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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19일 07시 17분 KST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웅담' 뉴트리아 만났다

한겨레
지난 15일 오전 경남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 하류에 전홍용씨가 설치한 포획틀 안에 뉴트리아 한 마리가 잡혀 있다.

▶ ‘아재’들이 열광했습니다. 뉴트리아 담즙에서 웅담이 나왔단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호했습니다. 천적이 없어 골칫거리였던 번식력 강한 ‘괴물 쥐’도 인간의 탐욕 앞엔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사상 취대 위기를 맞은 생태교란종 뉴트리아를 만나고 왔습니다.

“어, 여기 하나 잡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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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경남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 하류. 폭 50m 하천변은 한겨울 바짝 마른 누런 갈대가 숲을 이뤘다. 물 위엔 스티로폼과 나무로 만든 뜰판이 떠 있었고, 그 위로 포획틀 5개가 놓였다. 큰 것 1개, 작은 것 4개. 큰 건 작은 어린아이가 들어갈 정도였고, 작은 건 고양이나 작은 개에 맞는 크기였다. 2012년 이래 김해, 부산 일대에서 뉴트리아를 잡아왔다는 전홍용(55)씨가 자신의 트럭에서 고무 바지를 꺼내 입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전씨가 다가간 작은 포획틀 한 곳에 뉴트리아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요런 식으로 트랩(포획틀)을 여러 개 설치해요. 잡혀 있는 걸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강 안쪽으로 밀어넣어 놓잖아.”

‘웅담’의 주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뉴트리아의 담즙에 다량 함유돼 있다는 보도가 나온 건 지난달 31일. 이후 “설치해둔 포획틀이 자꾸 없어지고 있다”고 전씨는 말했다. 지나던 이들이 하천에 뜬 포획틀에 뉴트리아가 잡힌 걸 보곤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고 틀째 가져간다는 이야기였다. 전씨가 인근에 설치한 포획틀은 120개가량인데, 보도가 나간 이후 40개 정도를 도난당했다고 했다.

좀 전에도 전씨는 하천 다리 아래 뉴트리아의 똥 자국이 남은 스티로폼 뜰판을 보여줬다. 배설의 흔적은, 누군가가 가져간 틀 안에 뉴트리아가 갇혀 있었던 증거라 했다. 전씨는 그래서 포획틀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 틀을 설치하는 일을 당분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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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남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 하류에 놓인 스티로폼 뜰판. 뉴트리아의 배설 흔적이 남아 있다.

포획틀의 구조는 단순했다. 틀 안엔 사과나 참외 같은 과일 먹이를 놓아둔다. 먹이 바로 앞 받침을 밟으면 연결된 철사가 잡고 있던 입구의 문을 놔 버린다. 중력에 의해 문이 닫히면 다시 열리지 않도록 걸쇠가 걸린다. 사람은 걸쇠를 쉽게 벗겨낼 수 있지만 틀의 구조와 원리를 모르는 동물은 그리 하지 못한다. 전씨가 잡힌 뉴트리아를 틀째 물 밖으로 꺼냈다. 크기가 어른의 허벅다리만 했다.

“큰 건 몸무게가 10㎏까지 나와요. 이 정도면 1년밖에 안 된 거예요.”

뉴트리아는 기가 죽은 듯 가까이 다가가도 큰 눈을 멀뚱거릴 뿐이었다. 포획틀을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는지 코끝이 살짝 벗겨져 붉은살이 드러나 있었다.

“원래 성질이 온순한 편인가요?”

동행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가 물었다.

“원래 온순한 동물인데 야생에서 살다 보니 사람한테 잡히면 발악을 한다고 할까 그런 경우지. 이건 아예 갇혔구나 하고 포기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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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남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 하류에서 잡힌 뉴트리아를 전홍용씨가 들어 보이고 있다. 뉴트리아의 이빨.

한국에 들어와 ‘괴물쥐’란 오명이 붙은 뉴트리아의 이름(nutria)은 스페인어로 수달이란 뜻이다. 얼핏 못생긴 수달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달은 족제비과이고 뉴트리아는 설치류인 카프로미스과다. ‘늪너구리’가 정식 한국 이름이다. 몸길이 40~48㎝, 꼬리길이는 약 35㎝. 1년에 두세 차례 번식하며 임신 기간은 2~3개월로 한배에 5~1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수유 기간은 6~10주, 새끼는 생후 2~3일이면 부드러운 먹이를 먹고 헤엄도 친다. 하천이나 연못 둑에 굴을 파고 산다. 자연 상태에서 수명은 4년 미만이며 거의 전적으로 채식을 해 수중 식물이나 곡물, 농장의 과일을 파먹는다. 원서식지는 남아메리카 대륙이지만, 인간에 의해 유럽과 북아메리카, 한국의 낙동강 지역으로 옮아왔다. 지난해 기준, 낙동강 수계에만 5400마리(성체 기준)가 서식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육용·모피용으로 한국에 들어온 100여마리의 후손들이다.

전씨와 함께 트럭을 타고 인근 부산으로 이동했다. 부산 강서구 낙동강변에 조성된 대저생태공원이었다. 길이 7.62㎞, 면적 2.66㎢의 공원은 2009년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농사용 비닐하우스가 철거된 자리에 조성됐다. 이날은 조류인플루엔자(AI)로 출입이 통제돼 있었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뉴트리아 퇴치반 일원인 전씨에겐 제한적으로 출입이 허가됐다. 전씨는 차량 진입을 막는 말뚝(볼라드)의 자물쇠를 열고 트럭을 몰아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인공시설물을 최소화한 생태공원은 그야말로 뉴트리아의 천국이었다.

전씨는 공원 곳곳을 돌며 설치해둔 포획틀을 점검했다. 해반천에서보다 더 큰 뉴트리아 한 마리가 포획틀에 잡혀 있었다. 덩치가 커 몸부림이 심했던 모양인지 역시 코 주변 피부가 완전히 벗겨져 있었다. 사람이 다가가자 큰 이빨을 드러내며 씩씩거렸다. 전씨는 틀째로 뉴트리아를 트럭 짐칸에 실었다. 체념한 듯 덩치 큰 뉴트리아는 웅크린 채 포획틀 안에서 잠자코 있었다.

지난 15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포획틀에 잡힌 뉴트리아 한 마리가 사람이 다가가자 큰 이빨을 드러내며 씩씩거렸다.

공원 내에 설치된 나머지 포획틀은 모두 비어 있었다. 뉴트리아가 배설물만 남기고 갔거나 문이 아예 닫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틀도 있었다. 인근엔 뉴트리아들이 드나드는 굴과, 수풀을 엮어 만든 쉼터 같은 것들이 보였다.

“저 기 간다, 저 기 간다. 잠깐잠깐, 살살 따라가자.”

전씨가 차 문을 열며 다급히 말했다. 차창 밖 갈대숲이 우거진 늪 수면 어딘가에서 포획되지 않은 야생의 뉴트리아가 움직이고 있었다.

“저기 있네. 뉴트리아 조 앞에 있네.”

전씨가 손으로 가리키는 맞은편 수풀 근처에서 물살을 가르는 뉴트리아 한 마리가 보였다. 헤엄쳐 가던 뉴트리아는 갑자기 멈춰섰다. 물 위로 머리만 내민 채 옆얼굴을 우리 쪽으로 향했다. 잠시 뒤 다시 갈대숲 사이로 사라졌다.

대저생태공원을 한 바퀴 돌아나오는 30분가량의 짧은 시간 동안, 생태공원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뉴트리아 세 마리와 마주쳤다.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목격하기 쉽지 않은 야생동물을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만난 건 이곳에 뉴트리아가 엄청나게 많이 서식하고 있단 얘기”라고 했다.

뉴트리아는 야행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선 낮에도 자주 관찰된다. 국립생태원이 해마다 진행 중인 서식실태 조사의 최근 결과를 보면, 뉴트리아는 낮 시간인 오후 1시와 3시 비교적 활발히 움직였다. 낮 시간의 활동을 제외하면 나머진 야행성 동물의 일반적 활동 패턴에 가까웠다. 오후 5시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밤 11시 활동량이 최고치였다 해가 뜨는 시간 즈음 활동량이 줄어 오전 9~10시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오후 1시와 3시 활발히 활동한다. 야행성 동물에겐 잠을 자야 할 낮 시간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대저생태공원을 돌아본 시간은 이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아야 할 오전 시간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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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용씨가 지난 15일 경남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 하류에서 잡힌 뉴트리아의 꼬리를 잡고 있다.

뉴트리아의 활동 반경도 원 서식지의 모습과 달랐다. 국립생태원 연구팀이 대저생태공원 하류에 위치한 맥도생태공원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가장 활발히 활동한 개체의 ‘행동권’은 0.471㎢로 나타났다. 1년 동안 가로 470m, 세로 1㎞의 직사각형 안을 부지런히 돌아다닌 것이다.

연구팀의 이도훈 박사는 “해외에 견주면 활동 범위가 넓은 편”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맥도생태공원을 사람의 출입과 주변 교통으로 보아 ‘인위적 간섭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봤다. 한 해 전 연구팀이 이와 반대로 인위적 간섭이 없는 지역을 조사했는데, 결과는 이보다 좁았다. 반면 2014년 집중 포획이 실시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뉴트리아의 행동 반경은 0.88㎢로 훨씬 넓게 나타났다. 사람의 인위적 개입이 이들의 행동 반경을 확장시켰고, 낮에도 활동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국에 적응한 뉴트리아는 육식도 한다. 전씨는 뉴트리아가 새를 잡아먹는 장면을 봤다고 했다. “뉴트리아가요, 겨울철 먹이 부족할 때는 잠수를 해 가지고 철새를 딱 물거든. 오리 같은 걸 물속으로 끄집고 들어가요. 물속에서 숨 못 쉬고 힘이 빠지면 둑 위에 가져 올라와서 뜯어 먹더라고.”

기후가 다르고, 자연계 최상위 천적인 인간의 항상적 위협에 노출된 한국에서 30년을 살아온 뉴트리아는 ‘한국형’으로 진화해온 셈이다.

뉴트리아에 의한 농가 피해는 1990년대 초반부터 보도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2009년 6월 포유류 중 유일하게 뉴트리아를 생태교란생물로 지정했다. 생태를 교란한다는 건 원래 해당 지역에 살던 토착종을 위협한다는 뜻이다. 감자나 고구마, 블루베리처럼 외래종이 안정적으로 귀화한 사례가 없진 않지만, 귀화가 어렵다면 퇴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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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용씨가 자신의 집에서 보관 중인 뉴트리아 사체. 포획틀로 잡은 뉴트리아는 집으로 가져와 안락사시킨 뒤 일주일에 한차례 수매센터로 가져간다.

환경부가 목표로 한 뉴트리아 퇴치 시기는 2023년이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14년부터 뉴트리아 퇴치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 누구든 뉴트리아를 잡아오면 마리당 2만원씩 내주는 ‘수매제’와 함께, 전씨를 포함해 10여명의 퇴치 전담반을 꾸려 운영해왔다.

이를 통해 2014년 7714마리, 2015년 6437마리, 지난해엔 5105마리를 포획했다. 모두 1만9256마리 중 절반가량인 9371마리를 퇴치 전담반이 잡았다. 전담반은 상반기(3~5월)와 하반기(10~12월)로 나눠 3개월씩 활동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밀도 지역과 주요 확산 경로에 대한 집중 포획을 통해 뉴트리아 밀도 저하와 확산 방지에 주력해왔다”고 했다.

퇴치반 운영이 항시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개체수가 늘고 줄기를 반복한다는 우려가 있다. 전씨는 “한겨울엔 먹이가 부족한 시기라 아무 먹이를 갖다놔도 뉴트리아가 잡힌다. 하지만 봄이 되고 농사철이 시작되면 먹이가 많아서 덫을 놔도 별 효과가 없다”고 했다.

전진경 카라 이사도 “뉴트리아도 하나의 생명인 만큼, 예산을 집중해 훈련받은 전담반 중심으로 연중 끊임없이 집중 포획해 새로 태어나는 개체가 가능한 한 적도록 하는 것이 동물복지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필요하지도 않은 웅담 성분을 연구하는 일은 당장 멈춰야 한다. 뉴트리아가 쥐여서 웅담을 빼도 괜찮다는 발상이 곰과 돌고래에 대한 태도로 연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웅담 보도’로 주목받았지만 뉴트리아를 함부로 먹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 환경부는 “아직 독성 실험이나 임상 실험이 이뤄지지 않아 날로 먹으면 기생충에 감염되는 등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