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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1일 10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02일 14시 12분 KST

조금 뚱뚱한 사람이 오래 살까?

Yuri_Arcurs via Getty Images

금나나의 하버드레터 | 조금 뚱뚱한 사람이 오래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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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그동안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 건강하셨기를 바라요.

칼럼의 제목 때문이어서 그런지 이 칼럼은 캠브리지에 있을 때만 써지는 건가 봐요.

저는 겨울에 한국에서 머물렀는데요. 제가 집에 있을 때면 아빠는 '비상'에 걸린답니다.

매일 밤 9:30만 되면 어김없이 딸이랑 헬스장을 동행해야 하는 중요한 의무 때문인데요.

60대 초반이신 아빠는 헬스장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인바디검사를 통해 체성분 검사를 하는 것이랍니다. 아빠는 체육 선생님이다 보니 항상 운동도 꾸준히 하고, 평생을 한결같은 몸무게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체성분 검사를 할 때 마다 "아이코" 하십니다.

복부 지방량은 정상 범위 내에서도 많은 편에 해당하고, 근육량은 정상 범위 내에서도 적은 편에 해당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아빠를 보면서 실감하는 것이 '동양인의 비애'랍니다.

성별과 나이가 같은 동양인과 다른 인종의 사람을 비교했을 때, 비만도가 같더라도, 동양인의 경우 지방량이 많고 근육량이 적다는 것인데요.

오늘 제가 풀어갈 이야기는 '근육량의 중요성'과 연관이 있기에, 한국인에게는 상대적으로 더욱 중요한 문제입니다.

평소 건강 뉴스에 관심을 두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과체중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라는 기사를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면 당뇨, 심장병, 암과 같은 만성병 위험도가 높아지니 당연히 사망률도 높아져야 하는데, 이러한 예측과는 반대로 과체중이면 오히려 정상 체중보다 사망률이 낮다고 해서 흔히 '비만의 역설 (obesity paradox)' 이라고 불리는데요.

이러한 '비만의 역설 (obesity paradox)'을 언론에 퍼뜨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던 논문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의학 전문지 중 하나인 미국의학협회지(JAMA) 2013년도 판에 실린 논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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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비만도와 사망률 관계'를 연구한 역학 연구 97개를 종합하여 분석한 것인데요. 약 300만 명의 사람들을 포함하여 이들로부터 발생한 약 30만명의 사망 건을 다룬 방대한 분석이었답니다.

이때 비만도는 체중(kg)을 키의 제곱값(m2)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체중(kg)/키(m2))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는데요.

독자 여러분들도 지금 잠시 계산기를 꺼내 들고 체질량지수를 직접 계산해 보도록 합시다.

아래 표는 WHO에서 정한 체질량지수에 따른 비만도를 보여주는데요.

여러분들의 체질량지수가 18.5-24.9 범위이면 정상 체중, 25-29.9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됩니다. 여러분들은 대부분 정상 체중에 속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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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 의하면, 비만한 사람들은 우리의 예상대로 정상 체중인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18%가 증가했지만, 과체중인 사람들은 정상 체중에 비해 오히려 사망률이 6%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상식을 뒤엎는 연구가 미국 최고의 의학 전문지에 실리니, 주요 언론들은 "과체중이어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시작했답니다.

한번 체중이 증가하면 빼기도 어려울뿐더러 유지하기는 더 어렵고,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에, 과체중은 비만으로 향하는 통과의례랍니다.

따라서 위와 같이 과체중에게 면죄부를 주는 언론의 메시지는 비만 인구 양성 촉진이라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메시지를 전파하는 언론과 대항하기 위해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는 이 분야 최고 권위자이신 Walter Willett 교수님을 주축으로 하여 심포지엄을 열고 공개적으로 이 논문을 신랄하게 비판하셨답니다.

얼마나 화가 나셨으면 그토록 인자하신 Willett 교수님께서 "이 논문은 한 마디로 쓰레기입니다. 이 논문을 읽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라고 말씀하셨지요.

위 논문이 상식을 뒤엎는 결과에 도래하는 데는 여러 가지 역학 방법론적인 문제점들이 기여했는데요, 이 중에서 독자분들이 체감하기 쉬운 한 가지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체질량 지수'는 비록 '키'와 '체중'만을 이용해서 비교적 손쉽게 비만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여러 가지 취약점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어떤 사람이 키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아가 수치상으로 체중이 높을 때, 그것이 지방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근육이 많아서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단적인 예로, 아래 그림에서와같이 키와 체중이 같아서 체질량 지수는 같은 두 사람이지만, 한 명은 근육질이고 다른 한 사람은 지방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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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체질량 지수의 취약점은 특히 고령자일수록 더 두드러집니다. 고령자일수록 근육량이 많이 줄어들기에, 고령자에게 있어서 체질량지수의 차이는 지방량의 차이보다는 근육량의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체질량지수와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많은 논문들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과체중의 고령자와 정상 체중의 고령자를 비교하는 것은 지방량의 많고 적음의 비교보다는 근육량의 많고 적음의 비교가 주가 되어버린답니다.

따라서 과체중이 정상 체중보다 사망률이 적은 이유는, 지방이 이로워서가 아니라 적당한 근육량이 도움되기 때문입니다.

즉, 정상 체중이 과체중보다 사망률이 높은 것은 지방이 적어서가 아니라, 필요한 근육량이 적기 때문이지요. 이 논문 이후 발표된 몇몇 논문들은 직접 측정한 지방량과 근육량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이러한 연구들에 의하면 사망률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지표는 '과도한 지방량'보다는 '근육량 감소'였습니다. 즉 이러한 논문들은 '어느 정도 통통한 게 건강에 좋다'라는 것이 아니라, '몸무게가 좀 나가도 그것이 근육량이 때문이라면 괜찮다'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가 건강식을 할 때 중요한 것이 '나쁜 것을 안 먹는 것' 뿐만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챙겨먹는 것'이 중요하듯이, 우리가 건강한 체형을 만들 때도 '지방을 빼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동양인이고 나이가 들수록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바로 근육량을 살피는 것이랍니다."

2017년 1월 1일에 세우셨던 새해 목표 달성이 흐지부지해지셨다면, 이제 진짜 설날을 지내셨으니 2017년 '근육량 챙기기'를 새해 건강 목표로 세워보시는 것을 어떨까요?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