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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아

자발적 갱년기 연구가

이곳저곳 30년 직장생활 도중 만난 갱년기를 통과하며 스토리텔링을 시작한 B급 필자. 가장 최근 직업은 회고록 대필 작가.
나이 먹는

나이 먹는 즐거움

이건 확실히 나이 먹는 즐거움이다. 흔히들 중요시하는 존재감이란 게 점점 없어진다. 기를 쓰고 남에게 이겨야 할 일도 없고, 남보란 듯이 살 필요도 없어졌다. 남의 칭찬이나 비난에도 예전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옳을 때 반대편 입장인 남이 동시에 옳기도 하다. 별 생각 없이 근근이 산다는 것의 묘미를 터득해 가고 있다고나 할까. 특별히 멋진 사건들이 없어도 하루하루가 괜찮은 날들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영화 제목이 생각날 지경이다.
2016년 01월 01일 09시 41분 KST
나의 유쾌한 돌싱

나의 유쾌한 돌싱 친구들

가장 멋진 건 고난의 행군이었던 각자의 결혼과 이혼에서 배우고 깨우쳐야 할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담담하게 말할 때다. 결혼과 이혼은 그녀들에게 빡센 인생 학교 교과과정이었던 셈인가. 오랜 고민 끝에 스스로 선택한 이혼이든, 벼락처럼 닥친 이혼이든 그 과정을 헤쳐 나오며 그녀들은 달라졌다. 아픔만큼 모든 인간이 성숙하지는 않지만 그녀들은 성장했다.
2015년 12월 16일 12시 11분 KST
12월의

12월의 사교계

89세 친정엄마의 생신 무렵, 네 딸들이 모였다. 교사직을 은퇴한 후 외손녀 베이비시터로 거듭난 언니가 외손녀의 첫돌에 육아일기를 펴냈다. 자비 출판이다. 자매들의 칭송에 살짝 부끄러워한다. 막내 여동생은 취준생 아들을 일본 도쿄의 한 IT회사에 연수생 신분으로 보냈다. 3개월 연수 뒤에 취업 여부가 결정된다니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막내네 딸은 재수생. 그 수능성적이 기대보다 낮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심각하다. 걱정을 늘어놓는 막내딸에게 친정엄마가 불쑥 한 마디를 던진다. "좋은 때다!"
2015년 12월 07일 11시 38분 KST
나의 버킷

나의 버킷 리스트

아차차, 한 가지 더 있다. 죽기 전의 작은 이별파티다. 몇 년 전 세상 떠난 어떤 왕오빠의 이별 파티에서 영감을 받았다. 큰 병을 얻어서든지 크게 다쳤든지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것을 알게 되면 친구들과 친척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구상이다. 그동안의 우정에 감사하면서 하직 인사할 기회를 갖는 건 근사하지 않은가. 한바탕 춤과 노래판이 벌어지면 더 좋겠다. 파티 참석자들에겐 내가 죽은 후 조문 면제의 특전을 부여할 생각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즐거운 소풍을 마치고 웃는 얼굴로 떠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015년 11월 26일 10시 23분 KST
11월 오후에 만난 어떤

11월 오후에 만난 어떤 선배

정희진 선생은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건 내가 그 책을 통과한 후 어떻게 변했나를 뜻한다"고 말했다. 사람도 그와 같지 않은가. 개개인은 각자 고유한 텍스트이니까. 한 사람을 만난 후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안다. 김 선배는 내게 좋은 책 한 권 같은 분이다. 그를 만난 후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변한 건 나뿐이 아니다. 오늘 김 선배 곁에 모인 이들이 모두 그를 텍스트 삼아 읽고 성장했을 것이다.
2015년 11월 17일 13시 10분 KST
그녀들의 '화양연화' 시즌

그녀들의 '화양연화' 시즌 투

한마디로 일상이 곧 고행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고요하게 웃는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찾아와 가족 간의 갈등이나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하소연한다. 윤자씨는 그들에게 말한다. "나는 내 발로 걸어서 화장실 가는 게 소원이에요." 자신의 삶에 투덜대거나 불평하던 이들은 말을 잃는다. 노년의 하루하루, 그녀들은 어떤 풍경들을 만날까. 아마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병들과 친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긴 여행. 부서지고 망가지면서도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게 지구 여행의 유일한 방식이다.
2015년 11월 06일 11시 41분 KST
나이 먹는 것도

나이 먹는 것도 실력

30년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 화려했던 시절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옛날의 금잔디'형 인물들이다. 지나간 황금시대에 발목이 묶여 미래 기획에 별 관심이 없다. 예전 남다른 학습능력을 뽐내던 수재들이 스마트폰 사용법조차 배우려 들지 않는다. 채팅 앱을 쓰지 않으니 대화방에 끼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의 소통노력 부족을 통탄한다. 한편 몇몇은 여전히 어릴 적 상처를 이야기한다. 술만 마시면 살림살이를 깨부수고 처자식을 때리던 아버지나 대학에 보내주지 않은 부모에 대한 원망을 아직도 품고 있다. 나이 60이 넘어서도 유년기의 특정 트라우마를 되새김하고 있다니. 어찌 보면 '내 안의 우는 아이'를 보내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은 인상이다.
2015년 10월 27일 08시 26분 KST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고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은가

옛 직장 선배가 썼고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것들'이란 부제를 갖고 있다. 선배의 아버지는 얼마 전 별세하셨다. 책은 어릴 적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들이 자신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에 대한 고백이다. 초등학교 2학년 중퇴 학력인 아버지의 어록에는 주옥 같은 구절들로 가득하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도 있다. "역경(逆境) 속 인내는 누구나 하지만 순경(順境) 속 겸손은 아무나 못한다." 십 년 넘게 한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그 선배에게 여러 번 들었던 구절이다. 그런 멋진 경구를 날려주는 아버지를 가진 선배가 부러웠다.
2015년 10월 16일 13시 07분 KST
인도 딸

인도 딸 '입양기'

엘레노어가 왔다. 내 딸의 인도 친구로 방년 24세. 현재는 두바이에 산다. 내 딸이 인도 뭄바이에서 2년간 '재난 관리' 석사과정을 밟을 때 아파트를 셰어한 하우스 메이트. 올해 초 뭄바이에 딸 보러 갔다가 처음 만난 엘레노어의 밝은 성격에 나는 그만 반하고 말았다. 오는 날이 장날인가. 얼마 전 간신히 취직한 내 딸은 엘레노어가 서울 오는 날에 네팔 출장 중이었다. 우리 모녀 사이엔 각자의 친구에게 잘해주기라는 묵계가 있다.
2015년 10월 07일 12시 48분 KST
아파트 동대표가

아파트 동대표가 되다

아래, 위층 간 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격한 감정 대립으로 비화한 사례가 발표됐다. 심야에 세탁기나 운동기구 사용을 하지 말아달라는 방송을 아무리 해도 막무가내인 세대가 있게 마련이다. 운동기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는 사례가 적지 않단다. 자폐증을 앓는 아이가 한밤중에 발을 구르고 벽을 마구 두드리는 소동처럼 아예 대책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보다 난감한 건 심야 부부싸움이란다. 30분 정도면 참아줄 수 있다는 인내심을 발휘해보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물건을 서로 던져가며 점점 가열차게 진행되는 위층의 부부싸움을 견디다 못해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한 세대들이 드물지 않다는 얘기였다.
2015년 09월 29일 07시 16분 KST
아기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아기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교사였던 언니는 퇴직 후 쌍둥이 남매를 결혼시킨 다음 자유의 몸이 되었다. 수채화와 우크렐레 레슨을 받고 수영으로 건강관리를 했다. 동창회 모임을 휩쓸고 다니며 종달새처럼 즐겁고 우아하게 놀았다. 그랬던 그녀가 어느 날 선언했다. 임신 중인 딸의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를 키우겠노라고. 황혼 육아라니, 이건 함부로 논평할 수 없는 사안이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니의 친구들은 모두들 '바보짓'이라며 뜯어 말렸다. 언니의 결심은 확고했다. 안과 전문의인 딸의 커리어를 힘껏 뒷바라지하고 싶다는 게 가장 절박한 동기였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두 번째로 엄마가 됐다.
2015년 09월 16일 11시 52분 KST
감동능력에

감동능력에 대하여

나이 60이 가져온 또 하나의 획기적 발견은 '연두'다. 초록이나 연록 또는 유록이라고도 한다. 봄철의 버들잎처럼 노란빛을 띤 연한 녹색이다. 초록이나 유록이라고 하기보다 연두라고 발음할 때의 느낌, 전율이다. 내가 보기엔 우리 말 사전에 오른 단어 중 아마도 가장 어여쁜 말들 중의 하나다. 예전엔 미처 몰랐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이 연두라는 걸.
2015년 09월 07일 12시 19분 KST
가족여행 중의

가족여행 중의 한나절

지금 딸은 취업준비 중이고 아들은 학생이다. 양육은 끝났지만 경제적 독립은 못한 상태. 어쨌든 이제부터는 부모 자식 간이라기보다 인간관계의 보편적 규칙을 적용할 시기다. 그 첫 번째 원칙은 일정거리 유지가 될 터. 서로 강요하지 않기,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기 연습도 필요한 훈련이다. 습관성 훈계를 자제하려 노력한다. 자식 인생에 최소 개입의 원칙을 지켜 조언은 요청받을 때만 하기로 한다. 아프리카 사막의 유목민들은 "서로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해 각자의 텐트 간격을 더 멀리 한다."고 한다. 오래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 새겨들을 말이다.
2015년 08월 28일 11시 12분 KST
된장

된장 기행

이면수, 고등어, 갈치에 남극에서 온 메로 한 점까지, 바삭한 생선구이 밥상 위에 된장을 이용한 드레싱과 된장 베이스 국물이 소개된다. 된장학교 교장선생님이 만든 '된장 베이스 국물 9'은 멸치와 다시마, 표고 등 9가지 재료로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 '요리 대세'로 등극한 백종원 요리 연구가의 된장 베이스 국물에 자극을 받았다는 고백. 무를 먼저 40분 정도 끓여 국물이 우러난 후 다른 재료들을 넣고 20분 더 끓인 국물이다. 된장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유명 상표 된장을 사용했다. 시원하고 부드럽게 재료들이 어우러진 국물 맛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2015년 08월 25일 12시 10분 KST
A Baby Boomer Granny's Fashion

A Baby Boomer Granny's Fashion Sense

Before I know it, I've hit sixty. A first among the so-called baby boomer generation, what I can say about my life to date
2015년 08월 11일 08시 11분 KST
베이비부머 할머니의 패션

베이비부머 할머니의 패션 구상

누구에게나 한때 젊은 날이 있다. 그 젊음의 시대가 끝났을 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나이 60 이후의 삶, 또는 퇴직 이후의 삶이라는 살짝 두려운 신세계가 우리 앞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한쪽 문이 닫히고 다른 쪽 문이 열릴 때, 웃는 얼굴로 걸어 들어갈지 말지를. 그러고 보니 나이 60 이후라는 런웨이를 걷는 베이비부머 할머니, 그 명랑함이 내 패션전략이다.
2015년 08월 07일 11시 23분 KST
까레이스키 농장의

까레이스키 농장의 감자맛

까레이스키 농장이 시흥 땅에 정착한 사연은 뭘까? 이 아르카지 목사는 1990년대에 처음 한국에 왔다. 그 뒤 그는 14년간 우즈벡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불법 체류자 신분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그의 아내 장료자 목사는 14년간 홀로 아들 3형제를 키우며 남편을 기다렸다. 그는 아내를 설득했다. 한국에 가서 농장을 일구자고. 그들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한 뒤 불모의 땅에 푸른 농장을 일궈낸 '기적 일꾼들'의 후손이다. 아내는 반대했지만, 결국 남편의 뜻을 따라 한국에 왔다.
2015년 07월 28일 11시 33분 KST
새로 사귄

새로 사귄 친구들

북에서의 '고난의 행군'에 이은 '고난의 행군' 시즌 투는 그녀들의 실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두려움 속에서도 코리아의 남쪽을 선택하고 실천에 옮긴 용기. 이건 내게 심히 부족한 자질이라서 그녀들이 존경스럽다. 한편 이질적인 문화와의 격돌로 상처받고 끙끙거리는 자녀들을 안쓰럽게 여기지만, 스스로 출구를 찾아내리라 믿고 있는 낙관주의 기질. 이것들은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지켜온 이들만이 갖는 자신감일 것이다.
2015년 07월 20일 12시 49분 KST
가족울력MT

가족울력MT

제일 신이 난 분은 나이 90이 내일모레인 친정엄마다. 2시간 넘게 차를 타고도 피곤한 기색 없이 당장 고구마 밭으로 가신다. 전날 내린 비로 흙이 촉촉해져 풀 뽑기에 딱 좋다는 한 마디. 눈앞에 보이는 아삭이 고추와 깻잎, 상추를 딴다. 깻잎 향에 코끝이 아찔. 서둘러 이른 점심상을 차린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팥을 듬뿍 넣고 고슬고슬하게 지어오신 친정엄마표 찰밥이다. 나이 60이 넘어서도 친정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수 있는 내 팔자가 대박. 절로 웃음이 난다. "식구가 반찬이다"는 친정엄마의 명언이 딱 들어맞는다. 볼이 미어지게 상추쌈을 입으로 넣는다.
2015년 07월 07일 11시 59분 KST
나이먹기의 괜찮은

나이먹기의 괜찮은 기술

또 다른 문제는 치매다. 아니, 치매에 걸릴까 두려운 치매 공포증이다. 3년 전 퇴직 후 건망증이 부쩍 심해졌으며 급기야 정상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자가 진단.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각종 치매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를 거의 정기적으로 들여다본다. 얼마 전엔 50대 치매를 소재로 한 영화 '스틸 앨리스'를 보러가자는 친구 제안을 거절했단다. "혹시나 닥칠지 모르는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아서"다. 암 환자들이 "치매보다는 암에 걸리는 게 낫다"는 농담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걸 보고 소스라쳤다는 선배.
2015년 06월 26일 11시 43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