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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17일 07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17일 07시 24분 KST

'평창 손님에 부끄러우니 낙후지역 가리자'는 이 기사는 80년대 기사가 아니다

23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외국 선수단과 관람객이 몰려올 예정이지만 이들에게 서울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야 한다.

17일 발행된 매일경제신문 1면 제일 높은 곳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내용을 조금 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용산역을 지나자마자 열차 창문 밖으로 무너져가는 노후 주택과 녹슨 철제지붕, 폐타이어와 쪼개진 기왓장이 그대로 보인다. 멀리 보이는 한강트럼프월드 등 고층 빌딩들과 겹쳐지면 서울은 엄청난 빈부 격차를 지닌 도시로 보일 수밖에 없다. 국격을 높여야 할 올림픽 개최가 철저하지 못한 준비로 자칫 국가 이미지만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매일경제 1월17일)

이 매체는 "이런 안타까운 모습이 만들어진 것은 도심 역세권 개발 지체의 산물"이라며 "2007년 시작된 용산 개발이 막혀버린 탓"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이 지역을 당장 정비할 방법은 없다. 단기 대책으로 임시 펜스라도 설치해 서울 도심의 민낯이 드러나는 걸 최소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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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주택, 빈부 격차, 국격, 안타까운 모습, 철저하지 못한 준비, 국가 이미지, 임시 펜스, 민낯. 이 단어들 속에는 '낡고 가난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0년대에 벌어졌던 '상계동 철거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1960~7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는 '외국 손님'들에게 낙후된 도심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부끄럽게 여겼다. 시청 앞 소공동 일대 화교촌과 판잣집이 쓸려 나갔고, 김포공항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길목인 마포대로 인근이 황급히 재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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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10월, 린든 존슨 대통령 방한 행사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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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되기 전 서울시청 앞의 모습이 담긴 항공사진.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는 "굉장히 천박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도시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 기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세계 어느 도시에나 오래된 지역이 있고, 낡은 지역이 있다. 오래된 도시일수록 더 그렇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남산자락 노후 주택을 가리겠다고 플라자 호텔을 세웠다는 말도 있었다. 그 때는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감추려고 했다.

도시에는 다양한 모습들이 있는 거다. 우리가 흔히 판자촌이라고 비하하고 그러는데 거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도시에는 부자들도 있고 가난한 사람들도 있다. 새 건물도 있지만 낡은 건물도 있다. 그것들이 어우러져서 도시를 만드는 거다. 외국인들이 이것 때문에 서울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까? 만약 가림막을 세운다고 하면 오히려 그게 외국인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될 거다.

도시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오히려 북한에서 그렇게 한다고 비판하지 않나. 용산이든 서울 어디에든, 또 세계 어느 도시에든 가난한 지역이 있다. 굉장히 천박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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