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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8일 07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18일 14시 12분 KST

아동학대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

Shutterstock / dragon_fang

아동학대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교사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있는 제도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글 | 권재원 (성원중학교 교사)

상상하기도 어려운 끔찍한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아직 피어나지도 못한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아닌 친부모에게 가혹한 학대를 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나마 장기간의 감금이나 살해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였기에 알려지기나 했지, 부모에게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얼마나 많이 감춰져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방향이 이상하다. 이 참혹한 사건의 본질은 "부모가 자녀를 학대한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교사가 "그 사실을 몰랐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심지어 진보교육감조차 이 사건의 본질을 마치 교사의 관심이 부족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을 막지 못했던 것처럼 말하고 있다. 뉴스 앵커도 이에 뒤질세라 전국의 교사들을 향해 학생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부족을 꾸짖었다. 교사가 스승이 아니라 단지 직장인에 안주하고 있다는 개탄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는 실제로 직장인이다. 교사의 임무는 학교에 온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지, 가정에서의 학생의 삶까지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은 스승이 함께 먹고자고 생활하던 '군사부일체' 시절에나 가능하다. 게다가 특정한 어른이 학생에 대한 전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학생은 가능하면 여러 다양한 어른들과 만나고 배워야 한다. 진보교육감들이 입버릇처럼 외치는 "마을이 학교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마을 사람들이 학교에 와서 재능을 기부하라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는 교사가, 방과 후에는 마을 어른들이 교육을 담당함으로써 교육의 공백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때 마을 교육자의 중심은 당연히 부모다. 따라서 교육은 학교의 교사와 마을의 부모 간의 상호 신뢰라는 기반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부모는 교사가 제대로 잘 가르치고 보살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교사는 부모보다 자식을 더 잘 보살필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방과 후에 아이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낸다. 물론 간혹 교사의 폭력, 부모의 자녀학대 사례가 보도되지만, 이런 것들은 매우 극단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부모와 교사는 믿을 만하다. 교사가 학생이 가정에서 폭력과 학대를 받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에 기반하고, 부모가 학생이 학교에서 각종 폭력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릴 것이라고 걱정을 한다면 그런 사회에서는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다. 언론은 이런 예외적인 사건은 다만 예외로서 다루되,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대책이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보도해야지, 자꾸 전반적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끌고 가면 안된다. 사실 학생이 장기결석하거나 부모의 학대가 의심될 경우 담임교사에게는 경찰관을 대동하여 가정방문할 권한이 없다. 올바른 절차는 따로 있다.

"아동학대 범죄 처벌 특례법"이라는 법률이 바로 그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교사(학원강사도 포함된다)는 아동의 학대가 의심될 경우 이를 지체없이 수사기관(경찰, 검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의무이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으면 오히려 처벌을 받는다. 교사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그리고 더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학교교사는 가정교사가 아니다. 수십 명 학생들의 학습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예외적인 사건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예외적인 사건은 그것만을 전담하는 전문가들이 맡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게 바로 복지부 산하에 설치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이다.

수사기관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고가 접수되면 지체없이 아동학대 현장에 출동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때 서로 동행하게 되어 있다. 이들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서 현장에서 조사를 하며, 이 조사를 누구도 방해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학부모라도 이들의 가정 방문과 조사를 막을 수 없고, 이들을 문전박대하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은 피해 아동의 보호와 조사를, 사법경찰은 학대행위자의 범죄행위를 조사한다. 이렇게 출동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수사기관은 조사결과 아동학대 범죄가 입증되면 즉각 법을 적용하게 되어 있으며, 학대행위자가 부모 등 친권자일 경우에는 친권을 정지하거나 박탈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절차와 기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교사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과 권한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교사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봉변을 당하거나 심지어는 고소를 당한다. 법과 제도만 만들어 놓았지, 그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교사도 잘 모를 정도니 일반 시민들은 당연히 더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를 신고해야 할 의무는 교사, 강사, 의사 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있다. 다만 교사, 강사, 의사는 신고하지 않았을 때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러니 이 법에 대한 부족한 홍보, 그리고 이 법을 집행하고자 하는 빈약한 의지는 졸지에 전국의 모든 어른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말았다.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바로 이런 것들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모든 시민이 아동보호의 책임자이며 아동학대를 신고할 의무를 가지고 있고, 아동학대는 집안일이 아니라 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리고, 그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정히 교사를 비난하고자 한다면, 관심이나 사랑의 부족이 아니라 이런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을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제도를 만들어 놓고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정부, 그리고 정부가 알리지 않은 것을 찾아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언론의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는 대신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 학교의 교육자인 교사와 마을의 교육자인 부모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를 무관심한 월급도둑과 아동학대 범죄자로 의심하는 분위기를 조장한다면 기레기 소리를 백번을 거듭 들어도 마땅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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