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정

영화주간지 《씨네21》 기자. 영화를 보고 영화를 말하고 영화를 쓰는 기자로 십수 년간 일해왔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속도전에서 오래되고 뒤처지고 낡은 것들을 돌아보려 애쓰는 사람. 여행의 상당 부분을 그 사소한 시간에 할애한다. 벼룩시장과 오래된 카페, 낡은 교각에서 보낸 여행 그리고 그 더딘 공기를 차곡차곡 수집해온 시간 수집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메바 뮤직' | 세상 모든 음반들이 무한 증식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메바 뮤직' | 세상 모든 음반들이 무한 증식하는 곳

믿는 자여, 나를 따르라. 로스앤젤레스에 가면 천국이 있다. 당신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음반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언컨대 이보다 더한 천국은 없을 것이다. 일목요연하게 늘어선 음반의 행렬이 매장을 가득 채운 채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CD 한 장의 물질이 가지고 있는 얇기로 가늠해볼 때, 도대체 이 안에 몇 장의 CD가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매장에서 음악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 만약 이 음반들을 다 들어볼 작정을 하고 듣는다면, 평생 이곳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메바 칩거 유형'의 인간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2015년 11월 06일 14시 03분 KST
뉴욕 브루클린 빈티지숍 '비콘스 클로짓' | 뉴욕 힙스터들의 공인된 비밀

뉴욕 브루클린 빈티지숍 '비콘스 클로짓' | 뉴욕 힙스터들의 공인된 비밀 옷장

뉴욕에 가면 첼시나 브루클린 거리를 활보하는 힙스터가 되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빈티지 아이템들을 워낙 즐겨 입는 그들의 착장은 보는 족족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저기요? 그런 건 도대체 어디 가서 구매할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보고 싶은 것투성이.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영업 기밀을 캐묻는,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다. 사실 묻지 않아도 뉴욕에서는 공인된 답변이 존재하고 있다. 브루클린에 있는 빈티지 매장 '비콘스 클로짓(Beacon's Closet)'은 뉴욕 힙스터들의 비밀 옷장 같은 곳이다.
2015년 10월 30일 14시 53분 KST
핀란드 헬싱키 파실라 인근 벼룩시장 | 추억까지 판매하는 북유럽 빈티지의

핀란드 헬싱키 파실라 인근 벼룩시장 | 추억까지 판매하는 북유럽 빈티지의 천국

핀란드 곳곳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은 디자인 강국의 자긍심은 그대로 남기고, 비싼 가격은 체에 걸러 휘발시킨 합리적인 공간이다. 그러니 핀란드의 디자인 감각을 제대로 소비하고 싶다면, 주말을 통째로 벼룩시장 투어에 할애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다. 또 피다(Fida)나 UFF처럼 평일에도 갈 수 있는 세컨드핸드숍들도 많다. 벼룩시장은 주로 광장을 중심으로 열리는데, 히에타라하티(Hietalahdentori) 벼룩시장이 대표적이다. 키아스마 현대미술관을 가게 된다면 미술관 뒤편 공터에서 벼룩시장이 열려 애써 찾지 않아도 마주칠 확률이 크다.
2015년 10월 23일 12시 11분 KST
도쿄 신주쿠 벼룩시장 | 도쿄 젊은이들의 취향

도쿄 신주쿠 벼룩시장 | 도쿄 젊은이들의 취향 집합소

도쿄에만도 벼룩시장이 워낙 많지만 그중 도쿄 도청 근처에서 열리는 신주쿠 벼룩시장은 추천할 만한 명소다. 규모가 아주 크진 않지만 전문 상인들보다 가진 물건을 처분할 개념으로 짐을 싸온 이들이 많아 다른 곳보다 값이 저렴하다. 셀러들 중 상당수가 젊은이들인데 가진 물건들을 판매하는 이들이 대다수고 더러는 아예 즉석에서 뜨개질을 해 작은 파우치 같은 것들을 판매하기도 한다. 물건의 종류도 제각각인데다 가격도 대중이 없다. 사고 싶은 가격을 대충 제시하면 신기하게도 대부분 그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다. '부르는 게 값이다'란 말의 주체를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에게 적용시켜도 크게 무리가 없는 공간이 바로 이곳인 셈이다.
2015년 10월 16일 12시 23분 KST
독일 베를린 마우어 파크 벼룩시장 | 분단의 아픔을 딛고 휴식처로 탈바꿈한

독일 베를린 마우어 파크 벼룩시장 | 분단의 아픔을 딛고 휴식처로 탈바꿈한 공간

마우어 장벽은 1961년 독일 정부가 축조해 수많은 이산가족을 양산한 철의 장막이다. 45.1킬로미터의 콘크리트 벽에 가로막힌 채,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1989년 11월 9일, 냉전이 종식되던 날 베를린 사람들은 망치를 들고 나와 자신들을 억눌렀던 엄혹한 현실을 철거했다. 한때는 쓰레기 하치장으로 전락했었지만, 이곳은 이제 현지인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각광받는 공원이 됐고, 주말이면 이곳에서 베를린 최대의 벼룩시장이 열린다.
2015년 10월 08일 17시 31분 KST
이탈리아 베니스 기념품 가게 | 욕망을

이탈리아 베니스 기념품 가게 | 욕망을 찍어드립니다

안나의 카메라는 작동이 안 되는 장난감 카메라였다. 셔터를 누르면 눈앞의 전경이 찍히는 게 아니라, 카메라 안에 담겨 있는 풍경이 찰칵찰칵 한 장씩 넘어갈 뿐이다. 뷰파인더를 통해 안나가 지속적으로 본 건 내가 아니라 카메라 안에 이미 장착된 베니스의 주요 관광엽서다. 산마르코 대성당, 리알토 다리, 탄식의 다리, 곤돌라가 떠 있는 운하 등 베니스 풍경의 클리쉐가 모두 조악한 사진으로 담겨 있다. 순간, 어릴 적 대공원에서 샀던 장난감 카메라가 생각났다.
2015년 10월 01일 10시 56분 KST
덴마크 코펜하겐 빈티지 그릇 상점 | 그릇 애호가들을 위한

덴마크 코펜하겐 빈티지 그릇 상점 | 그릇 애호가들을 위한 타임리프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각종 빈티지 그릇들과 오래된 시계가 늘어서 있다. 눈으로만 탐닉하던 이베이의 세계가 직접 펼쳐져 있는 감격적인 순간. 주인아저씨에게 "내 친구가 얼마 전에 이곳에 다녀갔다"라며 반가움을 표했더니, 그 역시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이 반가운지 격하게 맞아준다. 나는 숙고하여 일본 빈티지 도록에나 나올 법한 그릇 몇 개를 정성스럽게 골라냈다. 아저씨 역시 이 그릇들의 역사를 설명해주며 정성스럽게 포장해주었다. 상점을 나오려는데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으로 된 걸까? 조금 더 욕심을 내야 하는 게 아닐까?
2015년 09월 24일 11시 15분 KST
프랑스 칸 벼룩시장 | 은식기와 샤넬백의 찬란한

프랑스 칸 벼룩시장 | 은식기와 샤넬백의 찬란한 유혹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의 벼룩시장은 취급 품목도 격식 있는 드레스와 계급제 영화제에 딱 어울릴 우아하고 클래식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상류층에서 코스 요리 먹을 때나 쓸 법한 애피타이저 포크, 메인 포크, 디저트 포크가 모두 구비된 은수저 세트나 정교하게 세공된 은쟁반, 영화에서 집사가 묘기하듯 한 손으로 물을 따라줄 때 등장하는 입구가 뾰족하고 긴 주전자 같은 것들이 선반 위에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며 늘어서 있다. 가방이나 소품도 물론 많다. 한번은 우리 돈으로 160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선명한 오렌지색 빈티지 샤넬 펠트 백을 발견하기도 했는데, 진품이 맞다면 정말 레어템 그 자체였다.
2015년 09월 17일 10시 49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