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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09일 13시 26분 KST

쉬쉬하던 '트럼프 정신상태' 논쟁이 이제야 바깥으로 나왔다. 많은 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ATLANTA, GA - JANUARY 08:  U.S. President Donald Trump on field during the national anthem prior to the CFP National Championship presented by AT&T between the Georgia Bulldogs and the Alabama Crimson Tide at Mercedes-Benz Stadium on January 8, 2018 in Atlanta, Georgia.  (Photo by Kevin C. Cox/Getty Images)
Kevin C. Cox via Getty Images
ATLANTA, GA - JANUARY 08: U.S. President Donald Trump on field during the national anthem prior to the CFP National Championship presented by AT&T between the Georgia Bulldogs and the Alabama Crimson Tide at Mercedes-Benz Stadium on January 8, 2018 in Atlanta, Georgia. (Photo by Kevin C. Cox/Getty Images)

한때 리얼리티 TV쇼 진행자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2년 반 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대선 출마를 발표했을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 상태였다.

그러나 여러 선거캠프 관계자들, 백악관 측근들, 의원들, 언론인들, 그밖에 그를 직접 만나본 많은 사람들이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점을 마이클 울프가 지적하고 나선 다음에야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덴마크 작가 한스 안데르센의 동화 속의 벌거벗은 임금님이 알몸이라는 걸 한 소년이 지적하고 나서야 다른 어른들도 인정했듯이, 이제야 트럼프의 정신 상태가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정말? 우리는 벌써 2년 째 그를 취재하고 있다. 놀랍지 않다. [그 책의 얘기 중] 아무것도 놀랍지 않다.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생각해 왔던 걸 확인해주는 책이다.” 2016년 공화당 경선 당시 테드 크루즈 후보(텍사스 상원의원) 측에서 일했던 릭 타일러의 말이다.

donald trump

울프의 책 ‘화염과 분노’가 묘사하는 트럼프는 망상에 빠져 있고 무지한, 충동적인 지도자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까지는 금기로 여겨졌던 주제가 이 책 덕분에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 주말 자신은 ‘안정적인 천재’라고 말했다는 것 자체가 이러한 의문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MSNBC의 진행자 조 스카버러는 8일 트럼프가 치매의 초기 증상을 보인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귀띔했다고 밝혔다. BBC부터 USA 투데이까지, 여러 언론들은 트럼프의 정신적 안정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에 ‘화염과 분노’의 일부 내용이 처음 공개된 직후 백악관 일일 뉴스 브리핑에서 사라 샌더스 대변인은 '내 핵 버튼이 북한의 김정은의 버튼보다 크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관련하여 트럼프의 정신 건강에 대한 질문을 받는 지경이 됐다. 묘하게도 샌더스는 트럼프를 옹호하는 대신 사람들은 김정은의 정신 건강을 걱정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갑자기 왜 이런 논의가 터져 나온 걸까?

“숲에 연료가 쌓여간다고 해서 불은 아니다. 불꽃이 필요하다.” 뉴욕대학교 언론학 교수 제이 로센의 말이다. 로센은 백악관 접근권한을 확보하는 대가로 (정부에) 덜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로 한 것으로 보이는 기자들을 비난했다.

donald trump

트럼프의 정신 건강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그의 행동들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가 2015년 6월16일에 했던 대선 출마 선언은 거짓과 허풍으로 가득한, 앞뒤가 맞지 않는 횡설수설이었다. 그가 발표한 정책이라곤 미국 남쪽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는 것 뿐이었는데, 그는 멕시코에게 그 비용을 부담하게 강제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세 방송국을 모두 틀어놓고 그걸 보고 있었는데, 웃느라 데굴데굴 굴렀다.” 타일러의 말이다.

며칠 뒤, 뉴햄프셔에서 첫 유세를 연 트럼프의 발언 대부분은 여러 설문조사 결과 읽기, 라이벌 모욕하기, 행사를 취재하는 언론인들 모욕하기였다.

호전적인 공격, 두서없는 표현, 정책에 대한 무지는 토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핵무기의 "힘"과 큰 "파괴력"이 "내게 아주 중요하다"는 말이 핵무기에 대한 그의 무지를 가장 잘 보여주었다. "주(州) 간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 말고 건강보험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말하지 못했다.

donald trump

그러나 트럼프의 행동, 그 뒤에 숨어있을지 모를 병리 증상은 선거 유세 기간과 취임 후 일 년 동안 광범위한 검토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경선 투표 전의 몇 개월 동안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권자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되면 트럼프를 향한 지지는 무너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감정적으로 대통령직에 적절하지 않다고 꾸준히 말해 온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뺀 나머지 다른 후보들은 트럼프를 공격하고 그의 리얼리티 TV 팬들을 화나게 만들 경우 생길 불리함만 생각했다.

트럼프의 경선 승리가 가능해 보이기 시작하고 나서야 다른 공화당 후보들은 그의 정신적 안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 때는 이미 그런 비판은 막판에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던지는 공격으로 보였다. 트럼프가 경선에서 승리하자, 공화당원들 대부분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11월 상원 선거에서 참패할 테니, 그걸 통해 견제를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개인적으로는 트럼프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해도,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인지 대놓고 의문을 표하지는 못했다.

‘트럼프만은 안된다(Never Trump)’는 일부 공화당원과 민주당원들만이 트럼프가 제정신인지 대놓고 물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조차 ‘부적절한 성격’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다.

트럼프가 승리하자, 누군가가 미쳤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터부가 트럼프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했다. 선거에서 이기고 나자, 트럼프가 이제까지 고차원적 전략을 쓰며 제정신이 아닌 척했을 뿐이라는 가설이 강화되었다. 이런 이론 하에, 미친 것이 뻔한 트윗은 무방비 상태의 적들을 공격하는, 관심을 돌리는 기발한 방법으로 비추어졌다.

“내 친구와 친척들 중에는 그가 5차원 체스를 두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는 체스를 두는게 아니다. 체커조차 아니다.’고 말한다.”

donald trump

트럼프의 정신 건강에 대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앞으로 변할 것이 있는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2016년에 ‘지루하고 대통령답게’ 되겠다고 말했던 트럼프는 행동을 바꿀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대통령으로서의 업무 수행은 점점 더 경시하는 것 같고, 케이블 TV 뉴스를 보다 짜증을 내며 ‘폭풍 트윗’이나 하는 것 같다.

정신 건강을 이유로 그를 끌어내릴 유일한 방법은 수정헌법 25조다. 그러려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내각 다수가 대통령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동의해야 한다.

트럼프가 즐겨쓰는 "대표적 레토릭"에 대한 최근 논문을 쓴 펜실베이니아대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캐슬린 홀 제이미슨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직접 고른 사람들이 이 조항을 실행시킬 가능성은 물론 아주 낮으며, 이런 행동에 따르는 무게는 (그들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것이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The Debate About Trump’s Mental State, Long Whispered, Blows Wide Ope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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