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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4일 08시 38분 KST

캘리포니아 산불이 만든 신종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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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남부 샌타바버라지역 산불로 인해 생겨난 기괴한 모양의 구름.

지난 4일부터 시작된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산불이 열흘째 이어지고 있다. '토마스 파이어'라는 이름의 이번 산불은 이미 서울의 1.5배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불태워버렸다. 축구장 13만여개를 태워버린 격이다. 최악의 산불로 공기가 뜨거워지고 엄청난 연기가 치솟아 오르면서 보기 드문 기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월10일 캘리포니아의 벤추라(Ventura) 및 샌타바버라(Santa Barbara) 지역 하늘엔 오싹한 느낌을 주는 거대한 회색구름이 나타났다. 검은 연기가 물이 끓어넘치듯 솟아오르며 하늘을 뒤덮어버릴 듯한 형상에 주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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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벤추라 카운티 지역에서 목격된 화재적운.

화산 분출로 인한 화산재를 연상시키는 공포의 이 구름을 만든 주범이 바로 산불이다. 건조한 기후를 촉매로 무서운 속도로 번져간 산불이 만들어낸 이 구름을 뭐라고 부를까? 기상학계에선 일반적으로 '화재적운'(pyrocumulus cloud)이라고 부른다. 적운은 '더미' 또는 '덩어리'를 뜻하는 라틴어 쿠물로(cumulo)에서 온 말이다. 문자 그대로 산불이나 화산 분출에 의해 뜨거워진 공기와 매캐한 연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어우러져 생겨난 뭉게구름형 적운이다.

이 구름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들어 산불과 함께 출현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올들어 새로운 유형의 구름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지난 3월 세계기상기구가 30년만에 개정한 구름도감에서 이 구름에 붙인 공식명칭은 ‘플라마제니투스’(flammagenitus)다. 특정한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특수구름으로 분류된다. 구름색깔은 주로 회색이나 갈색 또는 검은색을 띤다. 이는 산불로 생겨난 연기 때문이다. 뜨거워진 공기가 급상승하면서 구름은 고도 8km까지 치솟기도 한다.

이 구름은 모습만 오싹한 것이 아니다. 거대한 크기와 강력한 에너지로 날씨에도 영향을 미쳐 산불 진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

보통 우리가 목격하는 푹신한 느낌의 흰색 적운은 덥고 습한 공기가 지구 표면에 의해 따뜻해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더운 공기는 상승하면서 차가워지고, 결국 응결핵(condensation nuclei)이라 불리는 공기 중의 입자에 달라붙어 물방울로 응축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크고 푹신한 구름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2016년 8월 샌타바버라지역 산불로 발생한 구름

대기 뒤흔들어 기상이변 부르기도

화재적운도 비슷한 형성 과정을 거친다. 다만 공기를 가열하고 응축하는 환경이 훨씬 가혹하다. 미국 유타자연사박물관의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산불은 주변 공기를 섭씨 800도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상승하는 공기는 화염 위 하늘에서 빠르게 응축되는데, 그 사이 땅에서 불에 타고 있는 식물들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공기중의 연기 입자들은 더 많은 응결핵을 공급해 주면서 응축과정이 완성된다. 그동안 땅에서는 공기가 상승하면서 더 많은 산소가 구름기둥 밑으로 흘러들어가고, 이는 불을 더 오래 힘차게 타도록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특히 뜨거운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는 과정에서 대기가 크게 요동을 쳐 기상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구름기둥이 높게 형성되면 뇌우를 동반하는 구름(pyrocumulonimbus)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구름들은 습한 환경에선 폭풍우를 몰고오기도 한다. 이 폭풍우는 자신을 잉태했던 불을 꺼버리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남부처럼 건조한 지역에선 비가 구름 안에서 증발해버려 땅에 당도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이른바 '마른번개'가 치는 현상은 이 때문이다. 마른 번개는 또 다른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열과 공기 입자, 물방울이 얽히고설키면서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기상현상의 한 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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