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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31일 04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31일 05시 09분 KST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이 8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가야금 연주가이자, 국가무형문화재인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1월 31일 오전 별세했다. 유족에 따르면 황병기 명인은 지난해 12월 뇌졸중 치료를 받은 후, 합병증으로 폐렴을 앓아왔다. 향년 8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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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서울에서 태어난 황병기 명인은 중학교 3학년 때 부터 가야금을 배웠다. 고등학생 때는 국립국악원에서 수학하며 김영윤, 김윤덕 등의 가야금 명인에게 사사했다. 이후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네이버 캐스트 인터뷰에서 "그때는 그게 당연했다. 가야금을 배우는 건 그냥 좋아서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전공은 또 전공대로 따로 있는 것이고. 음악을 생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계속 가야금을 연주해 KBS의 전국 국악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다.

황병기 명인은 가야금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의 만남을 주저하지 않았던 사례들로 유명하다. 대 무용가 홍신자, 첼리스트 장한나, 작곡가 윤이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등과 교류했다. 이에 대해 그는 "관심사가 다양한 만큼 친구도 다양하다"고 말한 바 있다.

"1950년대부터 저는 서양 음악뿐 아니라 미술, 무용 등 현대예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 당시에도 현대미술전은 꼭 관람하고 화집으로 유명한 스키라 출판사의 현대미술 전집을 구입하기도 했어요. 인도음악에도 관심이 많고 재즈도 좋아하죠. 관심사가 다양한 만큼 친구도 다양합니다. 저는 <미궁>에서 함께 작업한 현대무용가 홍신자 씨, 존 케이지, 윤이상 선생, 백건우 선생 등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해왔죠. 그중에 장한나 씨는 46년 연하의 친구입니다." - [네이버 지식백과] 황병기 [黃秉冀] - 범아시아적 음악을 꿈꾸는 국악인 (우리 시대의 멘토)

또한 연주 뿐만 아니라 창작활동에도 매진해 대표작 ‘미궁’과 ‘침향무’, ‘비단길’, ‘달하 노피곰’, ‘가야금 산조’ 등의 작품을 남겼다. ‘미궁’은 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의 삽입곡으로도 쓰였다. 지난 2002년에는 인터넷상 에서 ‘미궁을 세번 들으면 죽는다’는 괴담이 퍼지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황병기 명인은 개의치 않았다. 당시 KBS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어떻든 간에 이러한 새로운 음악에 대해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라며 “호기심이 많고 그것을 저는 좋게 생각을 해서 친절하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4년 이화여대 음대 한국음악과 교수를 맡은 황병기 명인은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객원교수를 지냈고,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겸임교수를 맡았다. 지난 2011년 까지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을 맡았다.

황병기 명인은 '네이버 캐스트' 인터뷰에서 자신의 죽음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어떤 인물로 기억되고 싶은가"란 질문에 그는 "기억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나는 이제 죽겠죠. 그러면 그걸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유언에 제 무덤이나 비석이나 이런 걸 일체 만들지 말라고 했어요. 그냥 저 살 때까지 열심히 살면 됐지요. 죽음 다음에까지 기억되고 그러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고인의 장례식장은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