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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0일 07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20일 14시 12분 KST

끝내 포기하지 말 것

팜므팥알은 연애 중

어쩌다보니 연애 에세이를 냈고, 이렇게 연애 칼럼도 연재하면서 연애란 어떤 의미인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들었다. 물론 단 한 번도 그 무식하게 광범위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한 적은 없었다. 그냥 그때그때 남친과의 사이가 어땠느냐에 따라 다르게 대답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이 '연애가 갖는 의미'라는 커다란 주제에 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번 글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연재이기 때문이다.

long

일러스트레이션/ long

1. 내 안에 수천 명의 미친×가 있음을 발견하는 것

연애라는 것을 하면서, 아마도 누구나 가장 크게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 이의 마음은 정말이지 번잡스럽다. 온 세상이 조금의 틈도 없이 가득 차 있는 듯한 행복감을 느끼다가도,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비련한 사람이 되어 눈물을 흘린다. 그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화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랬다. 우리는 연애를 하며 온갖 종류의 모노드라마를 100편도 찍을 수 있는 감성을 경험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과 말투 하나로, 우리는 평생 본 적이 없던 새로운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내가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 그것은 때로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 우리를 무척이나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변모시킨다.

2.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 것인가를 배우는 것

우리가 연애하지 않았더라면, 미처 깨닫지 못했을 영역의 이야기다. 연애란 내가 가지고 있고, 내가 표현하려는 사랑이 상대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그 사람에게 가장 벅찬 선물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내가 가진 사랑의 방식이 누구에게나,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연애를 통해 수없이 실패하고 실망하며 배워간다.

3. 사랑은 언제나 남아, 다시 시작됨을 인정하는 것

1년 전 즈음에 다투었을 때는, 네가 없으면 안 된다고 절대 안 된다고 그 말만 반복했던 남자친구가 어제는 '네가 없으면 힘들겠지만 그래도 살겠지'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연애를 해도 늘 사랑은 같은 모양이 되어 끝을 보이고야 만다. 이렇듯 허무하고 뭣 같은 사랑놀음 따위를 내가 또 할까보냐 싶지만, 우리는 지난 연애를 통해 충분히 학습하고 배웠다. 우리는 또다시 사랑에 설렐 것이고, 누군가를 생각하느라 밤을 지새울 것이다. 다 태워버려서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자조해보아도, 곧 시간은 흐르고, 사랑은 언제나 남아 우리를 다시 뜨겁게 만든다.

세상은 우리를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라고 이름 붙여 부르지만,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연애의 순간들까지 스스로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직도 연애하며 배울 것이 더 많이 남았으니까. 나도 지지 않고 앞으로도 더욱 뜨겁게 연애하겠다. 언젠가 다시 연애 이야기로 시시덕대며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한겨레21>과 공동 게재한 '팜므팥알은 연애 중'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