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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31일 16시 09분 KST

트럼프의 국정연설은 비교적 차분했다. 속아서는 안 된다.

Tom Williams via Getty Images
UNITED STATES - JANUARY 30: President Donald Trump delivers his State of the Union address to a joint session of Congress in the House chamber on January 30, 2018. (Photo By Tom Williams/CQ Roll Call)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 국정연설을 괜찮게 해냈고, 트럼프의 연설치고는 비교적 막말도 없는 편이없다. 주류 매체와 TV에서는 대통령다웠다, 중도 노선으로의 선회를 보여주는 또 한 번의 순간이었다라고 평할 것이다.

하지만 연설 한 번으로 트럼프의 전적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따분한 말로 낙관주의와 평범한 의견을 포용한 것은 위장이다. 속아선 안 된다. 트럼프 취임 첫 해의 특징이었던 정치적 극단주의, 분열적 수사, 기괴한 행동은 이번 국정 연설에서의 무해하게 들리는 여러 제안들의 기저를 이뤘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케냐에서 태어났다는 인종차별적 거짓말을 해서 정치적 힘을 얻은 사람이란 것을 잊지 말라. 그는 대선 후보로 나서서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자고 주장하고,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이라고 조롱했다. 자신을 지도자로 우러러보고 미국에서 대놓고 행진한 백인 국수주의자들에 대한 비난은 주저했다. 작년 여름부터는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에 대한 수사에 맞서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주에도 그 전쟁은 계속되었다.

donald trump

트럼프는 국정 연설에서 이런 팩트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이 연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트럼프가 대단치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은 트럼프 정권의 정책과 계획들이었다.

그의 대표적인 이슈인 이민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 미국에 온 불법이민자의 상태에 대해서는 타협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들을 괴롭힌 ‘드리머스’(Dreamers) 문제가 자기가 초래한 것이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작년에 트럼프는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인 ‘다카’(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를 폐지했다. 다카는 드리머스가 2년 동안 추방에서 보호받을 수 있으며 갱신 가능하고 취업 허가를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수천 명이 이미 보호 받지 못하게 되었다. 트럼프는 아이티,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수단인들에 대한 보호 지위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 역시 언급하지 않았다. 여러 해 동안 미국에서 살아왔던 이 사람들이 이제 출국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무슬림이 대다수인 국가들의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려고 세 번 시도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세 번째 시도는 올해 안에 대법원에서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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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대해서는 일자리 증가와 공화당 감세법안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이 감세의 혜택은 부유층과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받는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미국이 자신의 취임 이후 ‘새로운 미국의 순간’을 맞고 있다며, “아메리칸 드림을 시작하기에 지금보다 좋은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보너스와 임금 상승을 이야기했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납세자 중 재산 보유 상위 5%가 가장 높은 비율의 세후 소득 상승을 누린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안보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자기 뜻대로 된다면 미국 군대의 트랜스젠더들은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복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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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책의 경우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압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합리적인(심지어 대통령다운)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트럼프의 실제 대북 정책은 변덕스럽고 효과가 없었다는 팩트를 가리는 말이다. 작년에 북한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을 시험했다. 트럼프 정권은 핵 협상을 타진하는 대신 선제 공격을 검토했다고 한다. 핵 확산 방지 전문가들은 선제 공격으로 북한의 핵 야망을 저지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보복 공격으로 수백만 명의 한국 주민들이 위험해진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연설을 시작하기 몇 시간 전에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정권이 주한 대사로 거론되던 빅터 차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가 북한의 ‘코피’(bloody nose)를 터뜨린다는 선제 공격의 위험을 경고했다는 이유로 낙마했다고 보도했다.

“끔찍한 이란 협상의 근본적 오류를 해결할 것”을 의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은 일방적으로 이란 협상 조건을 바꾸는데 협조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으나, 트럼프는 그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란,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러시아가 핵 협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만 고립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이란이 미국의 협상 위반을 핑계삼아 협상 자체를 폐기하고 핵 개발을 계속하여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경우다. 트럼프는 이란의 시위대들이 “이란의 부패한 독재가 저지르는 범죄에 맞서 일어났다”며 찬사를 보냈고, 그들의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했지만, 자신이 이란인들(시위대든 아니든간에)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려고 몇 달 동안 노력해왔다는 사실은 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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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미래에 전세계 국가들이 모여 핵무기를 제거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국 핵무기 보유량을 거의 열 배 가까이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작년에 NBC가 보도했다. 허프포스트가 입수한 유출된 뉴클리어 포스쳐 리뷰에 의하면 현재 트럼프 정권은 새로운 저위력(low-yield)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관타나모에 대해서는 정책 설명을 하기는 했다. 관타나모 교도소를 닫기로 한 오바마의 결정을 뒤집는 행정명령을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인들 대부분이 적법한 절차라고 생각할 절차 대신 즉석 사법 체계가 자리잡은 관타나모 교도소에 미국 시민을 보내겠다는 위협은 하지 않았다. 폐지된 고문 프로그램을 재개하겠다고 자신이 위협했던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 트럼프 정권은 자신의 원하는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트랜스젠더 학생들에 대한 보호를 중단했지만 연설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임신 20주 이후의 모든 낙태 금지를 지지한다는 사실도, 낙태를 가족 계획의 일부로 제공하는 단체에 대한 전세계적 자금 지원 중지라는 레이건 시절 정책을 부활시킨 것도, 공화당이 가족계획 자금 지원을 끊으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는 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믿음과 가족’이 ‘미국의 삶의 중심’이라고 했지만, 여러 여성들에게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십대 여성들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상원의원 후보 로이 무어를 지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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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분위기는 대규모 집회 같았다. 적어도 공화당 쪽은 그랬다. 공화당 의원들은 연설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연설 중간중간에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들은 폭소를 터뜨리고 소리도 질렀다. “U-S-A”를 외쳐댔고, 매트 개츠 하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 은 그 리듬에 맞춰 주먹을 흔들어댔다. 조이 하이스 하원의원(공화당-조지아)은 빨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는 트럼프가 입장할 때 그냥 앉아있었다. 1시간 20분 34초에 걸쳐 진행된 이번 연설은 미국 역대 국정 연설 중 세 번째로 길었는데, 연설 중 한참이나 전화기를 들여다 본 의원들도 많았다.

트럼프의 일부 주장에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기억에 남을 법한 발언 하나는 “이민자 한 명”이 가족 재결합을 통해 “사실상 끝없이 많은 먼 친척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기억에 남을 유일한 이유는 잘못된 주장이 정말 많았던 연설 중에서도 정말로 뻔뻔한 거짓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공화당 감세법이 그 중에서도 최고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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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뮬러 특검이 진행 중인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및 트럼프 측 공모 여부 조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연설 내내 그것을 의식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미국의 이익에 도전하는 ‘라이벌’이라고 단 한 번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대선 전에 트럼프 선본은 러시아를 동맹 가능한 상대로 보았다. 트럼프는 유세 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칭찬하며 보다 독재자 같이 행동하는 미국 대통령을 원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러시아 수사는 백악관의 상수다. 뮬러는 이미 트럼프 주변 인물 네 명을 기소했으며, 수사는 점점 더 트럼프에게 다가가고 있다. 트럼프의 FBI 국장 해임사법방해 혐의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다. 특검 수사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하는 행동들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약화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역대 세 번째로 긴 국정 연설이었다. 하지만 가장 많은 것을 알려준 건 트럼프가 하지 않은 말들이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The Hidden Extremism Of Trump’s State Of The Unio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