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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7일 07시 40분 KST

트럼프가 "끝냈다"고 주장하는 일명 '크리스마스 전쟁'의 모호한 정체

US President Donald J. Trump participates in NORAD Santa Tracker phone calls at the Mar-a-Lago resort in Palm Beach, Florida on December 24, 2017. 'NORAD Tracks Santa' is an annual Christmas-themed entertainment program, which has existed since 1955, produced under the auspices of the 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 / AFP PHOTO / Nicholas Kamm        (Photo credit should read NICHOLAS KAMM/AFP/Getty Images)
NICHOLAS KAMM via Getty Images
US President Donald J. Trump participates in NORAD Santa Tracker phone calls at the Mar-a-Lago resort in Palm Beach, Florida on December 24, 2017. 'NORAD Tracks Santa' is an annual Christmas-themed entertainment program, which has existed since 1955, produced under the auspices of the 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 / AFP PHOTO / Nicholas Kamm (Photo credit should read NICHOLAS KAMM/AFP/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따르면, 마침내 '전쟁'이 끝났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아니다. 마약과의 전쟁도 아니다.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도 아니다. 이건 미국 보수 세력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일명 '크리스마스 전쟁'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크리스마스를 되찾아왔다고 주장했다. 12월 초, 유타주 연설에서 그는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되찾아왔다고 내가 말한 걸 기억하느냐?"고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돌아왔다.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아름답게.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되찾아왔다."

donald trump

여기서 "크리스마스를 되찾아왔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일까?

우선 트럼프의 전직 측근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아메리카 퍼스트 폴리시(America First Policies)'가 새로 공개한 크리스마스 광고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들은 트럼프 덕분에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를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본인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트럼프가 올린 트윗이다.

사람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다시 말하게 된 걸 자랑스러워 한다. 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문구에 대한 공격에 대한 반격을 이끌게 되어 자랑스럽다. 메리 크리스마스!!!!!


donald trump

그렇다면 대체 누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공격했다는 걸까?

지난해 뉴욕타임스(NYT)가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보수 진영 일각에서 크리스마스가 공격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라면 발단이었다.

라디오 진행자 존 깁슨은 2005년 낸 책 '크리스마스 전쟁 : 기독교인들의 축제일을 금지하려는 리버럴들의 음모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끔찍하다'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donald trump

그는 지방 정부 등이 산타클로스나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상징물을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보장'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금지했던, 매우 드물게 일어나곤 했던 일부 사례들을 거론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같은 주장을 끌어올린 건 바로 폭스뉴스의 유명 진행자(였다가 성추문으로 퇴출된) 빌 오라일리였다. 당사자인 깁슨 스스로도 이 문제를 이슈로 만든 건 오라일리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오라일리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즈음해 일명 '크리스마스 전쟁'을 주장해왔다.

christmas tree new york

일례로 2012년 방송에서는 리버럴 진영이 "크리스마스 문제를 세속적으로 진보 정치화(化)"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원주의와 '정치적 옳바름'에 의해 기독교인들의 축제일인 크리스마스가 공격당하고 있다는 논리다. 일종의 문화 전쟁인 셈이다.

이후로도 폭스뉴스는 매년 이런 주장을 되풀이했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홀리데이 카드에 8년째 크리스마스가 언급되지 않았다

굳이 따져보자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피 홀리데이'라는 말을 쓰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꺼리거나 쓰지 않았던 건 아니다.

버락과 미셸은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홀리데이가 되길 기원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몇 년 동안 메리 크리스마스를 17번이나 말한 걸 보라. 그가 지금도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RT를.

오바마는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메리 크리스마스'와 함께 즐겨 쓰곤 했던 '해피 홀리데이'라는 표현은 알고 보면 100년 넘게 사용되어 온 또다른 크리스마스 인사 중 하나다.

다만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나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좀 더 포용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인사말을 고민하는 이들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탔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그러나 NYT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조직적 공격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저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홀리데이'가 함께 존재해왔을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과거 트럼프의 트윗을 살펴보면, 두 표현이 평화롭게(?) 공존해왔던 모습을 볼 수 있다.

(2015년 12월24일)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홀리데이!

(2010년 12월24일) 모두에게 해피 홀리데이 시즌이 되길!


트럼프의 가족들 역시 '크리스마스 전쟁'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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