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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5일 10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15일 10시 08분 KST

전기뱀장어 본떠...인간 몸에서 ‘전기 생산' 길 열렸다

미국 연구팀이 전기뱀장어를 모사해 몸속 심박측정기나 약물 분사기, 증강현실 콘택트 렌즈 등 소형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유연하고 투명한 생체적합형 발전장치를 만들었다. 미국과 스위스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14일 “하이드로젤과 소금으로 부드러운 세포들을 만들어 100볼트 이상을 생산하는 생체적합한 인공 발전장치를 제작했다. 이 발전장치는 사출기가 물을 쏘아대는 것처럼 저전류 고전압의 전기를 쭉쭉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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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뱀장어는 전기생산세포라는 독특한 조직으로 100볼트 정도의 전기를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네이처 제공

이 정도 전력이면 속도조절기같은 소형기기를 작동시키는 데 충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13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하이드로젤은 물이 기본 성분으로 들어 있는 젤리 모양의 물질로, 콜로이드·한천 따위의 진하고 뜨거운 수용액을 식힐 때 얻어진다.

논문 교신저자인 스위스 프리부르대 아돌프 메르켈연구소의 생물물리학 교수인 마이클 메이어는 “발전장치는 초기 형태이지만 생체적합형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에 독성 부작용을 피하고 배터리를 통한 재충전 없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연구하면 몸속에서 일어나는 생체 현상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생물전기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직 이 발전장치는 전기뱀장어의 발전능력에 견줄 정도는 아니다. 전기뱀장어는 먹이를 잡아먹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훨씬 더 큰 전력을 쏟아낸다.

이번 연구에는 스위스 프리부르대와 미국 미시건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등이 참여했다.

공동연구자인 맥스 쉬테인 미시건대 교수는 “전기뱀장어는 높은 전압을 생산하기 위해 수천개의 전기생산세포(일렉트로사이트)가 순간적으로 극형성과 탈분극을 반복한다. 이를 잘 모사하면 발전장치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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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뱀장어를 모사해 특수프린트로 플라스틱판에 소금젤과 순수 물로 된 하이드로젤을 교차 인쇄했다. 네이처 제공

뱀장어는 ‘막투과 수송’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일으킨다. 특수 전기생산 조직은 수천개의 병렬로 된 칸으로 이뤄져 있는데, 여기에는 포타슘(칼륨)이나 소듐(나트륨) 이온들이 채워져 있다. 이 칸들은 막으로 분리돼 있는데 뱀장어가 휴식을 취할 때는 두 이온이 분리돼 있다가 전기를 생산할 때는 막이 두 이온의 이동을 허용하고 이로 인해 전력이 뿜어져 나온다.

연구팀은 이를 본떠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소듐과 포타슘 대신에 식탁 위 소금과 같은 소듐과 염소화합물(클로라이드)을 사용했다. 염소화합물 곧 염화물은 하이드로젤에 잘 녹는다. 아돌프 메르켈연구소의 특수프린터로 플라스틱판에 소금젤과 순수 물로 된 하이드로젤의 작은 방울(입적·droplet)이 교차하도록 프린트했다. 이 교차 입적은 마치 뱀장어 조직의 칸과 유사하다.

다음 연구팀은 각 칸을 분리하는 뱀장어의 막을 모사해, 전하 분리 하이드로젤로 또 다른 판을 만들었다. 이 판 위의 입적들은 소듐 양이온이나 클로라이드 음이온은 통과시키고 반대는 통과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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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인공위성 태양패널에 쓰이는 ‘미우라 접기’ 방식을 이용해 전기 생산 입적들이 겹쳐 쌓이도록 만들었다. 네이처 제공

연구팀이 마지막으로 낸 아이디어는 ‘미우라폴드’라는 종이접기 방식이다. 미우라 오리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일본 천체물리학자인 미우라 박사가 고안한 것으로, 시트 면적을 최대화하면서 저장 공간을 최소화하도록 접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위성의 태양전지패널에 적용됐다. 연구팀은 4개의 판을 미우라 방식으로 접어 입적들이 정확한 위치에 맞닿아 쌓이도록 발전장치를 만들었다.

메이어 교수는 “뱀장어의 전기 생산 조직은 아주 복잡하다. 우리가 만든 장치는 뱀장어 조직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뱀장어가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를 그대로 모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치의 효율을 높이면 생체 속 소형 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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