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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8일 14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4월 18일 16시 00분 KST

[허핑턴 인터뷰] '프로듀스101'의 이모 황인선은 이제 나이를 속이지 않는다

huffpost korea

'101명의 소녀들'이 최종 11명에 뽑히기 위해 경쟁하는 걸그룹 연습생 서바이벌, 엠넷 '프로듀스 101'에는 다른 출연자들과는 좀 다른 캐릭터로 유명해진 '황이모'가 있다. 인터뷰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리 밝히자면 그 누구의 이모도 아닌 황인선은 87년생이다. 얼마 전까지의 방송 나이는 89년생이었다.


- ‘황이모’란 별명 어때요? 댓글들을 보면 ‘나보다 어리지만 이모 같다’고도 하던데.

= 30살이 아니라 35살인데 또 속인 거 아니냐고도 하던데 그건 아니고요. 처음엔 되게 싫었어요. 걸그룹에 스며들기 위해서 나이도 속이고 갔는데 이모라고… 그런데 단점을 숨기는 것 보다 차라리 오픈해서 편하게 다가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바꾼 거죠. 사실 걸그룹이란 것도 대중에게 이쁨 받기 위해서 나가는 거잖아요. 그게 꼭 예쁘고 어린 게 아니라 이모일 수도 있는 거죠.

- 30살로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는 건 어땠나요.

= 처음 만났을 때 (전)소미가 옆에 앉아서 저보고 몇 살이냐고 물었는데, 제가 28살이라고 했더니 “아아....” 이러면서 등을 돌리더라고요. 우리나라는 나이를 먼저 말하고, 자기랑 비슷한 나이면 바로 친해지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엔 혼자 밥 먹고, 혼자 다녔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도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내가 어린 애들하고 뭐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런데 나중에 제가 11명에 들려고 했던 목표를 내려놓은 다음에는 그 생각도 바꿨어요. “요즘 유명한 게 뭐야?”, “언니도 같이 밥 먹자”, “언니도 껴주면 안돼?” 이런 식으로 하니까 나중엔 절 어렵게 생각하던 것도 바뀌었죠.


2015년 12월 자기 소개 티저


- 많이도 아니고 딱 2살을 굳이 깎아야 했던 이유가 있나요? 20대여야 해서?

= 사실 전에 했던 걸그룹 ‘스마일지’ 때도 나이 낮췄어요. 87년생인데 89년생으로. 그때 나이를 그대로 썼어요. 30대가 나와서 걸그룹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같다고 회사에서도 생각을 해서. 아무래도 인식 자체가 걸그룹을 30대가 한다고 하면 좀 그렇잖아요. 너무 많이 속여도 안 되는 거 같고 그냥 2살 깎자, 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어요. 제가 '27살'일 때 처음 녹화 시작했고요, 이게 12월 지나고 해가 바뀌면서 '28살'이 된 거예요.

- 뒤늦게 왜 진짜 나이를 공개했어요?

= 원래는 공개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 밝혀져서… ‘짝’에도 출연했었거든요.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 과거가 다 들춰지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묵묵부답으로 가만히 있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왜 속였는지 말을 해야 할 거 같아서 이래서 속였고, 그게 불편을 드렸다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한 거죠.

- 지금은 편한가요?

= 편하죠. 자꾸 거짓말 하는 것 같아서 찔리는 게 있었는데 이젠 후련한 건 있어요.

- 본래 나이를 밝힌 건 지금도 불리한가요?

= 처음에는 최종 11명에 뽑히는 게 목적이었어요. 그런데 하다가 이게 아니라는 판단이 드니까, 아예 원래 나이를 밝힌 게 저한테 유리한 거 같단 생각을 했어요.


to be old


- 원래 무용을 했다고 하던데요.

= 예고 때는 발레 전공하다가 고3 때 바꿔서 대학교랑 석사는 현대무용을 했어요.

- 왜 연예인이 되기로 했어요?

= 제 안에서 목말랐던 게 있던 거 같아요. 제 껄 대중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거든요. 열심히 하고, 또 잘 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줄 알았어요. 제가 바랐던 대가는 많은 사람들이 저의 춤을 봐주는 건데 절 보여줄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잘할 수록 오히려 애들 가르치는 일만 하게 되니까. 대중 앞에 서는 게 제 꿈이고 성향인데.

- 스타가 되고 싶나요?

= 네, 그런 걸 보여줄 수 있는 스타가 되고 싶은 거죠. 제 우선순위는 대중이 원하는 거예요. 제가 잘하는 게 있고 좋아하는 게 있는데, 그걸 다 하기가 어렵잖아요. 대중이 예능 하면 좋겠다, MC 하면 좋겠다, 라고 했을 때 그게 제가 잘하는 거라면 그걸 우선순위로 하고요. 그 다음에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이라든지 그런 걸 그 다음에 해도 되지 않나.

- 그중에서도 걸그룹을 하고 싶은 이유가 뭐예요?

= 아무래도 기회가 많잖아요. 무용 같은 제 특기를 보여줄 기회도 많고. (기자: 걸그룹이 대세니까?) 그렇죠. ‘스마일지’ 하기 전에 다른 걸그룹도 3년 했어요. 바로 데뷔할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걸그룹이 되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프로듀스 101’은, 그래도 걸그룹을 몇 년 해왔는데 이걸로 한번 데뷔해보는 게 나중에 후회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기회도 될 수 있고.

- 포기했다면 대신 뭘 하고 있었을까요?

= 애들 가르치는 일 했을 거 같아요. 안일하게 지내고 있겠죠.

- 연습생 기간엔 어떻게 먹고 살았나요.

= 현실적인 문제를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은데,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고 서포트해주셨어요. 25살에 늦게 시작했는데도요. 다행히도 부모님이 도와주셔서.


1월 6일 첫회 방송 전 공개한 'Pick Me'

4월 2일 최종 11인이 결정된 마지막회 오프닝 'Pick Me'


- ‘프로듀스 101’은 출연자 입장에서 정말 잔인한 프로그램인가요?

= 다른 애들은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서로 경쟁해서 11명에 들어서 데뷔해야 하는 건데 저는 거기서 그러려는 마음을 놓았으니까. 누군 나오고 누군 안 나오고 이런 거 있잖아요. 방송에 누가 나오면 야 쟨 됐나보다, 이런 얘기들 하죠. 열심히 해야 안잘리고, 방송 나올 수도 있다고. 카메라 나오는 것도 서바이벌이거든요. 못하는 것도 나오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안나오는 게 나은 건지 그런 것들도 계산하게 되고. 저는 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쟤 마음도 이해가 가고 그랬어요. 서바이벌 오디션이니까 시기와 질투를 하게 되고. 당연한 거 같아요.

- 아무리 내려놨어도 압박감이 있을 거 같은데.

= 처음 등급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거든요. 그때 진짜 이게 뭐하고 있는 거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무용계에서는 딴따라라고 하급 취급하는 곳인데 거기서도 날 하급으로 취급하는 거잖아요. 내가 완전 무너지는 느낌, 내가 없는 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만둘까도 생각했어요. 사실 이게 어린 애들이 나가는 거라고 했으면 안 나갔을 거예요.

- '소녀' 오디션인지 모르고 출연했어요?

= PD님들이 EDM 걸그룹, 그런 걸 한다고 해서 나갔어요. 그런데 가보니까 애들이 다 너무 어린 거예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란 생각을 처음부터 했어요. 중학생에다가… 그런데 거기서 제가 D등급까지 받고. 멘탈이 다 붕괴된 거죠. 좀 다른 걸 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똑같은 걸그룹, ‘소녀시대’, ‘여자친구’ 뽑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 내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줘야겠다 생각을 한 거죠.

-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 또 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무슨 말씀이신지… 기회가 되면 무조건 해야죠. 전 무조건 할 의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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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기획사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 많았죠. 그런데 전 나이 때문에 대형 기획사는 오디션 볼 생각도 안 했어요. 지원자격부터가 탈락이라서.

- 연습생 생활, 무명 걸그룹 생활 하면서 기획사에 불만도 많았을 것 같은데.

= 저희 회사가 큰 회사가 아니잖아요. ‘듣보잡’ 회사인데, 그런 회사에서도 저는 약간 버려진 케이스였어요. 사실 많이 힘들었어요. 생각을 해봐요. 나이도 많은데 왜 띄우겠어요, 트로트 말고는. 이 회사는 걸그룹을 뽑아야 하는 회사고, 어리고 창창한 아이들이 있는데. 그래서 제가 뮤지컬 쪽으로 빠져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 뮤지컬 어떤 작품이요?

= 사실 작년에 ‘맘마미아’에 들어가기로 했었는데요. 앙상블도 5차까지 시험 보고 합격했는데 ‘프로듀스 101’에 나가기로 하면서 안 했어요. 방송 못 나갔으면 길이 바뀌어서 ‘맘마미아’를 하고 있었겠죠.

- ‘맘마미아’ 대신 ‘프로듀스 101’을 해서 잘 됐다고 생각해요?

= 어렵게 합격한 거지만 뮤지컬은 나중에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이 더 좋은 것 같아요.

- 뮤지컬에서 하고 싶었던 배역은 뭐예요?

= ‘맘마미아’의 소피,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 에포닌은 정말 많은 여배우들이 하고 싶어하는…

= 맞아요, 맞아요.

- 솔로 앨범을 낸다고 했는데 어떤 장르예요?

= 정확하게 말씀을 드릴 순 없지만 트로트는 아니라는 거… 솔로 앨범 낸다고 발표했더니 다들 ‘아, 그럼 트로트로 나오겠네’ 하더라고요.

- 트로트가 본인에게 맞다고 생각해요?

= 네, 제가 약간 탁성이 있어서. 트로트가 '나항-' 이렇게 쏘잖아요. 맞는 것 같아요.

- 그러면 언젠가 때가 되면 트로트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되신 건가요.

= 지금도 대표님이 다른 건 아니라고 하시고, 제가 봐도 저의 캐릭터는…. 아무래도 회사 입장에서는 트로트를 하면 행사 때문에 수입이 많죠. 그런데 돈도 중요하지만 오래 가는 게 중요하잖아요. 제가 지금 돈 많이 벌겠다고, 캐릭터를 가지고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게 가장 고민이에요. 트로트는 나중에 할 수 있는데 지금부터 너무 이미지 구축하고 갈까봐. '트로트할 것 같았는데 다른 걸 하네?' 이런 반전 이미지가 일단 되든 안 되든 해보고... 안 되면 트로트는 나중에 하면 되니까. (기자: 마음의 준비는 됐지만 최대한 미루고 싶으시군요.) 그런 거죠.


영상: 이윤섭/윤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