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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3일 14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13일 14시 10분 KST

비트코인 거래소 60대 "규제? 갖고 있으면 무조건 올라"

“30%나 올랐네. 조금만 내리면 돈 좀 넣어야겠다.”

지난 12일 낮 서울 중구 다동에 있는 가상통화(암호화폐 또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광화문 고객센터에 걸린 ‘고장 난’ 가상통화 시세판을 보며 지나가던 직장인들이 수다를 떨었다. 24시간 전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은 사실 3% 남짓 떨어져 1900만원대 초반이었지만, 오류 난 시세판은 29%가 올랐다고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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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빗썸 고객센터 앞의 가상화폐 시세판을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과열된 가상통화 거래를 두고 “금융이 아닌 유사수신” 또는 “폰지(다단계 금융사기)에 가깝다”며 엄격한 규제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돈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나치기 힘들어했다.

이날 증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전업투자를 하는 윤아무개(65)씨도 이 고객센터를 찾았다. 윤씨는 “스마트폰이 아내 명의로 돼 있어서 본인 인증을 하러 왔다”며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얘기를 들었는데 무시했다가 주변에서 주식에 투자하던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넘어오면서 돈을 버는 걸 봐서 조금이라도 투자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윤씨가 말한 ‘조금’은 2천만원이었다. 그는 “정부에서 규제한다고 하지만 가상통화를 국내에서만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갖고 있으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낮 12시33분께 30~40대 직장인 3명이 점심 먹고 “궁금해서 와봤다”며 고객센터에 들렀다. 그중 한명이 “회원가입 하려면 얼마나 걸려요?”라고 직원에게 질문하자, “3분 정도 걸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가 내친김에 회원가입을 하고 간단한 매도·매수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난 뒤 밖으로 나선 시각은 꼭 4분 지난 12시37분이었다.

빗썸 쪽은 “광화문 고객센터에만 하루 평균 50~60명이 찾는다”며 “주로 가상통화에 관심을 갖는 인근 직장인들이 대다수고 회원 가입과 거래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장’과 ‘마감’ 없이 24시간 돌아가는 이 시장에 거래소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도 내내 뜨겁다. ‘대장’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말고도, 대안 코인들을 ‘잡코’(잡코인)라고 부르며 가격 상승을 기원하는 뜻으로 “가즈앗“(‘가자’를 늘려 말하는 것)이라고 기합을 불어넣는 이도 있다.

2009년 처음 공개된 비트코인 이후 현재 발행되는 가상통화 종류만 1000여개가 넘는다. 돈 번 이들은 “계좌를 찍어주면 5만원씩 보내주겠다”는 인심을 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한 투자자는 “제 돈 천만원으로 시작했는데 1시간 만에 순식간에 300을 벌어서 부모님 전세자금을 뺀 4억을 넣었는데 마이너스 1억8천만원이 됐다”며 “1월 중순까지 복구해야 하는데 ‘존버’(무작정 버티기)가 답일까요”라거나 “편의점 알바를 해서 1200만원을 벌었는데 700을 잃었다”는 식의 ‘곡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이들 커뮤니티는 지난 10일 비트코인 하드포크(업그레이드를 통한 화폐 분리) 계획이 국내 고등학생의 사기극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아이디와 아이피(IP) 추적 등을 통해 ㅎ아무개씨를 특정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비트코인의 ‘그라운드 제로’(폭탄이 떨어지는 지점)라고 평할 정도로 과열된 국내 가상통화 시장은 정부의 규제 예고에도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거래를 전면 금지한다 해도 국외로 자금이 흐를 수밖에 없는 시장 특성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를 경험하면서 자란 아시아 젊은이들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개념을 친숙하게 생각한다”고 광풍의 요인을 분석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투기 자본이 상당한 수준이라 비트코인 자체에 대한 규제는 불가능하지만, 거래소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사고 발생 시 보상체계 마련 등의 최소한의 비즈니스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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