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8년 01월 24일 11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5일 15시 14분 KST

[르포] 경기도 안양 아스콘 공장 옆 주민들은 아프다(동영상)

아스콘 공장은 최근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유해시설로 드러난 시설이다. 미개발 지역에 대단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경기도에선 주거단지보다 먼저 생긴 아스콘 공장이 뒤늦게 문제가 된다. '한겨레21'과 '허프포스트코리아 동영상팀'이 아스콘 공장이 배출하는 나쁜 공기가 초래한 경기도 안양 연현마을의 비극을 통해 아스콘 공장을 방치해온 ‘정책 참사’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연현마을 ㄹ아파트의 한 동 옥상에서 본 제일산업개발의 모습. 작은 산을 방패 삼아 숨어 있는 제일산업개발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마을에서 악취와 먼지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기도 하다. 정면에 보이는 레미콘 건물 왼쪽에 거대한 창고처럼 보이는 곳이 아스콘 공장이다.

ㄱ(34)씨는 자기 유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2016년 1월 건강검진에서 유방 종양이 6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5개를 떼어냈지만, 1년 새 남은 1개가 20개 이상으로 증식되는 일을 겪었다. 의사는 “종양 수 증가로는 (지금까지 겪은 환자들 가운데) 톱3에 든다”며 종양 제거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떼어낸 5개 가운데 1개는 비정형유관증식증이라는 암 발병률이 일반 종양보다 4~5배 높은 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종양 세다가 포기했어요”

“의사가 20개까지 세다가 포기하더라고요. 다음에 갈 때 또 어디에 얼마나 생겼을까, 그런 불안감을 안고 살죠.” ㄱ씨는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한 뒤 피트니스 강사로 일하는 등 건강과 체력 관리에 자신이 있었다. 특별한 가족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겼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원래 겁도 없고 눈물도 없는 편인데 내가 아프면 우리 애들은 어쩌나 싶어, 아이들 얼굴만 봐도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서 많이 울었어요.”

ㄱ씨는 2011년부터 7년째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연현마을에 거주해왔다. 그와 함께 얼굴을 마주한 ㄴ(34)씨와 ㄷ(41)씨, ㄹ(47)씨 등은 서로의 얘길 들으며 자주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ㄱ씨가 겪은 일이 자신과 자기 아이에게도 곧 닥칠 미래인 것처럼 쉽게 공감하고 불안해했다. 이들이 다 함께 불안해하는 공통 이유는 이들이 연현마을 주민이라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연현마을 안에는 아스콘을 만드는 공장(제일산업개발)이 있다. 이들은 현재 ‘아스콘 공장’과 ‘발암물질’이라는 열쇳말을 매개 삼아, 마을로 이사 온 뒤 겪은 일들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ㄱ씨의 아파트는 아파트 단지 5~6개가 모인 연현마을에서 공장과 가장 가깝다.

‘내가 아이를 잘못 키웠나.’ ‘내가 면역력이 약한가.’ 엄마들은 서로의 사연을 알기 전까지 혼자 말 못할 죄인처럼 살아야 했다. ‘언니도 아파요?’ ‘그 집 아이도 아파?’ 각자 겪은 쓰라린 경험을 공유하며 내 탓을 하는 엄마들이 사라졌다. 유방암부터 자궁암, 다발성 경화증까지 연현마을의 엄마와 아이들은 유독 많이 아팠고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살았다. 출근하는 남편들과 달리, 연현마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전업 주부들과 아이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돼 생긴 ‘환경질환’이라는 게 엄마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엄마들은 지난해 12월22일 동네 태권도장에서 아스콘 공장 문제 공론화를 위한 첫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건강한 연현마을을 위한 부모 모임’(이하 부모모임)이 만들어졌다. ㄹ씨는 “일단 모이자고 했는데 얼마나 모일지 몰랐다. ‘30~40명이면 많이 모이는 거지’ 했는데 100명 넘게 왔다. 그때 엄마들이 손 들고 아스콘 공장 때문으로 의심되는 이런저런 발병 사례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간담회가 끝난 뒤 부모모임 스태프로 일하겠다며 남은 엄마들 가운데 하나다.

연현마을 사람들이 겪는 각종 질병의 원인일 것이라 추정되는 아스콘이란 뭘까. 정유사가 석유 정제를 하고 나면, 점성 있는 검은 물질이 찌꺼기로 남는다. 아스팔트라 부르는 이 물질에 모래 같은 골재를 섞어 만드는 것이 도로에 깔리는 아스팔트 콘트리트, 즉 아스콘이다. 제일산업개발이 이곳에 공장을 지어 아스콘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87년부터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주변이 개발됐고, 이렇게 완공된 아파트 단지에 ‘연현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경기도,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 적발

연현마을에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입주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제일산업개발에서 나오는 ‘악취’는 석수동의 만성적인 민원 대상이었다. '한겨레21'이 김선화 시의원(안양)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안양시청 환경보전과가 제일산업개발과 관련해 직접 처리한 악취 관련 민원은 최근 3년만 해도 52건(2015년 17건, 2016년 20건, 2017년 상반기 15건)에 이른다.

연현마을 주민들은 이 나쁜 냄새 속에 ‘발암물질’이 섞여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 공개된 경기도의 조사 결과였다. 경기도가 제일산업개발에 대한 대기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장 매연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제일산업개발은 경기도로부터 사용중지 명령을 받은 뒤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사용중지 명령을 받을 만한 공장이 30년 넘게 가동되고 있었단 말인가. 주민들은 경악했다.

경기도는 제일산업개발 아스콘 공장 굴뚝(배출구)에서 검출된 발암물질이 벤조a피렌(벤조피렌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흔히 대기 유해물질로 언급되는 벤조피렌은 벤조a피렌이다. 이후 벤조피렌으로 표기)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라고 밝혔다. PAHs는 2~6개의 벤젠고리로 이뤄진 화합물을 통칭하는데, 그중 하나인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등급 1등급으로 정한 물질이다.

아스콘 공장이 배출하는 유해 물질 가운데 PAHs와 벤조피렌에 세간의 눈과 귀가 집중된 계기는 2016년 11월 나온 전북 남원 내기마을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였다. 100여 명도 채 살지 않는 내기마을에선 1999년부터 2013년까지 15년 동안 주민 17명이 암 진단을 받고 14명이 죽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아스콘 공장이 들어선 뒤 악취와 먼지로 고통 받았음을 호소하며 공장과 암의 인과관계를 의심했다.

산업보건학계의 권위자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중심으로 역학조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 17명 가운데 7명이 걸린 폐암의 발병 원인으로 실내 라돈 수치, 거주 이력, 흡연력과 함께 PAHs의 증가가 꼽혔다. 내기마을의 PAHs 농도 조사 결과를 보면, 아스콘 공장 가동일인 2015년 3월13일에 측정된 최대치가 전국 30여 개 유해대기측정망에서 측정된 PAHs 수치 가운데 가장 높은 값을 나타냈다. 벤조피렌 농도도 공장 가동 최대치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1월17일 '한겨레21'과 만난 백도명 교수는 “아스콘을 만들 때 필요한 아스팔트는 애초 석유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물질이다. 여기에 다양한 PAHs가 농축돼 있다. 아스팔트로 아스콘을 만드는 과정에서 PAHs 중 벤젠고리가 적은 것은 쉽게 증발되지만 벤젠고리가 많아 분자량이 무거운 것은 날아가지 않고 그 자체가 미세먼지가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 정밀 역학조사 강력 희망

연현마을 엄마들이 모여 만든 부모모임은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재 건강 상태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12월29일부터 1월3일까지 연현마을 3천여 가구 우편함에 설문지를 꽂아 회수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회수된 설문지 618건 가운데 “현재 질환을 앓고 있다”는 답변은 526건(85.1%)에 달했다. 질환 유형을 살펴보면 353명(67.1%)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고,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 비율도 8.2%나 됐다. 2015년 한국 전체의 암유병률 3.2%(국가암정보센터)라는 점을 볼 때 두 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암유병자 가운데 유방암(34.9%)과 갑상샘암(18.6%) 환자가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1월3일 기자가 만난 주부 9명 가운데 4명이 자궁이나 갑상샘 수술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2명은 자궁과 갑상샘 모두에 근종이나 물혹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30~36살의 젊은 여성으로, 마을에서 길게는 9년 짧게는 4년 정도 살았다. 1월16일 만난 여성 ㅁ(36)씨는 자신의 병이 아스콘 공장과 “연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첫째를 낳고 자궁 변형이 일어났대요. 저 말고도 이 동네에 유산한 엄마가 꽤 많더라고요. 이 동네에 아이가 많기로 유명하거든요. 셋째도 많아요. 그런데 유산이 많아서 놀랐죠.”

연현마을이 있는 석수2동의 연령별 인구 구성비를 보면, 0~10살 인구가 9%로 만안구 평균(8%)보다 높다. ㄷ씨는 “아이 2학년 때 엄마 한 명, 지난해 6학년 올라가는 아이 엄마 한 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애들한테 들었다. 그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애들 아픈 건 내가 잘못 키워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엄마들을 만나 젊은 엄마들이 자궁이랑 갑상샘이 너무 안 좋으니까 크게 걱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제공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보면 제일산업개발이 배출한 것으로 확인된 벤조피렌은 생식독성이 1B등급(동물시험으로 확인)이다. 유방과 자궁 쪽 질환자가 많은 것이 태아 또는 생식능력에 손상을 일으키는 생식독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불안에 떠는 주민들이 제일산업개발의 아스콘 공장과 주민 건강 피해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정밀 역학조사를 희망하는 이유다.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동안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안양시청은 무엇을 했을까. 2005~2006년 연현마을에 가장 먼저 입주한 LG빌리지 주민들은 제일산업개발로 인한 악취와 비산먼지 해소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한 바 있다. 그러나 제일산업개발에 대한 악취 관련 행정 조치는 2011년 1월에야 처음 나왔다. LG빌리지의 한 주민은 제일산업개발에서 나오는 악취와 먼지 때문에 2003년부터 2016년까지 폐암이 발병하는 등 건강 피해를 받아왔다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제일산업개발을 상대로 1억5천만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폐암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PAHs 배출량이 지극히 낮으며, 미세먼지와 벤젠이 배출되기는 하지만 피해 지점이 직접 및 간접 영향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청이 기각됐다.

아스콘 공장 코 앞에 있는 초등학교

연현마을 엄마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일은 또 있다. 자녀들이 다니는 연현초등학교가 제일산업개발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안양에 인접한 의왕에선 2016년 11월 아스콘 공장(ㅎ기업) 바로 옆(50m)에 의왕경찰서가 입주한 뒤 7년 동안 경찰관 4명이 암으로 죽고 3명이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서울신문> 2016년 11월17일치 ‘의왕서 4명 암 사망… 경찰 “아스콘 공장과 관련”’)이 알려진 뒤 경찰서가 공장에서 수백m 떨어진 곳으로 임시 이전했다.

'한겨레21'이 전국의 1종 아스콘 사업장 61곳의 주변 지역을 확인한 결과, 연현초는 전국에서 아스콘 공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학교였다. 공장과 학교의 직선거리는 200m도 안 된다. 안양교육지원청에 확인한 결과, 학생들의 학습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유해시설을 규제하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인 학교 반경 200m에 제일산업개발이 있었다. 연현초와 지근거리에 있는 민들레유치원, 연현중학교의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도 제일산업개발이 있었다. 제일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경기도로부터 PAHs 등 대기오염 유해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로 가동 중단 명령을 받았다. 교육환경법은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 대기환경보전법이 금지하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연현초의 인식은 주민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1월10일 연현초에서 만난 학교 관계자는 “가끔 악취가 나서 문을 닫기는 하는데, 그렇게 심하지 않다. 뒤에 산이 있어서 공기가 좋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부임했다는 이 관계자는 전임자로부터 악취 관련 문제를 인수인계받은 사실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아스콘 공장의 악취 문제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고질적인 민원 사항이었다. 2005년 12월 '안양시민신문'의 ‘연현초 구토·두통 호소 민원 폭주’ 기사를 보면 당시 연현초 학교운영위원회는 “여름철에 심했던 아스콘 냄새가 겨울철이 되면서 바람의 방향이 변해 연현초교에서 많이 나고 있다. 학생들이 냄새 때문에 구토·두통을 호소하며, 결석하거나 조퇴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엄마들은 학교의 소극적인 태도가 학교운영위 지역위원으로 제일산업개발 공장장 조아무개씨가 선임돼 있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한다. 조 공장장은 자신이 학교 운영위원을 맡은 이유로 “학교 쪽에서 지역위원을 맡아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제일산업개발은 연현초에 연간 400만원가량의 학교발전기금을 내고 있는데, 이는 2017년 5월 기준 연현초 학교발전기금(838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아이가 시신경 파열로 실명 위기와 중추신경 손상에 따른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ㄷ씨는 “도교육청이 민원을 접수하면 학교에 일단 확인을 하는데, 학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도교육청 공무원이 말했다”고 전했다. 부모모임 쪽에서 아스콘 공장 문제를 알리기 위해 학교 앞에 펼침막을 걸려 했지만, 학교는 그마저 거절했다고 한다.

공장 이전 노력 수포로 돌아가

2001년 LG빌리지 주민으로 입주해 2010년 비례대표로 안양시의원에 당선된 김선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안양시와 제일산업개발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를 들려줬다. “시의원이 되고 나서 2011년 공장 쪽으로 운전하다 바로 앞선 덤프트럭에서 돌멩이가 제 차 위로 떨어졌어요. 이후 처음 현장조사를 나갔어요. 그런데 공장장이라고 나온 사람이 안양시청 청소행정과 과장을 한 ㅇ씨였어요.” 그는 “돌멩이 나온 차를 고소하지, 여기 왜 왔느냐”라며 김 의원에게 되레 화를 냈다. 김 의원과 함께 있던 안양시청 공무원은 “(공장장을 향해) 선배님 너무한다. 여기 불법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다. 지금부터 선배 대우 안 한다”고 말하자 ㅇ씨의 고압적인 태도가 누그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ㅇ씨는 이후 제일산업개발 대표이사를 지냈고, 2017년 9월 회장으로 퇴직했다.

“제가 2002년 입주하고 악취가 정말 심했어요. 아이들 과외 선생님이 집에 오는 게 창피할 정도였어요. 이사 가고 싶었죠. 그래도 이웃 간에 정들어서 못 가고 시의원 돼서 못 가다가 현장에 갔는데…. 골재 파쇄를 하는데, 먼지가 너무 많이 쌓여 있는 거예요. 그게 바람이 부니까 우리 아파트 쪽으로 싹 넘어가는 게 보였어요. 내가 우리 애들한테 잘못했구나, 내가 왜 이사 안 가고 여기 살았지.” 제일산업개발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김 의원의 노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일산업개발 이전 공약을 내건 최대호 시장이 낙선하면서 좌절됐다.

기자가 만난 부모모임의 엄마들 대다수는 이사를 가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다발성경화증이 의심되는 작은아이를 키우는 엄마 ㄷ씨의 말이다. “처음엔 이사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내가 이사 가면 누군가는 또 들어올 텐데 전염병을 옮기는 듯한 죄책감이 들어요. 나중에 전신마비까지 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는요, 우리 아이처럼 아픈 아이가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안양시 “공장 이전, 어렵다”

부모모임의 공장 방문을 앞두고 제일산업개발은 “남자들은 빼고 오라”는 조건을 걸었다. 최근에는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따가운 눈총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이 선동한다는 마타도어(흑색선전)도 부쩍 늘었다. 엄마와 아이의 몸을 병들게 한 것은 아스콘 공장만이 아니다. 안양시 환경사업소 관계자는 연현마을 엄마들의 아스콘 공장 이전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원칙적으로는 이전이 옳지만 대체 부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되긴 불가능한 요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