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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17일 07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17일 14시 12분 KST

누나의 일기 | 아빠의 세례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 받은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로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사실 드릴 말씀은 없어요.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를 받은 건 아빠의 개인적인 욕심도 아니고 쉽게 세례를 받으려는 것도 아니에요.아빠가 하는 모든 건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예요. 바티칸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길 간절히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알아주세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김웅기군의 아버지 학일씨와 이승현군의 아버지 호진씨, 승현군의 누나 아름씨는 7월 8일 단원고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을 거쳐 8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를 집전한 대전까지 800여㎞를 순례했다. 15일 이들을 만난 교황은 38일 동안 순례길에 짊어졌던 십자가를 바티칸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승현군의 누나 이아름씨가 페이스북에 쓰는 <누나의 일기>를 함께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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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7일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 받은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로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사실 드릴 말씀은 없어요.

단지 우리 아빠는 지금까지 아이들과 남은 실종자들을 위해서 걸어오셨고 어찌하다 보니 지금은 교황님께 세례를 받으셨어요.

하지만 교황님께 세례를 받아서라도 아빠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그 마음을 조금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교황님께서 아빠를 기억해 주신다면 바티칸에 돌아가셔도 이 얘기를 해주실 거고,

아이들 얘기도 해주실 거고,

언젠가는 바티칸에 있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해요.

교황님께 세례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아요.

그럼에도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를 받은 건 아빠의 개인적인 욕심도 아니고

쉽게 세례를 받으려는 것도 아니에요.

아빠가 하는 모든 건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예요.

설사 아빠가 세례를 받으려고 걸으셨다고 한들 쉽게 세례를 받은 게 아니라 사실 누구보다 어렵게 받은 거겠죠.

저는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황님이 아니라 다른 누가 되더라도 아빠가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응원하고 싶어요.

모든 분들이 아빠를 응원해주시길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누구보다 캄캄한 어둠을 걷고 있는 아빠라는 걸 조금만 알아주셨음 좋겠어요.

그리고 그 희망이 교황님께서 되주신 거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바티칸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길

간절히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알아주세요.

저는 우리 아빠가, 우리 아버지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 <누나의 일기> 지난 글은 이아름씨의 블로그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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