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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16일 04시 47분 KST

5·18 진압군 '헬기 기총소사 추정 탄피'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겨레

1980년 5월 당시 전두환 등 신군부에 맞선 ‘5월항쟁’ 진압에 나선 계엄군의 공격용 헬기에서 발사했을 것으로 보이는 기관총 탄피(추정)들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광주 인근에서 발견된 이 탄피들은 20㎜ 기관총(벌컨포)에 쓰이는 M61 또는 M197 탄피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발견된 탄피들이 당시 공격용 헬기에서 기관총을 연달아 쏘는 ‘기총소사’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적 전차나 장갑차 공격을 주임무로 하는 등 살상력이 강한 공격용 헬기가 당시 광주 시민들에게 기관총 연발 사격을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5·18 군 발포’와 관련해 군이 그동안 주장해온 ‘자위권’ 발동 주장을 뒤엎을 수 있다.

지금까지 국방부는 탄흔 등의 증거가 없다며 80년 5월 당시 기총소사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5·18기념재단 쪽의 말을 종합하면, 80년 5월24~25일께 광주에서 전남 나주로 가는 한두재(지도)에서 수습된 탄피 3점을 기증받았다. 이 탄피는 나주시 공무원 김아무개씨가 발견해 보관해오다 5·18기념재단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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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육군 코브라 공격헬기가 벌컨포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1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진을 보내 탄피의 탄환 제원을 확인해 달라고 의뢰한 결과, M61 20㎜ 벌컨포로 보인다는 비공식 구두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공구 부분이 30㎜에 달해 M61 20㎜ 기관총 탄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시 계엄군은 소총(M16)의 경우 구경 5.56㎜ 탄환을 사용했고, 기관총(M60)은 구경 7.62㎜ 탄환을 사용했다. 이 탄피와 관련해 5·18기념재단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생산 시기와 어떤 실탄에 사용됐는지 등을 정확하게 조사해 달라고 의뢰할 방침이다.

벌컨포 추정 탄피는 80년 5월 당시 ‘헬기 기총소사’ 논란의 진실을 밝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벌컨포는 3~6개의 총신이 빠르게 회전하며 연달아 사격이 가능하다. 공격헬기에는 보통 M61형 20㎜ 기관총을 탑재한다. 이 벌컨포가 당시 공격용 헬기로 개발된 AH-1J(일명 코브라)에 장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5·18기념재단 등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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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국군에 도입된 코브라 헬기에 3총신으로 개량된 벌컨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브라 헬기엔 엠(M)197 포탑도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80년 5월 대전차 공격이 주임무인 공격용 헬기가 공중에서 시민들에게 기총소사를 했을 경우 군이 그동안 주장해온 ‘자위권 차원 발포’ 주장이 무색해진다.

이 탄피는 광주 금남로 옛 전일빌딩 10층에 난 M16 소총 탄환의 것으로 보이는 탄흔과 구별된다. 지난달 12일 광주시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옛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185곳(외벽 35곳 포함)의 탄흔은 헬기에서 1~2명이 M16 소총 사격을 했을 가능성이 추정된 바 있다. 전일빌딩 외벽에서 발견된 탄흔 35개는 M16 소총탄인 구경 5.56㎜ 탄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고, 시민이 제출한 탄피도 5.56㎜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옛 전일빌딩 탄흔은 당시 군이 헬기에서 사격을 했을 가능성을 밝힌 최초의 정부 보고서지만, 헬기 기총소사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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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

1989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와 1995년 12·12, 5·18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고 조비오 신부 등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잇따랐지만, 검찰은 “‘무장헬기 및 전차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지시는 있었으나,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잠정 결론 내렸고 국방부 역시 ‘탄흔 증거 등이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군 기록에서도 공격용 헬기의 출동과 관련된 기록이 나온다. <2군계엄상황일지>를 보면, 80년 5월 24일 AH-1J 2대와 500MD(일명 잠자리) 2대가 지상 엄호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군은 당시 5월 24일 상황과 관련해 ‘공수여단 이동간 공중엄호 임무를 수행하던 무장헬기(AH-1J:2대)는 전교사 교도대와의 오인접촉 교전이 일어나자 지상부대장으로부터 엄호사격 요청을 받음’이라고 기록해 두고 있다. 전교사 작전처에서 발행한 ‘보급 지원 현황’이라는 문건을 보면, 80년 5월23일 20㎜ 벌컨포탄 1500발이 항공대에 보급된 것으로 나와 있다.

벌컨포 추정 탄피가 발견된 전남 나주 한두재는 당시 군 부대간 오인 사격 사고가 발생했던 송암공단 앞 도로와 3㎞ 정도 떨어진 곳이다. 헬기 기총소사로 인명이 살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조사 결과(1995년 5월)엔 ‘전남 나주의 초등학교 교사였던 송아무개씨가 80년 5월 24일 딸을 찾기 위해 광주로 갔다가 광주대와 금당산 부근에서 헬기의 난사로 사망했다’는 진술이 있다.

또 서박자(1942년생·광주시 남구 진월동)씨는 “남편이 광주대 앞에서 청산사진관을 경영하고 살았는데, 지붕 천정에 구멍이 뚫려 기왓장 틈으로 하늘이 보였다. 물론 벽에도 수도 없는 총알들이 박혀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방부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광주 도심 헬기 사격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감정을 통해 증거가 나온 만큼 진상을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민구 국방장관은 “기본적으로 사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군에 있는 자료로는 확인이 제한된다.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지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답변했다.

정문영 5·18기념재단 연구소 연구실장은 “광주항쟁 때 ‘헬기 기총소사’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이 부족했다. 전일빌딩의 탄흔과 이번 ‘한두재 탄피’ 진상 규명 등을 통해 헬기 기총소사 의혹이 풀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