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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03일 05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03일 05시 55분 KST

문재인 정부의 '남북 고위급회담 제안'에 대한 미국 정부가 신중하게 반응한 이유

U.S. President Donald Trump, left, looks at Moon Jae-in, South Korea's president, during a news conference at the presidential Blue House in Seoul, South Korea, on Tuesday, Nov. 7, 2017. Trump said that North Korea should come to the table and make a deal on its missile and nuclear programs. Photographer: SeongJoon Cho/Bloomberg via Getty Images
Bloomberg via Getty Images
U.S. President Donald Trump, left, looks at Moon Jae-in, South Korea's president, during a news conference at the presidential Blue House in Seoul, South Korea, on Tuesday, Nov. 7, 2017. Trump said that North Korea should come to the table and make a deal on its missile and nuclear programs. Photographer: SeongJoon Cho/Bloomberg via Getty Images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남북 고위급회담을 공식 제안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남북 대화는 "한국이 선택할 일"이며, 북한의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한 게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

미국 정부의 이같은 반응을 살피기 전에 약간의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핵 포기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화의 전제조건이다. 반면 한국 정부의 남북 고위급회담 제안은 일종의 전제조건 없는 포괄적 대화 제의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진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어긋나는 건 아닌지. 둘째, 결국 '최대 압박'이라는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무의미해 지는 건 아닌지.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 모든 의구심을 불식시켜야만 했다.


백악관 :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trump moon korea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남북 대화를 지지하는지, 또 남북 회담이 미국의 대북 정책을 틀어지게 만들지는 않을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변함이 없고, 우리는 이것을 한국과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대화가 긴장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정책은 변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우선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왔다. 그건 한반도 비핵화이며, 이 부분에서 새로 밝힐 만한 어떤 내용도 없다"고 재차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맨이 이제 한국과 처음으로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 아마도 이건 좋은 소식이거나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지켜보자!"는 트윗을 올렸다.

한 기자는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 정부의 정책이라면, 김정은이 미국과 (비핵화에 대한) 그런 얘기는 하지 않고 한국과 올림픽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게 어떻게 미국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샌더스 대변인은 "한국과 우리의 동맹 및 우정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며, 통일된 반응을 놓고 그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하고 우리가 모두 공유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한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북한 선수들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미국이 지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국무부 : "한국과 북한이 대화를 하길 원한다면 그건 문제가 없다"

nauert

국무부 브리핑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북한과 대화를 갖길 원한다면 그건 분명 그들이 선택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노어트 대변인은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책은 똑같다"며 "한국과 북한이 대화를 하길 원한다면 그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김정은이 진실하고 믿을 만한 얘기를 하는 인물이라고 우리가 반드시 생각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보다 직설적인 질문도 나왔다. 한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빼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미국 정부가 한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지, 아니면 부정적으로 보는지 질문한 것.

노어트 대변인은 "이건 이제 막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발언들은 겨우 어제 나왔다"며 "향후 우리가 취할 공식적 입장에 앞서가고 싶지는 않는다. 우리는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trump moon korea

그러자 이 기자는 '한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가 (미국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검토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냐'고 따져 물으며 대답을 압박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두 나라가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 그건 그들의 선택"이라며 "우리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과 매우 튼튼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답변을 이어갔다.

"우리는 한국 및 일본과 수십년 동안 튼튼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건 변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두 나라, 우리나라와 한국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대화에 대한 김정은의 진실성에 매우 비관적이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으며, 한국의 정책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 두 국가, 전 세계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한편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기 전에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협의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렇게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전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미국과 협의를 거쳤다고 밝힌 바 있다.


키포인트 : 한미 연합 군사훈련

donald trump moon korea

문재인 정부의 남북 고위급회담 제안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는 아직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북한은 아직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으며, 남북 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 어느 쪽으로 확실히 정리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단 주목해봐야 할 문제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여부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을 요구했다.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할 경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연합훈련 연기 여부를 조율해왔다.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제안한 남북 대화가 성사되려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를 미국이 동의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대화의 성사 여부가 부분적으로는 미국의 손에 달려 있는 것.

국방부는 2일 "한미 간 협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 일단 지켜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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