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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피아니스트,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피아니스트 조은아는 "음악적 흐름의 격정적인 굴곡과 강조점을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연주"란 평을 받으며 활기찬 음악활동을 펼치는 연주자이다. <한국일보>를 비롯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음악가로 주목 받아온 피아니스트 조은아는 KAIST 대우교수와 국립 순천대학교의 겸임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홈페이지 http://echopiano.pe.kr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chopiano
세월호 3주기 추모음반

세월호 3주기 추모음반 〈미안(未安)〉

세월호 3주기 추모음반은 각계각층 문화예술인들의 뜻과 힘을 한데 모아 태어났다. 작년 이맘때 온라인을 통해 음반 제작 계획이 발표되었는데 무려 100여명이 열띤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클래식과 국악, 크로스오버 등 음악인들은 장르를 불문했고, 그래픽 디자이너와 시인, 광고전문가 심지어 변호사까지 다양한 인재들의 성원이 답지했다. 그들의 뜻과 힘이 1년 동안의 숙성을 거쳐 이제 총 2장의 음반으로 완성됐다. 클래식, 창작국악, 정악, 산조, 뉴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총망라하는데, 관통하는 주제는 여기 음반 표지에 가로지른 수평선과 같이 '미안(未安)한 마음'이다.
2017년 04월 14일 06시 56분 KST
지켜야 할 미래,

지켜야 할 미래,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 우리는 부끄러우면서도 위험한 실상을 직면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고지원평가에서 수차례 1위를 차지했던 이 콩쿠르는 2016년부터 국비 지원이 전격 중단되었다. 애초 콩쿠르를 처음 제안했고 13년간 주최자를 자임했던 경상남도는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2017년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뿐인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윤이상평화재단이 명시되어 있으며,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는 '윤이상 訪北(방북)'이라는 불가해한 메모가 적혀 있다.
2017년 01월 06일 12시 23분 KST
광장과 밀실의 음악적

광장과 밀실의 음악적 저항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던 귀갓길, 지하철의 거대한 인파에 휩쓸려 옴짝달싹하지 못할 때 등 너머 누군가 이게 다 '정운호의 나비효과'라 신기해하는 대화가 들렸다. 나는 뒤돌아 아니라 대답하고 싶었다. 수장된 세월호의 아이들이 7시간을 분연히 끌어올리고 있지 않는가. 이 연대와 저항은 진도 앞바다로부터 출발한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일지 몰랐다. 그리고 윤민석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2016년 11월 25일 07시 01분 KST
음악계의 MS

음악계의 MS 논란

국감장에서 황당한 질의로 'MS 국회의원'이 화제가 되었을 때, 음악계에서도 덩달아 한 언론보도가 뒤늦게 각광받았다. SNS로 활발히 공유되었던 문제의 기사는 그동안 지자체의 문예회관이 콘서트용 피아노를 입찰해온 관행을 문제 삼고 있었다. "단지 연주자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만으로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저렴한 국내산 대신 2억원이 넘는 스타인웨이 사를 명시해 피아노를 구매"했는데, 이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정조치에 따라 입찰 규격서에 특정 제품을 명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보도였다.
2016년 10월 17일 11시 27분 KST
마천루의 포도밭

마천루의 포도밭 콘서트홀

포도밭처럼 생긴 콘서트홀이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빈야드 스타일의 객석 구조였다. 중앙의 무대를 포도밭처럼 포근히 감싸 배치한 덕택에 대부분의 객석은 사각지대 없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대에서 태동한 소리는 포도밭 객석을 향해 골고루 전달되었다. 어떤 자리에서도 계급의 차이 없이 동등한 음향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이 연주장의 큰 장점이었다. 포도밭 콘서트홀은 구름을 뚫을 듯 높이 치솟은 마천루를 머리 위에 이고 있었다. 123층짜리 마천루는 창업주의 오래된 숙원이라 했다.
2016년 08월 26일 14시 18분 KST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한 인간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한 인간 음악가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이 작곡한 교향곡을 연주합니다." 경기 필하모닉이 전해온 새 소식을 듣자마자, 얼마 전 열렸던 '로봇과 인간의 피아노 배틀'이 떠올랐다. 인간과 로봇 중 어떤 연주가 뛰어난지 청중의 투표를 통해 평가했던 특이한 음악회였다. 이제는 연주를 넘어 창작의 영역까지 잠식하다니, 그것도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앞장선 기획이라니, '인간 음악가'의 한 사람으로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016년 07월 19일 08시 29분 KST
망고는 왜 과일에 속하지

망고는 왜 과일에 속하지 않는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융성위원회가 주최하는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전국 각지의 공연장에서 무료로 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지요. 얼마 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공연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전수요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의 선택지는 독주와 앙상블로 세분화 되었는데, 과일가게(기악)에서 유독 망고(타악)를 독립(혹은 강조)시켜 묻고는 다음과 같은 설문 결과를 얻었습니다. 기악독주(10%), 기악앙상블(29%), 성악독창(11%), 성악합창(19%), 타악독주(6%), 타악앙상블(25%).
2015년 03월 25일 06시 49분 KST
예술가는 최고존엄을 풍자할 수

예술가는 최고존엄을 풍자할 수 없는가

머리에 노란 꽃을 단 대통령의 그림이 광화문 하늘에 여우비처럼 흩날렸다. 면세점 건물 옥상이었다. 작가는 3만5,000장을 뿌리려 했지만 곧 경찰에 체포되었다. 경찰이 내건 죄목은 '건조물 침입'이었으나 사람들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면세점 건물에 무단 잠입했다고 입건된 것이 아니라, 최고 존엄에 대한 풍자가 문제라는 것을 누구도 모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또 이렇게 이죽거렸다. 여우비로 뿌리지 말고 풍선에 매달아 날렸어야지. 며칠 전 대북 전단 살포를 그만두라며 북한이 우리 땅에 포탄을 떨어뜨렸을 때, 여당은 이렇게 대꾸했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정부는 민간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2014년 10월 28일 06시 17분 KST
절제에서 나오는 브람스의

절제에서 나오는 브람스의 힘

누군가는 브람스 음악을 심형래 버전의 '루돌프 사슴코'에 빗대며 농을 건네기도 했다. '달릴까? 말까?' 애간장을 태워도 너무 태운다는 것이다. 나는 극작가 브레이트를 떠올렸다. 몰입을 방해하는 연극의 '소외효과'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런 소심함의 백미는 그의 교향곡 1번 4악장에 등장한다. Allegro non troppo ma con brio(알레그로, 과하게는 하지마. 그래도 생기는 있어야!)
2014년 09월 30일 12시 27분 KST
이름도 모르는 당신의

이름도 모르는 당신의 악보

당신이 작곡한 악보를 건네 받았습니다. '조선민요 피아노 명곡선'에 실린 이 악보들은 작곡자가 누구인지 밝히고 있지 않아 당신의 이름조차 알 길이 없었습니다. 북한의 작품을 연주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음악적 문맥의 파악을 연주자에게 믿고 맡긴 당신은 굉장히 너그러운 작곡가인가도 싶었습니다. 그러니 딱 두 군데, 한글로 또박또박 새겨있는 당신의 나타냄말에는 유달리 마음이 갈 수밖에요. '빠르고 생기있게'와 '률동적으로 정서있게'. 제 주변의 동료 작곡가였다면 십중팔구, 이런 한글표현 대신 'Allegro vivace'나 'espressivo' 등의 이탈리아어로 악보에 기입했을 테지요.
2014년 09월 15일 06시 02분 KST
알몸연습

알몸연습 예찬

날이 정말 무더웠다. 선풍기 바람으로 성이 안 차 피아노 옆에 옷을 훌렁 벗어 놓았다. 척추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의 가느다란 길이 이제야 고스란히 느껴졌다. 실오라기를 걸쳤을 때는 차마 알지 못했던 낱낱의 감각이 기억의 해동과 함께 깨어나던 놀라운 순간이었다. 팬티 고무줄이란 결국 관념의 굴레와도 같은지 몰랐다. 몸 대 몸으로 정직하게 악기와 대면할 수 있다면, 더불어 내 위선의 더께도 벗어 던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2014년 08월 04일 13시 56분 KST
테트라 코드와 근의

테트라 코드와 근의 공식

대학시절, 짝사랑해 마지않던 물리학과 친구가 느닷없이 '근의 공식'을 아느냐 물어왔다. 제대로 외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자 "너도 마찬가지"라며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파리에서 또래의 수학자를 만나 금새 친해졌다. 그런데 웬걸! 그녀 역시 근의 공식을 암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의 공식이 필요할 때마다, 그녀는 매번 2차방정식을 놓고 해를 도출해 버린단다. "나는 암기를 잘 못해. 대신 원리를 이해하면 그 노력을 덜 수 있지"라고 겸손히 말하던 그녀는 어느새 카이스트의 수학과를 이끌고 있다. 음계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2014년 07월 22일 10시 16분 KST
오른손을 위한

오른손을 위한 협주곡

피아니스트 폴 비트겐슈타인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두 살 터울 형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중 큰 부상을 입고 오른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절망에 빠져 신음하는 연주자를 위해 동료 작곡가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라벨 외에도 브리튼과 슈트라우스, 힌데미트 같은 당대 작곡가들이 비트겐슈타인의 왼손을 위해 여러 작품을 헌정했다. 불구가 된 피아니스트는 좌절을 딛고 그 중 라벨의 곡을 가장 즐겨 연주했다.
2014년 06월 09일 06시 48분 KST
평범한 음악가의 푸닥거리

평범한 음악가의 푸닥거리 연주회

딱 나의 경우,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피라미드의 중간층'을 형성하는 보통의 음악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한번씩 독주회를 거르지 않는 것이 음악가로 살아갈 자격의 마지노선이라 여기고 있다. 이렇다 할 매니저가 없으니 스스로 모든 것을 관장해야 한다. 연습시간을 쪼개가며 우편으로 배송할 음악회 전단에 일일이 우표를 붙일 때는 팔이 두 개쯤 더 있으면 좋겠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진행의 모든 경비를 금싸라기 같이 모아둔 적금을 들이 부으며 쾌척해야 한다.
2014년 05월 26일 06시 37분 KST
세월호, 옛 전설의 준엄한

세월호, 옛 전설의 준엄한 상징

"지상의 도시가 악행으로 멸망할 때, 수몰된 이스가 물 위로 떠오른다.", 전설은 의미심장한 경고를 남기며 끝이 납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호되게 앓고 있는 세월호의 참사와 소름 끼치도록 유사한 상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방이라는 위험한 기술에 의존해, 열쇠 하나로 허술히 통제하다, 인간의 오판으로 수몰 되었으니까요. 곧 바다 위로 인양될 세월호는 물 위로 떠오른 이스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 사회의 오래된 악행을 준엄히 경고하고 있는 것이지요.
2014년 05월 13일 09시 56분 KST
음악을 통한 애도의 기회를 허락해

음악을 통한 애도의 기회를 허락해 주십시오

세월호 사건 이후, 문화예술계 역시 범국민적인 애도행렬에 동참했습니다. 4,5월에 예정되었던 많은 공연과 축제들이 취소되었지요. 공연으로 생계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낙담을 어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에 비하겠습니까. 허나 활기와 위로를 전해야하는 예술가의 소명 자체가 죄인 듯, 어디 속 시원히 하소연도 못한 채 무대를 잃어야하는 예술가들의 고충도 이 사회가 방치하는 또 다른 아픔일지 모릅니다.
2014년 04월 28일 10시 06분 KST
지휘자 바렌보임, 팔레스타인 국적을 취득한 최초의

지휘자 바렌보임, 팔레스타인 국적을 취득한 최초의 이스라엘인

어렸을 적엔 그가 얄미웠다. 전형적인 천재 음악가였던 그는 하루에 두시간 이상 절대 연습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터였다. 성년이 되었을 때는 그의 여성편력에 대해 분노했었다. 그런데 한쪽으로 기울어 있던 이 인상비평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것은 에드워드 사이드와의 대담집 '평행과 역설'을 읽으면서였다.
2014년 04월 10일 05시 56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