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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8일 14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19일 14시 12분 KST

교사의 연구관 임용이 승진이라고?

교육자가 자꾸 직급을 따지는 게 치졸하고 속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이 하도 교사를 깎아 내리니 사실관계만은 분명하게 해두어야겠다. 우선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이 직급이 아니라는 것부터 분명히 하자. 초중등교원은 모두 똑같은 호봉체계를 가지고 있다. 교사가 교감이 되건, 교장이 되건 호봉은 단 한 칸도 바뀌지 않는다. 하물며 장학사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교사가 장학사가 되는 것을, 심지어 장학관이 되는 것도 승진한다 말하지 않는다. 전직이 공식 용어다.

Gettyimage/이매진스

경력 25년 이상 교사의 연구관 임용이 두 단계 승진이라고?

글 | 권재원 (성원중학교 교사)

서울시 교육청이 3월 1일자로 교육연구정보원에서 교육정책 연구를 담당할 교육연구관 1명을 임용하였다. 그런데 이 인사에 대해 시끄러운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리는 것 같아서 귀를 기울여 보니 주로 한국 교총 등 보수단체들이 내는 소리다. 그들은 조희연 교육감이 전교조 출신에 대해 특혜인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에 두 단계를 승진시키는 파격적인 특혜는 그동안 열심히 승진을 위해 준비해온 다른 교사, 장학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것이라는 엄포도 놓고 있다.

참 이상한 주장이다. 우선 특혜라는 말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교사가 연구관/장학관(이하 장학관)이 된다고 해서 특별히 얻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보수가 전혀 오르지 않는다. 36호봉을 받던 교사가 장학관이 되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대로 36호봉을 받을 뿐이다. 오히려 보수는 그대로인데 방학도 사라지고, 교사의 가장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과 함께 유대관계를 갖고 성장하는 기쁨이 사라지는 등 잃는 것이 많다. 그러니 교사가 장학관이 된 것을 특혜라고 부른다는 것은 자신들이 학생들과의 유대관계를 끊는 것을 혜택으로 여길 정도로 교육을 등한시해 왔다고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두 단계 승진이라는 주장도 이상하다. 그들이 두 단계 승진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교사가 장학사로 '승진'하고 장학사가 장학관으로 '승진'해야 하는데, 교사가 바로 장학관급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한국 교총의 주장만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진보교육감들 중에서도 교사 경험이 없는 분들은 이렇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사가 승진해서 장학사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교사 입장에서는 심각한 모욕이다. 장학사는 교육청에서 6급 주무관 상당의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장학사가 되는 것을 승진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교사의 경력이 수십 년이 되더라도 행정직이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7급 주무관 이하의 최하위 공무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류를 만질수록 높아지고, 아이들을 가르칠수록 천해진다는 저열한 가치전도다.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명색이 교원단체라는 교총이, 더구나 '교원 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정책협의를 하도록 되어 있는 교총이 거꾸로 '교원 지위 추락'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말이다. 설사 교총이 사실상 교사가 아니라 교장, 교감, 교육전문직원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교육청, 교육부에서 실제보다 훨씬 낮은 대우를 받고 있는 교육전문직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일이지, 교사의 지위를 천한것으로 내려 찍음으로써 자신들의 상실감을 보상받으려 할 일은 아니다.

교감이나 장학사들은 대부분 20년 이상의 교육경력과 대부분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서, 심지어 경쟁 시험까지 치르고 까다로운 임용절차를 거친 사람들이다. 그런데 고작 6급 주무관 대우를 받고 있으니, 지나친 훌대임에 분명하다. 교감, 장학사들에게 단결하여 자신들의 지위를 높일 권리가 있고, 교총에게는 이를 지원할 의무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런 정당한 노력을 포기하고 도리어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동료 교사들을 사실상 신규교사와 동급으로 찍어 내림으로써 자기들이 승진했다고 느끼고자 하고 있으니, 차라리 딱해 보일 지경이다.

교육자가 자꾸 직급을 따지는 게 치졸하고 속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이 하도 교사를 깎아 내리니 사실관계만은 분명하게 해두어야겠다. 우선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이 직급이 아니라는 것부터 분명히 하자. 경찰(순경, 경장, 경사, 경위, 경감, 경정, 총경 등) 군인(소위, 중위, 대위 등) 등 다른 특정직 공무원은 직급이 있고, 직급에 따라 다른 보수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교원은 모두 똑같은 호봉체계를 가지고 있다. 교사가 교감이 되건, 교장이 되건 호봉은 단 한 칸도 바뀌지 않는다. 교장이나 교감이 학교에서 이른바 관리자로 군림하는 것은 법에서 부여한 권한, 즉 직책에 따른 것이지 직급상의 차이가 아니다. 하물며 장학사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교사가 장학사가 되는 것을, 심지어 장학관이 되는 것도 승진한다 말하지 않는다. 전직이 공식 용어다.

그런데 초중등 교원을 사정에 따라 직급이 있는 다른 직렬 공무원으로 임용할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에는 "공무원 임용규칙" <별표1>에 규정된 "일반직, 특정직 공무원의 경력 상당계급 기준"을 준용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따르면 초중등 교원은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의 구별 없이, 오직 호봉에 의해서만 상당하는 직급을 받는다. 표에 따르면 신규교사(9호봉)는 7급, 경력 5년-9년(14호봉-17호봉)은 6급, 경력 10년-14년(18호봉-23호봉)은 5급, 15년 이상 경력은 4급(24호봉 이상)이라고 아주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교사로서 정신승리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기준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이 임용한 문제의 연구관은 37호봉 이상의 고경력자인데다 교육학 박사학위 소지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집공고에 따라 '5급 상당'의 대우를 받도록 되어 있다. 따지고 보면 두 단계 특혜 승진은 커녕 도리어 한 등급 '강등' 된 셈이다. 아이들과의 유대라는 교사의 선물을 포기하고 심지어 강등까지 감수하면서 서울교육혁신을 위해 오히려 스스로 희생양이 되었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두 단계 특혜 승진을 했다고 주장하니 어거지도 이런 어거지가 없다.

교사들은 자기들이 받는 세속적인 대접에 매우 둔감한 집단이다. 심지어 자기들이 받을 수 있는 정당한 대우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법에 나와있는 만큼도 누리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교사들은 어느새 행정직원, 교육전문직원들의 하위직처럼 멸시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명색이 교원의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한국교총으로부터 일거에 지위를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설움과 모욕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평소에 교장, 교감, 장학사들이 친절하게 웃는 낯 속에 교사에 대한 멸시를 얼마나 힘들게 감춰왔는지 부지불식간에 커밍아웃 한 것이나 다름없고, 그들이 평생을 교육에 봉직한 노교사들의 경력을 단 한 치도 인정해줄 수 없다고 면전에서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

교육감들은 한국교총이나 보수언론의 이런 탈법적인 선동에 흔들리지 말고 당당하게 '법대로' 집행해야 한다. 전교조 등 교원노조 역시 교사의 지위에 대한 이러한 명백한 침해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는 특혜인사가 아니라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폄하되어왔던 교사의 지위를 법대로 인정해주는 비정상의 정상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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