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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07일 12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07일 14시 12분 KST

너도 모르는 너의 마음, 컴퓨터가 알려줄 거야

"내가 왜 화났는지 정말 모르겠어?" 남자들에게 이 말만큼 진땀 나는 질문이 또 있을까. 단언컨대, 모른다. 정말 모른다. 부디 여인들이여, 그냥 말을 해줘. 이럴 때 그대 기분을 대신 알려주는 기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사물인터넷과 센서 기술은 우리 곳곳을 감지해 시중을 들지만, 아직까지 미개척지는 남아 있다. 센서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비물리적 세계, 이를테면 생각이나 감정 말이다. 정보기술이 이젠 이 영역까지 '접속'하려 들 심산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둥지를 튼 '비헤이비어매트릭스'는 얼마 전 글에 담긴 감정을 분석해주는 기술을 공개했다. '스마트뷰360' 시스템은 '감정 신호 탐지' 기능을 제공한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나 뉴스 보도, 블로그와 포럼, 설문조사와 종이신문 등 300만 개에 이르는 자료에서 대화록을 수집했다. 이를 기반으로 글 속에 담긴 감정을 추출한다. 현재 기분을 파악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특정 의사결정을 내리기까지 영향을 미친 감정적 요인은 무엇인지도 분석해 알려준다. 스마트뷰360은 예측도 한다. 어떤 감정적 요인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특정한 행동으로 이끄는지 알아챌 수 있다는 얘기다. 비헤이비어매트릭스는 감정 예측 기술 관련 특허를 지난해에 취득했다. 감정 예측 기술이 상용화되면 그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감정 변화를 읽는다는 건 곧 기업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비헤이비어매트릭스는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아랍어, 독일어 감정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이 최근 공개한 논문도 흥미롭다. 심리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음악 취향은 대개 개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기존 가설을 뒤집었다. 음악 취향을 결정하는 건 개성이 아니라 '인지 스타일'이라는 것이 연구팀 주장이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두 부류로 나눴다. '공감형'(empathizer)과 '체계형'(systemizer)이다. 이를 기준으로 심리검사용 '마이퍼스널리티' 응용프로그램(앱)으로 페이스북에서 4천 명이 넘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에게 음악 50곡을 들려주고 평점을 매기게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공감형 참여자는 블루스나 재즈, 클래식과 포크 같은 부드럽고 온화한 음악을 선호한 반면, 체계형 참여자는 하드록이나 헤비메탈처럼 강렬하고 경쾌한 음악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연구팀을 이끈 데이비드 그린버그 박사는 "당신이 어떤 음악을 듣고 싶은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알기 위해 애플이나 스포티파이는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라며 "개인의 사고방식을 알게 된다면, 음악 서비스 업체는 음악 추천 서비스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7월23일 오픈액세스 저널 <플로스 원>에 공개됐다.

인간의 감정을 읽어내려는 시도는 낯설지 않다. IBM은 올해 7월 슈퍼컴퓨터 '왓슨'을 이용한 문장 분석 서비스 '톤 애널라이저'를 내놓았다. 문법이나 맞춤법을 고쳐주는 데 그치지 않고 글쓴이의 감정이나 사회성까지 분석해주는 기술 실험이다. 만약 비즈니스 전자우편에서 감정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했다면 톤 애널라이저는 이를 더 정중하면서도 명확한 어투로 바꿔준다.

flickr pierre tourigny

Flickr Pierre Tourigny. CC BY.

글이 아니라 얼굴 표정이라면 얘기가 더 쉬워진다(사진). 지난해 '애펙티바'란 광고 분석 업체는 사람의 표정을 인식해 광고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분석하는 '애프덱스'란 기술을 공개했다. 미국 얼굴 인식 기술 업체 '이모션트'도 사람 얼굴을 보고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모션트는 이 기술이 광고나 TV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 학술 연구 발표에 대한 청중의 반응 등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읽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줄어들까. 행간에 숨은 뜻을 애써 읽어내는 수고도 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감정이 민낯을 드러내는 세상에서 과연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할 것 없다. 그때쯤이면 내 감정을 감춰주는 기술이 또 냉큼 등장할 테니.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