회가 막은 이민

오랫동안 사람들에 실망했기에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얻은 것 중 개인적으로 제일 의미 있는 것은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그 공간에서는 서로에게 너무 친절하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옆 사람의 존재가 소중한 느낌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꽤 오래 경험해왔던, 불신과 불안에 휩싸여 타인에게 공격적이고 거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집회 초기에는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여성혐오적인 발언도 꽤 나왔다. 그러나 여성혐오적인 발언이 나온다는 사실보다 그 발언을 빠르게 비판하고 다시 나오지 않게 조심하는 모습에 더 눈길이 갔다.
2016년 12월 14일 05시 25분 KST
미 대선, 분노가 아니라

미 대선, 분노가 아니라 혐오였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의 혐오범죄가 47%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선거 후 잇달아 인종혐오범죄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개별적인 혐오범죄의 증가만은 아니다. 경제침체와 양극화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이민자 등 소수자 혐오를 해도 되는 현실, 다수가 이를 지지한다는 자신감이 낳을 결과들이다. 트럼프가 제일 먼저 발표한 정책이 300만명의 이민자 추방이다. 가난한 계층에 대한 복지를 외면하고 이민자 소수자에 적대적인 정책에 의해 양극화는 더 강화되고, 인종이 계급인 사회에서 인종 분리 현실은 심화될 것이다.
2016년 11월 16일 05시 17분 KST
이화여대, 명예를

이화여대, 명예를 회복하려면!

처음 정양의 입학비리 소식이 나왔을 때 이대가 피해자 코스프레라도 해주길 기대했었다. 겁박이 심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말이다. 하지만 연결고리가 깊어 그렇게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명예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다. 요지경에서 빠져나오는 결단이다. 관계가 무엇을 중심으로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한 사실을 제대로 밝히고 사과하면서 덤터기의 고리를 끊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변명과 방어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결단, 과정에 대한 실태 인정, 사과, 결과 수용의 과정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2016년 10월 19일 08시 33분 KST
모병제, 여성에게 취업 길

모병제, 여성에게 취업 길 열린다

모병제와 관련하여 여성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볼 부분은 취업 기회의 확대다. 저임금과 비정규직 같은 고용 불안정의 더 큰 피해자인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인 군대의 취업은 의미가 크다. 군대가 가난한 남성의 공간이 된다는 것이 모병제에 대한 중요한 반대논리이지만 여성은 상대적으로 많은 계층에서 선택한다. 직업적 안정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는 드문 공적 권력자(군인)가 된다는 선망과, 미국과 같이 대학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 일찍 독립적 삶을 기획하는 데 유리하기에 다양한 계층의 여성이 참여한다.
2016년 09월 21일 07시 26분 KST
팟캐스트, 남자만의

팟캐스트, 남자만의 세상

중요 정치 팟캐스트는 대부분 남성들로만 구성되고 여성들은 정치인으로 소개되는 것 외에는 패널로서 거의 초대되지 못한다. 정치나 관련 지식의 남성 독점이 심했던 한국의 현실에서 당연한 면도 있다. 정치 팟캐스트 특유의 자아도취적 독불장군식의 말투에 여성들이 잘 적응 못하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편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움도 없고 혹은 나아지려는 조짐도 보이지 않을 때는 답답해진다. 7월 초 인기 정상의 '노유진'을 잇는 '노유진 2'의 야심찬 첫 기획으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낱낱이 파헤쳐주마! 맞춤형 보육'이라는 한국의 아동보육 문제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런데 패널은 모두 남자였다.
2016년 08월 24일 06시 35분 KST
20대 여성 가방 속 콘돔, 세상을

20대 여성 가방 속 콘돔, 세상을 바꾼다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할 때 중년의 교육 대상자에게 늘 묻는다. "20대 따님 가방에서 콘돔이 나오면 어떨 것 같아요?" 성별과 직업에 무관하게 거의 한결같이 질겁하는 모습이다. 학생들에게도 수업 시간에 같은 질문을 몇 년째 하고 있다. 대부분 "너 무슨 짓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라고 부모님이 실망하면서 화를 낼 거라고 예측한다. 실제로 한 남학생은 누나와 자기가 둘 다 콘돔 소지를 하다 엄마에게 들킨 일이 있었는데 자기에게는 별말씀 없던 엄마가 누나에게는 욕설을 하셨던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2016년 07월 27일 06시 24분 KST
아는 남자, 모르는

아는 남자, 모르는 남자

사실 위험하고 치명적인 수준의 여성폭력이나 성폭력 범죄는 거의 대부분 아는 관계에서 벌어진다. 그리고 이런 폭력은 주로 여성의 사회경제적 낮은 지위, 오랫동안 문화 속에 자리잡혀온 여성혐오, 성역할이나 '남자다움/여자다움'에 대한 경직된 신념과 실천에서 기인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여성의 범죄불안은 모르는 남성에게만 집중된다. 아는 남성에게는 보호자 역할을 기대하고, 모르는 남성은 가해자로 규정함으로써 두려워하고 심지어 혐오한다.
2016년 06월 29일 12시 54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