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요리사다. 여러 언론에 음식 관련 칼럼을 쓰기도 한다.
당신의 스파게티가 맛없는

당신의 스파게티가 맛없는 이유

스파게티도 잘 삶는 법이 인터넷에 널렸다. 상당수가 틀린 정보다. 삶은 후 벽에 던져서 익은 정도를 알아보라는 말은 절대 옳지 않다. 오래 삶아서 퍼진 국수가 더 잘 달라붙는다. 외국의 어떤 실없는 인간의 주장이 세계화된 경우다. 삶을 때 올리브유를 조금 넣으라는 말도 틀리다. 스파게티는 물에서 절대 달라붙지 않으니 안심하시라. 일반 밀가루가 아니고 듀럼밀, 즉 경질밀이라 전분이 잘 풀려나오지 않는 까닭이다. 작은 솥에 너무 많은 양의 스파게티를 넣고 서로 들러붙을까봐 불안해서 올리브유를 넣는다. 올리브유를 넣으면, 스파게티 표면에 기름막이 생긴다. 소스와 볶을 때 겉돈다. 맛없는 스파게티가 된다.
2017년 03월 24일 12시 29분 KST
쫄깃쫄깃 오동통한 수타면의

쫄깃쫄깃 오동통한 수타면의 특급비밀

전통적인 화교들 사이에서는 거의 대가 끊기고, 오히려 한국인 요리사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 화교들이 대를 잇지 않은 까닭이 있다. 본토의 중국(오랫동안 우리가 중공이라고 불렀던)과 수교하면서 무역 등 다른 일자리가 많아져 옮겨 갔고, 무엇보다 대우받지 못하는 요리사 일을 자식들에게 권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2000년 이후 건너온 중국 본토 요리사들이 수타면 세계의 틈을 메우기 시작했다. 차이나타운이라고 부르는 서울 대림동과 건대 앞 조양시장에 본토 수타면 집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7년 01월 13일 15시 29분 KST
식민지 노동자의 서러운

식민지 노동자의 서러운 한끼

오사카 이쿠노 지역은 그야말로 '게토'였다. 일본의 최하층 천민집단 주거지역인 '부락'(部落)과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 자의로 타의로 일본에 살던 조선인들 다수는 한반도가 일제강점에서 해방된 뒤에도 일본에 남았다. 일본인도, 그렇다고 망한 조선인도 아닌 애매한 신분의 재일동포들은 힘겨운 삶을 꾸려야 했다. 그들은 소와 돼지 내장으로 요리를 해 먹었고, 팔기도 했다. 일본에서 지금 크게 유행하고 있는 '야키니쿠와 호루몬(내장)' 요리의 원조가 바로 그 슬픈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지금도 이쿠노 지역에 가면 노점에서 내장을 구워 판다.
2016년 12월 16일 10시 43분 KST
국물도 없는 라면, 미련 남기는 그

국물도 없는 라면, 미련 남기는 그 맛

아부라소바(油そば)는 좀 특별하다. 라면의 특징이 곧 '국물'이라는 선입견을 부숴버린다. 아예 소스가 기름이다. 소스라기보다 그냥 면에 미끄러운 기름기가 붙어 있는 정도다. 김과 고기, 달걀 정도를 얹어먹기는 한다. 먹기 전에는 엄청 느끼할 것 같은데, 의외로 잘 먹힌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 면을 학창시절에 좋아했다고 한다. 라면 자체가 일본 전래 과정이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이 라면도 몇 가지 설이 있다. 1952년에 히토쓰바시대학 옆의 한 식당에서 시작했다는 설, 또는 그 후 한 대학 앞의 중국집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2016년 10월 21일 12시 12분 KST
연변랭면, 고향 떠난 이의 질긴

연변랭면, 고향 떠난 이의 질긴 향수

올해처럼 냉면이 각광받았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여름에 외식거리라고는 냉면밖에 없어서 줄을 서던 옛 시절을 빼면. 냉면 중에서도 평양식 냉면의 재조명이었다고나 할까. '육수가 행주 빤 물처럼 시금털털하다'며 싫어하던 젊은이들이 '냉부심'을 배운 해이기도 하다. '먹방'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오랜 냉면 '선수'들은 이런 광경을 묘한 시선으로 보았다. 은근히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애인을 남들과 공유하는 불편함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려나. 진짜 냉면광은 어차피 손님 다 빠진 겨울을 제철로 치기도 하니까. 그때 가서 알아서 즐기면 될 일일지도 모르겠다.
2016년 09월 23일 15시 39분 KST
연변랭면, 고향 떠난 이의 질긴

연변랭면, 고향 떠난 이의 질긴 향수

올해처럼 냉면이 각광받았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여름에 외식거리라고는 냉면밖에 없어서 줄을 서던 옛 시절을 빼면. 냉면 중에서도 평양식 냉면의 재조명이었다고나 할까. '육수가 행주 빤 물처럼 시금털털하다'며 싫어하던 젊은이들이 '냉부심'을 배운 해이기도 하다. '먹방'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오랜 냉면 '선수'들은 이런 광경을 묘한 시선으로 보았다. 은근히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애인을 남들과 공유하는 불편함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려나. 진짜 냉면광은 어차피 손님 다 빠진 겨울을 제철로 치기도 하니까. 그때 가서 알아서 즐기면 될 일일지도 모르겠다.
2016년 09월 23일 15시 39분 KST
그때 그 시절, 가루주스를

그때 그 시절, 가루주스를 아시나요?

무엇보다 여성지는 가정과 가사를 크게 다루었다. 금기시되는 성생활 지식을 흡수하는 창구도 여성지였고, 아이들 옷을 지어 입히거나 새로 나온 취사도구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곳도 여성지였다. 국내 자본이 성장하면서 텔레비전과 냉장고 등 대량생산 상품이 여성지를 통해 광고를 쏟아부었다. 요즘 여성지에 명품 광고를 집중적으로 집행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었다. 부엌은 여성지의 황금시대와 겹치면서 대혁명을 맞았다.
2016년 08월 26일 17시 07분 KST
아버지의 계사면, 나의

아버지의 계사면, 나의 기스면

짜장면 면발은 좀 굵었으나 기스면은 가늘고 하늘하늘했다. 그래서 입으로 들어갈 때 후룩후룩하는 소리가 아니라 호로록 하는 청아한(?) 발음을 냈다. 그 시절, 중국집 주방에는 '면판'이라는 것이 있어서 만두도 직접 싸고 여러 가지 면을 뽑아냈다. 수타로 면을 쳐내는 것도 바로 면판의 역할이었다. 기계식 면을 쓰면서 가느다란 면발을 뽑아야 하는 기스면이 사라진 것일까. 두 대의 기계를 돌릴 수 없으니 그리된 것일까.
2016년 06월 02일 17시 00분 KST
들어나 봤나, 가죽나물

들어나 봤나, 가죽나물 냉면!

흥미로운 것은, 본토에서도 땅콩소스에 버무려주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땅콩소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미군부대의 피넛버터가 대체했다. 지금도 땅콩소스를 만들어 쓰는 집은 거의 없다. 피넛버터가 '원조 레시피'가 된 까닭이다. 임오군란으로 말미암아 화교가 한반도로 유입되고,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전쟁이 벌어지면서 미군이 주둔하기에 이른다. 미군 상징물의 하나인 피넛버터가 화교의 음식에 쓰일 줄이야. 다시 본토에서 온 '신화교'가 만들어내는 량반몐에는 들어가지 않는 피넛버터.
2016년 05월 06일 12시 54분 KST
당면은 잡채가 아니라

당면은 잡채가 아니라 '국수'다

한국에서 당면은 곧 잡채다. 당면 삶아 놓은 걸 그냥 '잡채'라고 부르기도 한다. 잡채란 문자 그대로 '잡(雜)다하게 섞은 요리(菜)'를 뜻한다. 중국집에 가면 잡채 요리가 있다. 부추잡채, 고추잡채가 흔하다. 중국집의 잡채는 원래 당면이 중심이 아니었다. 아예 당면을 넣지 않은 것도 잡채다. 고추잡채는 피망과 고기를 길쭉하게 썰어 볶은 요리다. 당면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한국 요리에서 당면이 빠진 잡채는 성립하지 않는다. '잡채=당면'이기 때문이다.
2016년 04월 08일 16시 43분 KST
언젠가 사라질지 모를 '가난한'

언젠가 사라질지 모를 '가난한' 우동

우에하라 요시히로가 쓴 <차별받은 식탁>이라는 책이 있다. 전세계 소외집단의 음식을 추적한 책이다. 일본에서는 소 내장을 다룬다. 그들에게는 '부락민'이 있었다. 최하층 계급. 소·돼지를 잡는 사람도 이들에 포함됐다. 그들이 먹던 음식이 바로 소 내장이었다. 버려진 것, 그래서 오사카 말로 '호루몬'(ホルモン)인 부산물들. 태평양전쟁 종전 후 해방이 되어서도 귀국선을 타지 못하거나 포기한 재일동포들이 요리해서 팔았던 바로 그 재료들.
2016년 03월 03일 16시 37분 KST
국수는 거칠어야

국수는 거칠어야 제맛

구리 노즐로 뽑는 스파게티가 더 비싼 이유는 바로 구리가 스테인리스보다 스파게티 표면을 더 거칠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비균질적인 표면에 소스가 찰싹찰싹 달라붙어서 우리의 입을 더 즐겁게 한다. 손칼국수가 더 맛있는 것도, '손맛'이라는 정서적 기대감보다는 칼로 써는 단면이 더 거칠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2016년 01월 15일 15시 16분 KST
집에서 끓여 먹는

집에서 끓여 먹는 굴짬뽕

올겨울엔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냈다. 바로 각 회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출시한 짬뽕이 대상이다. 바로 부추 굴짬뽕! 먼저 돼지비계나 기름을 한큰술 냄비에 넣고 송송 썬 대파를 볶는다. 향이 나면 짬뽕면 봉지에 써 있는 대로 끓인다. 보통 5분이 끓이는 시간인데, 4분이 되면 굴을 넣는다. 알맹이 굵은 굴을 기준으로 10개가 1인분. 30초 더 끓이고 불을 끄고 30초 기다린다. 굴에 뜸을 들이고 부드럽게 익히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준비한 부추를 넣는다. 부추는 뿌리 부분을 잘 씻지 않으면 흙냄새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2015년 12월 27일 15시 13분 KST
'신화교'들이 만드는 원조

'신화교'들이 만드는 원조 수타면

1882년 임오군란 이후 도래한 원조 화교와 달리, 1980년대 이후 대한민국 경제성장기에 들어온 이들을 '신화교'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면이다. 100년의 차이를 두고, 수타면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비행기 타고 중국으로 날아가지 않고 한 그릇의 진짜 수타면을 먹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 12월 10일 15시 39분 KST
삼층제육국수

삼층제육국수 헌정사

이름하여 '삼층제육 중면'이라고 붙였다. 마해송 선생에 대한 헌정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명 '부산 교통부 할매국밥집'의 고기 삶는 법을 슬쩍 훔친 것이다. 고기국수이되, 맑고 정갈하다. 다진 청양고추와 마늘을 조금 넣어도 좋겠지만, 여러 가지 채소는 고명으로 안 얹는 게 좋겠다. 그저 고기 맛에 더 집중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다. 삶은 삼겹살을 얇게 저미면 더 고급스럽게 혀에 말려들고, 두툼하게 썰면 아주 터프한 맛이다. 좋은 새우젓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만들기 쉽고 맛도 좋다. 삼겹살 대신 보쌈용 앞다리살을 써도 훌륭하다. 후룩후룩!
2015년 10월 15일 16시 31분 KST
국수, 손맛과 기계

국수, 손맛과 기계 사이

한때 우리나라도 손칼국수와 손짜장면의 나라였다. 기계가 이 역사를 밀어냈다. 힘들게 국수를 수타로 쳐서 밀어내봐야 값이 똑같았다. 그럴 바에는 그냥 기계로 돌리지 뭐. 기술자가 사라졌다. 수타면 잘 뽑던 전설의 고수들은 대개 노인이다. 돌아가시면 전설은 대충 맥이 끊길 것 같다. 손으로 탕탕 치지 않으니 국수가 쫄깃한 힘을 잃을 뻔했다. 그때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2015년 09월 04일 11시 42분 KST
푸른 바다 껴안은 정어리

푸른 바다 껴안은 정어리 파스타

정어리를 구하면 빨리 요리해야 한다. 금세 변질되기 때문이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뺀 뒤 필릿(fillet·생선을 먹기 좋게 손질하는 것)을 떠낸다. 비늘을 긁고 껍질째 올리브유에 절인다. 마늘을 몇 점 두어서 맛을 들인다. 스파게티를 삶고 팬에 올리브유를 둘러 마늘을 볶는다. 정어리 살을 으깨 넣고 안초비 젓으로 양념을 한다. 매운 고춧가루(청양고추도 좋다)를 술술 뿌리고, 마지막에 빵가루를 갈색으로 구워 얹으면 아주 맛있는 정어리 스파게티가 된다. 드라이한 화이트와인, 없으면 쌉쌀한 맛의 맥주 한잔을 곁들여 먹는다. 여름밤의 야식으로 먹는다면 더 좋을 것 같다.
2015년 08월 06일 17시 26분 KST
어린 짐승을

어린 짐승을 먹다

아마도 한국인처럼 '어리고 연한 것'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 같다. 닭은 고작 40일 정도 길러 세상에 내놓는다. 닭의 생애가 10년이라고 치면 불과 100분의 1 정도를 살고 삶을 마치는 것이다. 그래, 맞다. 10분의 1이 아니라 100분의 1이다. 그나마 그건 튀김용 닭에나 해당된다. 삼계탕에 넣는 영계는 그 절반의 삶으로 만족해야 한다.
2015년 08월 02일 12시 30분 KST
남자라면 울면

남자라면 울면 어때?

울면은 어릴 적에 중국집의 인기 메뉴였다. 인기, 라기보다는 뭐랄까 남자의 면이었고 어른의 면이었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엽차를 받아들고 묵직한 음성으로 "울면 하나!"를 주문할 때 어찌나 멋있게 보이던지. 나도 어른이 되면 울면을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울면은 달큰하고 구수한 짜장과 달리, 맵고 진한 짬뽕과 달리, 시원한 우동과 달리 묵직해서 애들이 먹지 못했다. 어른의 맛이었다. 걸쭉한 전분을 풀고 더러 갑오징어와 해삼이 들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2015년 07월 26일 10시 45분 KST
서울운동장을

서울운동장을 기억하십니까

일본의 경기장에서 도시락 말고 또다른 재미는 생맥주다. 캔맥주도 얼씨구나 언감생심인 우리들로서는 생맥주라니, 얼마나 호사인가. 그런데 이걸 시켜 먹는 재미가 있다. 등에 마치 석유통 같은 걸 지고 모자 쓴 아가씨가 '나마비루(생맥주)!'를 외치고 다닌다. 그러면 불러서 마시면 된다. 등에 짊어진 맥주통에 연결된 호스를 종이컵이나 투명한 플라스틱컵에 따른다. 내 경우 종이컵을 주면 일단 기분이 좋지 않다. 우선 시각적으로 보기 싫을 뿐 아니라 맥주에 거품이 너무 많아 정량(?)보다 적게 받게 되기 때문이다. 종이컵에는 안쪽으로 얇게 비닐 코팅이 되어 있는데, 이것 때문에 거품이 많이 생긴다.
2015년 07월 05일 10시 52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