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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9일 06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29일 06시 45분 KST

"박근혜 국정원, MB정부와 UAE 원전 이면계약 조사"

Cooling towers of nuclear power plant of Doel near Antwerp, Belgium
TasfotoNL via Getty Images
Cooling towers of nuclear power plant of Doel near Antwerp, Belgium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가 이명박 정부 시절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이면 계약’이 있었는지 확인할 것을 국가정보원에 지시한 정황이 나왔다. 지난 9~12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목적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어서, 연관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는 취임 직후 국정원에 ‘이명박 정부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이면 계약 의혹’을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문건에 드러난 이면 계약 의혹의 핵심은 ‘한국이 원전을 수주하는 조건으로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과 폐연료봉을 국내에 반입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달 남 전 국정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오아무개 전 국정원장 특보(대령)로부터 이런 내용이 담긴 파일을 확보했다고 한다.

오 전 특보는 당시 남 전 원장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주요 내용을 엑셀 파일로 정리했고, 여기에는 2013년 4월 남 전 원장이 김장수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실장은 남 전 원장에게 “국정원 감찰실장에게 이명박 정부에서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원전계약 당시 이면 계약이 있었는지 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원전 수주 조건으로 핵폐기물과 폐연료봉을 국내로 반입하기로 했다는 의혹이 있으니 이를 조사해 달라고 한 것이다. 국정원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2010년 4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아랍에미리트 원전 핵폐기물을 국내로 들여와 처리하기로 한 이면 계약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직후 이런 의혹에 상당한 ‘무게’를 가지고 국정원에 감찰을 지시한 셈이다.

당시 청와대가 왜 국정원에 이면 계약 감찰을 지시했는지와 관련해서는 아직 뚜렷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와 이면 계약의 과정에서 국정원이 모종의 역할을 했고, 이 때문에 국정원에 관련 자료를 찾아 감찰을 해보라고 지시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9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할 때 서동구 국정원 1차장이 동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런 해석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는 애초 서 차장의 동행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나중에 정보교류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속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사이의 이면 계약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국내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면 계약을 주도한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거센 비난이 일 것으로 보인다.

관련 문건을 건네받은 검찰은 이런 이면 계약이 존재하는지, 또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서 이런 내용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등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보고받은 청와대가 어떤 조처를 했는지도 규명돼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면 계약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인데, 이를 확인한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혀줘야 할 것 같다. 검찰은 시효 문제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면 계약’ 정황이 드러나자 정치권에서는 ‘임종석 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목적이 이면 계약 내용을 확인하거나, 이면 계약 미이행에 따른 아랍에미리트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에게 “이전 정부에서 아랍에미리트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임 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목적은 양국 간 포괄적 우호 증진을 위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임 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과 ‘이면 계약’ 논란은 전혀 무관하다”며 “아랍에미리트 방문과 관련한 추측성 보도들이 국익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방한이 추진되고 있는데, 과도한 의혹 제기들이 두 나라의 임박한 협력 안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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