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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27일 11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7일 14시 12분 KST

헬조선의 IPTV와 넷플릭스가 가져온 변화

넷플릭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광고가 전혀 없는 쾌적한 콘텐츠 감상이 얼마나 좋은 건지 느낄 테고, 편당 추가결제를 함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봐야만 하는 국내 IPTV가 얼마나 괴상망측한 몰골을 하고 있는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콘텐츠를 소비함에 있어서 공짜와 불합리한 가격의 양극단에서 우왕좌왕 해왔지만, 앞으로는 무료와 유료에 대한 좀 더 정확한 분별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짜여서 가능한 광고와 돈을 냈기 때문에 누려야 할 편리함을 우리는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넷플릭스

헬조선에서 합리적인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가이드.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흔히 말하는 '합리적인' 경제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탓도 크다. 하나 하나 찬찬히 따져보면 분명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일들이 경제분야에서도 참 많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제아무리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하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너무나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경제환경 때문에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말 '호갱(호구+고객)'이 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경우가 한국에서는 비일비재하다.

흔한 예로 스마트폰 가격만 해도 그렇다. 분명히 국내 제조사의 동일한 휴대전화 단말기인데, 우리는 그 제품을 세계에서 제일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다(최근 3년간 매해 같은 기종의 스마트폰 가격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최상위권이다). 작년에도 한국을 제외한 9개국의 평균가보다 국내의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더 높았다. 업체에서는 하드웨어 사양이나 세금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변명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웬만한 사람들은 그 이유가 바로 '잘못된 유통구조' 때문이란 것 정도는 다 안다. 단통법이 왜 나왔겠는가?

또 관세를 철폐해 더 유리한 가격에 외국 상품을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자유무역협정(FTA)의 허울과는 달리, 협정이 발효되고 관세가 철폐됐는데도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이 오히려 더 상승한다. 분명히 '한-칠레 FTA'가 발효되어서 와인에 매기던 관세가 없어졌는데, 자유무역협정 전후의 칠레와인 가격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가격이 더 올라갔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게다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팔리는 칠레와인의 국내 판매 가격을 외국과 비교해 봐도, 한국 사람들이 제일 비싸게 사먹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들 알다시피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수입화장품 수십 가지의 국내 평균 가격이 해외 판매가보다 훨씬 더 높다. 작년에는 치즈 수입량이 199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데,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수입치즈의 국내 가격은 세계 최상위권이었다. 삼겹살부터 시작해서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사치성 패션 상품들까지, 스마트폰부터 와인 · 커피 · 화장품 · 치즈까지, 다른 나라들보다 한국의 가격이 더 높을 이유가 거의 없는데도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을 치르면서 먹고, 입고, 마신다.

국내 제조사의 상품이든 해외에서 수입한 물건이든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에서는 뭐든지 다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국내 생산 제품이 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더 비싼 이유를 물어보면 "사양이 다르다"고 둘러대고(실제로는 사양이 더 안 좋은 경우가 많다), 관세가 철폐된 외국 상품이 왜 더 비싸냐고 물어보면 "시장환경이 다르다"고 변명한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독과점(국내 재벌과 대형 수입업체들이 국산과 수입품의 공급을 장악하고 있다)과 잘못된 유통구조 때문이란 게 너무나 뻔한데도, 당연한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통계청이 지난 10월에 발표한 고용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받는 사람이 거의 절반(48.3%)에 육박했다. 그런데, OECD 통계에서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임금 수준 자체는 높지 않다). 결국 일하는 시간은 엄청나게 길면서도 임금은 지극히 낮은 한국에서, 우리는 기본적인 의식주(가히 살인적인 '주거비용' 얘기는 굳이 안 해도 다들 잘 알 것이다)와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무척이나 비싸게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내수 활성화니 소비진작이니 하는 소리를 백날 떠들어 봐야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이런 나라에서 장기불황은, 어쩌면 필연이다.

경제분야에서 이와 같이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상황이 횡행함으로 인해, 국내의 경제주체들 간 신뢰관계도 무너져 버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동차, 맥주, 과자다. 이제 한국 소비자들은 독과점인 국내 완성차 업체를 대부분 믿지 않고, 웬만해서는 맛도 없고 다양하지도 않은 국산 맥주를 마시려고 하지 않으며, 자기 돈으로는 양도 적고 가격도 비싼 국산 과자를 사먹지 않는다. 좀 번거롭지만 차라리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게 가격적인 면이나 품질적인 면에서도 더 낫다고 생각하며, 자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활동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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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갈무리]

헬조선의 기존 IPTV와 새로 등장한 넷플릭스

한국의 IPTV 서비스도 헬조선의 일반적인 호갱 양성 시스템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단 가입하려면 온갖 약정과 위약금이 걸려 있고, 월정액 패키지 상품은 해약하기도 쉽지 않다. IPTV는 셋톱박스가 설치된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고, 동일한 사용자라도 다른 데서 보려면 추가결제가 필요하며(동시접속도 안 된다), 기본료 외에도 편당 과금이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돈을 내야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심지어, 유료 결제를 했는데도 광고를 억지로 봐야 하는 게 바로 한국의 IPTV다. 과연 기본료 · 추가결제 · 광고 · 약정 · 위약금 등등 이런 한심한 작태에 어떤 원칙이라는 게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60개 나라에 7천만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가 지난 1월 7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은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되고, 해지도 클릭 몇 번이면 가능하다. 셋톱박스 따위는 아예 필요 없고, 데스크탑이나 태블릿 · 스마트폰에서 언제 어디서든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게다가 하나의 ID로 동시접속도 할 수 있다). 정액제이기 때문에 추가결제를 하지 않아도 되고, 광고도 전혀 없다. 현재 한 달 무료 제공 기간이며, 아직 초기라 한국 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지만 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 다큐멘터리와 코미디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서비스 방식 자체가 다른 IPTV와 넷플릭스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사용자들의 목적은 어쨌든 똑같기에 두 개를 이렇게 대비시켜 본 것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가 예고된 이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은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IPTV가 이미 1000만 가입자를 돌파했고 한국은 케이블방송 시청료도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파급력이 별로 크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마치 유튜브의 한국 진출 때와 비슷한 반응인 것 같은데, 2008년 1월 우리나라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는 지금도 성공적인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시간을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N스크린 시대에 IPTV보다 훨씬 편리한 Netflix의 강점이 한국사람들에게도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정한 금액만 내면 얼마든지 자신이 보고싶은 영상을 원하는 대로 볼 수가 있고, 약정이나 위약금 · 광고도 없다. IPTV가 넷플릭스보다 나은 점이라고 해봐야 국내 콘텐츠가 더 많다는 것뿐인데, 이건 사실상 시간의 문제이거나 기존 업체들과의 협상이 원인이지 서비스 자체의 장단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저 넷플릭스가 더 좋다는 게 아니라, 원래 한국의 IPTV 서비스가 엉망이었다는 말이다. 우리가 합리적으로 따져본다면, IPTV 결제는 줄이고 넷플릭스에 관심을 가져볼 이유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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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요금제 선택 화면 갈무리]

공짜와 불합리한 가격 사이의 혼란

국내 언론들은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기사들을 자꾸 내보내는데, 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여주는 게 고작 표면적인 성공 여부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콘텐츠 소비에 있어서 '공짜'와 '불합리한 가격'의 양극단에서 갈팡질팡 해왔다. 아예 결제를 안 하는 사람들은 그냥 불법이든 뭐든 공짜로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전전했고, 자연스럽게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IPTV 같은 서비스의 '이상한' 과금체계에 순응했다. 문화 콘텐츠를 공짜로 소비하는 것도 당연히 잘못이지만, 유료 결제를 했는데도 광고를 봐야만 하는 것도 분명히 문제다.

광고를 억지로 봐야만 한다면 기본료를 없애든가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그런 과정도 없이 무조건 광고를 콘텐츠에 끼워넣는 건 악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광고가 없이는 서비스 유지가 힘들면 자기들의 요금 수준을 근본적으로 재검토 하는 게 정상이지, 기본료와 추가결제는 그대로 두고 광고도 보게 하는 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행태다.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부분도 바로 "가격에 맞는 합리적인 서비스"다. 월정액에 따라 서비스 내용이 다르고, 이용자들은 넷플릭스에 돈을 낸 만큼 광고를 봐야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콘텐츠에 돈을 지불한 것이지, 광고에 돈을 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넷플릭스는 어느 나라에 진출하든 요금제를 고수한다. 괜히 헬조선의 IPTV가 하는 식대로(또 한국의 비정상적인 휴대전화 유통 방식처럼) 약정할인이나 결합판매 따위로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려고 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정해진 일정한 가격대에서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약정이 없는 '자유로운 해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독점 콘텐츠 만큼이나 쉬운 해지를 중시하며 기본적인 서비스에 힘쓰고, 클릭 몇 번으로 해지할 수 있는 사용자들이 계속 넷플릭스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자신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말이다.

물론, 넷플릭스 요금제가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다. 각 서비스 주체들마다 제공 방식에 차이가 있고, 나름의 원칙에 따라 요금제를 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형태의 과금이 있을 수 있고, 사용자들이 그 요금 수준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느낀다면 괜찮다. 하지만 이제까지 한국에서는 돈은 돈대로 내고 불편한 건 그대로인 서비스가 너무 많았다. 돈을 냈으면 그만큼 편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고, 쓸데없이 복잡하고 실속 없는 할인이나 지원금·증정품 같은 것만 난무했다. 단순히 가격이 싼 게 좋은 것이 아니고(가격 거품이나 리베이트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싸지도 않다), 그 가격에 맞는 합리적인 서비스 여부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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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왓챠플레이 홈페이지 메인 화면 갈무리]

한국판 넷플릭스, 왓챠플레이와 옥수수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영향인지,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국내 사업자들에 의해서도 시작된다. 개인화 영화추천 서비스로 유명한 '왓챠(watcha)'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 '프로그램스(frograms)'는 월정액 4,900원에 영화와 드라마를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감상 가능한 '왓챠플레이(watcha play)'를 곧 출시할 예정이고, SK브로드밴드는 자사의 IPTV 모바일 버전인 'BTV 모바일'과 주문형비디오 서비스 '호핀'을 하나로 통합해 '옥수수(oksusu)'라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를 28일부터 제공한다.

우선 기존 IPTV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한 옥수수는 월 3,000원으로 실시간 채널과 무료제공 VOD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대기업이 원래 가지고 있던 플랫폼을 활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옥수수는 IPTV의 제공 방식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기존 SK텔레콤 및 SK브로드밴드 고객은 가입한 이동통신 요금제나 IPTV 상품에 따라 기본료를 할인 받을 수 있다고 하며, 한국에서 인기있는 콘텐츠(국내외 프로스포츠 채널 33개, 실시간 채널 98개, 영화 8천 여 편, 각종 예능과 국내 멀티 채널 네트워크 제작물 등)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그리고 이미 170만 명의 왓챠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2억 3천만 개의 별점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화 추천 경험을 제공할 왓챠플레이는 좀 더 넷플릭스의 제공 방식과 비슷하다. 넷플릭스의 차별성은 완성도 높은 독점 콘텐츠와 개인화 추천 서비스에서 오는데, 왓챠플레이는 각 사용자에 특화된 맞춤 추천을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용자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수집하고, 재미있게 볼 수 영화를 추천하는 것은 우리가 전문"이라고 말하는 왓챠플레이는 국내 사용자에게 사랑 받는 영화 4500여 편, 드라마 1500여 편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왓챠플레이는 액티브엑스 설치와 같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윈도우와 맥에서 쉽게 이용 가능한 서비스이며, 넷플릭스처럼 가입 · 결제 · 감상의 모든 과정을 단순화했다. 다양한 브라우저에서 빠르고 매끄럽게 동작하도록 웹표준에 맞게 개발 중이고, 웹페이지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스트리밍으로 감상하기 위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데스크탑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도 즐길 수 있으며, 왓챠의 별점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사용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넷플릭스보다 한 수 위의) 개인화 경험 제공을 표방하고 있다.

집에서 원래 IPTV를 자주 이용했고 가족들과 함께 콘텐츠를 감상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는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를 선택하면 될 테고, 넷플릭스 형태가 좋긴 한데 좀 더 한국형의 콘텐츠 소비를 할 사람은 왓챠플레이에 가입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기존 IPTV와 넷플릭스 사이에 oksusu와 watcha play가 새로 생겼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고, 아무래도 국내 연관 콘텐츠는 당분간 넷플릭스보다는 옥수수나 왓챠플레이가 더 많을 듯하다. 결국 자신의 동영상 소비 패턴에 따라 넷플릭스와 IPTV, 왓챠플레이와 옥수수를 선택하면 되겠다.

넷플릭스가 가져온 변화, 그리고 헬조선의 합리적인 경제생활

헬조선의 재벌이 소유한 IPTV가 옥수수로 전환하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작년 9월에 한국 상륙을 공식 발표한 넷플릭스는 국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아무튼 진출한다는 사실 자체가 '외부의 자극'으로서 이미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의 엄청난 성공을 국내 IPTV 사업자들도 분명 벤치마킹 했을 테고, 직접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 역시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 줬을 것이다. 엉망진창이었던 기존 IPTV 서비스의 변화 가능성도 높아졌으며, 가격 정책과 광고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넷플릭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광고가 전혀 없는 쾌적한 콘텐츠 감상이 얼마나 좋은 건지 느낄 테고, 편당 추가결제를 함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봐야만 하는 국내 IPTV가 얼마나 괴상망측한 몰골을 하고 있는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콘텐츠를 소비함에 있어서 공짜와 불합리한 가격의 양극단에서 우왕좌왕 해왔지만, 앞으로는 무료와 유료에 대한 좀 더 정확한 분별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짜여서 가능한 광고와 돈을 냈기 때문에 누려야 할 편리함을 우리는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게 콘텐츠 창작자들부터 시작해서 유통 플랫폼 종사자, 소비자들까지 모두가 정당하고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여기서부터 출발해 멀티플렉스 극장의 영화 상영 전 10분이 넘는 광고와 수많은 유료 잡지에서 몇십 장에 달하는 지면 광고 등에 대해서도 우리는 재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잡지에 딸린 그 엄청난 양의 광고는 필수적인가? 잡지 판매가격과 몇십 장의 광고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멀티플렉스의 10분이 넘는 광고는 절대 당연한 게 아니다. 도대체 왜 관람료를 지불하고 입장권에 표시된 시각에 제때 도착한 우리가 10분이 넘는 광고를 봐야만 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그 광고들과 영화 관람료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극장에서 영화를 한 편 보는 데에 지불해야 할 적정한 가격이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경제환경 구축은 멀리 있지 않다. FTA로 관세가 철폐됐으면 그만큼 가격이 내려가는 게 정상이고,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 돈을 냈으면 광고 없이 그 콘텐츠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의 가격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면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아파트가 비싸다면 그 원가를 공개해야 하며, 산지의 삼겹살 가격이 내려갔으면 소비자 판매가도 낮아져야 된다. 영화 창작자는 굶어 죽는데, 멀티플렉스의 영화값은 왜 계속 오르고 광고는 점점 더 많아지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산 자동차와 맥주, 과자를 내돈 주고 사지 않는 이유를 정녕 모른단 말인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자체가 뭔가 특별히 대단하고 훌륭한 게 아니다. 왓챠플레이에서 보듯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는 그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고, IPTV처럼 어이없는 방식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그게 어쩔 수 없는 건줄 알았으며, 기본료 · 추가결제 · 광고 · 약정 · 위약금에 순응하며 살았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좀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좀 더 상식적인 수준에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꼭 외부의 자극이 있어야만 이렇게 개선된다면, 헬조선은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서정 블로그 : arthurju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