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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2일 05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12일 14시 12분 KST

링크부터 정직하게 달아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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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욱의 휴머놀로지

인터넷의 속성은 '복제'와 '하이퍼링크'(링크)다. 그 가운데 링크는 인터넷을 거대한 그물망, 즉 '월드와이드웹'으로 엮어주는 실핏줄이다. 링크 덕분에 인터넷은 완결된 공간을 해체했다. 더이상 정보는 한 공간에 기승전결로 모이지 않는다. 우리는 링크를 타고 이곳 저곳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소비한다. 웹은 거대한 모듈형 정보 창고다.

그러니 관련 링크가 빼곡히 걸린 웹문서는 그 자체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구글도 얼마나 많은 외부 문서가 연결돼 있는지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페이지링크'에 따라 웹문서 중요도를 판단하지 않는가.

그런데 한국 포털의 뉴스는 별천지다. 뉴스는 있되, 링크가 없다. 매끈한 텍스트 영역 어디를 돌아다녀도 보풀 하나 걸리지 않는다. 까만 건 글자요, 하얀 건 종이다. 혹시, 인터넷 뉴스란 걸 잊고 계신 건가?

이는 포털 정책 탓이다. 포털, 그 가운데서도 네이버는 뉴스를 보내주는 언론사에 기사 속 링크를 걸지 않도록 요청한다. 기사 하단 '관련기사' 정도가 그나마 외부 링크로 정보를 엮어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인터넷 뉴스에 링크를 없애라니, 차라리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되라고 하시지.

네이버가 인터넷의 속성을 모르거나 무시해서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따지고보면 이는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에서 발원한 문제다. 지금 당장 주요 신문사나 방송사 뉴스 페이지를 방문해 확인해 보자. 주요 소식이나 열쇳말에 제대로 된 링크를 걸어둔 기사가 몇 개나 되는지. 특허 관련 기사를 쓰면 특허청에 등록된 해당 문서를 링크로 걸어주는 게 합당하지 않은가. 그러라고 인터넷 뉴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사 웹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는 열에 아홉은 밋밋한 텍스트와 사진 한두 장으로 끝난다. 종이신문에 얹은 뉴스를 인터넷으로 그대로 옮겨오는 탓이다. 이런 인터넷 뉴스라면 종이신문을 읽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링크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정직하지 못한 링크는 더 치명적인 독버섯이다. 본문 속 '핀테크' 글자에 걸린 링크를 누르는 독자는 무엇을 기대할까. 핀테크 용어 설명 페이지나 관련기사가 떠야 정상 아닌가. 뜬금없이 사설 대부업체 광고가 뜬다면 독자는 기만당한 느낌을 받게 마련이다. 정직하지 못한 링크는 웹의 속성을 왜곡하는 도둑질이요, 독자를 기망하는 사기 행위다. 2015년 대한민국 뉴스 웹사이트는 그 자체로 거대한 현실왜곡장이다.

인터넷은 하이퍼링크로 정보가 연결되는 공간이다. 그게 웹의 본성이다. 링크 없는 뉴스는 팥소 없는 찐빵이요, 고명 빠진 잔치국수다. 온갖 부가정보를 손쉽게 얹을 수 있는 플랫폼을 언론사는 왜 애써 외면하는 걸까. 둘 중 하나다. 게으르거나, 불친절하거나.

언제부턴가 우리는 링크 없는 뉴스에 길들여졌다. 아무리 눌러도 뉴스는 반응이 없다. 언론사 인터넷 기사는 닫힌 웹페이지 안에서 모든 정보를 다 소화하라고 독자에게 요구한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자로서 권위를 확인하려든다. 곳곳에 널린 정보를 똑똑하게 추려 독자에게 전달하는 건 언론사의 책무다. '큐레이션'이란 이름으로 광고를 올리기 전에, 링크부터 정직하고 성실하게 달아주시라.

하긴, 어디 뉴스 뿐이랴. 온갖 맛집부터 가전기기에 병원 정보까지, 허위와 왜곡의 거대한 하이퍼링크 지뢰밭을 허우적거리다 장렬히 전사하는 게 우리네 일상 아닌가. '강남 맛집' 검색 결과를 믿을 수 없는 시대, '강남 오빠'마저 오염돼버린 웹은 더이상 정보의 보고가 아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우리는 더욱 빈곤해졌다. 어떤 학교나 학원에서도 정보를 현명하게 소비하는 교육을 받아본 기억은 없다. 기도할 도리 밖에. 오늘도 부디 '낚이지' 않기를.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