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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3일 09시 0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4일 14시 12분 KST

'강간 약물' 음료에 타서 직접 실험해봤다

얼마 전 대만에 여행간 한국여성 2명이 택시기사에게 성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택시기사가 건넨 요구르트 때문이었다. 요구르트에는 수면제가 몰래 들어가 있었다. 아티반이나 졸피뎀 등 수면제는 실제 데이트 강간에 가장 널리 악용되는 약물이다. 정신과는 물론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 동네 의원에서도 '불면증'을 호소하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사퇴까지 불러온 '사회고위층 별장 성접대 사건'에서 사용됐던 약물이 수면제다. 당시 건설업자 윤모씨는 별장에 데려간 여성에게 피로회복제라고 속여 수면제인 '아티반'을 먹였다. 2015년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남편과 골프선수가 호텔 실외수영장에서 20대 여성 2명을 성폭행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사건에서 피해 여성들에게 사용된 약물 역시 아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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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를 음료에 섞게 되면 어떤 맛과 색깔, 향의 변화가 나타날까. 비온뒤팀은 직접 실험해보기로 했다. 소주와 맥주, 요구르트, 오렌지 주스, 커피 등 5종류의 음료에 아티반과 졸피뎀을 섞어 보았다. 음료 250cc 한컵에 2알씩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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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음료에 쉽게 녹이기 위해 가루로 만들었다. 하얀 알약이 졸피뎀, 노란색 알약이 아티반이다. 가루를 빻아서 음료에 넣었더니, 알약이 수용성이어서 생각보다 잘 녹아서 놀랐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음료 종류에 상관없이, 마시고 난 뒤 컵 아래에 가루가 조금 남아있었다. 음료를 마신 뒤 어떤 형태라도 가루가 남아있다면, 약물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실험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대를 착용 후 약물이 들어있는 음료의 맛을 봤다.

그러나 비온뒤팀은 혹시 이 실험을 기사화하면,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 상에서는 데이트 강간 약물에 관련한 구체적인 방법이 많이 나와있다. 누구라도 악용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어렵지 않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데이트 강간 약물에 대해 알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피해 예방 목적으로 이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실험에서 사용한 수면제는 항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그러므로 수면제를 다른 용도로 악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엄벌에 처해진다는 것을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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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소주다. 소주에 약물을 타면, 투명한 색이 탁하게 변하기 때문에 티가 많이 난다. 맛 역시 알코올에 약을 탄 맛이 강하게 난다. 소주에 졸피뎀을 넣으면 불투명한 하얀색으로 변하면서 소주보다 좀 더 쓴 맛이 났다. 소주에 아티반을 넣으면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감기약과 비슷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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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맥주다. 맥주에 약을 넣으니 순간 거품이 올라오면서 색이 탁해졌다. 흔히 목격하는 맥주보다 유난히 색이 진하며, 거품이 진하게 나면 약물을 탔는지 의심해볼 수 있겠다. 맛도 탁해졌다. 졸피뎀을 넣은 맥주는 보통 맥주보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이 썼다. 아티반을 넣은 맥주는 특유의 가루 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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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요구르트다. 요구르트는 달달하기 때문에, 약을 넣어도 맛을 감춰줘 잘 알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달달한 음료여서 오히려 쓴 맛이 잘 느껴졌다. 졸피뎀이 아티반보다 쓴 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만약 달달한 음료인데도 쓴 맛이 느껴진다면 약물이 들어있는지 의심해볼 수 있다. 그러나 요구르트의 경우 색깔론 구별하기 힘들었다. 원래 요구르트 색깔로 전혀 차이가 나지 않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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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오렌지주스다. 오렌지 주스는 가장 판별이 어려운 음료였다. 오렌지 주스는 달달하면서도 오렌지 특유의 쓴 맛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약을 넣은 음료를 마셨을 때 느껴지는 쓴맛이 오렌지 주스 특유의 맛처럼 느껴졌다. 오렌지주스가 데이트 강간에 악용될 음료로 가장 우려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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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커피다. 커피는 원래 쓴 음료이기 때문에, 약을 넣어도 맛 차이가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약을 넣은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는 쓴 맛이 강해졌다. 그러나 실험인 것을 인지하지 않았다면, 그저 쓴 커피맛이라고 느꼈을 정도다. 만약 커피가 더 뜨거웠다면, 맛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차이가 있다면, 약물을 넣으면 커피색이 조금 탁해지고 진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보통 컵 홀더를 덮어서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약물을 넣어도 의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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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후 실제 어지러움이나 졸음을 겪었다. 비온뒤팀 피디 5명이 각자에게 할당된 음료를 한두 모금씩 나눠 마셨을 뿐인데 참가자 대부분 몽롱한 느낌을 경험했다. 또한 실험 후 저녁 9시쯤 영화관에 갔는데, 평소와 다르게 영화를 보다 잠깐 잠들기도 한 경우도 있었다. 만약 약물이 든 음료를 모두 마셨다면, 어지럼증을 강하게 느끼거나 기억을 잃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찔했다.

비온뒤의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처음 본 사람은 물론 지인이라도 여성에게 건네진 음료는 주의 깊게 살펴야한다.

2. 음료의 색이 원래보다 탁하다면, 약물을 의심하라.

3. 술을 마실 때, 혀 끝에 약맛처럼 쓴 맛이 느껴진다면 약물을 의심하라.

4. 맥주에 거품이 유난히 많이 올라오면서 색이 탁하다면, 약물을 의심하라.

5. 요구르트나 오렌지 주스 등 달달한 음료의 맛이 맹맹해지거나 끝맛이 쓰다면, 약물을 의심하라.

6. 술잔을 마시고 잔에 하얀색 가루가 남아 있다면, 약물을 의심하라.

참고로 성폭행 약물 피해를 예방 및 대처하기 위해 미국 연방 여성보건 협회에서 권유한 자료를 소개한다.

1.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주는 음료수는 먹지 않는다.

2. 음료수 개봉은 본인이 한다.

3. 자기 주량보다 적게 술을 마셨는데 정신이 몽롱하거나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도움을 요청하거나 전화로 신고한다. 당신은 그 시점으로부터 10분 내에 기억상실이 진행되고 범죄에 저항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될 수 있다.

4. 자신의 옷을 잘 살펴본다. 내가 잠가 놓은 단추나 지퍼 등 형태가 다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입혀 놓은 것이다.

5. 약물 검사는 소변검사로 이루어지는데, 로히피놀 성분은 체내에 몇 시간 정도만 잔류하고 소변으로는 72시간 내에 검출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병원 검사 전까지 변을 보지 않고 참아야 한다. GHB를 비롯한 약물은 12시간 만에 몸에서 빠져나가 검출이 안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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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