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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6일 11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17일 14시 12분 KST

관상 보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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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arXiv.org) 제공

"얼굴만 딱 봐도 당신, 범죄자네."

관상가 김내경은 얼굴만 보고도 재물운과 벼슬운, 인품과 수명을 척척 맞혔다. 오리무중인 살인사건의 범인을 얼굴 한 번 보고 찾아냈고, 점 몇 개 찍는 것만으로 '왕'과 '역적'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관상학은 사람의 얼굴에 삼라만상이 축소돼 있다고 말한다.

관상가는 얼굴에 각인된 코드를 예민하게 더듬으며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려 한다. 하지만 이같은 판독 작업이 한 사람의 길흉화복을 짚어보는 걸 넘어 인간의 정신 영역을 미리 진단하고 처분하려 들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얼굴을 보고 그가 범죄자인지 아닌지 판별한다면? 더구나 그 역할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맡는다니.

이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체사레 롬브로소는 범죄학자이자 의사였다. 그는 19세기 말 '범죄성은 유전되며, 범죄자는 독특한 신체적 특징을 지녔다'고 주장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범죄자는 비범죄자보다 원숭이에 가까운 유전자를 지녔으니, 툭 튀어나온 이마나 지나치게 큰 귀, 긴 팔 같은 신체적 특징으로 범죄자를 가려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는 눈감는 날까지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지 못했다. 20세기 초, 영국 범죄학자 찰스 고링은 범죄자와 비범죄자의 신체적 특징에 차이가 없다는 걸 통계학적 기법으로 입증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범죄자 예측 기술'이 또다시 수면에 떠올랐다. 이번엔 '인공지능'이 가세했다.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학 후샤오린과 장시 두 연구원의 작품이다. 둘은 다양한 머신비전 알고리즘을 활용해 범죄자와 비범죄자의 얼굴 특징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두 집단의 차이점이 발견됐다.

두 사람은 수염이 없는 18~55살 중국 남성 1856명의 신분증 사진을 활용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범죄 전력이 있었다. 이들은 실험 대상 사진의 90%를 활용해 나선형 신경망이 두 집단의 차이점을 구분하도록 훈련한 뒤, 나머지 10% 사진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신경망은 89.5% 정확도로 범죄자와 비범죄자를 식별해냈다. 두 연구원은 이 결과를 두고 "범죄에 범죄형 얼굴을 자동 추론하는 기술이 유효함을 입증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후샤오린과 장시는 범죄형 얼굴에서 세 가지 특징을 찾아냈다. 범죄자는 비범죄자보다 ①윗입술 곡률이 평균 23% 더 크고 ②눈 사이 거리가 평균 6% 더 짧으며 ③코끝과 입술 양쪽 끝을 연결했을 때 선의 각도가 평균 20도 정도 작다는 것이다. 이 생뚱맞게 들리는 주장을 이들은 각종 통계와 수치를 잘 버무려 '얼굴 이미지를 이용한 범죄 자동 추론'이란 논문으로 공개했다.

두 연구원은 일반 법 위반자나 비범죄자보다 범죄자가 얼굴 유사성이 더 떨어진다고도 말했다. 말하자면 범죄자 얼굴이 일반인이나 단순 법 위반자보다 공통된 특징을 집어내기 더 어렵다는 뜻이다. 아무리 많은 얼굴 이미지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이들 가운데 범죄자를 콕 집어낼 확률이 떨어지는 까닭도 이것이라고 두 연구원은 주장했다. 이 연구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놓았지만 '미래 범죄자'를 집어내는 준거로 삼기엔 그리 미덥지 않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딱 보면 범죄자'란 관상가 수준의 판별보다는 과학적이며 신뢰도도 높다.

이 연구는 여전히 구멍이 많다. 표본으로 사용한 얼굴 이미지 수는 연구 주제의 무게감에 비하면 턱없이 빈약하다. 나이나 성별, 인종별로 세분화된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두 과학자의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중요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과학의 힘으로 범죄자를 가려낼 수 있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공상에서 현실로 탈바꿈한다. 지난 11월 초 미국 노트르담대학 멜 매커리 연구팀은 얼굴 사진만으로 그 사람이 믿을 만한지, 권위적인지, 사교적인지, 유머가 풍부한지 등을 판단하는 실험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이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데이터에 적용된 세상을 상상해보자. 휴대용 판독기에 신분증을 갖다 대면 내 정신세계가 낱낱이 까발려지는 날이 머잖았다. "삑~ ○○○님은 독선적이고 고집이 세군요.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된 요주의 인물입니다." '디지털 파시즘'이란 유령이 인공지능 곁을 배회하고 있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