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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03일 11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04일 14시 12분 KST

'인공 아가미'로 물속을 자유롭게 (업데이트)

영화에 관심 없는 이라도 '007' 시리즈는 다 안다. 익숙한 배경음악과 도입부 총열 시퀀스만으로도 '007' 시리즈의 54년은 선명해진다. 볼거리는 또 있다. 매 작품마다 등장하는 첨단 신무기다.

1965년에 개봉한 영화 <007 선더볼 작전>엔 독특한 첩보 장비가 등장한다. 만년필 크기만 한 초소형 산소통이다. 주인공인 숀 코네리는 무거운 산소통 대신 이걸 입에 물고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친다. 무거운 스쿠버다이빙 장비조차 군대나 극소수 동호인 중심으로 이용되던 시절이었다.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은 그로부터 50년 뒤, 현실이 됐다. 물속에서도 산소통 없이 숨을 쉬게 해주는 초소형 장비가 등장했다. '트라이톤'이다. 트라이톤은 스쿠버 마스크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에서 이름을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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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iton

마스크라고 하지만, 생김새는 작은 부메랑 같다. 길이 29cm, 폭 12cm 크기인 이 물건을 쓰면 무거운 잠수 장비가 필요 없다. 복잡한 장비 사용법을 익히거나 안전 교육을 받을 이유도 없다. 이용자는 그저 트라이톤을 입에 물고 평소대로 숨을 쉬면 된다. 조그만 막대 하나만 입에 물면 사람이 물고기처럼 물속을 자유롭게 숨 쉬며 헤엄칠 수 있다는 뜻이다. 꿈같은 얘기다.

트라이톤은 원래 삼성아트앤디자인인스티튜트(SADI) 출신 디자이너 연제변씨의 졸업 작품이었다. 2013년 콘셉트 제품으로 처음 공개됐다. 당시에도 이 기술의 현실성을 놓고 몇몇 해양 전문 매체와 전문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오갔다. "그 무렵 콘셉트만 보고 관심을 보인 분과 인연이 닿았어요. 2014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들어가, 이번에 시제품을 공개하게 됐습니다. 공식 법인 설립도 준비 중이고요." 연씨는 제품 디자인과 메커니즘 설계 쪽을 맡았다.

트라이톤의 고갱이는 물에서 산소를 걸러내는 기술이다. 양쪽으로 뻗은 검정 막대 모양의 장치가 이를 담당한다. 제작사인 트라이톤길스는 이를 '인공 아가미'라 부른다. 이 인공 아가미는 '미세다공성 중공사'(Microporous Hollow Fiber)로 설계됐다. 이 실의 구멍은 물 분자보다 작아서, 물은 배출하고 산소만 빨아들인다. 본체에 내장된 '마이크로 컴프레서'는 유입된 산소를 뽑아내 탱크에 저장한다. 마이크로 컴프레서는 방수 처리된 내장 리튬이온 배터리로 동작한다.

트라이톤은 한 번 충전하면 45분 정도 물속에서 사용할 수 있다.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다. 한계는 있다. 아직은 최대 15피트(4.5m) 이내의 깊이에서만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만약 제한 깊이보다 깊숙이 잠수하면 트라이톤은 불빛과 진동으로 이용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원이 약해져도 진동으로 알려준다.

트라이톤이 물에서 산소만 뽑아내 저장하는 기술을 놓고 지금도 의심과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제변씨는 직접 시제품을 착용하고 물속을 헤엄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뒤, 물에서 산소를 뽑아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로 넘어갔어요. 하지만 상세한 기술에 대한 문의는 끊이지 않습니다. 최종 테스트가 끝나고 발표 시점에 맞춰 구체적 기술을 소개할 자리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트라이톤은 현재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인디고고'에서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 목표 모금액은 5만달러다. 종료를 한 달여 앞둔 지금, 목표치의 5배가 넘는 27만달러가 모였다. 올해 12월께면 사전 주문자에게 첫 '인공 아가미'가 배달될 전망이다.


2016년 4월 3일 21시30분 업데이트

위 글은 트라이톤 홈페이지(http://tritongills.com)와 인디고고 페이지(https://www.indiegogo.com/projects/triton-world-s-first-artificial-gills-re-breather#/)에 올라온 정보, 그리고 트라이톤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한국인 연제변 씨를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3월23일 작성했습니다.

인터뷰 당시 연제변 씨는 특허 등록을 이유로 상세한 기술 사양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동영상에 등장한 시제품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트라이톤은 원리로 보면 물 속에서 산소를 걸러내 저장하는 일종의 필터"라며 "자세한 기술적 원리는 크라우드펀딩이 끝나는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실제 제품은 신뢰할 수 있는 업체가 개발하고 있다"라며 "개발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으며, 2014년 이후로 계속 진행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트라이톤의 기술적 원리에 대해선 콘셉트 제품이 공개된 2013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4년 이후 < Deep Sea News >(http://www.deepseanews.com/2014/01/triton-not-dive-or-dive-not-there-is-no-triton/)를 비롯해 트라이톤을 소개한 몇몇 글을 중심으로 기술적 완성도와 실체 여부를 의심하는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연제변 씨도 "제품에 대한 질문부터 공격을 위한 메일, 사기를 위심하는 메일과 사업 제휴를 문의하는 메일까지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메일이 쏟아지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25일(현지시각), < Gearjunkie >라는 외국 매체가 트라이톤의 기술적 원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공 아가미: 100만달러짜리 사기극?'(https://gearjunkie.com/triton-artificial-gills-breathe-underwater)이란 글을 올렸습니다. 4월1일에는 트라이톤이 90만달러를 투자한 인디고고 투자자에게 환불을 진행했다는 글(https://gearjunkie.com/refunded-triton-artificial-gills-campaign-update)을 다시 올리며, 제품에 대한 의심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확인 결과, < Gearjunkie > 글이 공개되고 하루 뒤 실제로 트라이톤 쪽은 인디고고 펀딩 페이지에 'Update' 항목에 새로운 정보(https://www.indiegogo.com/projects/triton-world-s-first-artificial-gills-re-breather#/updates)를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 트라이톤 쪽은 "인공 아가미 트라이톤은 '액화산소'를 사용하며, 이것이 다른 컴포넌트와 결합해 동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물 속에서 숨을 쉬게 해준다"라며 "액화산소 실린더는 계속 사용할 수 없기에 초기 투자자들(bakers)에게 웹사이트를 통해 실린더를 구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1, 3, 5개 팩을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곧 공개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물 속에서 산소를 뽑아내 숨을 쉬게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수정한 의견으로 보입니다.

트라이톤 쪽은 이와 함께 기존 투자자를 대상으로 환불을 진행하고, 인디고고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펀딩을 받고 있습니다. 4월3일(한국시각) 오후 9시 현재 21만2천달러 정도가 모금된 상황입니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