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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7일 06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9일 14시 12분 KST

반갑다 '룩앳미'

룩앳미는 스마트폰용 응용 프로그램(앱)이다. 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전문가 도움 없이도 부모가 아이와 함께 집에서 자폐증 치료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개발됐다. 룩앳미는 자폐아가 얼굴 인식 능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언뜻 서너 살 아이들이 갖고 노는 게임 앱처럼 보인다. 엄마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아이에게 '미션'을 지정해준다.

삼성

[이희욱의 휴머놀로지]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먼은 주변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책장 한 번 쳐다보고, 천장으로 눈을 돌렸다가, 다시 양탄자로 고개를 돌리고,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기억력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데, 말로 표현하는 건 서툴다.

영화 속 레이몬드는 자폐증 환자다. 레이몬드는 비범한 기억력을 보여주지만, 현실은 반대다. 자폐증 환자 가운데 수학이나 음악에 재능을 보이거나 비범한 기억력을 보여주는 이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자폐증 환자 4명 가운데 3명은 정신지체도 함께 갖고 있다고 한다.

자폐아를 둔 엄마에게 현실은 가혹하다. 험난한 여정의 첫걸음은 아이와 의사소통하는 일이다. 자폐아는 엄마와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 병원이나 전문 치료기관을 오가며 치료한다고 해도 시간이나 비용이 만만찮다. 더구나 자폐증은 똑 부러지는 치료법이 아직 없다. 전세계 자폐 인구는 6천만 명에 이른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전세계 8살 이하 아동 68명 중 1명꼴로 자폐증이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삼성전자 '룩앳미'는 그래서 반가운 물건이다. 룩앳미는 스마트폰용 응용 프로그램(앱)이다. 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전문가 도움 없이도 부모가 아이와 함께 집에서 자폐증 치료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개발됐다. 룩앳미는 자폐아가 얼굴 인식 능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언뜻 서너 살 아이들이 갖고 노는 게임 앱처럼 보인다. 엄마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아이에게 '미션'을 지정해준다. 룩앳미의 6개 미션 모두를 수행하면 보너스 미션 1개가 추가된다. 아이는 스스로 미션을 완수해나가고, 엄마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훈련 상태를 확인하면 된다.

미션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따라하거나, 화면 속 제 위치에 얼굴을 맞추고 사진을 찍는 식이다. 화면에 뜬 얼굴 모습을 보고 기쁘거나 슬픈 얼굴만 골라내는 미션도 있다. 아이는 얼굴 위치를 똑바로 잡고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시선을 맞추는 훈련을 하게 된다. 아이는 '날 따라해요' 같은 미션을 수행하며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하는 훈련도 거친다.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재미 요소도 군데군데 넣었다. 혼자 미션을 수행하다보면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럴 땐 '경쟁자'를 투입하면 된다. 가상 아동 9명을 투입해 자연스레 경쟁심을 유발하고 미션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임무를 마치면 '루비'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루비는 '루비상점'에서 점수로 교환할 수 있다. 점수에 따라 엄마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면 된다. 과자를 주거나 15분간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하는 식이다. 미션을 대신 수행하거나 정답을 가르쳐주는 건 삼가야 한다.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미션을 건너뛰어도 된다. 이때는 부모가 사전에 지정해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룩앳미는 삼성전자가 페이스북에서 진행하는 '론칭피플' 캠페인에 따라 개발됐다.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꿈이나 아이디어를 골라 이를 실현해주는 캠페인이다. 삼성전자는 자폐아가 주변 사람과 소통은 어려워해도 기기는 대체로 쉽게 받아들이고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과 연세대 임상심리학과와 함께 2013년 11월부터 자폐아 훈련을 돕는 앱 개발에 들어갔고, 1년여 만인 2014년 12월23일 '룩앳미'를 정식 선보였다. 삼성은 지난해 7월 8~13살 자폐성 범주장애 아동 19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다. 실험 대상 아동의 60%는 눈맞춤이 개선됐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됐다.

연구에 참여한 정경미 연세대 임상심리대학원 교수는 "룩앳미는 아이들이 소통하고 원만한 상호작용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기계를 통해 기계 바깥에 있는 사람과 삼각형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룩앳미는 가정에서 친숙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아이가 눈맞춤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굳이 자폐아에게만 한정할 필요도 없다. 가정에서 아이와 놀이용으로 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현재 안드로이드용 무료 앱으로 제공된다. 아직은 '갤럭시S3·S4·S5'와 '갤럭시노트2·3·4', '갤럭시줌·줌2'와 '갤럭시탭S'에서만 룩앳미 앱을 쓸 수 있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