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인문에서 문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내는 웅진지식하우스 대표로 있다.

국문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했으며, 오늘의 책 편집위원, 다큐멘터리 취재작가, 계간 <당대비평> 상임편집위원 등으로 일했다.
사랑의 고수는

사랑의 고수는 없다

순정만화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바는 이해하지만, 자신이 연애를 잘 못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꼭 명작 순정만화를 읽을 것을 추천한다. 남녀 대화의 기술 같은 거 배울 필요 없이, 훨씬 더 좋은 처방전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왜냐하면 순정만화는 뜻 그대로 순수하게 감정만을 다루기 때문이다. 나도 알 수 없는 내 마음부터, 변하고 퇴색하고 왜곡되기 마련인 타인의 감정까지. 그 결을 따라가면서 어떻게든 해피엔딩을 이루어보려는 장르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05일 13시 11분 KST
만고

만고 쓸데없더라도

스트로가츠가 <뉴욕타임스>에 연재한 수학 칼럼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한데, 'X의 즐거움'은 그 글을 모은 책이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수학을 알게 되면 몇 명과 연애를 한 뒤에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게 좋은지도 알 수 있다고 독자들을 유혹하는데, 사실 그런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수의 세계에 흥분하게 되고, 인간이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수 있었던 위대함도 만고 쓸데없는 수학에 매력을 느낀 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2015년 11월 14일 13시 38분 KST
키스를 갓 배운

키스를 갓 배운 여학생처럼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 콜레라 시대의 사랑 >. 어디선가 이 책이 밸런타인데이 추천도서라고 하던데, 이 책은 51년 동안 첫사랑을 기다린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 당연히 목록에 올라갈 만하다. 그러나 정작 < 콜레라 시대의 사랑 >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매끈하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10대에서 70대가 된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엉망진창인 상황들이다.
2015년 10월 25일 10시 32분 KST
말 안 통하는

말 안 통하는 사랑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었는데,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 된다. 의미의 집합체인 사랑이 그런 것이었다니. 이렇게 하찮은 것이었다니. 그래서 연애 경험이 너무 없어도 안 되겠지만, 연애를 많이 해본 이들과 사귀는 건 쉽지 않다. 자신이 찼든 차였든, 그런 허무를 거푸 경험한 이들의 마음속에는 꼭 냉소가 숨어 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무의미의 축제>는 그 차가운 마음을 감싸주는 따뜻한 개그다.
2015년 09월 20일 11시 01분 KST
어떻게 '뜨겁게' 할 수

어떻게 '뜨겁게' 할 수 있지?

"사랑한다는 말은 아는데, 사랑한다는 게 뭔지 몰라." 이제까지 연애를 안 해본 것도 아닌 사람이, 그것도 대인관계도 매우 좋고 성격도 활발한 이가 이렇게 말했다. 그 고백이 순간 스산했지만, 뒤돌아 매우 반가웠다. 사랑이 그리 알기 쉬운 것이라면 이토록 힘들 리도 귀할 리도 없다.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감우성이 했던 대사가 이랬던가. 너나 나나 13살 때부터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해왔어. 그런 우리가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을까. 그 대사는 바로 이런 뜻이었다. '나는 모른다, 사랑을.' 그 말을 듣고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라는 소설을 떠올렸다. 그 소설에도 비슷한 대목이 있다.
2015년 09월 12일 09시 41분 KST
연애 잘하는

연애 잘하는 부적

"남자나 여자를 만날 '때'가 왔는가는 보이지. 그때가 언제인지는 말해줄 수 있어. 하지만 그때가 와도 자기가 노력하지 않으면 연애가 안 돼. 무엇보다 '사이가 좋을 때'는 절대 물으러 오지 않아. 사실상 나쁜 운명이었다 해도, 좋으면 그냥 넘어가고 있다는 거지. 그게 뭘 뜻하겠어? 운명의 짝 같은 건 없다는 거야. 남녀 관계 같은 거 물어보지 마. 자기한테 해가 되는 사람은 그냥 헤어지면 돼."
2015년 08월 23일 11시 15분 KST
사랑도 글도, 최상의 것은

사랑도 글도, 최상의 것은 아껴두게

한 작가 지망생이 미국 최남단 섬 키웨스트로 고생 끝에 찾아간다. 그가 찾아간 사람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전부 쓰레기일 뿐 나아지지 않더라고요"라며 창작의 고통을 털어놓자 대문호가 건넨 첫 번째 교훈은 이거다. "절대 샘이 마를 때까지 자기를 펌프질해서는 안 돼. 내일을 위해 조금은 남겨둬야 하네."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러나 인생을 길게 살아본 사람들, 어떤 분야든 '숙련됨'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충고다.
2015년 07월 11일 14시 20분 KST
사랑의 선물, 한여름 털장갑

사랑의 선물, 한여름 털장갑 같은

누군가에게 자꾸 뭔가를 주는 걸 사랑이라고 한다지. 그러니 별별 기념일을 챙기고, 매달 14일을 무슨무슨 날이라고 하는 걸, 뭐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주고 싶은 이유, 받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쇼핑을 잘 못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의 취향에 딱 맞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준 것보다 내가 준 걸 가장 마음에 들어해야 하는데,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이어야 하는데 등등. 자꾸 욕심이 난다. 돈 써서 마련하는 건 나인데 정작 내가 더 애가 닳는다.
2015년 06월 28일 10시 17분 KST
사랑에는 타임머신이 필요

사랑에는 타임머신이 필요 없다

누구나 한 번쯤 '그때 그 사람'을 만났던 시절로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 놓쳐버린 그가 '내 삶의 유일한 단 한 사람'이지 않을까. 다시 돌아가서 잘못된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내용을 담은 소설이 있다. SF는 물론 모든 장르의 작가들이 찬사를 바치는 켄 그림우드의 <리플레이>. 시간여행을 다룬 수많은 작품들이 오마주를 바치는 전설적인 소설이다.
2015년 06월 07일 11시 52분 KST
사랑을 잃고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사랑을 잃고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줄리아 로버츠가 역할을 맡은 여주인공은 이런 말을 듣는다. "예전에는 전남편과 비슷해 보이더니, 이제는 새 남자친구와 비슷해 보이네요." 그녀는 자신다움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음에 충격을 받는다. 우리는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면 이와 비슷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래, 내가 원하던 관계가 아니었어', '그래, 그 사람에게 너무 휘둘려서 나다움을 잃고 있었어'. 하지만 우리가 겪는 상처와 실연에 대한 치유가 '진정한 나는 따로 있었는데 그걸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는 깨달음으로 가능할까? 그리하여 과거의 나를 미숙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과연 다음 사랑을 시작할 때 도움이 될까? 그리고 누군가를 닮아가는 게 나를 잃어버리는 거라면, 그럼 '진정한 나'는 원래 어떤 모습일까?
2015년 05월 03일 11시 33분 KST
장거리 연애가

장거리 연애가 불안하다면

방금 만나고 헤어져도 잠자기 전 안부 인사가 오지 않는 게 신경 쓰이는 관계가 있고, 드문드문 보아도 상대의 일상이 충분히 짐작되고 나를 향해 웃어주는 것만으로 충만한 관계가 있다. 이렇게 물으면 누구나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KTX와 영상통화와 메신저로 무장한 오늘의 우리는 왜 이리 연애가 불안한가. 그건 내가 관계의 중심에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연애는 중앙집권형이 아니라 지방자치형이다. 그러니 멀리 떨어진 연인들이여 불안해하지 마라.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연애의 수도(首都)니까.
2015년 04월 05일 09시 26분 KST
사랑의 말은 암호보다

사랑의 말은 암호보다 어렵다

영화에는 엄청나게 머리가 좋은 튜링이 정작 대인관계에서 서툰 장면이 나온다. 이는 사실은 인간들의 우습지도 않은 대화법에 대한 비웃음이다. 그리고 그 장면은 살면서 끊임없이 요구받는 어떤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분명하게 말을 해'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연애 코칭 내용의 대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어법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 한국어를 20년 넘게 아무 문제 없이 써온 선남선녀들이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것 같은 표정으로 이성과의 대화법에 대한 코칭을 진지하게 받는다.
2015년 03월 22일 14시 19분 KST
지나가버린 사랑과 파일럿

지나가버린 사랑과 파일럿 피쉬

사랑에 성공과 실패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사랑이 곧 끝사랑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두 부부가 우리를 펑펑 울린 이유 중의 하나도 그것이다. 저와 같은 관계는 마치 신이 소수에게 허락한 특권이어서, 우리는 저런 관계를 가질 수 없을 거라는 절망과 부러움이 그 눈물 안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카사노바처럼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도 없고, 노부부와 같은 은혜도 받지 못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지나가버린' 사랑을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그냥 버리거나 묻어야 하는 걸까.
2015년 02월 21일 10시 18분 KST
'완벽한 사람'을 사랑하면 더

'완벽한 사람'을 사랑하면 더 행복할까

누구나 성격이 좋고 장점이 많은 사람을 사랑한다. 왜 그녀를 사랑했냐고요? 그 여자는 다른 여자들과 달랐거든요. 맞다. 우리는 주변의 대상들에서 '가장 나은 사람'을 연인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 여자밖에 만나본 여자가 없었다 해도, 그 남자의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첫눈에 반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종종 '내 주변에서 가장 나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된 관계에 어느 날 문제가 생긴다.
2015년 02월 08일 11시 09분 KST
끌리는 이야기를 쓰는 12가지

끌리는 이야기를 쓰는 12가지 법칙

숱한 소설,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왜 어떤 이야기에는 사람들이 끌리고, 어떤 이야기들은 끌리지 않을까. 리사 크론은 베테랑 편집자의 경험에 더하여, 인간의 뇌가 이야기의 어떤 측면에 반응하는지를 뇌 과학적 근거를 더해 설명해냈다. 이를 통해 많은 작가들이 이제까지 가져왔던 믿음들이 사실은 큰 착각이었음을 밝힌다.
2015년 02월 02일 09시 57분 KST
세상이 거지 같을수록, 사랑을

세상이 거지 같을수록, 사랑을 하라

사랑에 빠지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사랑하는 것만큼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 정말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인사들에게 정신과 전문의들이 종종 '애정결핍증'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2015년 01월 04일 11시 57분 KST
끝날 것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끝날 것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불행하게도 우리는 사랑의 시작만 예감하는 게 아니라, 사랑의 끝도 예감한다. 그리고 그 예감이 현실이 되면 끝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낸다. 그 사람 성격에 문제가 있었으니까, 장거리 연애는 힘들었으니까, 집안의 반대가 심했으니까 등등. 그 이유의 대부분이 시작할 때도 이미 알고 있던 것이라는 게 확인되고 나면, 밀려오는 것은 쓸쓸함이다. 원래부터 통과할 수 없었던 시험에 응시한 기분이라고 할까.
2014년 12월 21일 13시 56분 KST
시대의 진보로도 뜨거워지지

시대의 진보로도 뜨거워지지 않는

순결이 지켜져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은 좋으나, 경험이 많다고 더 만족스러운 연애를 하는 건 아니다. 한 남자를 잘 아는 일이 빨리 자보는 것일 수는 있으나, 침대 위가 좋은 것과 좋은 애인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더 좋고, 더 열정적이고, 더 만족감을 주는 섹스를 한다고 하여, 다가오는 권태로움을 밀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14년 12월 13일 11시 08분 KST
함께 밥을 먹어라,

함께 밥을 먹어라, 사랑한다면

어느 강의에서 남자 대학생들에게 여자들이 예뻐 보일 때를 적어내라 했다. 아마도 여성에게서 성적 매력을 느낄 때를 적지 않을까 했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냥 예쁠 때'라는 우문현답을 비롯해 의외로 말과 행동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는데, 그중 압도적인 것은 '밥 잘 먹을 때'였다. 잘 먹는 모습에 애정이 샘솟는다고?
2014년 12월 04일 17시 06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