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에리

언론인·문화평론가

미술과 문학을 공부하고 일간지·통신사 기자로 일했다. 문화평론가·칼럼니스트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 ‘김에리 알안연’ ‘김에리 대중문화’ ‘김에리 북유럽’ 등을 연재했고 방송출연도 하고 있다. erikim0214@gmail.com

대한제국120주년 재평가, 역사왜곡인가

인간의 일생과 마찬가지로 한 국가의 지나간 운명은 되 돌이킬 수 없다. 자력근대화를 할 수 있었으나 일제가 불공정한 방법으로 기회를 빼앗은 것이라는 가설은 '만약'이라는 상상으로만 가능하다. '긍정적 역사창출'이라는 명분으로 자의적 해석된 민족적 자아도취만으로 암울한 국제정세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7년 10월 10일 15시 25분 KST

삼성 에어컨 수리기사 동생 잃은 영화감독 진모영

삼성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다 추락사한 하청노동자 진남진 씨(42)는 영화감독 진모영(46)의 남동생이었다. 진모영은 노부부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다큐멘터리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독립영화 감독이다. 진모영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게 착하기만 하더니 삼성전자서비스 기사옷을 단정히 입고 가전제품을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잘 고치더니"라며 동생을 추모했다.
2016년 06월 27일 12시 34분 KST

'스웨덴의 날' 배운 스웨덴의 가치

스웨덴은 인구대비 특허보유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양성평등 교육으로 인해 창의성이 제약 없이 발현되는 문화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스웨덴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한 여학생은 "남성은 어때야한다, 여성은 이래야한다는 성차별적인 대우나 발언이 전혀 없는 환경이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현재 24명의 장관 중 12명이 여성으로 동수내각을 이뤘으며, 여성국회의원 비율은 48%다.
2016년 06월 08일 17시 22분 KST

이준익 감독의 도전, 영화 '동주'

한 달 만에 해외 로케이션 없이 국내에서만 촬영된 이 영화 역시 인물에 주 포커스를 맞춰 배우의 연기력에 온전히 기댄다. 흑백사진 몇 장으로 남아있는 윤동주의 얼굴을 흑백필름으로 그대로 살려내며 실재감을 부여한다. 이준익의 말처럼 '꿩먹고 알먹고'다. 제작비를 대폭 절감한 것은 물론 우리 기억 속 순백의 시인을 자연스럽게 스크린 위로 데려올 수 있었다. '사도'와 '동주'가 같은 시기 시나리오가 작성돼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똑같은 구조를 가지게 됐다는데, 형식뿐만 아니라 기법 면에서도 두 영화는 상당히 닮아 있다.
2016년 02월 17일 11시 10분 KST

'응답하라 1988'과 합리적 비평의 실종

많은 네티즌들이 근거 있는 비판과 근거 없는 인신공격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민주시민으로서 엄연한 결격사유일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모욕'에 해당하는 범죄다. 인격모독을 하면서도 이를 깨닫지 못할 정도로 현저히 낮은 인권감수성을 지녔다. 무엇보다 '열등감' 운운하는 이들은 자신이 뿌리깊이 느끼는 콤플렉스를 모든 것의 판단기준으로 삼아 타자에게도 투사한다. 줄세우기식 서열주의 한국사회에 적응도가 높을수록 열등감 유무와 극복여부가 인간분류의 절대 잣대가 되나보다.
2016년 01월 18일 12시 30분 KST

구성적 결함을 신파로 땜질하는 '응답하라 1988'

강한 임팩트를 주는 인물들과 일부 과장된 연기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 극작가는 "덕선의 가족으로 나오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어딘가 병든 사람들 같은데, 견디기 힘든 성향들이 '따뜻함, 코믹, 인간적인' 코드로 흥겹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아버지 성동일의 분열적 성격은 술주정에서 절정을 이룬다. 하나같이 큰소리를 치며 호들갑을 떠는 '정신 나간' 어른들 사이에서 덕선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아버지의 빚보증으로 인해 집안이 기울면서 꿈을 접어야했던 보라의 과격한 신경질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다.
2015년 12월 25일 16시 25분 KST

북촌·서촌 상업화와 생계 사이

아무래도 어느 정도 품격을 갖춘 사업장을 마련하자면, 비례해 자본이 들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없는 사람은 장사를 하지 말라고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어찌됐든 좌판은 정비·단속 대상이고 무분별한 전단지 부착도 엄연한 불법이다. 주택가에서 소란을 일으키면 신고대상이 될 수 있다.
2015년 11월 30일 16시 36분 KST

북촌 머슴 하랬더니 안방마님 노릇

지난달 개소한 한옥지원센터에 들렀더니 널찍한 한옥이 텅 비어 있다. 한참을 기다리다 안쪽 방문을 두드리니 서류작업을 하던 직원이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한다. 안내책자 하나 달랬더니 "없다"며 문을 닫고 쑥 들어가 버린다. 잡상인을 내 모는 태도다. 서재로 들어서니 '반송재 독서루는 북촌주민 김홍남 박사(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기증도서로 이루어진 마을도서실'이라는 작은 안내판이 있다. 그제야 이곳이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2015년 10월 30일 10시 11분 KST

이준익 감독이 이야기한 '동주'

"한 집에서 같은 해 같이 태어나고 자란 고종사촌 송몽규와의 건강한 우정과 경쟁을 그린다.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주가 된다. 윤동주에게 세 번의 열등감을 느끼게 한 송몽규와의 관계성 안에서 시나리오를 썼고 이를 위해 몇 개의 시를 매치시키기도 했다. 윤동주의 정체성은 송몽규와의 비교를 통해 보다 선명해진다. 송몽규가 동물적 몽상가요 행동주의자였다면 윤동주는 식물적 몽상가로 관념주의자였다. 몽규가 없었으면 동주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동주를 만든 사람은 몽규'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2015년 09월 14일 14시 56분 KST

해외 유명작가 국내전시 유감

헤세는 주로 풍경화를 그렸는데, 동영상으로 구현된 화면에서는 이 풍경 안에 헤세 본인과 부인들, 자녀 등의 인물이 뚜벅뚜벅 걸어 다닌다. 주최 측이 덧붙인 것이다. 헤세는 목련을 즐겨 그렸는데 꽃 몇 송이와 가지가 그려진 부분화를 제멋대로 전체 확대하며 분재 화분을 상상했다. 대표작 '데미안'에도 일본인 유학생이 나올 정도로 동양문화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겠지만, 정원을 사랑했던 헤세와 같은 자유주의자가 식물의 생장을 억압하는 동양식 분재를 좋아했을지는 미지수다. 빈약한 원본 전시에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이게 다인가"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2015년 09월 10일 11시 26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