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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9일 11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19일 14시 12분 KST

'수포자'의 잘못된 원인분석이 잘못된 해법을 부른다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수학의 학습량이나 난이도가 아닌 다른 이유로 수학을 포기한 학생도 많다. 수학을 학습할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 그냥 이유 없이 수학이 싫은 학생들, 예방과 조기개입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을 좀 더 다양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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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찬승(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목차

1. 시작말

2. 수포자는 왜 발생하는가?

3. 학습은 어떻게 일어나며 학습에 실패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4. 수포자 양산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5. 맺음말

1. 시작말

오는 9월 고시를 목표로 2015개정교육과정의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 목표에는 '학습량의 적정화'도 포함된다. 학습량을 기존보다 약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이 전국의 초·중·고생과 수학교사 9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교육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포자 비율을 보면 초등 6학년 36.5%, 중학 3학년 46.2% 고3학년 59.7%로 되어 있다. 그리고 수학이 어려운 이유, 수업을 못 따라가는 이유 등은 아래 [표1]과 같다고 분석했다.

[표1] 수학을 포기하는 원인 분석(경향신문 201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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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교육과정 개정을 책임자인 한 분은 모 신문에 "새 교육과정의 성공, 학습량 적정화에 달렸다"란 칼럼을 게재했다.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학습량이 과다한 것을 적정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위 [표1]과 같은 설문 결과를 언론에서 집중 보도하면서 교육과정의 적정화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것까지는 좋았다. 또 "내용이 어렵다, 배울 량이 많다. 진도가 빠르다" 등이 중3학생들이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주요 이유란 점을 밝힌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런데 아쉬움이 크다. 이 설문의 결과를 수포자 발생의 주 원인으로 연결시켜 언론들이 그대로 보도함으로써 수학포기의 실제 원인을 크게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원인 분석은 잘못된 해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올바른 해결책을 낼 수 없게 만드는 문제점을 지닌다. 잘못된 원인분석은 잘못된 통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설문조사결과를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보자. 이 조사발표가 있고 난 후 많은 언론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이 문제를 사설에서까지 다루었다. 다음은 관련 사설 제목이다.

"수포자 절반인 교실, 획기적 방안 필요하다"(한겨레)

"수학포기자 막으려면 대입정책과 교과서 바꿔야"(경향신문)

"고교생 수포자 60%라니, 수학교육 확 바꿔라"(매일경제)

"수포자 60%인 교육으론 과학강국 어림없다"(중앙일보)

위 사설 제목의 공통점은 '수포자'를 포함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사설은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내용이 어렵고 학습량이 많으면 진도가 빠르기 때문"이란 조사 주체의 분석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다. 이런 언론 보도는 수학포기의 원인을 과잉 단순화하고 진짜 원인을 보지 못하게 하는 문제점을 지닌다. 이는 수학을 포기하는 원인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포자 발생의 원인은 내용의 난이도나 학습량의 과다보다 훨씬 더 넓고 깊다.


2. 수포자는 왜 발생하는가?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수학의 학습량이나 난이도가 아닌 다른 이유로 수학을 포기한 학생도 많다. 수학을 학습할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 그냥 이유 없이 수학이 싫은 학생들, 예방과 조기개입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 해당학년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을 배우지 못했더라도 출석일수만 채우면 상급학년으로 올려 보내는 무책임한 교육 시스템, 각자 새로운 내용을 배울 준비상태가 매우 다른데도 나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학년으로 분류되고 동일한 내용, 동일한 수준으로 공부해야 하는 교육시스템, 수준별 수업을 통해 서로 다르게 배워도 평가는 동일한 평가지로 평가하는 비교육적 제도, 선천적으로 학습이 느린 학생들, 난독증·난산증과 같은 인지적 장애, 작업기억 용량이 태생적으로 작은 학생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가진 학생들을 배려하는 제도의 미비 등, 이것들은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이유들이다.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을 좀 더 다양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분석한 아래 수학 포기자 발생원인 분석도([표2])를 참고하기 바란다.

[표2] 수학 포기자 발생원인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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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은 위 표의 내용처럼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의 크기도 매우 다르다. 결론적으로 위 설문의 결과를 통해 수포자의 주 발생 원인이 마치 학습량의 과다와 내용이 어려운 점 때문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수포자 발생의 원인을 과잉 단순화나 과잉 일반화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오류에 가깝다. 또 위 설문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사항이 2가지 더 있다.

첫째, 설문의 의도와 설문의 선택지 구성이 적합한가의 문제이다. 위 설문은 정상적인 인지적 기능을 갖추고 학습 의지가 있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수포자에는 어떤 이유든 수학을 포기한 모든 학생들이 포함된다. 그런데 위 설문 내용은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 중 일부 학생들만을 염두에 두고 선택지가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즉 위 설문 문항은 대상이 왜곡되어 있다. 따라서 위 설문의 결과로부터 수포자 해결책을 도출한다면 정상적인 인지적 기능을 갖추고 학습 의지가 있는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해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설문 결과의 해석에 오류가 없는가의 문제다. 설문의 결과를 잘못 해석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위 [표1]에서 보듯이 '수학이 어려운 이유'로 설문에 참가한 중3학생들의 69.3%가 "내용이 어렵다"로 답했다. 그런데 '내용이 어렵다'를 전통적인 통념에 근거하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내용을 쉽게 하는 것'이 해결책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이 어렵다"란 의미를 (뇌)과학적으로 해석하면 "그 내용의 이해에 필요한 사전지식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와 "학습자의 정보처리 속도에 비해 교사의 설명이나 수업진도가 더 빨라 인지 과부하(cognitive overload)가 일어난다."에 가깝다. 이럴 경우 해결책은 내용을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학습을 할 때 그 학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사전지식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사전지식을 갖춘 정도에 따라 개별화 수업을 하든가 아니면 사전지식을 갖추게 한 다음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된다. 또 인지 과부하를 줄일 수 있기 위해서는 아동의 사전지식과 정보처리 속도를 교사가 사전에 파악해서 인지 과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업설계와 수업의 진행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설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대응책은 매우 다를 수 있다. "내용이 어렵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원인분석에 의하면 수학의 배울 내용을 더 쉽게 구성하는 것이 답이다. 이는 주로 교육과정의 문제이고 교육부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내용이 어렵다"의 문제를 뇌과학적으로 해석하면 교사의 교수법과 수업 계획을 어떻게 짜느냐의 문제와 관련성이 더 깊다. 수포자가 양산되는 것은 전자에 의한 원인도 있지만 필자는 후자의 원인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수포자 발생원인과 수학의 난이도, 학습량 등과의 관계는 통념과 달리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학습량을 20% 줄이거나 학습할 내용을 쉽게 구성한다고 수포자가 줄어들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수학이 어려워서 혹은 학습량이 많아서'는 수포자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의 하나는 될 수 있지만 수포자 발생의 주원인은 아닌 것이다. 교수학습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게 하는 주요 요인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수포자는 양산될 것이다. 학생들이 수학을 포함해서 왜 학업을 포기하는지를 뇌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이를 살펴보면 수포자와 학포자가 양산되는 이유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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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습은 어떻게 일어나며 학습에 실패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학습은 어떻게 일어나고 학습에 실패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를 먼저 살펴보자. 학습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가장 먼저 학습할 내용에 주의(attention)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주의를 일정기간 작업기억(working memory) 시스템 위에 지속시켜야 한다. 작업기억이란 어떤 과제 해결을 위해 정보를 처리하고 조작하는 뇌의 신경망이다. 수학문제를 풀 거나 영어 문장을 해석하는 일, 모두 작업기억에서 일어난다. 작업기억이 정보를 성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크게 3가지다,

하나는 작업기억의 용량이다. 14세~성인은 대략 3~5개의 정보를 작업기억에 동시에 유지시킬 수 있다. 즉 정보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3~5개 정도란 뜻이다. 초등학생은 3~4개 정도다. ADHD 아동이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어휘력이 부족한 아동들은 작업기억 용량이 평균보다 작다.

또 다른 하나는 작업기억 시스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려면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즉, 수학문제를 푸는 동안) 주의를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잠깐 딴 생각을 하면 작업기억 시스템 위에 유지되고 있던 정보는 사라진다. 이렇게 학습에는 주의력의 지속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작업기억에서 이해가 일어날 수 있기 위해서는 사전지식(혹은 배경지식)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뇌가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업기억에 올라온 정보 패턴과 유사하거나 관련된 정보 패턴을 장기기억(long-term memory)에서 찾아 대조를 한다. 대조한 결과, 같은 것이거나 유사한 것으로 판명이 되면 "아, 이게 그런 뜻이구나!; 아 이렇게 풀면 되겠구나!"처럼 이해가 일어나고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이는 일전에 만났던 사람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으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알아보지만 저장되어 있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작업기억에 올라온 새로운 정보와 유사한 패턴이 장기기억에 없거나 있어도 찾지 못하면 이해에 혹은 문제해결에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학습이 일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학습자가 새롭게 학습하고자 하는 내용의 사전지식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이다. 이를 정리하면 학습이 일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다음 3가지다.

① 교사는 아동의 작업기억 용량을 고려해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즉 작업 중에 과부하(overload)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교사가 각 개인의 작업기억의 용량, 작업기억의 구조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② 주의력이 10~20분 동안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③ 장기기억에 관련 배경지식(혹은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상의 설명만으로도 수포자의 발생 원인이 단순히 학습량이 많다, 적다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어렴풋이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습이 일어나느냐 일어나지 않느냐 다시 말해 수포자가 되느냐 수포자가 되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데는 이보다 더 크고 중요한 요인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보자.

자기체계(self-system)란 것이다. 자기체계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인식과 경험의 집합체로서 그 사람만의 상호 연결된 신념 체계이다. 이것이 세상을 이해하고 목표를 결정하고 어떤 과제를 추구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학습과 관련시켜 말하면 자기체계란 어떤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과제에 참여를 할까 말까를 결정하는 체계인 것이다. 즉 이는 학습동기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수업이 진행되거나 어떤 과제가 제시되면 이에 대해 학습자의 자기시스템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자기체계는 다음 3가지 질문을 던지는 시스템이다.

 질문1: 저것이 내게 필요한가? 저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지?

 질문2: 저것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 질문3: 내가 지금 저것을 할 기분인가?

다시 수포자 발생 원인을 자기체계를 기반으로 검토해보자. 수많은 수포자가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위 질문1.2.3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물론 학습자마다 어떤 질문과 관련해서 수포자가 된 것인지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가. 수학을 포기하는 주요 이유는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도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대부분 잊었지만 살아가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물론 수학적 사고 같은 것은 보이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철저히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환경에 반응하고 적응한다. 학습자는 수학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수학 수업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더 필요한 곳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를 테면 수업에 집중하는 대신 방과후 친구와 어떻게 놀까, 혹은 점심을 먹고 어떤 간식을 사먹을까, 옆의 친구와 수업 중에 장난을 칠까 등을 궁리한다. 어떤 학습자에게는 이것이 생존을 위해 수학 수업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자기체제가 반응하기 때문이다. 만약 수학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라고 느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수학을 공부하려고 할 것이다. 가령 6개월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하자. 영어가 어렵다고 영어를 배우지 않겠는가? 한국의 학교교육은 수학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란 것을 학습자들에게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실패하고 있다. 수학을 못해도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 수없이 많다. 대학 진학에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수학이 현실 생활에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수학을 배울 절실한 동기가 부족하다. 이것이 수포자가 발생하는 제1원인일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정부가 표준화된 수학 교육과정을 강제화하는 것, 수학이 삶과 유리되어 있는 것 등을 개선해야 한다. 수학이 필요하다고 학습자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미국의 차세대 평가의 수학문제들을 보라. 대부분이 학습자의 삶에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즉, 수학은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때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면 수포자 양산의 제1원인을 국가와 학교가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학교가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교과내용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가령 한 단원을 여러 개의 과제로 잘게 쪼갠 후 학습자들이 자신이 관심있는 과제를 선택하게 한다. 이는 현재 국가의 수학교육의 목적과 학습자의 목적의 불일치를 완화하는 방법이다. 학습자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의식도 갖게 되고 학습동기도 향상된다. 그 선택의 대상은 배우는 내용, 배우는 속도, 배우는 방법, 배운 것을 확인하는 방법 모두가 해당된다. 이는 표준화된 기존의 교육과정 운영방식을 버리고 훨씬 더 학습자 친화적인 교육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 수학을 포기하는 주요 이유는 자신은 해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신이 해낼 수 있다, 없다'는 단순히 수학의 난이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유능감(self-efficacy), 자신감(confidence)과 관련이 깊다. 자기 유능감이 낮은 것은 과거 성공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성공의 경험이 없는 것을 아동 탓으로만 돌리면 안 된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우리말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한 경우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아동들 중에는 덧셈, 뺄셈의 기초 능력을 갖추고 또 어떤 경우는 구구단까지 암기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그렇지 못한 빈곤소외계층 아동들을 생각해보라. 이들을 학교에서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한국은 공부 못하는 아동에 대해서는 일찍이 기대를 낮춘다. "쟤는 가정배정, 정서장애, 인지적 장애 때문에 해도 안 될 애니까 대충 가르쳐도 돼."와 같은 판단을 하거나 이런 판단을 할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아동이 수학에 자신감을 잃게 하는 데는 교사요인도 작지 않다. 그러나 위 [표1]의 분석에는 교사요인은 부각되어 있지 않다.

학습자는 자신에 대한 주위의 기대에 따라 반응한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학습부진을 겪는 아동들에 대해 유전요인, 환경요인, 다른 조건들 때문에 학습 잠재력이 낮다고 믿는다. 또,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금방 잊을 거라 생각하고 대충 가르치기도 한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자주 하기도 한다. 강점보다는 잘못된 것부터 찾아내는 경우도 많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이지만 아동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12년 동안 교사로부터 받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15,000회나 된다고 한다. 수포자 발생의 주원인이 수학의 학습량의 과다라는 인상을 주는 분석이나 기사들은 매우 잘못 되었으며 그 폐해가 클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자기 유능감을 키워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지만 성공의 경험을 하나씩 늘려가야 한다. 기초가 부족한 학습자들에게는 한 단계 위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의 마련(scaffolding)이 중요하다. 이는 숲에 해당되는 배경지식을 먼저 학습하게 한 후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 아직 배경지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반복을 강화해 최소한의 배경지식을 쌓기 등의 수업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경우, 학습부진을 겪는 아동들에 대한 대응책이 너무 미흡하다. 기초학습부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일제고사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게 하는 게 고작인 경우가 많다. 교사들이 기초가 부족한 학습자를 지도하는 전문성을 갖추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또, 교육과정을 어떻게 개정하던 학습부진에 대한 예방시스템과 질 높은 조기개입시스템의 도입이 없다면 수학에 자신감이 없는 수포자는 여전히 양산될 것이다.

다. 수학을 포기하는 주요 이유는 학습을 할 기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의 기능은 아주 쉽게 <생존 담당 뇌, 감정·정서 담당 뇌, 이성 담당 뇌>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학교교육은 이성의 뇌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외부 정보를 필터링할 때 가장 먼저 생존 담당 뇌, 감정·정서 담당 뇌가 작용한다. 특히 감정·정서 담당 뇌는 어떤 정보에 주의를 기울일지 말지를 결정하고 또 이성의 뇌로 통하는 통로를 열어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학습은 궁극적으로는 이성이 뇌가 담당하는 부분이 많지만 일차적으로 감정·정서 담당 뇌가 학습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결정을 해야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수업 환경이 위협적이지 말아야 한다. 이때의 위협이란 교사의 권위적이거나 일방적인 지시, 근심, 걱정, 교사의 잔소리 등이 다 포함된다. 또 질문에 대해 잘못 답변을 했을 때 창피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포함된다. 이는 교실의 수업분위기가 기본적으로 편안하고 안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실수에 대해서 관대하고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실수나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이다.

둘째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 교사가 평소에 학습자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노력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성장관점, 긍정적 기대 등을 가지고 있을 때 학습자는 수학 시간에 수업할 기분이 든다. 이미 교사가 너는 수학의 기초가 부족해서 혹은 머리가 나빠서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을 안다면 학습자는 노력할 이유가 하등 없는 것이다.

셋째, 학습자가 수학 수업에 집중할 기분이 들게 하려면 교사의 열정, 교사의 교수법, 흥미로운 내용(content) 등이 필수적이다. 한국 수학의 경우 상급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포자가 느는 것은 교수법, 수업내용 등과 관련이 깊다.

넷째, 학습할 기분이 나지 않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동의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불안, 위협 등이 그것이다. 가정환경, 부모와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등이 원만하지 않을 때 아동의 뇌는 늘 근심, 걱정, 위협, 불안으로 꽉 차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에 있는 학생의 뇌는 상시적으로 이런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느라 뇌가 항상 바쁘다. 이런 상태에서는 학습할 기분이 들지 않고 학습하려고 해도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업을 회피하거나 무기력해지고 만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수업할 기분이 들지 않는 아동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우선적인 것이 아동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따뜻한 관심이고 삶을 돌보는 것이다. 학교가 실제 형편은 안 되지만 아동의 삶까지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삶을 돌본다는 것의 핵심은 학생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공감적 경청 위주의 소통이다. 이것이 학생 수가 많아 실천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루 한 아동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실천한다면 한 두 달마다 모든 아동에 대해 골고루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교사가 공부 못하는 아동들에 대해 성장관점을 가지는 일이다. 교사가 "넌 안 돼."라는 고정관점을 버리고 "너도 열심히 하면 하는 것만큼 발전할 수 있어."라는 성장관점(growth mindset)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수포자가 줄어들 수 있다.

이상을 통해 이미 짐작했겠지만 많은 학습자들의 자기체계와 관련된 3가지 질문(1.2.3.)에 대한 대답이 다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학습자들 중 다수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자기체계가 수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하지 않고는 교육과정을 어떻게 고쳐도 수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수포자가 양산되는 이유는 이상의 요인 말고 또 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교사의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건강의 문제, 또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가의 문제다. 이는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에서 자세히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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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포자 양산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수포자 양산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은 우선 수포자 발생의 원인부터 제대로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분절적인 대증요법으로는 개선 효과를 얻기 어렵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수포자에 대한 인식이 아직 '투입→산출'의 낡은 패러다임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직 공부를 못하는 학생일수록 많이 가르치면 배울 것이란 잘못된 가정에 갇혀 있다. "교과 내용의 지도에 집중하면 할수록, 공부 못하는 학생일수록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란 생각은 상상도 못한다. 우선 관계와 학습 간의 연관성의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자기체계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못하면 학습자는 수업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그런데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사회성·감성 역량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래 [표3]의 '교사의 사회성감성 역량과 학생의 성과 모델'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표3] 교사의 사회성감성 역량과 학생의 성과 모델(Jennings & Greenberg,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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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3]을 보면 가장 우측의 '학생의 사회성감성 지능 및 학업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좌측의 '교사의 사회성감성 역량(SEC) 및 정서적 안정'이 전제가 돼야 한다. 그래서 교사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마음챙기기(mindfulness) 훈련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이 관심을 끌고 있다. 교사의 마음챙기기는 아동들의 부적절한 언행 앞에서 반사적(reactive)이 아니라 좀 더 반응적이기(responsive) 위한 기술이다. 그리고 아동들과 신뢰로운 관계와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모든 교사와 아동들은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와 갈등해결을 위한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실현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모든 정책이 "학생이 먼저다"였으나 이제는 "교사가 먼저다"란 쪽으로 접근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피로감과 의욕상실(burnout)은 한국이 특별히 심할 수 있다. 한국은 아직도 징벌적 생활지도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아동의 문제행동을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중앙정부가 학교자치보다는 하향식으로 관리 및 통제하기 때문에 행정업무 부담도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이런 여건이 교사로 하여금 수업과 아동과의 관계 형성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교사들은 매일 막무가내로 교사에게 대들고 막말을 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아동들의 문제행동을 접한다. 이런 힘든 현실을 극복하지 못할 때 느끼는 그 무력감과 자괴감은 매우 클 것이다. 이런 힘든 현실 속에서도 진정한 스승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계속 지쳐간다. 그런데 우려되는 것은 현재와 같은 제도와 환경을 이대로 유지한다면 교사들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이 올 것이란 점이다. 그래서 주요국들은 이제 "학생이 먼저다"에서 "교사가 먼저다"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교사가 힘들고 교사가 행복하지 않으며 교사의 감정이 조절되지 않으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동들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교사가 먼저인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것은 교사 자신의 행복이다."란 말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교사의 정서적, 신체적으로 튼튼할 때만 아동과의 진정한 관계와 소통이 늘고 교실 분위기가 친사회적으로 바뀌어 수포자와 학포자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수포자 양산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의 하나로 가장 먼저 "교사가 먼저다"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이런 점까지 감안해서 수포자나 학포자의 양산을 막기 위한 종합적인 대안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 도덕적 교육목표에 충실

- 성취기준을 낮추지 않는다.

- 높은 기대를 유지한다.

- 격차를 줄인다.

-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로 돕는다.

(Michael Fullan, 2010)

● 출발선에서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투자(초등 1-3학년 중 한글을 해독하지 못하는 아동 문제의 해결 포함

● 사회성감성 교육을 통한 교사와 학생 모두의 사회성감성 역량 함양

● 비폭력 대화를 통한 교사와 아동 간의 관계 회복과 진정한 소통 실현

● 징벌적 생활지도를 회복적 갈등해결(restorative practices)로 전환

● 학습부진의 예방과 질 높은 조기개입 프로그램의 운영

● 표준화 시험의 영향력 축소

● 반응중심개입적 접근(RTI)

● 보편적 학습설계(UDL)와 보편적 학습평가(UDS)의 도입

● 뇌친화적 교수학습 원리의 도입

● 질 높은 개별화 수업 실현

● 지역별, 학교별 상황에 맞는 교육과정의 운영

● 각 학교의 집단적 책임감과 집단적 유능감

● 교육의 표준화를 프레임 제공방식으로 전환(2015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의 사전 규제를 더욱 강화함으로서 교육을 후퇴시키고 있음; 이런 변화를 이루면 학습량의 적정화는 저절로 해결됨


5. 맺음말

교육과정에서 학습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교과목의 경계가 분명할수록 교과목 간 영역 다툼의 해결은 매우 난해하다. 그리고 현재의 교육과정이 아직도 학문중심 교육과정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한 내용 구성의 완성도를 위해서도 그 양이 많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제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양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중요한 것만 골라 가르치고 가르친 것에 대해서만 평가를 하는 쪽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한편 대학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전공별로 꼭 필요한 만큼만 수학 실력을 요구해야 한다. 이는 대학의 매우 중요한 사회적 책무며 외면해서 안 되는 윤리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국가는 지금과 같은 견고한 교육의 표준화를 내려놓아야 한다. 지역별, 학생별 욕구와 흥미, 준비상태가 다 다른데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표준화된 교육과정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목적의 표준화, 표준화 시험의 기능, 영향력 등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해야 한다. 또 연령이 같다고 한 교실에서 학습하게 반을 편성하는 관행도 시간을 가지고 고쳐나가야 한다.

그리고 수포자가, 더 나아가 학포자가 마치 교육과정의 학습량을 20% 줄이면 많이 사라질 듯 말하지만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대학입시가 있는 한, 대학이 총점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한 중상위권의 학습의 부담은 거의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수포자나 학포자 양산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또 자기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수포자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학습뇌의 작동원리를 알고 학습이 일어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배경지식 즉 사전지식의 중요성,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의 문제,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 학생과 부모와의 관계, 나아가 상위인지능력 훈련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교육과 같은 복잡계에서는 어느 한 부분만 수선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수포자와 학포자가가 양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학습량의 적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전형적인 대증요법이고 복잡계의 특성을 무시한 접근이다. 수포자 및 학포자의 발생 원인을 단순히 수업량의 과다, 빠른 진도, 대학입시로 단순화하는 것은 진정한 원인을 가려지게 할 위험이 매우 크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가 수포자와 학포자가 양산되는 원인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때만 문제에 대한 바른 처방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통념이 잘못된 것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개정이나 개혁은 증거기반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수포자나 학포자의 원인과 해법을 찾을 때는 체제 전반(system-wide)을 살피는, 좀 더 섬세하고 정밀한 분석과 해석 그리고 대안 마련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