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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15일 06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15일 11시 14분 KST

국내 언론이 말하는 김정남이 암살된 까닭은 틀렸다

AFP via Getty Images
Beijing, CHINA: A man believed to be North Korean leader Kim Jong-Il's eldest son, Kim Jong-Nam, is surrounded by journalists upon his arrival at Beijing's capital airport, 11 February 2007. Wearing a cap, sunglasses and jeans, the man who Japanese television crew described as Kim Jong-Nam arrived at Beijing's airport from Macau in the afternoon, as six-nation talks on ending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programme were underway in the Chinese capital. Kim Jong-Nam, 35, was recently reported to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된 김정남에 대한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범행 수법의 대담함 등을 볼 때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북한의 소행이라면 그것은 십중팔구 김정은의 지시에 의한 것이리라.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왜 굳이 지금 시점에서 김정남을 암살했느냐다. 국내 일부 언론은 김정은 정권이 다시 불안해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을 던지고 있지만 이는 아직까지 충분한 근거가 없는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김정일이 첫 부인인 성혜림 사이에서 얻은 장남인 김정남이 종종 북한의 지도자로서 김정은의 대안으로 종종 거론되기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아버지 김정일은 자신이 집권하고 나서 자신의 배다른 동생이자 인망도 두터운 편이었던 김평일을 계속 동구권 국가들의 대사로 파견하여 국내에서 발을 못 붙이게 했다. 비슷한 이유로 김정은이 김정남을 경계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집권 6년차를 맞았으며 이미 수년 전부터 자신을 중심으로 한 권력 체계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김정은이 이제와서 '리더십 경계' 때문에 김정남을 굳이 죽이려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의 객원연구자인 마이클 매든 또한 김정남이 김정은의 리더십에 위협이나 라이벌이 아니었다고 분석한다. 또한 북한의 주요 동맹국이자 가장 많은 교역을 하고 있는 나라인 중국의 보호를 받고 있던 김정남을 살해하여 김정은이 얻을 수 있는 지정학적 이익이 없다고 말한다.

김정남이 2012년에 한국에 망명하려고 시도했던 것 때문에 김정은이 암살을 지시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5일 기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국내의 한 언론(경향신문/주간경향)이 2012년 김정남 망명 시도를 구체적으로 보도했는데 김정은이 이 같은 보도를 접하고 격분해 김정남 암살을 지시했거나 김정남이 망명을 시도해 김정은이 그것을 막고자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의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김정일에게 보낸 편지가 김정남을 통해 전달됐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김정남의 암살과 관련하여 우리의 이목을 끄는 대목은 국정원이 2012년경 김정남을 한국에 망명시키려고 시도했다는 기사의 후반부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북소식통은 “한국 국정원이 김정남을 데려오려고 했는데, 정작 김정남은 한국보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기를 원하고 있었고, 유럽은 대북정보에 목말라 하지 않았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김정남이 김정일의 아들인 것은 맞지만 다른 고위급 인사들보다 정보가치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특별한 대우를 원했던 김정남과 미국 측의 협상이 결렬됐고, 한국의 경우도 김정남이 요구하는 것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의 갭이 워낙 커서 결국 그 정도까지 비용을 지불하면서 데려오는 것은 막판에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주간경향 2월 15일)

정성장 실장은 김정남이 한국 망명을 타진하면서 생활비를 달라고 북한 당국을 협박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정남은 그가 김정일의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로 결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오랫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3대 세습’과 북한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했다. 그리고 김정일 사망 직후에는 김정은이 그에게 충분한 생활비를 보내지 않는 것을 지적하면서 자신을 ‘형’으로 대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중략)

현재 북한은 2016년 두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간부들도 외화 상납 압박으로 큰 고충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만약 김정남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고액의 생활비를 보내지 않으면 망명하겠다’고 김정은을 협박했다면 북한 지도부는 김정남과 타협하는 대신 ‘암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 있다.

김정은이 정말로 김정남 암살을 지시했는지 (김정남과 오랜 기간동안 연락을 유지한 일본 기자는 김정은의 측근들이 과도하게 충성 경쟁을 하다가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계기가 무엇인지는 앞으로도 영영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희망적 사고'의 소산에 불과한 정권 불안설보다는 그나마 이쪽이 좀 더 개연성이 높다.