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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21일 10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22일 14시 12분 KST

세월호 2주기에 학교가 해야 할 일

연합뉴스

세월호 2주기에 학교가 해야 할 일, 민주시민교육

글 | 권재원 (성원중학교 교사)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년기다. 기억과 아픔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새 2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서 안 그래도 아픈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세월호 계기수업을 놓고 벌어지는 전교조와 교육부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부는 공문을 잇따라 보내면서 전교조가 발간한 416 계기교육 자료집을 사용하는 교사는 징계 하겠다고 겁을 주고 있다. 전교조는 전교조대로 이를 교권침해로 간주하고 정면 돌파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런데 계기교육을 강행하겠다는 전교조도, 기어코 막겠다는 교육부도 가장 중요한 사람들, 피해 당사자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희생자, 유가족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고? 그게 문제다. 세월호의 피해 당사자는 그들만이 아니다. 이 땅의 모든 초, 중등 학생과 교사, 즉 학교 구성원 전체가 깊은 상처를 입은 희생자다. 교육은 우선 교육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만들고 난 다음의 일이라는 점에서, 그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위로와 치유인데, 전교조와 교육부 그 누구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타고 있는 선박이 서서히 침몰하면서 수천만 명의 눈 앞에서 목숨을 잃은 끔찍한 사건이다. 그 긴 시간 동안 희생자들이 안에서 겪었을 공포와 고통, 그리고 그들이 죽어가며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수많은 국민들이 보고 느꼈다. 특히 현재 중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참사 당시 초등학생으로 세월호 참사의 충격을 거의 직격탄으로 마음에 맞은 상태에서 중학생이 되었다. 현재 중학교 재학생들 중 상당수는 "세월호"라는 단어만 꺼내도 고개를 푹 숙이고 힘들어한다.

교사의 상처도 만만치 않다. 교사는 학생들을 인솔하여 수학여행을 다녀왔고, 또 앞으로도 다녀와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수학여행을 가는 도중 교사들이 몰살을 당했다. 이를 바라본 교사들은 자기 학급이 세월호 안에 있는 것처럼 느꼈고, 그와 같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떠나지 못하고 결국 목숨을 잃고 말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더구나 교사들은 이 사회가 교사의 희생을 값싸게 처리하는 모습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사회는 교사들의 희생을 기리기는커녕 오히려 이 참사의 범인처럼 몰아 붙였다. 단원고 교사들은 동료들의 죽음을 애도할 틈도 없이 성난 유가족들 앞에서 조리돌림 당했고, 목숨을 잃은 기간제 교사는 순직조차 인정받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진보진영 인사들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는 선동을 하면서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안전교육을 강화하라는 깨알같은 지침을 난사하면서 마치 이 참사가 교사들이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 것처럼 책임을 떠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참사의 기억을 이어가고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는 일제강점기, 위안부, 5.18 등의 과거가 아프고 참혹하지만 이를 외면하지 않고 반드시 기억하고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런 참혹한 과거를 역사로 배우는 사람들과 피해 당사자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참혹한 역사를 교육하고 교훈을 얻고자 할 때는 반드시 참사의 희생자를 배려해야 하며, 아직 여린 감수성을 가진 어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참혹한 사실 그 자체는 가능하면 은유적으로 다루도록 배려해야 한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파시즘과 유대인 학살 같은 참상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교육의 중요한 목적으로 삼지만, 그 교육이 가스실 체험, 죽어가는 유태인의 모습을 다룬 동영상 보기 따위로 이루어졌다면, 교육이 아니라 가혹행위라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의 여러 상황들을 너무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세월호 희생자의 마지막 순간을 학생들에게 떠올리게 하고 그 심정을 공유하게 하는 활동까지 포함한 전교조의 계기교육 자료는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제정신을 가진 교사라면 누구라도 이런 내용의 자료집을 가지고 세월호 계기교육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둘째 치고 피해당사자인 본인들이 견디기 힘들어서라도 못한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교육부의 반응 역시 비교육적이다. 교육부가 진정 '교육부'였다면 전교조의 계기교육 자료의 비교육성에 대해 교육의 관점에서 비판했어야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 대신 전교조의 계기교육 자료를 사용하는 교사를 징계하겠다는 협박성 공문을 전국의 모든 학교에 살포했다. 협박의 이유도 피해 당사자인 어린이, 청소년의 마음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등등의 교육적인 것이 아니라 가치판단이 미숙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생각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등 지극히 정파적이다. 이런 교육부의 모습은 전국의 교사들이 자기 교육관과 줏대도 없이 전교조나 진보교육감의 지령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것이니, 그 꼭두각시 줄을 빼앗아 혼자 움켜 쥐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세월호도, 교육도 사라지고 두 진영 간의 날선 대립과 갈등만이 남았고, 피해자인 학생과 교사는 이 갈등 사이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대상화 되었다.

혹자는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하고 진실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교육적으로 학생들이 알아야 할 세월호의 진상은 그다지 복잡한 것이 아니다. 떠서는 안 될 위험한 배가 허술한 관리감독 때문에 태연히 운항했고, 해난사고시 승객들을 보호해야 할 선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신고를 받고 도착한 해경에는 컨트롤 타워도 없고, 구조 전략도 없어 서로 허둥대다 눈에 보이는 선원들만 구하고는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주제를 다루기 위해 그 소재로 세월호를 직접 다룰 필요도 없다. 오히려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을 상대로 그래서는 안된다. 세심한 교사라면 세월호 대신 다른 사례나 문학작품을 이용하여 국가의 총체적 부실과 무책임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희생을 다루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알아보고 성찰하도록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그치면 안된다. 세월호 교육의 최종 목적은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주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멋대로 권력을 남용하고 제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국가기관의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다. 따라서 미래의 주인인 학생들이 국가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자라는 것이 유일한, 그리고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그들이 국가의 주인다운 태도, 윤리, 그리고 구체적인 능력을 갖춘 어른이 되었을 때, 국가는 제 역할을 할 것이며, 세월호 참사 같은 어이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2주기를 맞아 학교가 해야 할 일, 그것은 바로 민주시민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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