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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3일 07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23일 07시 13분 KST

불법주차에 사다리차 500m 돌아가...구조 ‘골든타임' 놓쳤다

21일 오후 3시53분 제천소방서에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 제천시 하소동 9층짜리 복합스포츠시설인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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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 모산동 소방서에서 화재 현장까지는 3㎞ 남짓 거리다. 소방서 앞 의림대로~용두대로 등 5~6차로 큰길을 지나 대형마트를 끼고 우회전하거나 의림대로~청전대로~하소로를 따라 좌회전하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지휘차와 펌프차 등 선발대는 4시께 출동했다. 7분 남짓 걸렸다.

하지만 사다리차는 덩치가 커서 접근하지 못했다. 대형마트 뒤, 상가와 주택가로 이어지는 골목길 곳곳에 차가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도로엔 2차로 두 쪽 모두 주차돼 있어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통행할 정도였다. 결국 사다리차는 500m 정도 우회로를 거쳐 현장에 도착했다.

사다리차가 가까스로 현장에 갔지만 이번엔 30여m까지 펼 수 있는 사다리를 제대로 펼 수 없었다. 사다리를 올리려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고정 다리(아우트리거)를 먼저 펴야 하는데 공간이 부족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사다리차는 8m 정도의 공간이 확보돼야 사다리를 전개할 수 있는데 주변에 주차된 차들 때문에 사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서 사다리차가 자리조차 못 잡는 사이 시민 이양섭씨가 가져온 민간 사다리차가 옥상에서 3명을 구조했다. 소방서 사다리차는 1명만 구조했다. 화재가 난 건물 주위의 불법 주차로 구조의 ‘골든타임’을 빼앗긴 셈이다.

“밖에 나와 보니 사우나 골목에 주차한 차가 많아 소방차가 건물 가까이에 차를 대지 못했다. 구급차도 사이렌을 울리며 오는데 지나가던 차들이 천천히 화재 현장을 구경하듯 지나가서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날 참사에서 살아 나온 황아무개(35)씨는 “골목에 주차한 차 때문에 화재 진압이 빨리 안 됐다”며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현행법으로는 소방에 방해가 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소방도로에 주차한 차는 소방법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에 따라 지자체가 범칙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 소방기본법엔 소방활동방해죄가 유일하게 형법상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지만 이 경우 소방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때만 처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