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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20일 09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5일 06시 38분 KST

[허프인터뷰] 'B급 며느리'는 "새우등 터졌다"는 말이 화가 난다

허프포스트코리아/윤인경

남편은 영화를 만든다. 남편의 어머니는 아들이 결혼하기만 기다린 사람처럼 아들의 아내에게 '당연한' 요구들을 쏟아부었다. 갈등은 깊어졌고, 남편은 분위기가 심각해질 때마다 조용히 카메라를 꺼내 돌렸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에는 자기주장 강한 아내와 굴러가는 게 뜻대로 안 돼 속상한 어머니, 그리고 인상을 쓰는 게 전부일뿐인 남편의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시댁 식구들은 다 선량하고 어머니는 참 재밌으시다'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아내는 시어머니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족 갈등 다큐 'B급 며느리'의 주인공 부부 선호빈, 김진영씨의 이야기다.


[영화 'B급 며느리' 예고영상. 썸네일은 한때 '비겁한 평화'를 주장했던 남편 선호빈씨.]


- 어쩌다 자기 가족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게 됐나요?

선호빈(남편, 감독) = 어머니랑 진영이(아내)가 항상 말이 엇갈리더라고요. 진영이가 그러면 찍어놓고 증거를 남기자, 이렇게 제안을 했고요. 전 그때 나름대로 다른 생각이 있었는데, 영상을 찍어서 어머니나 진영이한테 보여주려고 했어요. 자기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기회를 주면 좀 효과가 있을 거 같아서. 서로 꿍꿍이는 달랐지만 그런 목적에서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진영(아내, 주인공) = 분쟁이 생기면 진실공방으로 너무 많은 시간이 서로 허비되는 거예요. 어머니는 나중에 난 안 그랬다, 그러면 끝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채증을 요구했는데 정작 제가 원하는 용도로는 쓴 적이 없어요.


- 두 사람에게 결혼 후 첫 명절은 어떤 경험이었나요?

진영 = 그게 엄청나게 불편한 자리였는데, 일단 시어머니가 집안 어른들한테 제가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얘기를 해놓은 거예요. 제가 가니까 입구에서 절 딱 잡더니 '사람들한테 너 공무원 시험 본다고 말했으니까 가서 말 맞추라'고. 그리고 들어가니까 큰아버지랑 어른들이 “어 공무원 시험 준비하니? 시험은 언제 볼 거니?” 이러니까 시어머니가 막 말 맞추라고 뒤에서 신호를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애기 낳고 여름에 좀 공부하고 그 다음에 보려고 한다' 이렇게 말을 맞췄는데 그게 너무 불쾌한 거예요, 저는. 내가 그렇게 안 하면 성에 안 차고 부끄럽다는 식으로.

가면 여자들이 엉덩이에 불 붙은 사람처럼 막 왔다갔다 하면서 뭔가를 계속 해요. 남자들은 거기 앉아서 “어 과일 줘”, “커피 줘”, “어 이제 밥 먹을 때 안됐나” 이러고. 남편도 거기 껴서 술 받아먹고 이러고 있어요. 그러면 여자들이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가릴 것 없이 엉덩이에 불 붙은 사람처럼 '과일 과일 과일', '차 차 차' 이러면서 계속 뭘 해요. 거기서 저만 앉아 있으면 '너는 지금 뭐하니?' 이렇게 되거든요. 그래서 같이 바쁜 척 하는데, 그 좁은 부엌에 여자들이 한 여섯일곱이 달라붙어 있으면 좁고 할 일도 없어요, 사실은. 일하는 사람은 한 세 사람이고 나머지 네다섯은 그냥 “뭐해요?” “뭐해요?” 이러면서 있지만 거실에 앉아있진 못하는 거예요. 몇 개 안되는 일을 가지고 서로 해야 될 것 같고 앉아는 못 있고. 누군가는 거기서 과일 깎다가 주워 먹고. 그냥 이런 게 명절 부엌 풍경이거든요. “제일 어린 며느리가 커피 좀 타 와라” 이래요. 그게 가족들한테 데뷔시켜주는 무대인 것처럼. 마치 회사 입사했는데 “과장님 커피 한 잔 타드려야지?” 이런 거랑 똑같은 불쾌감이 생기는 거예요. 내가 왜? 이렇게 되는 거죠. 환영받았다는 느낌 보다는 불편하고 언짢은 기억이 더 많아요.

호빈 = 사촌형수님은 (어른들을) 되게 어려워하셨어요. 그래서 진영이도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 그래서 할아버지가 "아 씩씩해," 그러면서 좋아했어요. 저한테도 긴장되는 날이었는데 밝게 그냥 갔다왔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아마.. 마음 속에는 이런 게 있었군요.

진영 = (남편은) 몰라요. 거기 앉아서 어른들이랑 멀뚱멀뚱 이러고 있느라고 나중에 집에 와서 이런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면 '어 그랬어?' '어 그랬어?' 계속 이렇게. 아무리 자기는 긴장하고 관찰했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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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바탕해서 추석에 안 갔다' 하셨는데 어떤 한바탕을 하셨나요?

진영 = 그 전부터 쌓여온 게 있었어요. 사실 아이를 둘러싼 갈등이 제일 많았죠. 시어머니는 언제든지 본인이 원할 때 집에 찾아와서, 원할 때 원하는 만큼 보고 가시고 싶고, 저는 '내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내 집에 이렇게 원하는대로 오셔서 원하는대로 하다 가시는 건 아닌데?' 이렇게 하다가 갈등이 생긴 거고.

그 전에 또 쌓였던 건 시할아버님 제사 때 제가 가는 걸 거부했어요. 그때 이미 (시어머니와) 갈등이 너무 올라와 있어서, 제가 감정을 숨기는 걸 잘 못하니까 그 제사에 내가 안 가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거긴 내가 꼭 가야 할 자리 같지도 않다고 남편한테 그랬죠. “거기 내가 꼭 가야 돼? 오빠 할아버지잖아. 나는 할아버지 잘 알지도 못하고.” 그것도 저 보고는 아침부터 와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침부터 내가 가있을 자리가 아니니까 가더라도 오빠 갈 때 밤에 내가 같이 가든지 아니면 안 가겠다, 그렇게 말했는데 부모님한테 그 얘기를 도저히 못 꺼내더라고요. 결국 제가 그날 아침 열 시부터 가있었고요.

가서는 제가 시어머니랑 눈만 마주쳐도 너무 화가 나니까 노려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눈도 피하고 웬만하면 안 부딪히려고 했는데 시어머니는 '나를 무시하네 감히 어른한테,' 이렇게 돼서 그날 저녁에 저희집에 와서 막 난리가 났어요. 그리고 그날 저한테 너는 안 보고 싶다, 나도 억지로 애기 때문에 너 본 거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니까 '어른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면 말씀 지키시라'고 말하고 남편한테 나는 앞으로 당신 부모님 안 볼 생각이다, 안 보는게 서로 낫다, 이렇게 된 게 8월이었고 그 다음 추석 명절에 안 간 거죠.


- 제사에 아내가 안 간다고 왜 말을 못 꺼내신 건가요?

호빈 = 반응이 예상이 됐기 때문에... 부모님은 아마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를 걸요. '제사에 며느리가 안 온다고? 그게 무슨...?' 이렇게. 부모님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굉장히 무서웠기 때문에 말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 아내, 아이 없이 명절에 갔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호빈 = 저는 원래 가족들이 다 나를 사랑하는 줄 알았어요. 그냥 '이쁜 손자', '이쁜 조카'인 줄 알았는데 가서 되게 눈칫밥을 먹고 왔거든요. 그런 경험 처음이었어요, 서른 넘어서 처음 겪는. 룰을 위반한 거죠, 제가. 이 질서에서 이탈하면 이렇구나, 그냥 나 자체를 사랑한 게 아니었구나. 그래도 전 앉아있는 건 잘 하니까 그냥 잘 있다가 왔죠.

진영 = 본인은 잘 있다 왔다고 하지만 사실 감정적으로 압박 받고, 스트레스를 받고 와서 집에서 되게 신경질적이 돼요. 그날 제가 안 가서 최고의 명절을 보내긴 했지만 그렇게 마음 편하진 않았어요. 그게 남편한테 얼마나 부담이었는지 알았고 어찌 됐든 그걸로 내심 저를 원망하거든요. 그럼 그 스트레스를 집에서 또 은근하게 풀어요. 짜증 내고, 예민하게 굴고.


"사실은 그 집에서 손발 다 움직일 수 있는 어른 넷이 모여있는데 나랑 어머니만 그걸 니가 했니 내가 했니 싸우고 있어야 돼. 우스운 일인거야."- 영화 속 진영의 말


- “오늘도 난 엄마와 진영 사이에서 등 터진 새우 꼴이 된다”는 영화 홍보 문구가 있던데, 사실 '새우'는 아니시지 않나요?

진영 = 남자들이 '여자들끼리 싸우는 데 내가 껴서 힘들어 죽겠다' 이렇게 말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말이에요. 이 여자는 이 남자가 아니었으면 사실 저 분을 만날 일이 없거든요. 보통 인간관계에서 이렇게 나랑 부딪히고, 나를 막 대하는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에요, 사실은. 하지만 남편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계속 만나고 부딪히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하는 거 자체가 이기적이에요. 여자들은 들으면 진짜 열받을 말이에요. 새우가 어쩌고는.

호빈 = 고래 세 마리였던 거죠.

진영 = 부모님이 며느리를 대하는 태도에는 부모님이 아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반영돼있거든요. 결국은 아들이 했던 걸 며느리가 더 갚아서 두 배로 해주든지, 아니면 아들한테 받지 못했던 걸 며느리한테 보상적으로 요구하든지. 그런데 마치 자기는 중간에 껴서 옴짝달싹 못 하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건 오류예요. 남편은 초반에 이런 식으로 계속 문제를 대했어요. '이걸 그냥 그 자리에서 고개 끄덕거리고 조용히 넘어가면 다 조용히 일주일을 살 수 있는데 넌 왜 굳이 문제를 이렇게 끄집어내냐.' 저는 그러려면 빠지라고 했어요. 니가 나를 이해하긴 뭘 이해하냐, 무늬만 진보적인 척 하는. 저는 그래서 '남편한테 중간 역할이 있다'는 (식으로는) 생각 안 해요. 확실하게 껴서, 당사자가 돼서 적극적으로 문제에 개입하든가 아니면 아예 빠지든가.

호빈 = 그때 저는 나름대로 제가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가 인식하기에 저 분들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러면 해법이 뭐냐. 만났을 때 그냥 '예예 그렇습니다' 하고 돌아서서 그냥 넘어가고. 이렇게 하는 걸 너도 나한테 배워라, 처음엔 그랬거든요.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 들이받으니까 고통스러운 과정은 있어도 뭐랄까, 서로 의사를 알고 타협할 수 있고. 변화가 있거든요. 지금은 (부딪히는 게) 멋진 방법 같아요.

진영 = 제 입장에서 저는 많은 성과를 거뒀거든요. 저랑 시어머니가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정말 존중하는 경지에는 가진 않았지만 서로 타협점을 찾았어요. 서로 넘지 말아야 될 라인이 만들어졌고, 어쨌든 표면적으로 저희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됐거든요. 저도 옛날에 갖던 심리적인 시달림 같은 건 없어졌고. 무엇보다 남편이 그런 식으로 평화를 찾는 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니 방법이 맞다'고 말하게 됐고 엄마와 관련해서 예전에 보였던 우유부단한 태도는 이제 없어졌어요. 문제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해서 이런 지옥에 빠졌나'라든지 '내가 결혼을 잘못했다'든지 그런 생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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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B급 며느리' 중에서]


- '며느리'란 어떤 사람인가요?

호빈 = 며느리라는 게, daughter-in-law 이걸로는 표현이 안되는 거잖아요. '며느리'라는 호칭이 사람을 되게 기능적으로 만드는 거 같아요. 며느리든, 처제든, 사위든, 뭐든, 그렇게 안 부르고 다 이름 불렀으면 좋겠어요.

진영 = 어떤 여성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며느리로 규정 짓기는 힘들잖아요. 말 자체를 보면 '내 아들과 결혼한 여자'인데 전통적으로 며느리는 '기능'에 맞춰진 이름이에요. 며느리에겐 어떤 역할과 할 일이 있어요. 자기를 낮추고, 시댁 식구들을 섬기는 입장에 있어요. 시댁 식구들 생일 챙기고, 갑자기 나이 어린 남편 동생을 도련님이라고 부르고, 여동생을 아가씨라고 부르고. 저는 며느리의 삶에 시어머니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아들의 삶이 행복해지는 걸 통해서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을텐데 그 사람을 통해서 자기의 만족을 채우려고 한다면 언제나 충돌할 수 밖에 없죠. 시어머니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결혼하는 여자는 없잖아요.


- 시동생을 “호원아”라고 불렀다가 혼났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세요?

진영 = 전 굉장히 안타까운 게, 남편의 동생은 결혼 전에도 많이 마주쳤고, 순박하고 착해서 애정을 갖고 좋아했던 애인데 어른들하고 그런 걸 겪으면서 멀어졌어요. 얘는 이제 내가 예전에 대했던 그런 방식으로 대할 수 있는 애가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고 일단은 '그 호칭'을 부를 수가 없는 거예요. 안 부르게 되고, 말 안 걸게 되고, 멀어졌어요. 가족 제도라는 게 가족을 견고하게 만들려고 만들어졌을텐데 사실은 서로를 어렵고 먼 존재로 만드는 데 몰입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호빈 = 제 생각엔 이름을 부르는 게 제일 좋아요.

진영 = 이름을 부르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제가 '도련님'이라 부르길 거부하니까 어른들이 그러면 삼촌이라고 부르래요. 아니, 내 삼촌이 아닌데 우리 아들한테 삼촌이지. 그랬더니 그냥 그렇게 부르면 된다고.

호빈 = 또 우리 어머니도 서방님이나 도련님이라고 말 안 하거든요. 민망한 말이잖아요. 그래서 삼촌삼촌, 그래요. 엄마 삼촌이 아닌데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 호칭을) 빌려와서 차용해서, 쓰거나. 혹은 아예 부를 일을 만들지 않거나.

진영 = 처음에 결혼하고 저희 시아버지가 어색하게 아가아가 하시는데 본인도 그게 민망하니까 자주는 못 하시고요. 에미야 에미야 하다가 아이구 못하겠다, 해서 진영아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좋거든요. 심리적 거리를 호칭이 엄청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본인들도 이미 겪어봐서 아는데 그걸 그대로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고 하시더라고요.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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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며느라기'를 보셨나요?

호빈 = 거의 다 본 거 같습니다.

진영 = 듬성듬성 보는데 저는 그거 보면 천불 나요, 속에서. 되게 비슷해요 그 남편이랑. 그 둔한 거랑, 남편의 약간, '나는 되게 요즘 남자고 옛날 아버지 세대랑 달라, 나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야'라는 자만감이 보이잖아요. 그게 되게 비슷해요.

호빈 = 아니 그건 좀 기분 나쁘더라고요. 그건 인정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 혹시 “우리집 정도면 괜찮지”라는 말도 하셨나요?

호빈 = 그 말은 아니지만 농반진반으로 '남편 잘 만난 줄 알아' 그런 적은 있는데 그게 비슷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 태도는 있어요. 맞아요.

진영 = 그런 말을 많이 해요. '야, 나 정도면 진짜 괜찮은 거야.'

호빈 = 그런 말 이제 안 하기로 했습니다. 하면 손해인 거 같아서.


- 'B급 며느리'로 살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호빈 = '내가 원하는 건 비겁한 평화다,' 이런 말을 제가 영화 소개에 많이 썼거든요. 그런데 비겁한 평화란 없는 거 같아요. 저도 (갈등을 겪으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됐고, 그냥 들이받는 게 의외로 효과적이더라고요. 'A급 며느리'라는 게 없기도 하고요.

진영 = 저는 이 영화가 처음에 대중한테 공개 됐을 때 되게 놀랐어요. 이 영화에서 내가 한 일이라곤 너무 짜증이 나서 짜증 나게 구는 사람한테 짜증 나게 굴지 말라고 말을 한 것 뿐인데 그걸 보고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통쾌하다 통쾌하다 하는 게. 이것도 못하고 사는 여자들이 너무 많다는 거잖아요. 저도 처음에 이 문제를 겪을 때 조용히 해결하려고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카페 여기저기 고부갈등 글 있는 데 찾아다니면, 그런 글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이상한가요?” “내가 그렇게 못된 사람인가요?” 그리고 여자들이 자기가 짜증 나고, 화나고, 이런 감정을 갖는 것 자체에 대해서 “내가 그렇게 못됐나?”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 “남편이 나보고 미쳤대요”라는 글들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그 남편이 결혼한 건 세상 모든 여자가 아니고 딱 그 여자 한 사람이에요. 세상 여자 다 거느린 것도 아니고, 누구 평균 여자 딱 집어서 (이상하다고 하는데) 내 와이프가 화났다고 하면 그냥 그 사람은 화난 거예요. 어떤 사람은 a로 화나고 어떤 사람은 b로 화나고 어떤 사람은 c로 화나는 건데. '내가 화 나도 이상한 게 아니다', 그렇게 인정하는 것조차도 지금 며느리들한테는 너무 어려운 상황인 거 같아요. B급이 되고 말고는 그 다음이에요.



진행/ 박수진

사진, 영상/ 윤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